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통증 속에 있었다. 나는 어둠 속에 있었다. 통증이라는 그 깊고 무거운 어둠. 문 밖의 빛 한줌조차 어둠을 보여주는 역에 불과했다.
따가운 햇빛 아래에서 밭일 하다가 지쳐 농막에서 잠시 쉬었다. 그 때 시원한 산들바람이 불었다. 그 풍경을 놓치고 싶지 않아 사진 촬영했는데 과연 그 바람이 포착됐을까?
그 여름날을 기억한다. 석사동에 있는 어느 허름한 막걸리 집이었다. 처음 만났지만 대화가 통하여 함께 밤을 지새우며 ‘삶과 문학’얘기를 나눴다. 하루만으로 부족해 일주일 가까이 밤을 새웠다. 1972년 7월이다. 세월의 강을 건너 화천 감성마을에서 다시 만났다. 2018년 4월, 비 갠 어느 날이다.
옥수수 밭 일부분을 비닐 멀칭하지 않았더니 잡초가 기승부렸다. 무심 내외가 한 나절 매달려서 잡초들을 뽑아냈다. 그래도 5%가량 남은 잡초들. 그렇긴 하다. 우리 사람의 잡념도 100% 없애지 못한다. 완전한 무념무상은 환상이다.
보석상점에 있는 다이아몬드들만 아름다운 게 아니었다. 칠흑 같은 밤에 춘심산촌에서 멀리 보이는 가로등 불빛들 또한 아름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