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광(風光) 좋은 춘천이라 해서 불경기가 그냥 지나가는 건 아니다.

전국을 휩쓴 무거운 불경기 속에 너나 할 것 없이 힘든 춘천의 나날들.

그래도 손흥민이 활짝 웃고 있는 벽의 그림을 보면삶의 욕구를 흔들어 깨우게 되는 것을!

그는 춘천의 아들이며 자랑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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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의동에 있는 우리 집에서동면의 춘심산촌 농장까지 거리가 10km쯤이다지름길로 가려면 도심을 거쳐야 하므로 수시로 받아야 하는 교통신호에다가긴 대기 차량들 때문에 30분 가까이 걸릴 때도 있다.

그 때문에 아내와 나는 춘심산촌 농장을 자주 가지 못한다하긴 척박한 돌투성이 밭이 춘심산촌 농장의 정체이므로 자주 가지 못한다고 해서 큰일 날 일은 없다그저 몸 건강을 위해서 가끔씩 바람 쐬는 겸 다니는 거니까.

그래도 춘심산촌 농장의 초기에는 자주 갔었다고추 농사에 옥수수 농사까지 짓느라 제법 바빴기 때문이다그럴 때농사일을 마치고 귀갓길에 샘밭에 있는 콩이랑 두부랑’ 식당에서 사 먹는 얼큰 순두부는 얼마나 맛있었던가.

 

그 콩이랑 두부랑 식당이 우두동으로 이전해서아주 쾌적하고 넓은 식당으로 탈바꿈했다벌써 3년이 지났단다.

3월 7일 오늘한 해의 농사를 가늠하기 위해 아내와 춘심산촌 농장에 와서 일하다가 귀갓길에 우두동에 있는 콩이랑 두부랑에 들렀다여전히 순박한 반찬에맛있는 얼큰 순두부순두부를 먹다 보면 나타나는 바지락조개들의 풍미까지!

주인장인 허태웅 씨가 페친인 나를 알아보고 다가와 인사해서나는 황송하기 그지없었다그가 다녀간 뒤 아내가 내게 소리 죽여 말했다.

당신이 알게 모르게 유명인사가 되어가는 거라고.”

글쎄.

그냥 춘천에서 오래 살다 보니 이뤄지는 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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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게도 영어가 들린다. 물론 쉬운 초보 영어다.

혼자 텔레비전의 외국영화를 보는데 주인공이 떠나가는 상대한테 이렇게 말했다.

“I will miss you."

그 순간 내게 나는 당신이 늘 보고 싶을 거야.’하는 말뜻이 생생하게 전해지질 않던가!

 

영화가 끝난 뒤 나는 ‘miss’란 말의 묘한 어의(語義)에 빠져들었다. miss의 일반적인 뜻은 ‘(무엇을)잃어버림이다. 그런데 영어권 사람들이 그리워하다란 뜻으로 전용(轉用)하는 것이다.

나는 깨달았다. 그렇다. 누군가를 그리워한다는 것은누군가를 곁에서 잃어버린 거라는 사실을. 곁에 두고 싶은 누군가의 부재(不在)는 곧 누군가를 향한 그리움일 수밖에 없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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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손녀가 병이 난 할머니한테 이렇게 말했다.

할머니, 아프지 마.”

 

손녀의 그 말이 내게 어딘가 이상하게 들렸다. 왜 그럴까 생각해보곤 까닭을 깨달았다. 어법에 어긋난 표현이었다. ‘아프다는 명령할 수 없는 형용사인데아프지 마하고 명령을 한 거다. 어법에 맞게 손녀가 말한다면 아파하지 마라고 했어야 한다. ‘아파하다는 명령이 가능한 동사다.

정리한다. “할머니, 아파하지 마.”라고 해야 맞는 표현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아프지 마할 때의 말맛이 살지 못하는 게 아닌가.

나는 잠시 고민 끝에 다시 정리한다.

어린 손녀가 말하는 한 아프지 마가 어법에 어긋나더라도 그냥 봐 주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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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를 절다의 절다말고 다른 절다가 있다어미활용의 예를 든다면 배추를 소금에 절어라’ 같은 경우다이 절다가 어느 때부턴가 발음이 강해지면서 쩔다로 쓰인다뜻도 달라졌다요즘 젊은이들이 대단한 무엇을 보기만 하면 쩐다 쩔어라고 표현하는 게 그것이다.

 

노년의 내가 뒤늦게 가수 나얼에 쩔었다정확히는 가수 나얼이 부르는 한 번만 더’ 노래에 쩔었다.

잔잔한 드럼의 리듬을 깔고 그가 애절하게 부르는한 번만 더’. 원래 이 노래는 안타깝게도 요절한 가수 박성신의 노래다박성신은 이 노래 하나로 가요계를 뒤흔들었을 뿐만 아니라 6.70년대 대(가수 박재란 씨의 딸이란 사실까지 알려졌다.

사실 노래는원곡을 부른 가수를 뛰어넘기 어렵다그런데 나얼이 원곡 가수 못잖게한 번만 더를 잘 부른다.

TV에 나오는 것을 싫어한다는 나얼.

항상 빡빡 깎은 머리를 하는 나얼.

작은 중절모를 즐겨쓰는 나얼.

 

나는 요즈음 나얼의 한 번만 더에 빠져 지낸다그의 구애됨이 없는 현란한 애드리브자유로운 영혼이 부럽다.

노랫말이 이렇다.

 

멀어지는 나의 뒷모습을 보면은

떨어지는 눈물 참을 수가 없다고

그냥 돌아서서 외면하는 그대의

초라한 어깨가 슬퍼

 

이젠 다시 볼 수 없을 거란 인사에

나의 눈에 고인 눈물 방울 흐르고

그대 돌아서서 외면하고 있지만

흐르는 눈물을 알아

 

이렇게 쉽게 끝나는 건가

이것이 우리의 마지막 모습인가

 

헤이 한번만 나의 눈을 바라봐

그대의 눈빛 기억이 안나

이렇게 애원하잖아

   

헤이 조금만 내게 가까이 와봐

그대의 숨결 들리지 않아

마지막 한번만 더

그대의 가슴에 안기고 싶어

(하략)


 https://youtu.be/5WzWRwZPXu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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