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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 제국의 몰락 - 70년간 세계경제를 지배한 달러의 탄생과 추락
배리 아이켄그린 지음, 김태훈 옮김 / 북하이브(타임북스) / 2011년 9월
평점 :
절판


환율통화로서 달러의 위상과 미래 

이 책의 결론은 환율통화로서 달러의 위상은 조금 약해질 수 있겠지만 다극화되는 사회 속에서 그 중요성은 변치 않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유럽의 유로와 중국의 위안이 각각 유럽과 아시아에서 세력을 형성하더라도 말이다. 달러가 예전 영국의 파운드처럼 환율통화의 가치를 스스로 떨어뜨리는 짓을 하지 않는 한 '달러 제국의 몰락'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신생국 화폐로서 달러는 초기에 영국의 파운드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 했다. 캐나다로 간 달러가 결국 모두 회수 되어 미국으로 되돌려지는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기도 했다. 영국은 세계 곳곳에 식민지를 건설하고 금융 네트워크를 형성하여 파운드를 무역을 할 때 사용하는 중심 통화가 되게 만들었다. 미국은 그 당시 해외은행은 고사하고 전 국토에 설립한 은행도 몇 개 되지 않을 정도로 경제 규모가 작았다.  

이 책은 이러한 미국의 상황에서 어떻게 10년 사이에 세계를 주름잡던 영국의 파운드를 물리치고 무역과 금융 시장의 환율통화로서 달러가 성장하게 되었는지 그 과정을 밝히고 있다. 가장 크게 영향을 준 것은 1, 2차의 세계 대전이라고 할 수 있다. 전쟁으로 폐허가 된 유럽의 재건을 위해 급격히 경제가 성장한 미국의 자금이 유럽으로 흘러들어간 것이다. 영국의 파운드가 세계적인 경쟁력을 잃어버리는 과정과 달러의 강세를 눈여겨봐야 하는 이유는 지금이 달러가 유로와 위안에 의해 예전 영국의 파운드처럼 위협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당시와 다른 점은 유로와 위안이 각각 약점으로 인한 한계점이 존재하기 때문에 세계적인 환율통화로서 달러의 매력은 금방 몰락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지은이 배리 아이켄그린의 주장이다. 유로는 단일 국가의 화폐가 아니기 때문에 갑작스러운 금융위기에 금방 대처하지 못 한다는 단점이 있다. 금융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어떤 정책을 펼친다고 해도 유로에 가입한 여러 국가들의 의견을 조율하고 의회 승인을 받는 과정이 길어질 것이므로 한계점을 지닌다. 그리고 자유경쟁시장을 지향하는 달러 시장과는 달리 위안은 중국 정부의 국가 통제가 강해서 투자자들의 활동성과 자금의 유동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점은 중국 정부는 세계 그 어느 나라보다 현재 미국의 국채와 달러 보유고의 비중이 높은 편이다. 이것은 중국이 미국에 대해 달러가 약세화 되는 정책을 추진할 수 없게 만든다. 예전에 미국이 영국의 파운드 가치를 절하하는 움직임을 보일 때는 지금의 중국과는 달리 미국은 영국 파운드의 보유고 비중이 낮았다. 그리고 미국의 영국에 대한 무역 규모는 그리 크지 않았기 때문에 파운드의 가치가 하락하는 것으로 압박을 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중국은 미국에 대한 무역 의존도가 높은 편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은 미국의 달러 가치와 경쟁할 수 없는 한계를 지니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이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과거 70년 이상 세계 경제를 지배한 달러의 가치는 예전만큼 절대적이지 않게 되었다. 많은 투자자들이 달러의 불안정성을 인식하고 있지만 지금 당장은 그보다 더 효율적인 환율통화가 등장하지 않아 달러의 비중이 변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유로나 위안 같은 성장하는 국가 경제를 기반으로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통화가 등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비중은 점점 약화될 것이라 예상할 수 있다. 다극화되는 시대 속에서는 그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앞으로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통화가 무엇이 될지 그 과정을 흥미롭게 지켜볼 수 있게 그 배경지식을 알려주는 책이다.

이 책에서 흥미로웠던 부분은 유럽이 통합되어 '유로'가 만들어지는 과정이었다. 얼마나 많은 시간 동안 공을 들여서 유럽이 하나의 통화로 통합되었는지 재미있었다. 그러한 유럽 통합처럼 아시아도 하나의 통화로 통일될 수 있을까 생각해 보았다. 하지만 중국의 위안의 세력이 너무나 커서 어떤 새로운 통화가 등장하기에는 어려울 듯싶었다. 그리고 그 통합 과정에서 그리스, 스페인, 포르투갈, 이탈리아 등이 그때부터 재정 기반이 취약한 나라로 구분되어 있었다는 점이다. 하지만 그 나라들을 포함시키지 않는다면 자국의 통화 가치를 절하하여 독일, 프랑스, 네덜란드 등의 국가 경쟁력을 낮출 수 있다는 위험 때문에 유로화에 동참시키게 되었다. 이것을 지은이는 '시한폭탄을 안고 출범한 유로'라고 표현하고 있는데, 그 예상이 맞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스로부터 시작된 경제 위기가 이탈리아로 번지고 있는 실정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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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처 마인드
리처드 왓슨 지음, 이진원 옮김 / 청림출판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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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디지털 세상에 함몰되지 않기 위한 방법 

9기 신간평가단 도서로 선정된 <퓨처 마인드>와 <구글 이후의 세계>는 둘 다 인터넷 세계를 다루면서 하나는 자기계발적인 측면에서 또 다른 하나는 비즈니스적인 측면에서 접근하고 있었다. 리처드 왓슨의 <퓨처 마인드>는 디지털 시대에 함몰되지 않고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생각을 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 방법을 제시하고 있는 책이었다.  

리처드 왓슨은 앨빈 토플러, 다니엘 핑크와 함께 생존해 있는 '세계 3대 미래학자'로 꼽히는 미래학의 거장이다. 그는 트렌드 분석과 시나리오 플래닝 분야의 최고 권위자로, 전 세계 개인과 조직을 대상으로 전략적 식견을 갖고 남보다 앞서 사고하는 방법에 대해 조언해왔다. 그가 제시하고 있는 방법은 '디지털과 될 수 있으면 멀리 떨어져 있기'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우리들은 하루의 대부분을 디지털 세상 속에서 떠돌아 다니고 있다. 휴대폰, 인터넷, 컴퓨터 문서 작업 등, 심지어 잘 때에도 휴대폰을 머리맡에 두고 잠든다. 휴대폰이 없으면 한시도 참을 수 없고 마약 중독에 걸린 것처럼 인터넷을 끊으면 정서불안에 걸릴 정도다. 나 스스로 돌아봐도 책에서 묘사하고 있는 사람이 바로 내 자신 같아 찔리지 않을 수 없었다. 예전에 무슨 광고에서 너무나 잘 터지는 휴대폰을 두고 '잠시 꺼 두셔도 좋습니다'라는 카피 문구가 유행했던 적이 있었다. 그만큼 우리는 하루 24시간을 디지털에 꽁꽁 묶인 상태로 지내고 있는 것이다. 현재로서는, 아니 앞으로도, 그것에서 벗어날 것 같지는 않다는 것이 더 심각한 문제일 것이다. 

리처드 왓슨은 이러한 디지털 환경은 인간의 창의적이고 깊은 사고를 방해하는 장애물로 보았다. 무수히 많은 정보 중에서 자신에게 필요한 정보를 재빨리 찾아낼 수는 있지만 그것은 단편적이고 파편적인 정보일 뿐이다. 그러한 단기적인 사고는 궁극적으로 우리의 두뇌를 퇴화시킬 것이라 경고하고 있었다. 촉각이나 청각 등의 오감에 의한 자극으로 우리의 뇌는 발달하고 조용하고 사색적인 통찰의 시간을 많이 가질수록 깊은 사고로 인한 혁신을 이뤄낼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의 디지털 환경에서는 이러한 발달적이고 확산적인 사고를 해내기 힘들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리처드 왓슨은 '깊은 사고에 도움이 되는 10가지 방법'으로 '시간과 공간을 창조/ 지적으로 난잡/ 생각 일기/ 개방적 사고 유지/ 욕실 공간 활용/ 침착/ 자유로움/ 실패 수용/ 문제 공유/ 일하러 가지 않기'를 제시하고 있다. 디지털 세상과는 단절될 수 있는 자기만의 공간을 만들라는 내용인 것이다. 그곳은 깔끔하게 정리할 필요가 없고 컴퓨터 없이 하얀 종이에 펜으로 생각나는 것을 적고 잠을 충분히 잘 수 있는 곳이다. 어쩔 때는 다른 분야의 사람들과 만나 교류하고 시끄럽지 않은 조용한 자기만의 산책 코스를 만들거나 정원을 손질하면서 '사고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 재미있었던 것은 작자가 '가장 좋은 생각이 나는 장소와 시간이 언제냐?'고 이메일, 전화, 컴퓨터, 직접 쓴 편지로 사람들에게 물어보는 부분이었다. 거기서 리처드 왓슨은 찰스 왕세자에게 편지를 보냈는데, 그의 개인 비서로부터 '찰스 왕세자가 하이그로브 정원에 있을 때와 산울타리를 놓는 등 바깥일을 하실 때 항상 영감을 받는다는 건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라는 답장을 받았다는 것이다. 이런 엉뚱한 내용에도 찰스 왕세자의 개인 비서가 성실하게 답변을 보내줬다는 사실이 웃기면서 우리나라였으면 어땠을까 상상해 보았다. 어쨌든 이 물음에서 직접 쓴 편지에 대한 답장이 가장 많이 왔다는 것과 '혼자 가만히 있을 때' 가장 좋은 생각이 난다는 대답이 1위였다는 것은 예상 가능한 내용이었다. 

어쨌든 리처드 왓슨의 경고처럼 디지털 세상과 분리되어 있는 시공간을 만들어야 깊은 생각을 할 수 있을 것 같기는 한데, 실제로 그런 게 가능할 건지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이다. 이미 게임중독이 사회 전반에 영향을 끼치고 있고 며칠 밤낮을 게임만 하다가 사람이 죽는 경우도 간간이 나타나고 있는 실정인 이 시점에서 어떻게 휴대폰과 인터넷을 끊을 수 있겠는가? 어렸을 때부터 일상적인 생활의 일부분으로 디지털을 다루고 있는 지금의 10대나 그보다 어린 애들은 두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디지털 세상은 깊이 있게 사고할 수 있는 혼자만의 시공간을 만들어 낼 것 같다, 미래의 언젠가는. 문자혁명 이후에는 영상(이미지)혁명이라도 일어나는 게 아닐까? 그 날을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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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이후의 세계 -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만들어낼 인터넷의 미래
제프리 스티벨 지음, 이영기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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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뇌의 진화와 닮은 인터넷 세상 

이 책은 32세 때부터 다수의 IT 기업을 직접 설립하고 경영한 대표적인 천재 CEO인 제프리 스티벨이 지었다. 제프리 스티벨은 '인터넷이 뇌로 진화'한다는 것을 신조로 자신의 비즈니스 방향의 기초로 삼았다. 그래서 <WIRED FOR THOUGHT>는 인터넷을 통해 수많은 혁신과 비즈니스 기회를 잡으려는 이들에게 뇌를 정확히 이해하고 전체적인 그림을 그리라고 충고하고 있다. '뇌를 제대로 이해하면, 인터넷이 앞으로 어떻게 발전해 나아갈지를 손쉽게 전망할 수 있게 된다'(11쪽)는 것이다. 

9기 신간평가단 마지막 도서로 선정된 <구글 이후의 세계>와 <퓨처 마인드>는 비슷한 소재를 다루고 있으면서도 서로 정반대의 결론을 내리고 있었다. 제프리 스티벨의 <구글 이후의 세계>는 비즈니스적인 측면에서 인터넷이 인간의 뇌와 비슷한 역할을 하는 방향으로 발전할 것이라 예상하였다. 하지만 리처드 왓슨의 <퓨처 마인드>는 자기계발적인 측면에서 인간 고유의 혁신적인 창의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디지털 세상에 함몰되지 말아야 한다고 경고하고 있었다. 이 두 권을 한꺼번에 읽으면서 작가들의 여러 생각들을 비교하는 것이 재미있었다. 

이 책의 대부분은 인간 두뇌의 특징과 인터넷과의 유사점을 밝히는 데 할애 되고 있었다. 인간의 두뇌는 결코 이성적이거나 완벽하지 않다. 불확실하고 비이성적이고 생각의 방향이 논리적이지 않고 한순간에 아무런 상관도 없는 것으로 비약한다. 인간의 사고방식을 닮은 인공지능 기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순환(루프)을 반복하는' 인간의 사고 메커니즘을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인간의 사고방식의 특징은 <퓨처 마인드>에서도 다뤄지고 있는 내용이었다. 

신경과학자인 골드버그는 갑작스럽게 나타나는 '통찰력'을 '지혜'라고 부르며 나이를 먹을수록 활발해진다고 하였다. 이것을 '정신의 공중 부양'이라고 한다. <퓨처 마인드>의 리처드 왓슨은 이러한 통찰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생각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이 필요하다며 그 방법들을 제시하고 있었다. 제프리 스티벨의 경우에는 그러한 인간의 두뇌 활동을 인터넷이 닮아갈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었다.  

인터넷은 모든 네트워크의 진화 과정의 규칙이 적용될 것이다. '네트워크는 커지면 규모의 경제가 작용하기 때문에 비용 곡선은 더 이상 직선 형태를 띠지 않는다. 일단 네트워크가 임계점에 달하면, 평형 상태를 이루거나 스스로 성장을 후퇴시킨다. 모든 네트워크는 '빅뱅과 붕괴와 평형'이라는 단계를 거친다.'(171쪽) 그렇다면 우리가 매일 접하는 '인터넷'은 어느 단계에 있는 것일까? 제프리 스티벨은 자연의 네트워크를, 특히 '두뇌'를, 연구해 본다면 '인터넷'의 미래 모습도 예측 가능할 거라고 주장하였다.

제프리 스티벨은 인터넷의 미래를 이렇게 예측했다. "인터넷 자체가 의식을 가질 수는 없지만, 인터넷에서 의식이 태어나는 것을 배제할 수는 없다. 아니, 어쩌면 우리는 앞으로 웹에서 다양한 의식이 탄생하는 것을 목격하게 될 것이다. 인터넷의 어떤 시스템은 인간처럼 가장 똑똑한 동물만 가지고 있다고 여겨온 '의식' 수준에 도달하게 될 것이라 기대해도 된다."(221쪽) 앞으로 제프리 스티벨의 추측처럼 인터넷이 진화해 나갈지 눈여겨 보면서 지켜봐야겠다.  

구글 이후의 세계는 어떤 모습이 될 지 생각해 보았다. 지금도 인터넷의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복잡하게 변하고 있다. 요새는 인터넷에서 많이 검색 된 것이 실제 현실에서 도리어 화제를 모으게 되는 것이 많다. 예전에는 겨우 현실을 보완하는 역할만 했던 인터넷의 영향력이 얼마나 높아졌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디지털 세상은 더욱 견고해 질 것이고 지금의 아이들은 그 세계에 더욱 빠져서 파편화되지는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 지금도 사람을 만나기보다는 문자나 카카오톡을 하는 걸 더 선호하니 말이다. '사람간의 관계 맺기'에 대해 고민해 봐아야 할 시점일 것 같다. 비즈니스 측면에서 미래의 인터넷 세상을 예측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러한 기술 개발의 혁신을 현재 우리는 얼마큼 따라가고 있는 것일까? 그 거리감이 너무나 커져서 언젠가 모든 게 갑자기 끊어져 버릴 것 같다. 인터넷의 미래를 나쁘게 만드는 것도 좋게 만드는 것도 현재 우리 자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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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 혁명 - 신화의 경제학에서 인간의 경제학으로
데이비드 오렐 지음, 김원기 옮김, 우석훈 해제 / 행성B(행성비)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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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전주의 경제학 타파하기 

데이비드 오렐의 <경제학 혁명>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에 경제학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고민의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주류 경제학의 결점을 보완해 줄 수 있는 대안으로 현재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복잡계 과학, 네트워크 이론, 비선형 동역학, 프랙탈 통계학' 등을 제시하고 있다. 단지 이 책은 그러한 새로운 이론들을 설명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보다는 시장이 효율적이고 완벽하다는 신고전주의 경제학의 오류를 지적하면서 새로운 이론들이 필요하다는 토대를 역설하는 데 더 중점을 두고 있다. 

여기서 흥미로웠던 부분은 6장의 '성차의 경제'를 논하는 부분이었다. 'The gendered economy'로서 주류 경제학에 오류가 있는 이유를 '남성'적인 '양의 경제'의 성별 편향 때문이라는 주장이었다. 데이비드 오렐 자체의 순수한 주장이기 보다는 그러한 논의가 되고 있다는 점을 얘기하고 있는 수준에 불과하지만 말이다. 지은이는 사람들의 비난에 대해서 신경 쓰며 성차별이 아니고 보다 근본적인 '음양의 조화'로서 얘기하는 거라고 강조하고 있을 정도다.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아이슬란드'와 관련된 부분이다. 밀턴 프리드먼이 주창한 신자유주의 사상이 주류 경제학으로 자리 잡으면서 아이슬란드의 수상이 된 데이비드 오드손에게 영향을 끼쳤다. '국영 기업과 은행은 민영화되었고 감세가 추진되었으며 자본 시장은 자유화되고 산업 보조금은 끊겼다.'(184쪽) 각종 규제가 철폐되고 부자 감세에다가 기업들이 민영화되고 있는 모습이 현재 우리나라의 모습과 많이 닮아 있는 걸 알 수 있다.  

아이슬란드의 개혁은 초기에는 대부분 성공적으로 보였다. 하지만 아이슬란드 경제가 곤경에 처했다는 말이 나돌자 크로니화는 가치를 잃고 인플레이션이 불붙었으며 은행은 휘청거리고 주식시장은 곤두박질 쳤다. 이에 겁먹은 예금자들이 외국으로 진출한 은행으로 몰려들어 아이슬란드는 처절한 금융위기에 시달리고 말았다. 금리, 인플레이션, 실업이 모두 치솟고 크로니는 폭락해 제곱된 스태그플레이션이 나타났다. 이건 지금 우리나라에 나타난 트리플 약세의 현상과 비슷하지 않은가. 어쨌든 아이슬란드는 그 후 '여성에 의한 정서 자본'이 탄생한다. 여성이 수상과 장관직, 금융 감독 당국의 고위직을 차지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아이슬란드의 모습이 남녀차별에 의해 남자가 경제 운영을 잘못해서 여자가 등장한 것이 옳은 선택이었다는 말이 아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남성들이 주류를 형성하고 있는 경제 부문에서 여성이 등장하는 것은 남녀평등의 차원이 아니라 '다양성'을 높여 정책 선택에 있어서의 '위험성'을 낮추겠다는 의미가 더 강하다. 남초현상이 강한 경제계에 여성이 포함되어 있는 집단이 금융위기가 닥쳤을 때 다른 그룹보다 조금은 위험이 덜한 선택을 해 왔다는 결과를 얻었다는 것이다. 

신자유주의 경제 이론이 단기간에는 경제를 성장시킬 수 있겠지만 그것은 '거품'이 많아 장기적으로 보면 많은 금융위기를 몰고 왔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주류 경제학자들은 신자유주의를 신봉하고 국가는 신자유주의 정책을 펼친다. 나는 이것이 항상 의문스러웠다. 우리나라에 그렇게 많은 부자들이 있는 게 아닐 텐데도 왜 보수와 우익을 표방하는 한나라당 및 대기업들에게 유리한 정책이 펼쳐지는 것일까? 민주주의에서 가장 핵심적인 국민의 권리라 할 수 있는 '투표권 행사'는 우리나라에는 적용되지 않는 것처럼 생각되었다.  

그것은 대기업들과 부자들인 사회의 강자들이 자신들에게 유리한 경제 정책을, 즉 부자 감세나 기업의 이윤 추구를 방해하는 각종 규제 철폐 등을 펼치도록 국가를 대상으로 로비를 펼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사회적 약자들이 투표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 하고 있고 신자유주의가 완전하고 효율적인 경제 정책이라는 우리를 대상으로 한 세뇌의 결과일 것이다. 

새로운 경제학 이론이 금융계에 제대로 정착될 수 있도록 많은 연구가 진행되어야 하지만 그보다도 자신의 '이익 추구'를 벗어나 경제 현상을 조금 더 객관적으로 제대로 바라볼 수 있는 '시민 의식의 성장'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단기간의 이익이 아니라 장기적인 안목으로 더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튼튼하고 안정된 경제 성장이 되기를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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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퀀트]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퀀트 - 세계 금융시장을 장악한 수학천재들 이야기
스캇 패터슨 지음, 구본혁 옮김 / 다산북스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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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벨탑 쌓기에 도전한 퀀트들 

여기서 '퀀트(Quant)'는 '고도의 수학과 통계지식을 이용해서 투자법칙을 찾아내고 컴퓨터로 적합한 프로그램을 구축해서, 이를 토대로 투자를 행하는 사람들'을 일컫는다. 

두꺼운 경제경영 책에 비해서 재미있고 수월하게 읽었다. 퀀트들의 세계를 하나의 소설처럼 이야기하고 있어서 무겁거나 지루하지 않았다. 단지 상황 묘사는 경제경영 관련 책에 비해 많이 나와서 인물의 심리, 성격, 사건을 이해하기는 쉬웠지만 수학적 이론과 모형에 대한 설명은 부족한 것이 아쉬운 점이었다. 이번에 신간평가단 선정 도서로 함께 선정된 <경제학 혁명>을 읽으면서 그런 이론적인 부분에서 부족한 면을 메울 수 있었다. 어려운 이론을 이해하는데 있어서도 <퀀트>가 도움이 된 게 사실이지만 수학적 모형을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 다른 책을 읽는 게 좋을 것이다. 

어쨌든 <퀀트>는 처음으로 금융계에 수학공학자로 여러 모형들을 만들어 적용한 '에드 소프'에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하고 있었다. 퀀트들의 대부인 에드 소프는 도박과 투자의 핵심요소들을 통합해 블랙잭 게임에서 승리하는 데 수학적 재능을 활용하였다. 에드 소프는 '텐 전략' 또는 '하이로(hi-lo) 전략'이라는 카드 카운팅 방법의 필승전략을 구사했다. 이것은 '대수의 법칙'이 전제되어 있는 기법으로 보다 많은 게임을 할 경우 자신이 이긴다는 것을 의미했다. 소프의 블랙잭 필승모형과 켈리의 최적베팅시스템이 결합한 위력은 막강했다. 여기서 켈리는 어떤 판에 플레이어가 베팅할 수 있는 금액을 제한함으로써 실패 확률을 낮췄다. 에드 소프의 카지노 필승 전략을 서술한 <딜러를 이겨라>는, 투자방법서인 <시장을 이겨라>와 함께, 그 후에 등장하는 수많은 퀀트들의 필독서로 영향을 주었다. 

그리고 에드 소프는 퀀트들의 가장 영향력 있는 투자방법서의 시금석이 된 <시장을 이겨라: 과학적인 주식시장시스템>을 카수프와 공동으로 저술한다. 이 책은 지속적으로 시장을 이기기는 불가능하다는 당시 학계 이론과 배치되는 것으로 유진 파마가 주창한 '효율적 시장가설(EMH)'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에드 소프 외에도 모건스탠리의 내부 헤지펀드인 PDT의 대표인 피터 멀러, 세계에서 가장 크고 성공적인 펀드 중 하나인 시카고 소재 헤지펀드 시타델 인베스트먼트 그룹의 대표인 켄 그리핀, 거의 4백억 달러에 육박하는 자산을 관리하던 헤지펀드 AQR 캐피털 매니지먼트의 대표인 클리프 애스네스, '라이프 마스터' 타이틀을 보유하고 있는 체스 고수이며 카드카운터로 블랙잭에도 뛰어나고 도이치뱅크의 파생상품 트레이더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지고 '사바'라는 헤지펀트로 3백억 달러의 자산을 운용하는 세계 최대의 신용트레이딩펀드의 보아즈 웨인스타인이라는 대표적인 퀀트들이 등장한다. 

이러한 퀀트들과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헤지펀드인 르네상스 테크놀로지스의 대표인 제임스 시몬스, 퀀트들의 주택저당증권(MBS) 업계 붕괴를 가장 먼저 예측한 아론 브라운, 2000년에 이미 수학자들 때문에 주가대폭락 사태가 올 것임을 경고한 폴 윌멋, 1960년대에 변화무쌍한 시장가격의 움직임이 퀀트 모형들에 미치게 될 위험을 경고한 베노이트 만델브로트 등이 함께 등장하여 어떻게 금융 세계에서 수학적 이론이 모형으로 적용되어 투자가 되고 금융상품이 만들어져 2008년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에 의한 경제 쇼크가 발생하게 되었는지 집요하게 추적하고 있다. 

여러 사람들의 삶의 과정을 추적하면서 어떤 환경에서 자라나 금융계에 뛰어들어 어떤 투자모형을 만들었고 이것이 얼마나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면서 승승장구하다가 2008년에 무너지게 되었는지 대표적인 퀀트들을 대상으로 그려내고 있는 것이다. 복잡하게 얽힌 사람들의 관계에서 누가 누구인지 헷갈리면서 투자 모형이 어떻게 다른지 알 수 없는 상태에서 재미있게 읽기는 했다. 맨 앞에 다행스럽게도 대표적인 등장인물에 대한 소개가 되어 있어서 책을 읽으면서 참고하면 도움이 될 터였다. 

이 퀀트들은 '바벨탑'을 쌓으며 신에게 도전한 결과로 2008년의 금융위기를 맞이했다. 그때의 금융위기가 여전히 세계 곳곳에서 여진을 발생시키며 경제계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이런 퀀트들이 얼마나 '위험성'을 내포한 안정적인 투자모형을 개발하고 있을지 우리로서는 알 수가 없다. 단지 몇 번의 클릭 질로 수백만을 벌어들이는 그들의 모습이 아직도 현실감 있게 다가오지는 않았다. 사상누각처럼 뜨거운 열사의 사막을 헤매면서 오아시스를 발견하는 신기루를 보는 느낌이 들었다. 그들은 어디를 향해 가는 것일까? 어쨌든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퀀트들의 모습이 왠지 우스꽝스러워 소소한 재미가 느껴졌다.

이 책 속에서는 워렌 버핏이 '오마하의 현인'이라는 찬사를 들으며 세상에서 가장 부유한 전설적인 투자가로 등장하는데, 버핏의 투자전략에 대해서도 다른 책들을 찾아서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에드 소프의 <딜러를 이겨라>, <시장을 이겨라>와 함께 <MIT 수학 천재들의 카지노 무너뜨리기> 또한 함께 읽어보면 재미있을 듯싶었다. 여기에 경제학 용어 사전도 갖춰서 자주 살펴야 할 것 같았다. 경제학 용어들은 아무리 봐도 봐도 익숙해지기 힘들다. 이 책에서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가 등장하는데, 전에 신간평가단 도서로 선정된 <블랙스완에 대비하라>를 읽은 적이 있어서 반가움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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