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물시장에 있는 뻥튀기 장수가 이런 글을 써서 천막 위에 걸었다.

뻥뻥뻥 강냉이 363일 매일 튀겨드립니다

내가 가던 발걸음을 멈추고 그 글에 주목한 건,‘365’일이 아닌‘363라 한 부분 때문이다. 민족 최대 명절인 설날과 추석날만은 장사를 쉬어야 한다는 뜻일까? 아니면장사를 하다 보면 일 년에 이틀 정도는 최소한 쉬어야 한다는 뜻일까?

글쎄.

어쨌든 365일이 아닌 363일이라 명시함으로써 365일이 주는 강박관념을 슬그머니 넘었을 뿐만 아니라 최소한 나 같은, 지나가던 사람의 발길을 멈추게 하는 데도 성공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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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거란 이미 설치되어 있는 시설이나 건물을 거두어 치우는 일이다. 물리적인 작업이다. 하지만 그 시설이나 건물에도 사람의 추억이 묻어 있다는 사실을.

어젯밤 거리를 걷다가 본, 철거 전문 업체 트럭 옆면의 놀라운 글 한 줄.

아픈 마음까지도 철거해 드립니다

이 정도면 시()가 아닌가. 서점에 있는 수많은 시집들이 순간 무색해지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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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bkim77 2020-01-20 09: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개인이 지녔을 슬프고 가슴 아픈 사연들을 버리고 새 출발 하라는 메시지도 담겨 있네요. 버리는 물건 중에는 수명을 다한 것도 있겠지만 사업이 망해 버려지는 물건도 있으리라 생각하니 애잔합니다.
 

임영(臨瀛)’은 강릉의 고려 시대 이름이다.

쓰인 한자를 살피면 임할 임()’큰 바다 영()’이다. 즉 큰 바다에 임해 있는 곳이란 뜻이다. 얼마나 이미지가 눈앞에 선한 지명인가. 오늘도 푸르게 출렁이는, 드넓은 강릉 앞바다를 보며 임영을 절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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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쩜 햇살이 저리 맑게 떨어질 수 있을까. 인적은 그쳐도 성령은 풍성할 듯싶은 작은 공소.

무심론자 K의 마음에 잔잔히 물결이 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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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절은 뼈와 뼈 사이가 서로 맞닿아 연결되어 있는 부위를 말하며 우리 몸의 활동을 가능하게 하는 중요한 부위라고 사전에서 정의했다.

 

밤길을 걷다가 관절 닮은 것을 보았다. 물론 사람 키보다 크고 쇠로 만들어져 있어서, 짐작하기에, 하수관과 하수관을 연결시키는 구조물인 것 같았다. 그런 판단과 달리 사람의 관절을 따로 빼내 도로에 내놓은 모양 같다는심정에서 K는 조금도 벗어나지 못했다. 가던 발길을 멈추고 그것을 사진 찍은 게 그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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