역병이 휘몰아치는 바깥세상과는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춘심산촌. 밭일을 일찍 마치고 수레 두 대를 비워놓았는데 생각지도 못한 것이 담겼다. 오후의 햇살과 그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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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을 호모 파베르’(Homo Faber)’라고도 한다. 도구를 사용하는 인간이라는 뜻이다.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 되는 데에는 도구 사용이 결정적이다.

 

외진 숲속 800평 밭에서 8년째 농사를 짓는데 사실 농사 도구들이 없었더라면 불가능했다. 6평 컨테이너 농막의 한쪽 공간(1)에 그 도구들이 빽빽이 모여 있다. 봄 햇빛 화창한 오늘 모처럼 기념사진 찍었다.

 

보이는 대로 이름을 불러본다.

면장갑들(의외로 필수품이다), 급수 배관 이음 장치, 비상플래시, 갖가지 끈이나 테이프, 탄저병 약통, 수레바퀴에 바람 넣는 기구, 삽과 곡괭이 자루, 휘발유통, 온수통(날씨가 추워지는 늦가을에 필요하다), 이동방석(땅바닥에 놓고 앉을 수 있는 이것이 없으면, 허리가 아파 밭일을 못한다. 밭일의 필수품이다) , 간이철제사다리(말뚝을 박는다든가 높은 나뭇가지를 자를 때 필요하다), 예초기(4월 중순부터 9월 중순까지 반년 동안 엄청나게 잡초들을 깎는다), 잡초방지매트 용 핀을 담은 상자

 

정작 중요한 호미, , , 고춧대, 멀칭비닐 등은 다른 물건들에 가리거나 촬영 범위에서 벗어나 누락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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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에 우리 아들이 어릴 때 강릉 안목 바닷가에서 찍은 사진 한 장을 sns에 올렸는데그 까닭이 있다. 귀여운 그 사진을 사진첩에 두고 지내기가 아까워서 거실 책상 위, 유리판 밑에 놓고 지냈더니 알게 모르게 빛 바래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는 어느 시점에서 사진 속 모습이 바람처럼 사라지고 말 게 분명했다. 무슨 좋은 방법이 없나 생각 끝에 가상의 공간인 sns에 올려놓는다면 영원히 보관될 거란 판단 아래 그리 조치한 것이다.

 

몇 장 안 되는 내 대학 시절 사진 중 한 장을 이번에 sns에 올리는 건 그 때문이다. 1973년에 강대 중앙 게시판 앞 벤치에서 찍은 사진으로 나는 기억한다. 사진첩 속에서 반세기나 보관돼 있었기에 사진은 낡고 금도 가 있다. 하지만 고뇌 많던 20대 중반의 내 모습이 생생하다. 반세기 전의 내게 이제 나는 위로의 말을 건넨다.

너는 지금 잘 사는 편이야. 아암 그렇고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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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심산촌 주위 숲에 갖가지 나무가 자생한다. 그 중 개옻나무가 있다. 막내 동생이 어릴 적에 봉의산에 놀러갔다가 옻이 올라 한 달 가까이 병원 다니며 고생한 적이 있어, 나는 그 나무를 항상 조심해서 피한다. 그런데 개옻나무 줄기에 특이한 무늬들이 있다는 사실.

바로 하트 무늬의 엽흔(葉痕)이다. 독성이 서려 있는 개옻나무에 사랑무늬들이 있다니참 얄궂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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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강동농협에서 찰옥수수 종자 한 봉지를 구매했다미리 예약해 둔 것이다.

문득 춘심산촌 농장에서 무성하게 자라는 옥수수들 풍경이 눈앞에 떠올랐다그뿐만이 아니다성경에 있다는 유명한 구절까지 나도 모르게 입술에 올랐다.

시작은 미약하나 끝은 창대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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