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용의라는 노래를 처음 듣던 순간 그대로 반했다.

1975년 가을이었다. 고향 춘천에서 수백 리 떨어진 삼척읍에서, 한 중학교에서 교사생활을 시작한 나는 얼마나 외로웠나. 지금이야 세 시간쯤 자가용차를 몰고 가면 되는 고향 춘천이건만 그 시절에는 자가용차도 없을뿐더러 기차나 시외버스 같은 대중교통으로도 하루 넘게 시간을 잡아야 했다. 결국 방학이나 돼야 고향에 갈 수 있었다.

 

낙엽 지는 그 숲속에 파란 바닷가에

떨리는 손 잡아주던 너 별빛 같은 눈망울로

영원을 약속하며 나를 위해 기도하던 너… 』

 

이종용이 애절하게 떨리는 음색으로 부르는, 삼척의 하숙방에서 들으며 얼마나 객지의 외로움을 달랬나. 또 한 명의 뛰어난 신인 가수가 나왔는가 싶었는데 그 해 말 연예가 대마초 파동이 터져 나오면서 더는 이종용의가 공식적으로는 방송되지 않았다.

그 후 3년이 지난 1978년이다. 특유의 애절한 음색으로 이종용이 부르는 다른 노래를 나는 들었다. ‘겨울 아이.

 

겨울에 태어난 아름다운 당신은

눈처럼 깨끗한 나만의 당신

겨울에 태어난 사랑스런 당신은

눈처럼 맑은 나만의 당신

하지만 봄 여름과 가을 겨울

언제나 맑고 깨끗해

겨울에 태어난 아름다운 당신은

눈처럼 깨끗한 나만의 당신

 

하지만 봄 여름과 가을 겨울

언제나 맑고 깨끗해

겨울에 태어난 아름다운 당신은

눈처럼 깨끗한 나만의 당신

생일 축하합니다 생일 축하합니다

생일 축하합니다 당신의 생일을

Happy birthday to you

Happy birthday to you

Happy birthday to you

 

애절한 음색에청량하게 맑은 음색까지 더해져 나오는 그의 겨울 아이를 들으며 나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노래는 예수님 탄생을 축하하는 성가다!’

 

구절구절을 새겨보면 그런 내 생각에 별 무리가 없다.

특히 노래 끝 부분에 이르러 여러 사람들이 환호하며 ‘Happy birthday to you’를 외치는 데 이르러서야.

이종용이 그 얼마 후 가수를 그만두고 목회자(교회 목사)가 되었다는 사실까지!

 

물론 사랑하는 여인의 생일을 맞아 부르는 축하노래에 불과한데 너무 해석을 오버하는 게 아닙니까?’하고 어이없어 하는 표정들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글쎄.

 

https://youtu.be/eXEynas-av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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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식당은 닭갈비를 쇠판 위에 올려놓고 굽지 않았다. 별나게 숯불 위에 놓고 구웠다.

아내가 커진 숯불에 닭갈비가 탈 까 봐 상추 잎을 한 장 그 숯불 위에 올려놓는데, 식당 종업원이 말했다.

그러지 마시고요, 양념통들이 있는 곳에 그런 숯불을 가라앉히는 물통도 있으니까 그것을 갖다 쓰세요.”

과연 안내한 대로 양념통들이 있는 곳에 숯불을 가라앉히는 작은 물통이 있었다. 어른 손가락 두어 개 크기와 굵기가 되는 하얀 물통이다. 그런데 배꼽 잡을 일은, 그 하얀 물통에 이런 이름을 적어놓았다는 사실이다.

‘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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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이문세는 정감 어린 노래를 많이 부른다. 나는 그의옛사랑노래를 듣다가 이상한 대목의 가사에 놀랐다.

사랑이란 게 지겨울 때가 있지.”

란 대목이 그것이다. 아무리 지나간 옛사랑이어도 그렇지 지겨울 때가 있다니, 영 이해가 되지 않았다. 연인들의 사랑은 언제나 변함없는 마음이어야 할 듯싶은데 지겨울 때가 있지라는 건 잘못된 표현일 듯싶었다. 결국 작사한이영훈씨의 악수(惡手)일 거라 결론 내렸다. 악수란 바둑이나 장기에서 잘못 두는 수를 말하는데장고(長考) 끝에 악수란 말이 있듯 그가옛사랑가사를 쓸 때 너무 골몰하다가 실책을 저지른 게 아닌가 싶은 것이다.

지겹다란 단어의 정의를 사전에서 이렇게 풀이한다. ‘지겹다: 같은 상태가 오래 지속되어 진저리가 날 정도로 지루함과 싫증을 느끼는 상태에 있다.’

 

하지만 요즈음 그런 내 생각이 달라졌다. 사람은 감정의 동물이고 감정이란 여름하늘의 구름처럼 수시로 변할 수 있는 그 무엇이다. 그렇다면 경우에 따라서나, 시간의 흐름에 따라서사랑하는 마음 또한 지겨워질 수 있지 않을까? 예를 들어긴 병에 효자 없다는 말이 그런 경우다. 아무리 효심 깊은 자식이라도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집안의 남은 재산마저 다 날리고야 세상을 뜰 것 같은 부모님 병치레가 있다면 어느 순간 자신도 모르게 나쁜 생각이 들 수도 있지 않을까.

하물며 지나간 옛사랑의 연인을 대상으로 여태 간직하고 있는사랑감정이야 오죽하랴. 솔직히 옛사랑의 연인은 지금 다른 좋은 연인과 사랑에 빠져 당신과의 사랑 추억은 몽땅 쓰레기통에 내버렸을 수 있다. 그렇기도 하고 당신 또한 옛사랑보다는 지금이나 미래의 사랑에 정성을 다하여야 한다. 그 길이 인생길의 정답이다.

맞다. 사랑이란 게 지겨울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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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무엇을 좋다고 할 때 그 까닭을 대기 마련이다. 예를 들어 예뻐서 좋다든지, 착해서 좋다든지, 조용해서 좋다든지, 넓어서 좋다든지.

 

아파트 거실에서 맞이하는 한낮의 햇볕.

좋다.”

굳이 왜 좋은지 까닭을 댈 필요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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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을 바꿨다. () 스마트폰은 담당 기사가혹시 나중에 예전 자료들을 참고할 일이 생길지도 모르니 갖고 계시라당부한 말을 따라 집에 별도 보관키로 했다.

배터리는 넣어두었으므로 펜슬로 클릭 하면 예전 자료들이 화면에 뜨는 폐 스마트폰. 하지만 통화나 데이터 검색, 사진 촬영 등은 불가능하다. ‘유심칩이란 것을 빼냈기 때문이다. 특별히, 응급 전화번호는 가능하단다.

그런 특이사항을 안 순간오랜 와병(臥病) 끝에 미래는 없고 과거의 기억만 남은 채, 위중할 때 병원 응급실로 연락할 미력만 간신히 있는 노인 환자 모습이 연상되는 건 웬일일까.

최첨단의 전자기기가 오래되면서 마치 오래 산 사람의 삶과 흡사하게 된 이 절묘한 상황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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