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9년 연말이다. 내가 춘천문협의 송년회장에서 우안 최영식을 처음 만난 것은.

만나기는 그 때가 처음이었지만 알기는 오래 전부터였다. 그의 눈이 소 눈을 닮아서 사람들이 우안(牛眼)이란 호를 붙였다는 것, 한국화에서 독보적인 경지를 이룬 춘천 화가라는 것, 생활한복을 즐겨 입는다는 것, 근년에는 소나무 그림에 천착하고 있다는 것 등을 언론매체나 소문을 들어서 알고 있었다는 얘기다.

특히 몇 년 전에 산막골에서 정재식 금속공예가를 만났을 때는 '우안이 저 아래 폐교에서 살다가 얼마 전에 시내로 나갔다'는 얘기를 들었고, 어디 그뿐인가, 선배소설가 이도행 씨한테서한 때 산막골의 폐교에서 우안과 같이 지냈다는 얘기를 듣기도 했다. 

 

2019년 연말의 춘천문협 송년회장에서 처음 우안을 만나면서 나는 그의 주소를 묻고는 며칠 후 내 두 번째 작품집 ‘K의 고개를 우편으로 보냈다. 화가인 그가 뜻밖에 글도 잘 쓰는 사람임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책을 선사받으면 감사의 뜻을 전하는 게 예의다.

그런데 그는 꿩 잡아먹은 것처럼 감감무소식이었다. 그래서 내게 오해가 생겼다. ‘우안이 그림은 잘 그릴지 몰라도 예의는 없는 사람이구먼!’

 

오늘(2021.3.31.) 그 우안을 만나게 되면서 오해가 순식간에 풀렸다. 그가 내게 말했다.

"제가 청각에 장애가 있어서 책 받은 고마움을 어떻게 전해야 할지 몰라 차일피일 미루다가 

하면서 ‘K의 고개를 읽은 독후감까지 말해줬다. 순식간에 오해가 풀렸다. 우리는 악수를 두 번씩이나 하며 환하게 웃었다.

 

우안과 나는 625동란 중 태어난 사람들이다. 앞으로 틈나는 대로 만나서 얘기 나눌 것이다.

 

 

우안 최영식 - 선암사 와송과 선암매

 

우안 최영식 -  도산 매송도

 

우안 최영식 - 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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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버들 한 그루가 우리 내외도 모르게 슬그머니 농장 입구에 자리 잡고서 꽃들을 화사하게 피우더니  진달래들까지 농장을 에워싸고 예쁜 꽃들을 피우려 한다.

나무시장에 가서 돈 주고 사다가 심은 철쭉들보다 먼저 개화를 서두르는 진달래들. 그녀들 또한 호랑버들처럼 우리 내외 모르게 농장에 자리 잡았으니 야생의 자생(自生)은 놀랍기만 하다.

 

산속에서 밭농사 짓다가 반가운 일은, 산의 진달래들이 알게 모르게 밭 가장자리에 자리 잡고서 꽃 피우는 광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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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참나무?’란 제목의 글을 써서 페북에 올렸었다. 물음표를 단 건 나무 수종(樹種)을 확신 못해서였다. 그런데 지인인 ‘Lee Kangnyeon’ 님이 내게 그 나무를 근접 촬영한 사진을 보내달라하기에 그리했더니 이틀쯤 지나 정확한 수종을 일러주었다. 갈참나무가 아니라 호랑버들이라고.

정명(正名)이 서자 물음표가 떨어졌다.

 

순간 고구려 2대 왕인 유리왕의 전설이 떠올랐다. 이런 전설이다.

유리가 태어나기 전에 아버지 주몽이 동부여를 떠났기 때문에 유리는 아버지 없이 자랐다. 성장한 후 아버지 주몽이 남긴 징표인 부러진 칼을 일곱 모 난 주춧돌과 소나무 기둥 사이에서 찾아냈고, BC 19 4월 고구려를 세워 동명왕이 된 주몽을 찾아가 이 부러진 칼로 아들임을 인정받고 태자에 올랐다. 그 해 9월 동명왕이 죽자 왕위에 올랐으니 2대 유리왕이다.”

농장 입구에서 저절로 큰 나무가 호랑버들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떠오른 전설치고는 너무 거창한가?

 

 

https://blog.naver.com/ilovehills/222285868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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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농장의 나무는 나무시장에서 돈 주고 사왔거나, 지인한테서 선사받았거나 한 것들만 있는 줄 알았다.

그런데 농장 입구의 작은 창고(컨테이너) 부근에서 근거를 알 수 없는 나무 한 그루가 언제부턴가 기세 좋게 크는 것이다. 도대체 나무이름부터 알 수 없어서, 여기저기 자료들을 뒤진 끝에 아마도 갈참나무인 것 같다는 결론에 다다랐고 그 때문에 아직도 물음표를 첨부한다.



요즘 들어 다른 나무들은 겨울잠에서 막 깨어나는 듯싶은데 이 갈참나무만 기세 좋게 꽃들을 만개했다. 놀라운 일이다. 이식된 근거가 분명한 나무들은 꽃 필 생각조차 없는데 이 갈참나무만 활짝 꽃 피우고서농장 입구에 자리 잡은 때문에 마치 농장을 지키는 수문장처럼 보인다.

봐라.

이렇게 아름다운 수문장이 어디 또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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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 밤 나는 꼬리치레도롱뇽을 만났다. 인적 없는 산 속의 물 맑은 곳에 사는 꼬리치레도롱뇽을야경(夜景)이 아름다운춘천의 모 처에서 만나다니 정말 놀라운 일이 아닌가.

더욱 놀라운 것은 그 꼬리치레도롱뇽과 장장 3시간이나 대화를 나누었다는 사실이다. 암컷이 알들을 낳고서 떠난 자리에 수컷이 남아서 그 알들을 온몸으로 지킨다는 꼬리치레도롱뇽의 부성애(父性愛) 얘기에 나는 뜨겁게 감동했다.

 

착시(錯視)했다.

 

 

꼬리치레도롱뇽의 생태를 20년 넘게 연구한다는 제자를 만나서, 야경이 아름다운 모 처에서 3시간이나 대화를 나누다 보니까 그가 꼬리치레도롱뇽으로 보이던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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