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흉측한 얼굴생김이라 그런지 영화마다 항상 안 좋은 역을 맡았다. 그의 이름은 엘리 월러치.

하지만 엘리 윌러치라는 이름을 기억해내는 대중들이 왠지 많지 않을 것 같다. 차라리 그가 출연했던 영화 중석양의 무법자(원제:The Good, The Bad And The Ugly)’ 속 이름으로 얘기하는 게 나을 것 같다.

The Ugly‘투코

그의 열연에 박수를 아끼지 않는다.

 

투코에 찬사를 아끼지 않는 것은, 며칠 전 춘천교육문화관에서유령작가라는 영화를 본 때문이다. 주인공(이완 맥그리거)이 바닷가에서 살인사건의 단서를 잡는 장면에 투코가 잠깐 등장한 것이다. 처음에 나는 그가 투코임을 몰랐다. 워낙 잠깐인 조연인데다가 많이 늙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분명히 어디선가 본 얼굴이라는 생각에 영화가 끝난 뒤 인터넷으로유령작가등장배우들을 검색하여 바로 그가 투코임을 확인한 것이다.

바닷가 누추한 오두막집에서 추하게 늙은 모습으로 등장하는 투코.

그 모습에 나는 감명 받았다.

철저하게추하게 늙은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얼마나 늙었는지 그는 굳이 노인 분장을 할 필요가 없어 보였다. 한 배우가 굳이 노인 분장을 안 하더라도 될 만큼 실제로 늙었다면 사실 얼마나 가슴 아픈 일일까!

 

하지만 투코 그는 조금도 위축됨이 없이, 추레한 노인 역을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투코 그는 명 배우였다. 그는 이미 5년 전에 세상을 떴다고 한다. 인터넷으로 알게 된 사실이다.

하긴석양의 무법자에 등장한 세 명의 총잡이 중 리반 클리프도 이미 20년 전에 세상을 떴다. 클린트 이스트우드만 혼자 살아남은 것이다.

 

석양의 무법자영화로 세계적인 배우로 거듭난 클린트 이스트우드. 사실 그가 그런 영광을 안게 된 것은 나쁜 놈의 리반 클리프와 흉측한 놈의 투코가 열연해준 덕이 아닐까?

투코. 허구이긴 하지만 세상의 흉측한 놈 상()을 우뚝 세운 그의 명 연기를 다시 한 번 그리며 삶의 덧없음을 슬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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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퍼스트 리폼드를 보았다. 영화가 시작되고 얼마 안 돼 관람을 포기하고 그냥 나가 버리는 관객들이 있었다. 하긴 영화 시작되기 전부터 관객 수가 채 10명이 안 돼 그리 놀라지는 않았다.

()배우 에단 호크가 등장한 영화치고는 관객이 인내심을 갖고 지켜봐야 할 영화였다. 특히 내가 주목한 것은 주인공 툴러 목사(에단 호크 분)가 막힌 변기를 뚫고자 뚫어 뻥을 사용하는 장면이었다. 성직자도 사실은 일반인과 하나도 다를 바 없다는 암시이자 상징이 아닐까? 하긴 성직자 자신이 특별한 사람이 아니라는 인식이 있을 때 일반인의 고통이 체감되고 절대자의 말씀이 여실해질 것 같다.

 

영화의 결말이 충격적이었다. 갑자기 필름이 끊긴 듯 화면 처리가 돼, 나는 영사기가 고장 났구나!’ 생각했다. 내 어릴 적에 모든 시설이 미비한 시절에는 그런 경우가 있었지만 요즈음처럼 기술 문명이 발달한 시대에 그런 일이 일어나니 다소 황당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그 직후에, 출연 배우들과 제작에 참여한 사람들의 이름이 정상적으로 화면에 뜨는 걸 보면서 영화감독의 놀라운 엔딩 처리라는 것을 깨달았다.

 

 

귀가하면서 놀라운 그 엔딩 처리를 곰곰이 생각해 봤다. 답이 나왔다. 일종의 여운을 주는 결말이었다. 주인공 목사가 사람들이 많이 모인 행사장에서 자폭(自爆)하는 대 참사를 준비하다가, 배부른 임신부를 목격한 순간 극적으로 포기하면서 그녀와의 사랑 장면으로 선회하는데 세상의 그 누가 그런 장면의 뒷얘기를 보여줄 수 있을까? 천생 영사기가 고장 난 듯 마무리 지을 수밖에 없었다.

퍼스트 리폼드

내게 깊은 감명을 준 명화였다. 영화관에서 상영된 지 이제 며칠 안 된다. 관객들의 뜨거운 반응을 기대하는 건 아직은 무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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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면에 뜬‘12세 이상 관람가라는 자막에 나는 적지 않게 당황했다. 그렇다면 어린이들이나 볼 영화라는 생각에서다. 만일 아내가 옆에 없었더라면더 포스트영화 보기를 일찌감치 포기했을 게다. 오랜만에 부부가 함께 영화를 보자며 아내가 정한 첫 번째 영화였기 때문이다.

 

 

영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피가 튀고 살점이 떨어져나가는 참혹한 월남전 장면부터 시작되기에그럼 그렇지.’하는 안도감과 함께스릴러 영화로 분류된 까닭까지 납득될 것 같았다. 하지만 이내 화면이 바뀌어 미국의 신문사들끼리 벌이는 치열한 특종 취재 경쟁 현장이라, 어안이 벙벙해졌다가 서서히 그 치밀한 내용 전개에 우리 부부의 숨이 조여드는 듯싶었다.

결국 영화 초반에 잠깐 나온 월남전 장면 이외에는 단 한 번도 총성이 울리지 않는데 정작 관객들은 긴장의 끈을 조금도 늦출 수 없었다는 사실이다.

 


 

영화가 끝난 뒤 아내한테 내가 말했다.

언론인이라면 반드시 한 번은 이 영화를 봐야 하지 않을까?”

아내가 단번에 수긍했다. 하긴 다른 이견(異見)을 댈 수 없는 부당한 권력과 맞서 싸우는 참된 언론의 이야기영화였다.

 

 

남편의 뜻하지 않는 사망으로 얼결에 신문사 회장이 된 메릴 스트립. 그녀의 신문사 편집국장 톰 행크스. 두 사람의 불꽃 튀는 연기 대결이 볼 만했다. 내가 보기에 두 사람은 영화배우가 아니라 영화 속 내용의 실제인물 같았다. 그렇지 않고서는 이해가 안 될 영화 속 모습들이었다.


 

 

신문사를 보전하기 위해 정부의 탄압에 굽히느냐, 아니면 신문사가 망하더라도 정부의 탄압에 맞서 특종 기사를 신문에 싣느냐 하는 절체절명의 순간 메릴 스트립이 보여주는 감동적인 표정연기!

그녀는 힘겨운 후자를 택하며 눈시울을 적시는 표정만으로 모든 것을 남김없이 보여주었다.

 

 

앞에서 한 내 말을 일부 고치겠다.

더 포스트 영화는 언론인은 물론이고 일반 사람들도 한 번은 봐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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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펫의 이중생활​'- 발칙한 애완동물들 (2016.08 작성)

 이 영화의 첫 번째 매력은 동물들의 동작을 아주 섬세하게 잘 묘사했다는 점이다. 그런 장면들에 놀란 나는 함께 영화를 보는 아내한테 물었다. "정말 강아지가 저런 동작을 해?" 아내가 답했다. "정말 저래요. 똑같아요!" 나와 달리 강아지와 친하게 지내는 아내이니까 빈 말이 아닐 것이다.

 

 이 영화는 우리 주변​의 동물들이 오직 본능에 따라 단순하게 움직일 거라는 편견을 일시에 부숴뜨린다. 이 영화를 만든 이들이 장면 하나하나에 얼마나 심혈을 기울였는지 그 정성과 노력이라니!

  

 

 이 영화의 두 번째 매력은 기발한 발상이다. 주인이 출근하고 나면 애완동물들이 무력하게 집이나 지키고 있을 거라는 우리의 상식조차 일시에 깨부순다. 또한 양순한 동물로 아는 토끼가 부랑배 동물들의 리더가 되어 행동한다는 놀라운 반전.......  


 

 사실, 상식이 오래되면 고루한 그 무엇이 되어 우리를 타성에 젖어 사는 존재로 만들지 않나?  타성, 그것은 결국 우리 인간을 기계의 부품처럼 타자화하고 말리라. 이런 관점에서 이 영화는 우리로 하여금 상식에 잊혀진 순수 혹은 본질을 한 번쯤 생각토록 한다.

 

  실토하자면, 지칠 줄 모르는 폭염을 피해 냉방이 잘될 아무 영화관에나 들어가 있자며 아내와 함께 본 게 이 영화다. 어린이들이나 볼 애니메이션 영화이지만 그저 시간을 죽이기 위해 자리에 앉은 것이다. 하지만 뜻밖에 감명도 받고 애완동물들의 매력에도 푹 빠졌다.

 


  "마이펫의 이중생활"

  이 영화는 어린이들만 보는 영화가 아니다. 우리 어른들도 봐야 한다. 잊거나 혹은 잃은 그 무엇을 확인하기 위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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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장면에, 관객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 일제히 뜨겁게 박수 치는 영화가 어디 또 있을까.

126일 저녁, 춘천 시내의 CGV(강원영상위원회 개최한 감자시네마토크)에서였다. 다큐멘터리를 상영한다는데 객석이 꽉 차 있어서 입실 처음부터 나를 놀라게 하더니상영 내내 관객의 시선을 압도하는 바다 속 장면의 영상미그러다가 주인공이 어두운 심해에서 밝은 수면으로 부상하는 마지막 장면에 관객들의 뜨거운 박수가 저절로 터져 나온 것이다. 간단하게 설명하기 힘든 감동의 박수들이었다. 그로부터 열흘 지난 이제야간단하게 설명하기 힘든 감동의 박수들을 찬찬히 분석해 봤다.



첫째는, ‘주인공 박명호씨가 지난한 삶의 역정 끝에 희망적인 삶에 도달했구나!’하는 찬사의 표현이다. 그가 목숨 걸고 탈북에 성공했으나, 막상 남에서 맞닥뜨린 것은 가족을 온전히 먹여 살려야 한다는 생업의 문제였다. 결국 저승에서 벌어서 이승에서 쓴다는 위험한 직업머구리일을 선택했고 그 선택은 우여곡절 끝에 마침내, 안정적인 삶을 마련해 주기에 이르렀다. 어둡고 깊은 심해에서 햇살 환한 수면 위로 몸부림치듯 올라가는 영화 마지막 장면은 그의 지난한 삶이 마침내 희망을 찾은 모습으로 객석에 와 닿은 것이다. 찬사를 아낄 수가 없었다.


둘째는, ‘주인공 박명호씨가 한 집안의 가장으로서 보여주는 한 치 부끄럼 없는 삶의 자세에 대한 경탄의 표현이다. 북에서 그는 나름대로 대접받는 위치에 있었다. 자신의 안위만 행각한다면 힘들게 북을 떠나지 않아도 될 처지였다. 하지만 자식들의 창창한 미래를 위해서 목숨 건 탈북 길에 나서야 했다는 고백. 그 후 남에서 험한 머구리 일을 하며 아내에게는 횟집을, 막내에게는 외국 유학을, 장남에게는 아비를 도와 배를 모는 선장 직을 하나하나 마련하면서 온 가족이 함께 잘사는 길로 이끄는 그의 대단한 노력. 이런 성실한 가장 모습에 어찌 남에서 함께 사는 동포들(관객들)이 경탄하지 않을 수 있을까!



셋째는,‘주인공이 간직하고 있는 순수한 인간미에 대한 자성의 표현이다. 그는가족 장례를 살던 집에서 치르지 않고 장례식장에서 돈 들여 치르는 남쪽의 편의위주, 낭비 심한 생활을 비판하며 살기는 힘들었어도 가족의 경조사만은 살던 집에서 치렀던 북쪽의 생활을 그리워한다. 남쪽이 자본주의 사회가 되면서 경제발전이라는 성과를 얻은 반면에 순수한 인간성을 잃어버린 게 아닌가 하는 자성을 그가 일깨워 준 것이다. 박명호 그는 비록 북에서 탈출했지만 그곳에 남은 소박한 인간미를 그리워하고 있었다. 인간미. 남의 우리들에게 얼마나 오랜만에 와 닿는 단어일는지!



관객들이 뜨겁게 쳐준 박수의 또 한 쪽은, 이처럼 멋진 다큐멘터리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한 진모영 감독에게 향한다. 탈북민 박명호씨가 연출이 아닌, 있는 그대로 모습을 보여주도록 하면서 3년 가까이 카메라 앵글을 맞추는 일에 전력했고 그 결과물로 나온 500시간 분량 필름들을 85분 인간승리 드라마로 편집해 내는 데 그는 성공했다.

관객들에게 지금 우리가 다큐멘터리를 보고 있는 게 맞나?’하는 의문이 들게 뛰어난 영상미까지 구현한 진영모 감독. 아직 올드마린보이를 못 보신 분들이 있다면 어떻게 해서든지 시간을 내어 한 번 감상하실 것을 당부 드리고 싶다.


 

사족:‘올드마린보이는 역대 다큐멘터리 흥행 1위를 기록 중인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진모영 감독의 신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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