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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쏘다, 활 - 일상을 넘어 비범함에 이르는 길
오이겐 헤리겔 지음, 정창호 옮김 / 걷는책 / 2012년 3월
평점 :
활쏘기를 해본적이 없어서 이렇게 활쏘기에 많은 의미가 담겨있는줄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활쏘기하면 떠오르는 것은 고주몽과 올림픽 여자 대표들의 얼굴뿐이니까요.
그런데 활쏘기를 하면서 명상을 한다라니. 수양이 되는 스포츠라니 멋집니다. 배워보고 싶어졌어요. 현실은 어렵지만 말이죠.
오이겐 헤리겔. 저자의 이름을 보면 일본인인지 서양인인지 잘 몰랐습니다.
하지만 독일인인데 일본에서 근무했다네요. 자그마치 철학을 강의하는. 일본에서 동양의 활을 접하고 스승으로부터 많은 것을 전수 받습니다. 마치 무협지에서 싸부한테서 무술을 배우듯이 말이죠. 궁도의 명인이라는 사람한테. 우리나라에 있었으면 더 좋은 활쏘기를 배우지 않았을까? 싶지만 일본은 전통문화를 배워갔음에도 문화보전을 잘하는 나라죠. 우리는 초가집 말살정책을 할 정도로 스스로 우수한 문화를 깎아내리는 스투핏 같은 짓을 자꾸 해대니까 답답합니다.
초반엔 당췌 뭔 얘기를 하고 싶은거니? 싶을 정도로 이책이 활쏘기 입문서인가 싶었습니다. 그런데 갈수록 그 이유가 명확해 지더군요. 활쏘기를 통해 인생의 중요한 것들을 이야기 하는 책입니다. 같은 이야기를 해도 이런 구성이 더 와닿고 남지 않습니까? 좋았습니다 한마디로.
"당신이 이 활을 쏠 때면, 명인의 숨결이 깃들어 있음을 느낄 것입니다. 이 활을 단지 호기심을 가진 사람 손에는 쥐어주지 마십시오! 그리고 이 활이 더이상 못 쓰게 된 다음에는 기념품으로 소장하거나 하지 마십시오. 한 줌의 재밖에 남지 않도록 태워 없애버리십시오." 책속에서-
아! 이 얼마나 멋진 말입니까! 정확한 의미는 아둔해서 모르겠지만 전 이렇게 느꼈습니다. 진정한 가치가 무엇이고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겉으로 남은 물질에 집착하지 말고 그 의미와 숨결을 간직하라는 뜻으로. 저자의 싸부가 그런 뜻으로 이야기 했던 안했던 중요한 것은 아닐거 같네요. 원래 이런 의미 심장한 말 속에는 '니가 알아서 해석하고 스스로 깨우쳐라 짜슥아' 같은 식이 아니겠습니까? 전 위와 같이 받아들입니다.
내 인생에도 이렇게 정진할 무언가를 찾아서 마음을 쏘아 깨달음을 얻고 싶습니다. 싸부의 역할이 중요하겠죠. 영화에서 막 튀어나오는 것처럼 멋진 말을 내뱉는 싸부가 내게도 있었으면 합니다. 작가가 더 멋지게 보이도록 썼을지도 모르지만 말이죠.
책은 생각보다 작았어요. 페이지수도 그리 많지 않은 편이고. 문고포켓판보다 약간 크다고나 할까? 하지만 내용의 알참은 축소판이 아닙니다. 작은 책이지만 두꺼운 양장본 못지 않은 포스가 느껴지는 책이예요. 간단하게 말해서 좋았습니다.
[네이버 북카페를 통해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