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함께 글을 작성할 수 있는 카테고리입니다. 이 카테고리에 글쓰기

 

 

  

간밤의 어둠이 채 사라지지 못하고 숲에 어슴푸레 남아있었다. 이른 아침부터 고랑에 난 잡초들과 전쟁이 시작됐다. 그런 고랑이 열 개나 되니까 호미로는 어림없어, 내가 삽을 들고 나섰다

삽날을 옆으로 낮게 뉘어서 잡초가 난 고랑의 바닥을 얇게팍 팍쳐 버리며 돌아다녔다. 너무 강하게 치면 고랑의 바닥이 깊이 파이고, 너무 약하게 치면 고랑 바닥은커녕 잡초들이 반 넘게 살아남고. 삽날로 내치는 힘을 적절하게 구사하느라 삽자루를 부여잡은 두 손에 쥐가 나기도 수십 번이었다. 수시로, 삽질을 멈춘 뒤 삽자루를 지팡이 삼아 잡고 서서 쉬어야 했다.

홀딱 벗고!”

검은등뻐꾸기가 숲 어디서 그렇게 울기 시작했다. 아내를 보았다. 밭 둘레에 조성한 꽃길 주변을 김매느라 정신없는 모습이었다. 아내는 지인들을 밭으로 초대할 계획이었다.‘산비탈 밭이지만 넓이가 팔백 평이나 되는데다가 꽃들로 아름답게 단장된 곳이라며 자랑하고 싶은 걸까.

 

  

홀딱 벗고!”

그럼, 아내는 과연 이 밭을 농사지을 의지가 있었나? 남편은 땀을 뻘뻘 흘려가며 밭에서 고생하는데, 자기는 지인들한테 꽃단장 된 밭 풍경을 보여주려고 바쁘다니. 작은 가방 속에 갖고 다니는 부동산 책만큼이나, 이해하기 힘든 아내의 요즈음 행동이었다. 문제는 잡초들이 아내와 나의 미묘한 갈등과는 상관없이 사나운 기세로 창궐했다는 현실이다.

 

홀딱 벗고!”

아침 햇살이 훤하게 들어차면서 주위의 풍경이 밝고 어두움을 뚜렷하게 드러내었다. 나는 다시 삽자루를 두 손으로 부여잡고는, 생각지도 못하게 농사일에 휘말린 내 팔자를 향해단단히 고랑에 뿌리박은 잡놈의 풀들을 향해 사납게 삽날을 휘둘러댔다.

홀딱 벗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착한 낙지라는 음식점 간판을 봤다. 낙지가 과연 착할 수 있을까? ‘착하다는 말은 도덕적 기준에서 나오는 표현인데 글쎄, 바닷가 뻘에서 살다가 운 없이 사람들에게 잡혀 식탁에 오를 운명한테 합당한 표현일까? 낙지 입장에서는 착하다기보다는 억울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억울한 낙지’?

그 또한 이상하다.

물론 착한 낙지란 간판의 속뜻은 서민들이 부담 없는 가격으로 먹을 수 있는 낙지란 말일 게다. 어쨌든 간판의 명을, 무심한 내가 발길을 멈추고 이런저런 생각에 잠기도록 지었다면 식당 주인 입장에서는 성공한 게 아닐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내가 보기에, 전 대통령 박근혜의 발목이 본격적으로 잡힌 것은 20144월의 세월호 침몰 사건 때부터였다. 그 후 그녀는 쉼 없이 세월호에 시달렸다. 그녀가 눈물 흘리는 모습까지 TV를 통해 전 국민에게 보여주었지만 별 소용없었다.

마침내 3년 만에 탄핵당하여 법정에 서게 된 그녀. 공교로운 것은, 그 동안 바다 밑에 가라앉아 있었던 세월호가 수면 위로 인양되려는 시기와 맞물려져간다는 사실이다. 픽션으로는 결코 따라갈 수 없는 현실의 절묘한 타이밍. 나는 할 말을 잃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3월을 봄의 시작이라 한다. 하긴, 절기상 입춘은 벌써 2월초에 있었다.

3월의 산하는 뜻밖에 풀빛 하나 없다. 밭농사를 짓기 시작하면서 해마다 느끼는 일이다. 산하는 지난해늦가을의 시들어 마른 빛깔들뿐이다. 푸른 풀빛의 봄 풍경은 4월 중순은 돼야 가능하지 않을까.

사진에서 보이는 푸른빛은 농협에서 산 퇴비들 겉포장과 작년에, 산짐승들로부터 작물들을 보호하려고 둘러친그물망울타리와 5평 넓이 컨테이너 농막이 전부다. 그 외는 무채색이나 다름없이 황량한 지난해늦가을의 시들어 마른 빛깔들.

, 밭의 검은색으로 보이는 것들은 포장지를 뜯어 쏟아놓은 퇴비들이다. 황량한 3월의 봄 풍경에 올 한해 밭농사의 의지(意志)들을 일단 쏟아놓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무공해 에너지를 제공한다는 풍력발전기. 모습 또한 얼마나 멋진가. 바람 부는 산등성이나 푸른 바닷가에 세워져, 거대한 바람개비처럼 돌면서 우리의 잠들었던 동심마저 깨운다.

그런데 세계일보(2016-04-03)에 이런 기사가 났다.

 

..... 전남도 분석 보고서에서 풍력발전시설 인근 지역 주민은 수면장애, 이명, 어지럼증 등을 호소하고 있다풍력발전시설로 인한 소음에 대해 가까이 있는 사람뿐만 아니라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도 소음 불편을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일부 주민은 풍력발전소 그림자가 집안 내부로 비쳐서 불편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풍력발전기 때문에 남다른 고통을 받게 된 분들이 있을 줄이야. 세상사, , 무엇 하나 간단치 않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