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래소환(召喚)’은 두려운 단어다. 사전에서 이리 정의해 놓았다.

소환: (검찰이 사건의 혐의자나 참고인을) 조사하기 위하여 불러들이다.”

느닷없이 검찰의 소환장을 받고 기분 좋을 사람이 있을까?

 

그런데 요즈음 그소환이 반가운 단어로도 쓰이고 있다. 주로 TV 예능 프로그램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구체적으로는 종편방송 jtbc슈가맨에서다. 이런저런 사정으로 오랫동안 소식이 끊긴 가수들을 잠시나마 무대로 불러내면서소환이란 단어를 쓰는 것이다. 예를 든다면 ‘90년대의 인기 가수 홍길동을 지금 여러분 앞에 소환합니다.’하는 식이다.

얼마 전부터 선풍적인 인기를 끄는 양준일 씨의 등장이 대표적이다.

검찰청 소환보다는 슈가맨 프로그램의 소환이 기분 좋다 마다다. 언어는 그 언어를 사용하는 언중(言衆)의 것이다. ‘소환이란 두려운 단어가 기분 좋은 단어로도 쓰이다니 놀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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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현종 화백은 두문불출 형이다집에서 그림만 그리는 편이다그런 서 화백도 마음 한 편에는 집에서 나와 어디론가 가고 싶은막연한 그리움이 있는 걸까그의 그림 덜컹거리는 그리움’.

그 그리움이 혼자 떠나는 소형차보다는 다른 사람들에 묻혀 떠나갈 수 있는 군중 속 고독의 버스를 선호하는 듯싶다. ‘교동에서 샘밭가는 표지가 버스 앞 창에 달려 있는 걸 보면 굳이 먼 곳이 아니더라도 그리운 어떤 마음을 가라앉힐 수 있는 정도의 거리면 되는가 보다.

 

후기서 화백이 페북에 화천 밤거리에 서 있는 자기 사진을 올렸다백 여리는 될 화천에 가 있다니!



서현종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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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비 추적추적 내리는 날 밤에 최삼경 시인이 내게 중후한 책 한 권을 선사했다. 설렁탕이 맛있기로 소문난 감미옥에서다,

강과 사람

책의 제목부터 마음에 들었다. 무심은 선사받은 책은 독파를 원칙으로 한다.

그런데 독파하는 방법이 책마다 다르다. 얼마 전로마, 약탈과 패배로 쓴 역사는 시대 순으로 쓰인 책이므로 첫 페이지부터 끝 페이지까지 차근차근 읽어나갔다. 하지만강과 사람은 여러 필자들의 글을 모아 낸 책이므로자유분방하게 읽어나갔다. 마치 게릴라전처럼 여기저기 눈에 뜨이는 대로 읽어나가는 것이다. 세 번째 글을 읽고 나선 느닷없이 첫 번째 글을 읽는 식이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모두 읽게 된다.

지금 현재 반 넘게 읽었다. 숯으로 그림을 그리는 화가 이재삼을 인터뷰한, 최삼경 시인의 글부터 읽었다. 역시 맛깔스럽게 썼다. 최 시인이 인터뷰하며 쓴 글들은 그 옛날 뿌리 깊은 나무란 책을 다시 보는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70년대 독서가를 풍미한 뿌리 깊은 나무80년대 들어와 전두환 정권의 제호 변경이라는 무지막지한 지시에 하는 수 없이샘이 깊은 물로 바뀌어 나오다가 결국은 사라지고 말았다. 벽지의 학교에서 청춘을 보내던 무심은 그 난데없는 제호 변경에 독서의 맛조차 한동안 잃었었다.

 


강과 사람에서, 어제는하천 복원의 국제적 흐름이란 글을 읽었다. 매티어스 콘돌트 G란 미국의 모 대학교수가 쓴 글이다. 읽어나가다가 아주 좋은 구절을 발견했다.

대규모 준설이 주요 요소인 어떤 사업을복원이라 부르는 것은 국제적인 기준에서 완전히 어긋난다. 진짜 하천 복원은 복원 일의 대부분을 강이 스스로 하도록 내버려두면서 자연적 과정들과 서식처들을 복원하는 것을 함축한다.(158페이지 중)”

무심은 이 구절에서 도를 도라고 하면 도가 아니다(道可道非常道 名可名非常名)는 노자의 말을 떠올렸다. 그렇다. 도는 감히 논하거나 손댈 수 없는 것이다.



자연을 함부로 손대서는 안 된다.

강을 함부로 손대서는 안 된다. 함부로 손대는 바람에 벌어진 참화를 ‘4대강 사업이 벌어진 뒤목격했다.

세상에서 가장 좋은 것은 물 흐르는 것과 같다는 상선약수(上善若水)란 말도 떠올랐다. 서양의 지혜와 동양의 지혜는 다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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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감은 고독해 보이지 않는 상대방이 있을 때 느껴지는 비교감정이 아닐까?

 

화성 탐사로봇 오퍼튜니티가 지난해 2월 작동을 멈추기 전 보내왔다는 화성 풍경 사진. 이 이상 황량할 수가 있을까. ‘고독감조차 사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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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의 고려 시대 적 이름이 임영(臨瀛)이라는 사실을 안 뒤 궁금증이 생겼다. 에서 삼수변을 뺀 이 도대체 뭔가? 하는 궁금증이다. 획만 해도 20획이나 된다. 간단치 않은 글자다.

옥편에서 찾아봤다. ‘진나라 성() 이라 풀이돼 있었다. 다름 아닌 천하(중국)를 처음으로 통일한 진시황의 성()이었다.

 

한 편 영()은 한자의 구성 원리 중 형성(形聲)에 해당된다. 그렇다면 진시황의 성인 영()을 소리로 하고 물의 뜻을 가진 삼수변()을 더해 만들어진 글자였다.

형성에서 한 쪽은 소리를 담당하지만 그렇다고 과 전혀 무관하지도 않다. () 즉 진시황은 당시 드넓은 천하를 소유했다. 강릉 앞에서 출렁이는 드넓은 동해바다를 영()이라 표현할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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