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먼트 리뷰대회] 나는 꽃 필 준비가 되었나?

아파트먼트
테디 웨인 지음, 서제인 옮김 / 엘리 / 2021년 10월

문학에 대한 열정으로 작가를 꿈꾸며 예술대학에 진학한 젊은이들의 질투, 동경, 선망, 삐딱함, 어리석음, 치기가 버무러지는 이 소설은 책을 펼치면 다른것에 방해받지 않고 단숨에 읽어나가도록 만드는 힘이 있다.


소설가의 꿈을 안고 컬럼비아대학에서 문예창작 워크숍을 듣고 있는 '나'와 빌리.

혹독한 합평 수업에서 유일하게 자신의 소설을 다른 시각으로 지지해주는 빌리에 대해 묘한 호기심을 느끼며 소설은 시작된다.

타고난 문학적 재능은 있으나 경제적 상황이 좋지 않아 바텐더 일을 하며 바의 지하실에 묵고 있는 '빌리'에게 불법 전대로 대고모 아파트에 살고있는 '나'가 함께 지내자는 제안을 하면서부터 이야기는 급물살을 탄다.


읽고 쓰는 삶에 대한 동경은 두 사람 모두에게 있으나 무력감과 두려움을 많이 가지고 있는 화자와 타고난 재능과 명석함을 가졌지만 안주하지 않고 꾸준히 쓰는 삶을 이어나가는 빌리는 명암이 엇갈리기 시작한다.


누군가에겐 경제적인 도움이 되고, 누군가에겐 외로움을 잊게 해주는 데 도움이 되는 것처럼 보이나 어느새 나도 모르게 경쟁심이 생기고, 찌질한 질투심과 양심의 갈등 사이, 의존하지만 독립적이고 싶어하는 모순된 감정들은 미세하게 자라나기 시작한다.


생생한 캐릭터, 눈에 보이는 묘사, 묘하게 뒤틀리는 관계를 통해 이 두 청춘의 비범함과 평범함 사이의 간극은 인간의 감성을 샅샅이 파헤친다.




청춘은 두려움으로 가득하다. 성장하면서 느끼는 내면의 두려움, 사랑에 대한 두려움, 선택과 결정, 꿈에 대한 실패의 두려움. 그러나 그 두려움을 모두 극복하고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원동력은 내면으로부터의 저항에 맞서는 용기다.


소설 속 나오는 큰 사건을 보며 상실감이 두려웠던 걸까? 질투심이 폭발했던 걸까? 나 자신에 대한 절망감이 극에 달했던 걸까? 허물어져버린 열정 때문이었을까? 이해되지 않는 행동에 대한 갑갑함이었던걸까? 감정에 동요되어 생각해 보려해도 결국은 두려움 때문이었던 것 같아 그 어리석은 행동이 탄식할 만큼 안타까웠다.


나의 젊은 시절엔 그런 이해 안가는 행동이 없었겠느냐만은.. 이제 와 생각하니 나 역시 두려웠고 조급했다.

자신의 무지를 겸손하게 인정하고, 조금씩 바깥의 세상과 폭을 좁혀가며 '밖'을 '옆'으로 만들었으면 좋았으련만..


존재의 허전함을 사람으로 채우려는 건 무리한 욕심이다.

진짜 '나'를 찾고, 진짜 '나'를 응원해주며 성장해가도록 만들어야 나 스스로가 우뚝 설 수 있다.


모든 꽃이 따스한 봄날에만 피어나진 않는 것처럼 누구에게나 '적당한' 때가 있다.

꽃 필 준비가 되었을 바로 그때가 되어서야 비로소 나비도 벌도 찾아든다.


한 때 나는 어떤 청춘을 보냈는지..

사람을 '살게 하는' 의미는 무엇인지.. 책을 덮고나서도 내내 생각해보게 된다.

[마이리뷰] 거인의 어깨

거인의 어깨 - 국내 최고 환경차 전문가는 왜 리더십과 조직문화에 대해 고민할까?
안병기 지음 / 플랜비디자인 / 2021년 9월

한국의 기업들은 4차산업혁명시대에 조직문화를 혁신해야 하는 과제에 직면해 있다.
산업 패러다임의 변화가 극심한 요즘 비지니스와 세대 변화에 맞는 조직문화의 혁신은 그 어느때보다 중요하다.

리더가 바뀌면 조직문화가 바뀐다.

리더 스스로가 조직문화의 중요성을 먼저 깨닫고, 구성원들 스스로가 만족하면서도 우수한 성과를 낼 수 있는 최적의 문화를 고민해야 한다.

조직생활을 하는 모두에게는 ‘사람‘이 중요하다. 모든 일이 이루어지고 틀어지는 가장 기본단위는 ‘사람‘이다.
‘불굴의 의지‘로 밀어 부치는 기업문화 말고 사람을 끌어당기는 조직문화가 정착되도록 방향성을 바꿔나가야 한다.

국내최고 친환경 전문가인 저자는 미국과 한국의 연구소와 산업체에서 쌓은 풍부한 경험과 고찰을 통해, 급변하는 조직을 어떻게 이끌어야 하는지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잘 전달한다.

바람직한 조직문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온 그동안의 저자의 생생한 사례이자 이를 뒷받침하는 이론이 교차하는 스토리다.

회사의 도전 과제를 어떻게 풀어나갔는지, 조직문화를 혁신적으로 바꿔 어둡고 조용했던 연구소의 분위기를 어떻게 시장통같이 시끄러워지게 만들었는지, 리더에게 필요한 핵심역량은 무엇인지 자세히 기술한다.

이 책은 딱딱한 경영이론서가 아니어서 술술 읽힌다.
저자의 독서메모 또한 다방면으로 생각할 거리를 준다.

저자는 눈(비전), 귀(경청), 가슴(공감), 머리(판단), 입(소통), 성품등을 바탕으로 리더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준다.
기술이 아닌 ‘사람‘에 집중해서 조직을 이끌어간다는 건 회사 뿐 아니라 우리가 속해있는 모든 집단에서 필요하다.
그때그때 상황에 맞는 능력을 갖추고 구성원을 이끄는 사람이야말로 이 시대에 진정으로 필요한 사람이 아닐까.

거인보다 더 멀리 보는 난쟁이가 있다고 한다.
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선 난쟁이다.
자신의 어깨를 내어줄 수 있는 리더가 절실하다.
변화를 원하는 리더에게 추천할만한 책~!

[마이리뷰] 어떻게 지내요

어떻게 지내요
시그리드 누네즈 지음, 정소영 옮김 / 엘리 / 2021년 8월

어떻게 지내요

이웃을 오롯이 사랑한다는 것은
그저 ˝어떻게 지내요?˝ 하고
물을 수 있다는 뜻이다. ✏ -시몬 베유

🔖
죽음을 앞둔 친구와의 여행이라는 소재를 통해
죽음, 타인에 대한 공감과 연민, 여성의 삶 등
무거운 주제들을 감상적이지도 않게,
가볍지도 않게, 따뜻하게 다룬다.

책은 그 여정을 함께하는 두 여성의 우정, 유대감, 서로를 이해하고 지탱해주는 모습을 그려내는 동시에 우리를 둘러싼 삶의 미묘한 단면들을
세심하게 포착해낸다.

📚
팬데믹이 아니더라도 현대의 불안감에 대한 통찰,
혼돈 속의 질서와 아픔과 슬픔을 같이 겪고 있는
우리들의 연대와 공감, 그 안의 아름다움과 서글픔.

고통스러운 이야기지만 그래도 다정하게,
삶과 죽음 어느 하나 소홀히 하지 않아
인간적 공감이 일어나는 책이다.

🏷
시몬 베유의 말에서 따온 ˝어떻게 지내요?˝라는 말은 원어인 프랑스어로는
˝당신의 고통은 무엇인가요?˝라고 묻는 일이란다.

이 한마디에 한 번 터진 눈물은 그치질 않더라.

나에게 너무 소중한 존재가 죽음의 문턱 앞을 드나드는 걸 무력하게 밤낮으로 지켜본다는 건
온 몸의 피가 밖으로 빠져나가는 것만 같았다.
몸 한 가운데 구멍이 뚫린 듯 무엇으로도 채워지지 않고 찬바람만 불고 내내 시큰했다.

🕳
차분하고 말끔하고 품위있게, 평온하게 지내다
죽음을 맞이하고 싶다는 죽음을 앞둔 친구를 보며
화자는 글을 남기는 것도 어떠한 언어로 무언가를 말하는 것도 힘겨워한다.

지켜보는 자의 마음 아픔과 무력감을 직접 겪어보니
그동안 나의 ‘죽음‘에 대해 가볍게 말하던 나는
남겨지는 자들의 상실감과 고통을 끝끝내 외면하고 싶었나보다. 비겁하고 잔인하게...

하필 이 책을 펼쳐들었을 때가
한 생명이 빛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떨던 때라 울기도 많이 울었지만 동시에 마음의 위로도
많이 받았다.

물론, 한 고비를 넘기고서야 책을 완독할 수 있었다.
마음을 너무 졸이며 읽어서 다음엔 조금은 편안한 마음으로 조금은 더 따뜻함을 느끼며 읽고싶다.

친절해야겠다.
내가 마주치는 사람들도 고통과 힘겹게 싸우고 있을지도 모르니...

˝ 어떻게 지내요? ˝

[마이리뷰] 조금 긴 여행을 했었어

조금 긴 여행을 했었어 - 소설가의 세계 여행 에세이
박재현 지음 / 미구출판사 / 2021년 8월

오랜만에 읽은 여행 에세이 🛤

소설가의 2년동안의 조금 긴 여행 에세이라 기대를 한껏 안고 읽기 시작..

뭐지?? 소설가 맞나? 의구심이 들 정도로.....🤔
도시의 풍경과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의 순간을
직접 담은 사진들은 한참을 머물며 보게한다.📸

✈🧳
간결한 문체와 에피소드 중심의 에세이라
내가 가봤던 도시가 나오면 그저 반갑고,
가보고자 계획해 두었으나 무산되어버린 도시들이
나올때면 약간의(?) 부러움과 문득 그리움이
폭발해 애정이 가고..
유쾌하고 배려깊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을때면,
여행지에서 만났던 누군가가 떠올려지기도 하고..
여행에세이를 읽는 맛이란 이런거지 하며
수시로 코 찡끗거리며 읽었다.

🛩🧳
천천히 감각하며 긴 여정을 따라가다보니
여행에 대한 설레임과 그리움이 훅 덮쳐왔다.

⛵
책을 읽고 내친김에 여행에 대한 갈증도 해소할겸 미뤄두었던 해외영화(특히 가보고 싶었던 도시가 나오는 영화 🎬)를 추석 이후로 쭈욱 봤다.

🚀
멈출 줄 모르는 일탈이 시작됐다.
오히려 안도감이 들만큼 나의 생활패턴에서 벗어나니 이게 여행이다 싶어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
여행은 목적이 없어도 되는 것.
그저 지금을 즐기고, 내 마음가는대로 두고,
사소한 감정도 충분히 만끽해주면 되는 것.

한 치의 흠도 잡을 수 없는 파란 하늘과
흐드러지게 핀 코스모스가 한껏 여행자의 기분을
나게 해주는 가을이다.

🚲🚲
작가님 꼭 좋은분과 함께 조지아 다시 가시길~🙏

[마이리뷰] 나무, 돌, 그리고 한국 건축 문명

나무, 돌, 그리고 한국 건축 문명 - 동과 서, 과거와 현재를 횡단하는 건축 교양 강의
전봉희 지음 / 21세기북스 / 2021년 8월

무엇이 우리 건축을 이토록 특별하게 만드는가❗
한국 건축 문명을 따라가다 보면 건축의 미래가 보인다❗

서울대 건축학과 전봉희 교수가 들려주는
동과 서, 과거와 현재를 횡단하는 건축 교양 강의!

📚
건축에 관한 책을 많이 읽어본 건 아니지만,
도시와 공간, 건축에 관심이 있어 몇 권 읽어보았다.
기술과 예술의 종합 그 안에 담겨있는 역사와 문화를
어느 시대에, 인간들의 어떤 마음이 모아져 그 건축물들을 만들어왔는지 따라가다보면 조금은 이해하게 된다.

이 책은 우리의 건축 문명이 세계 건축 문명의 지형 속에서 차지하는 자리가 어디쯤인지를 확인하는 데서 시작해, 그것이 역사적으로 어떤 변화를 거쳐 오늘에 이르는지를 살펴보는 것으로 마무리한다.

자칫 어렵게 느낄 수 있는 내용이지만 책에 다양하게 첨부된 사진과 평면도가 많아 이해가 쉽고 보는 재미가 있다.🏯🏰🕌🛕🏛

🏗🧱
우리 건축의 고유성, 특히 온돌로 형성해온 공간 이용 설명과 목조 건축물들의 단조로움 속의 차이
더 나아가 목조 건축을 짓는 과정을 따라가면서
건물 각 부분의 기능과 의미를 발견하는 것은
큰 재미다.

궁궐과 문화유적지에서 만난 우리의 건축물들을 보며 섬세하고 감각적인 기와와 지붕, 기둥과 기단에 찬탄을 하곤 한다.

자연과의 관계를 중요시하는 우리의 건축물들을
볼 때면 비슷해 보여도 저마다의 표정이 있고, 당대의 사회상이 담겨있다.

🇰🇷
세계 속 한국의 위상이 재평가되는 시대, 고도화된 기술을 발판으로 한국건축은 새로운 단계로 들어서고 있다.

여기저기 천지인 아파트 공화국...
내부는 전통적인 방식과 현대적인 방식이 섞여 편리한 주거공간이 되었겠지만 외부는 여전히 정이 안간다.

그럼에도 변화의 중심에는 그만한 이유들이 시대마다 있었고 역동적인 우리 사회의 출렁임은 여전히 발전해 나갈것이다.🏙🌇🌃

🗺
이 책을 읽음으로 한국 건축 문명의 전통과 역사를 이해하는 깊이를 더하는 동시에 한국 건축이 세계 건축 문명에 기여할 미래가 기대되기도 했다.

내가 사는(buy) 공간이 아닌 사는(live) 공간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읽어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