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오랜만에 국사봉을 오르면서 새삼 감탄했다. '이런 아담한 동산이 집 가까이에 있다니!'

변함없는 모습으로 겨울을 맞는 소나무들.

정상의 '국사봉 망제탑' 또한 변함 없었다.

코로나 탓일까, 오늘 국사봉은 인적이 드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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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대 후반은 춘천의 극장 전성기였다극장 이름만 예를 들어도 소양제일육림신도문화중앙남부 등대부분 부르기 편한 2자 이름이었는데 별스레 3자 이름도 있었다. ‘아세아’ 극장이 그것이다기와집골 어귀에 자리한 아세아 극장 또한 시대의 변화(TV 시대속에 사라지고 말았는데 … 놀랍게도 그 건물은 남아 있었다.

 

나는 샛별 어린이집으로 남은 그 옛날의 아세아 극장을 보며좀체 발걸음을 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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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흔히 노점의 한자를 길에서 장사한다는 뜻路店이라고 알고 있다. 그렇지 않다. ‘찬 이슬 맞으며 장사한다는 뜻露店이 맞는다.

노숙자의 한자 역시길에서 자는 사람이라는 뜻路宿者로 알고 있는데 그렇지 않다. ‘찬 이슬 맞으며 자는 사람이라는 뜻露宿者가 맞는다.

하긴 오갈 데 없는 딱한 신세가 되어 밖에서 자게 될 때 지붕 처마 밑에서 잔다는 표현을 씀으로써 모름지기 밤잠은 밤새 내리는 찬 이슬을 조금이라도 피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왜 그리 찬 이슬 맞는 것을 꺼렸을까?

 

한편, 24절기 중 17번째 절기인한로(寒露)’는 찬 이슬이 맺히기 시작하는 시기다. 양력 108~9일 무렵이며 이슬(한로)이 찬 공기를 만나 서리로 변하기 직전의 시기이다.

서둘러 추수를 끝내야 하므로 농촌은 오곡백과를 수확하기 위해 타작이 한창인 때다. 또 제비 같은 여름새와 기러기 같은 겨울새가 교체되는 시기이다.

 

그렇다면 찬 이슬은 추운 겨울로 들어간다는 상징적 의미를 가졌던 게 아닐까. 그래서 노점(露店), 노숙자(露宿者)라는 단어가 만들어진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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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북도의 포항 제철소만 쇠를 벼리는 게 아니었다.

춘천의 강동대장간도 쇠를 벼렸다.

우리 식생활을 책임지는 논과 밭의 농사. 대장간 사장님의 노고가 없었더라면 가능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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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초방지매트로 800평이나 되는 농장을 다 깔을 수는 없었다. 우선은 만만치 않은 비용이다. 특수재질로 만들어진 잡초방지매트는 물론이고 그것을 땅바닥에 고정시킬 때 쓰는 핀(자 형 핀이다) 또한 저렴하지 않다. 그러니 작물을 심은 밭 중심으로 잡초방지매트를 깔 수밖에 없을 터, 그 외는 잡초들이 나도 내버려둘 수밖에 없었다.

그랬더니 별나게 기승을 부리는 잡초들이 K의 눈에 거슬리기 시작했다. 특히 비닐하우스 뒤편의 잡초들이 그랬다. K더 이상 놈들을 방치할 없다!’고 판단했다.

간만에 예초기의 시동을 건 뒤 어깨에 메고 그곳으로 다가갔다. 무성한 채로 K를 반기는(?) 놈들. 이런 놈들은 최대한 바짝 깎아서 기를 꺾어놓아야 한다는 생각에 예초기 날을 지면과 평행되게 한 뒤 바짝 낮추고는 천천히 나아갔다.

왜에에엥!’

사납게 도는 날에 거침없이 잘리는 잡초들. 얼마나 무성하게 자란 잡초들인지, 잘리면 대개 흙바닥이 드러나기 마련인데 여기서는 그대로 더미로 쌓여 흙바닥도 보이지 않는다. 그렇게 K는 한 20분 간 놈들을 해치우고서 농막으로 돌아왔다.

바로 일주일 전의 일이다.

 

오늘 일주일 만에 K는 다시 그곳으로 예초기를 메고 갔다. 만약 놈들이 다시 자라는 기미가 보이면 한 번 더 예초기를 돌릴 작정으로.

다행히 그렇지 않고 먼젓번 잘린 잡초들이 부피가 바짝 줄어든 채로 널려 있었다. K가 아는 한, 모든 생명체는 일단 숨이 끊기면 서서히 몸의 수분이 증발하면서 부피가 바짝 줄어들어 나중에는 마른 거죽만 남는다. 별나게 기승부리던 잡초들이 그렇게 되었다. K는 마음 편히 그 꼴들을 보다가, 기겁했다. 마른 거죽뿐인 잡초들 사이로 뱀의 긴 몸통이 여러 토막으로 잘린 채 목격된 것이다.

짐작이 갔다. 일주일 전 K가 여기서 예초기를 돌릴 때 잡초 속에 숨어 있던 뱀이 얼결에 예초기 날에 잘렸다는 것을. 무성한 잡초들과 함께 봉변을 당하니 눈에 뜨이지 않았다가잘린 잡초들의 부피가 바짝 줄어든 오늘에야 목격된 것이다.

목격(目擊)이란 한자어는 이럴 때 유용했다. 그냥 보았다는 표현보다는 눈에 충격을 받았다는 뜻이니까.

충격 받은 K는 황황히, 예초기를 돌리지도 못하고 그냥 든 채 농막으로 돌아왔다. 아내가 농막 안에 앉아 스마트폰으로 이런저런 자료를 검색하고 있었다. 좋은 세상이다. 스마트폰은 손 안의 컴퓨터라는 말이 실감난다. 어쨌든 K는 평화롭게 인터넷을 하는 아내를 보고 잠시 망설이다가 방금 전 비닐하우스 뒤편에서 벌어진 일을 일러주기로 마음먹었다. 수시로 잡초들을 김맨다고 풀숲을 누비는 모습이 걱정돼서다. 그렇기도 하고 그런다 해도 놀랄 아내 같지 않으니까. 언젠가는 K한테 꽈리 밭으로 들어가는 긴 뱀 한 마리를 봤다!’고 자랑처럼 말한 적도 있지 않았나.

여보 말이야, 방금 내가 비닐하우스 뒤편에 갔다가

하면서 벌어진 일을 그대로 전했다. 아내의 반응이 의외였다. 기겁해 소리쳤다.

아이고 끔직해.”

산 뱀은 괜찮고 토막 난 뱀은 끔직하다니 어이가 없었다. K는 아내한테 덧붙여 말했다,

그러니까 이제부터는 함부로 잡초들 김맨다고 풀밭에 들어가지 말라고. 나는 풀밭에 들어갈 때마다 예초기를 앞세워 돌리니까 걱정 없지.”

그러자 아내가 엉뚱한 말을 했다.

그 뱀 토막들을 어떻게 했어? 치웠어?”

그러고 보니 K는 그 자리를 황황히 떴다. 살아 있는 뱀도 그렇지만 토막 난 뱀도 무섭긴 마찬가지였다. 뭐라 즉답을 피하고서 침묵하며 앉아 있다가토막 난 채 내버려둔다면 앞으로는 예초기를 들고서도 그 쪽은 무서워서 가지 못할 것이다. 일종의 트라우마가 되는 것일 텐데 그래 갖고 이 풀밭 천지에서 어떻게 농사짓나? 그렇다. 몹시 싫더라고 꾹 참고서 지금 다시 그 현장을 가서, 그 토막 난 것들을 다 치워버려야 한다.’

 

K는 다시 예초기를 들고서 그 현장에 갔다. 긴장해서 거죽만 남은 잡초들 사이를 살피자 역시 토막 난 뱀의 몸통이 보였다. 부엌칼로 썬 소시지의 토막들 같다. K는 떨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좀 더 자세히 살폈다. 놀랍게도 대가리가 삼각으로 뾰족한데다가 몸통의 무늬도 얼룩덜룩한 까치 살모사였다!

한 번 물리면 일곱 걸음을 띠기 전에 죽는다는 우리나라 최고의 독사.’

더욱 놀라운 것은 예초기에 잘린 대가리 꼴을 봤을 때 대가리를 고추 세우고 있다가 잘렸다!’는 사실이다. 짐작이 갔다. 이놈이, 예초기가 굉음을 내면서 다가오자 본능적으로 대가리를 바짝 세우고서 맞서려다가 변을 당한 것이다. 만일 K가 예초기를 돌리지 않고 무심하게 풀밭에 들어갔다가는 이놈한테 발을 물려 비명횡사했을지 몰랐다.

천만다행이었다. 운이 좋았다.

가슴을 쓸어내리다가 문득 엄습하는 두려움.

까치살모사를 단번에 처치하는 예초기라니. 이 무서운 것을 앞으로는 정말 조심해서 다뤄야 한다.’

K는 다른 때와 달리 예초기를 돌리지도 않고 들기만 한 채 조심조심 농막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2020년 어느 여름날에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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