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이라는 모험 - 미지의 타인과 낯선 무언가가 하나의 의미가 될 때
샤를 페팽 지음, 한수민 옮김 / 타인의사유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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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자신을 목격하는 일은 오직 타인의 세계에 도달할 때 가능해진다.


철학자 에마뉘엘 레비나스

 


철학으로 풀어내는 만남이 어떤 것일지 궁금증을 자아내어 선택한 책이다.



처음엔 다소 연인간의 만남을 예시로 들어 실망하기도 했지만, 뒤로갈 수록 더 복잡하고 다양한 만남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최근에 많이 후회되는 것이, 철학자들에 대해 이전에 제대로 알아두지 않은 것인데,



수업시간에 띄엄띄엄 배운 철학들이 사실은 계보가 있고, 그 시대의 사상과 직전의 철학이 반영되어 있기에



실제로 전체적인 맥락을 알았다면 훨씬 쉽게 접근하고, 조금 더 넓은 시야로 볼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과



철학을 기반으로 진행하는 이런 책을 따라가기가 버겁다고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제와서는 .. 차분히 흐름 순으로 철학자와 그들의 철학을 공부해보려고 해도 시간도 없고 예전만큼 집중해서 흡수하기는 어려우니까 , 기회가 닿으면 그때그때 노력해보는걸로 아쉬움을 달래본다.



책은 세 파트로 구성되어 있다.



part1 은 만남의 징후를 혼란스러움, 호기심 등 8가지 단계로 나누어 설명한다.



이부분에서 아마도 "천눈에 반하는"정도의 강렬함을 설명하려고 해서인지, 남녀간의 만남에 대한 부분이 많았다.



프랑스어에서 '만남'을 의미하는 명사 '라 랑콩트르' 는 옛 프랑스어 '앙콩트르'에서 파생한 것이다. 본래 '앙콩트르'는 길에서 누군가와 부딪치는 일'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었으며, 이 의미에서 유래한 '만남'이라는 단어능 서로에게 어떤 충격을 던져주는 것을 뜻한다.


p17 만남이 가져다주는 충격들


전혀 동요하지 않고 타인을 마주치는 것은 두사람의 접촉이 '만남'이 아닌 '마주침' 뿐이라는 말이라는데 , 그렇다면 내가 살면서 진짜 만남을 겪은건 언제일까 뒤돌아보았다. (잠깐 생각했을땐 없는 것 같은데 ..)



뒤에서 설명하지만 갖 태어난 아기가 의사와 간호사를 보고, 부모를 만나는 것 또한 우리가 그 순간을 기억하지 못할 뿐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만남이다.



part2에서는 만남을 내편으로 만드는 법을 설명한다.


우연성의 만남으로 특별한 결과를 이끌어 내기 위하여 자기만의 틀에서 빠져나오고, 틀에 박힌 사고로 새로운 매력들 발견할 수 있도록 특정한 것을 기대하지 말고 개방성을 가지고 만남에 임하고, 가면을 벗어 자신의 약함을 드러내라는, 어찌보면 뻔해보이는 주제지만 설득력있게 설명한다.



마지막 part3은 진정한 삶을 위해 만남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양한 관점 - 인류학적, 존재론적, 종교적, 정신분석학적, 변증법적 - 의 해석을 붙여 설명한다.



이 부분에서 철학자들의 사상이 조금 복잡하게 나열되긴 하는데, 흥미로운 주장은 다른 포유류와 인간의 차이를 설명하기 위해 인류가 '조산아'라고 주장하는 인류학적 관점이다.



자연은 이 세상의 모든 작품들을 완성해 놓았다. 하지만 자연은 인간이란 존재에 대해서는 손대는 일을 단념했으며 인간을 본래의 상태로 만들어 놓았다."


독일 철학자 피히테 p256


완성된 다른 포유류 -그래서 태어나서 1~2시간만에 뛰어다니는 말 같은 초식동물이 우리보다 완성되었다고? -에 비해 너무나 일찍, 불완전한 상태로 태어났기 때문에 모든 것을 새로 습득해야 하고, 그때문에 사회적 그룹이 필연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이다.


인간이라는 종의 특수성을 너무 한쪽으로 치우치게 주장같기는 하지만 20세기 네덜란드 생물학자인 루이스 볼크가 인간 종의 특징 중 하나로 '조산'을 규정했다는 것이 놀랍고 신기하다.



만남으로써 내가 존재한다는 존재론적 해석도


신에게 나를 던지기 위함이라는 종교적 해석도,


'한 개인'과 '한 사람'을 구분하여 '개인'으로 태어난 우리가 타인과의 관계에서 정립되면서 '사람'으로 거듭난다는 정신분석학적 해석도,


자신을 알기 위해 타인을 만난다는 변증법적 해석도,


모두 다양한 타인과의 만남의 중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최근 3여년간 코로나 팬데믹-인지 플랜데믹인지-로 우리는 타인과의 만남이 극도로 제한된 삶을 살았다.



온라인 활동이 활발하다고 하지만 온라인의 환경들은 조작되기 쉽고, 최근엔 빅데이터 시스템 도입으로 반대되는 의견은 자동 필터링되어 존재조차 알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뒤늦은 감이 있지만 우리나라도 코로나로 인한 제약을 전면 해제했다.



메타버스 같은 온라인 가상공간이 자꾸 활성화 되는 시대지만, 무엇보다도 직접 대면하는 만남을 지속하는 것이 인간성을 지키는 일이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다른 사람과 함께 있지 않고 오로지 홀로 있다면 우리는 어떤 존재도 아니다. 우리는 어떤 가치도 띠지 못하며 어떤 것에도 도달하지 못한다. 하지만 내가 당신을 만나는 것만으로도 모든 것이 충분해진다. 그때 비로소 완전한 시작의 문이 열린다.


p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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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없으면 인생도 사막이다 - 풀꽃 시인 나태주의 다정한 연서
나태주 지음 / 열림원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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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태주 시인의 사막 여행기?라는 말에 연세가 꽤 있으시지 않나 .. 의아함 반 걱정반으로 책을 읽게 되었다.



최근 다녀온 신작 시집은 아니고, 기존 시집 『사막에서는 길을 묻지 마라』를 오아물 루의 그림을 표지로 재출간 되면서, 신작시와 더불어 '시산문'이라는 생소한 장르로 사막 여행기를 담은 2편의 산문이 포함되었다고 한다.


시인 본인이 예전부터 사막을 동경하기도 하였고, 여러기회를 통해 여러차례 사막을 오갔던 것 같다.



사막 1



하고 싶은 말기 너무 많아


여기 버린다​



토막말 하나하나 부서져


모래가 된다​



가슴속 말들이 조금 더


줄었기를 바란다.




네가 없으면 인생도 사막이다 中


담담하면서도 사막의 버석한 느낌이 나는 것 같은 시들이었다.


의외로 낙타에 대한 고찰이 많았던 듯 낙타가 소재인 시가 많다.


메마른 사막을 오갈 때 가장 중요한 탈것이기도 하지만, 살아있는 생명이고, 상당히 혹독하게 다루어지는 모습에 대한 결과인 것 같긴 하지만, 역시 직접 겪어보지 않았기에 크게 공감이 가지는 않았다.


단, 새끼를 죽여 묻으면 어떤 먼곳을 갔다 온다하더라도 어미가 기어코 그곳을 찾아내기에, 이정표 없는 사막에서 이정표 삼아 그런짓을 한다고 하니 .. 정말 잔인하다고 밖에 할 수 없다 ..



여러번 사막을 오가며 깨달은 것이 지금 머무는 장소가, 모든 도시가 사막이라는 것. 그래서 나태주 시인은 더이상 사막을 꿈꾸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이제 사막을 꿈꾸지 않는다. 사막에 가지 못해 밤잠을 설치지도 않고 가슴 졸여 사막을 그리워하지도 않는다. 왜인가? 내가 머물러 사는 장소가 그대로 사막이고 내가 찾는 모든 지상의 도시들이 사막이기 떄문이다


네가 없으면 인생도 사막이다 p201




서울1


갈 수도 없고


가지 않을 수도 없는 곳



생각할 수도 없고


생각하지 않을 수도 없는 사람



사막 그 너머 어디쯤 있고


내 마음 속에도 있는 도시



여전히 서운하고


울적한 그이름


네가 없으면 인생도 사막이다 中


서운하고 울적하여 서울인가.. 약간 당황스럽기는 하지만,


사막을 여행하며 삭막한 도시 서울과 어딘가 닮은 부분이 많이 있었나보다.



시집을 읽으며 많이 공감되지 못하는 구절이 답답하기도 하고, 그 눈에 담았던 사막이 궁금하기도 했다.



살아가면서 언젠가 사막에 방문할 일이 생긴다면, 이 시집을 챙겨들고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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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름달 카페
모치즈키 마이 지음, 김난주 옮김, 사쿠라다 치히로 일러스트 / 멜론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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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지친사람들에게만 찾아온다는 '보름달 카페'


신비로운 일러스트와 고양이 점장님이 눈길을 끈다.





'보름달 카페'는 정해진 장소에 있지 않지요. 때로는 낯익은 상점가 안에, 때로는 마지막 전쳘역에, 때로는 조용한 강가에, 그렇게 장소를 바꿔가며 불현듯 나타난답니다. 그리고 우리 가게에서는 주문을 받지 않아요. 그 대신, 제가 손님을 위해 특별히 준비한 음식과 디저트와 음료를 제공하지요.


보름달 카페 p12-13


위치도 메뉴도 신비로운 보름달 카페는 삶에 지친 현대인에게, 나에게도 한번쯤 보름달 카페가 찾아오지 않을까. 라는 기대감을 주는 듯 하다.


마침 .. 요즘 계속 늘어나는 일거리와 크고 작게 부딪히는 일들로 지쳐가는 마음들,


언제까지 .. 또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하나 .. 고민이 많은 나에게 . 보름달 카페가 찾아와 준다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별시럽과 함께먹는 보름달 핫케익, 은하수 밀크티, 먹는이마다 다른 맛이 느껴진다는 수성 아이스크림 ..


신비로운 분위기에 걸맞는 다양한 디저트 중에서, 내가 받을 디저트는 어떤 것일까?



입에 넣는 순간,


머리가 개운해질 만큼 상큼한 맛이 느껴졌다.


바닐라 셔벗에


레몬 맛이 아련하게 감돈다.


...


그런 맛들이 손을 맞잡듯 사이좋게 어우러지고


녹아들어서, 내 안에 스민다.


보름달 카페 p24


모양 뿐 아니라 맛도 신비로운 보름달 카페에서 제공되는 디저트들 ..


언제부터일까 . 카페에서의 시간이 힐링과 휴식이 아니게 된 것이..


예쁜 카페를 찾아 기대하는 마음으로 메뉴를 고르던 때가 있었던 것 같은데, 익숙한 프렌차이즈에서 진한 카페인과 달달한 당을 찾았던 내 모습을 돌아보게 된다.



신비로운 그림체가 너무 멋져서 일러스터만으로도 충분할거 같은데 .. 에피소드 하나의 길이도 , 소개된 에피소드들도 너무 짧아서 아쉬웠지만 읽다보면 단순한 하나의 이야기 뿐 아니라 나름의 세계관과 스토리도 탄탄하게 갖추었음에 다시 놀라게되는 작품이다.




......맛있어요.


과연, 카페의 커피네요.



그렇게 말하자, 고양이 아저씨가 후훗, 웃었다.


인생의 쓴맛 단맛을 다 겪은


어른만이 알 수 있는 맛이지요.


보름달 카페 p88


아쉬움에 일러스트레이터에 대해 검색해봤지만 활동을 많이한 중견작가는 아닌 듯 했다.


카페와 콜라보를 진행중이라고하니 .. 일본에서는 곧 보름달카페와 비슷한 컨셉의 카페가 탄생하는 것은 아닐까?



보름달 카페가 문을 연다면,


지금은 불가능하지만. 코로나가 잠잠해지고 .. 자유롭게 해외여행이 가능해지는 날. 꼭 한번 방문하고 싶다.


나에게 찾아와주진 않을 것 같거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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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정원, 페로제도를 걷다
방용주 지음 / 더시드컴퍼니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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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전부터였던가 . 직장 생활을 하고 직급이 조금씩 올라가면서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되면서 대학교 친구 두명과 매년 여행을 다녔더랬다.


꼭 해외라고 단정지었던 것도 아니고, 첫 여행은 태국 반 패키지 여행이었는데 조금씩 익숙해지고 여유도 생기고 욕심도 생기다 보니 조금 더 길게 멀리 나가는게 익숙해졌는데 .


유난히 바쁘고 자꾸 일정이 꼬이던 해였지만 ..코로나로 이토록 오래도록 발목을 잡힐 줄 알았더라면 2019년 여행은 조금 더 준비하고 멀리 떠났을텐데 ..


더위에 특히 취약한 셋이 모여 있는 터라 여행지를 선정할 때도 기온이 매우 큰 포인트였기에, 2019 싱가포르로 떠난 여행은 최대한 무리하지 않고, 최대한 서로 부딪히지 않게 . 잔잔한 여행이 목표였다.


물론 여전히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지만, 본의아니게 힘을 쫙 뺀 여행이다보니 남아있는 기억도 강렬한 더위와 ! 그리고 잔잔함이다보니 아쉬움이 남는다.


얼결에 명절 친척집에 갈때나 다니던 지방에 근무.거주하게 되면서 여행하는 기분을 느끼는..것은 거짓말이고 !


정말 여행 금단 증상이 나타날 지경에 이르렀는데 ..


지구의 정원이라는 페로제도 여행 책자를 보는 순간 꼭 읽어야만 할 것 같은 생각이 드는 것은 필연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첫장부터 의욕을 팍팍 떨구는 단어가 있었으니 .. 그것은 바로 트래킹 . 그리고 랜트카였다.


면허는 있으되 운전은 하지 않는 두 여자와, 면허도 없는 한 여자로 구성된 그리고 평지를 걷는것도 스케줄 분배가 절실한데 트래킹이라니 ..


절로 차분해지는 마음을 안고 , 마침 쏟아지는 여름 소나기 소리를 들으며 페로제도를 (마음으로) 여행했다.



페로제도를 여행하기 너무 적절했던 카페


정신없이 코펜하겐에서 페로제도의 보가르 공항까지 당도하여 기내에서 첫 커피를 마시는 부분에서는 문득 여행지에서 만난 커피들이 떠올랐다.


이탈리아에서 현지 스타일로 설탕을 넣어 완샷한 (내 취향은 아니었다) 에스프레소.


비행기 경유지였던 두바이에서 너무나도 비싸게 마셨던 아메리카노


빈에서 아침을 시작하며 숙소 근처 카페에서 브런치로 마셨던 쌉싸름한 카페 라떼


더운 여름 절실히 얼음이 필요하던 순간 구원처럼 은혜로웠던 스타벅스의 아이스 아메리카노


모두 그립고 소중한 기억이다.


We live life as it shoud be lived



커피와 함께 페로제도 관련 잡지에서 발견한 글귀는 페로인들의 자부심과 그들의 생활철학이라 볼 수 있을 것이다.


웅대한 대자연을 하찮은 지면에 가득 채워 보았자 얼마나 담기겠냐마는, 여행에 대한 열망을 내려놓았음에도 여전히 설레게 하는 모습이었다.




페로제도의 트레이드 마크라고도 볼수 있는 코끼리 다리..가 아니라 드랑가르닐의 모습이다 . 장장 3시간의 험한 트레킹을 완수해야 볼 수 있는 풍경이라는 것이 안타깝다..



© lynpix, 출처 Unsplash


또하나의 상징이자 페로제도의 귀염둥이 퍼핀이다.


엄청 귀엽고 매력적인 이 퍼핀 무리를 만나기 위해 저자는 트레킹도 별도로 진행했다.


물론 실제로 보면 더 귀여울 것 같지만 . 퍼핀 무리를 만나는 확실치 않은 행운을 얻기 위해 몇시간의 트레킹을 별도로 감수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


여름비와 함께 편하게 다녀온 책여행이지만 마음이 가볍지만은 않다. 힘들게 얻은 행복이 더욱 크게 와 닿는 것처럼. 여행을 준비하고 직접 몸으로 부딪히고 경험한 작가의 행복은 더 크고 오래도록 남아 있겠지..


여행은 때때로 일상에서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나'를 발견하게 한다


p257



#지구의정원페로제도를걷다 #페로제도 #방용주 #더시드컴퍼니


#지구의정원 #드랑가르닐 #퍼핀 #트레킹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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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의 미술관 - 캔버스에 투영된 과학의 뮤즈
전창림 외 지음 / 어바웃어북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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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처음 «과학자의 미술관»을 들었을 때 익숙한 제목이라고 생각했었는데 , 역시나 미술관에 간 지식인 시리즈의 내용을 뽑아 만든 책으로 화학자, 수학자, 의학자, 물리학자가 과학과 예술의 접점을 찾는 여정을 담은 책이다.

처음 책을 받고는 큰 크기와 압도적인 두께에 매우 당황했지만, 조금 더 크게 그림을 볼 수 있어 좋았고, 각자의 챕터의 내용이 모두 흥미로웠기에 더욱 만족스러웠다.

예전에 읽었던 어떤 책에서 다양한 분야에서 천재성을 보였던 여러 사례를 기반으로 창의성과 천재적인 두뇌 등에 대해 엮어가는 것을 보고 감탄했던 기억이 있다.

아마도 «생각의 탄생»이었던 것 같은데 , 어쨌든 «과학자의 미술관»의 사례를 보다보면 다양한 분야의 천재가 예술적으로 두각을 나타낸 것이 필연적으로까지 보인다 .

개인적으로 화학자의 미술관이 흥미로웠고, 물리학자의 미술관은 조금 어려웠으며 의학자의 미술관이 가장 신선했다고 해야하나.. 특이했고 수학자의 미술관은 조금 평범한 느낌이었다.

이전 여행에서 방문한 미술관에서 감상했던 것 같은 그림도 찾을 수 있었는데 , 실제 작품을 보기전 이 책을 볼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못내 아쉬웠다. 매 여행마다 바쁜 와중에도 공부를 한다고 하고 갔었는데도 아는만큼 보인다고, 그냥 지나쳤을 작품 혹은 이미 유명해서 아 이 그림이 그거구나~ 싶어 조금 자세히 보았던 작품도 그저 수박 겉햝기조차 못하고 넘긴 것이 참 속상하다.

특히 작가 이름도 특이?하고 엄청 크거나 특이한게 아닌 것 같으면서도 확 눈에 들어오는 풍경화가 있어 열심히 구경하다가 지나쳤던 작품이 라위스달의 작품이었던 것 같아서 보면서 참 안타까웠다. 미리 알고 있었다면 실제 그림을 정말 자세히 감상할 수 있었을텐데 ..

5권을 1권으로 축약한 책의 서평은 어떻게 써야 하나 ...

이번엔 4 챕터 중 내 시선을 사로잡은 내용을 몇개 뽑아보려고 한다.


Chapter1 화학자의 미술관


어느 고독한 화가의 낯선 풍경 속에서

미술을 잘 모르기에 확언을 하기는 어렵지만 상당히 낯선 이름인 J.V. 라위스달 (다행히 작가도 우리에게는 다소 생소한 이름이라고 말하고 있다) 은 서양미술사에서는 풍경화라는 장르를 새로운 장르로 올려놓았다고 표현한다.

풍경화란 정물화나 인물화등의 배경정도로만 인식되던 시절이었기에 생전에는 인정받지 못하던 화가였고, 마흔을 갓 넘기고 생을 마감했지만 작품은 800점이 넘는다고 한다.




인간의 허무함을 나타내는 이 그림은 사실 실존하는 풍경이 아니다. 화면 중앙의 강조된 세개의 묘는 암스테르담 부근 암스텔강가에 실제 존재하는 모습이지만, 화면위의 웅장한 폐허도, 묘지 사이를 흐르는 개천도 실제와 다르다.

라위스달은 초상화나 정물화를 그릴때 모델이나 정물을 연출하듯 평경도 화가의 예술적 의도와 메시지에 맞춰 연출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풍경을 바꾸고 재구성했다.

또한 다 빈치의 공기원근법을 뒤엎고 먼 풍경을 매우 정밀하게 그렸고, 나뭇잎 하나하나 정밀하게 입체감을 주어 정적인 풍경에 역동적인 효과를 냈다.

그 외에도 기존의 공기 원근법에서 더 발전시킨 색채원근법 ( 채도의 차이를 반영) 이라던지 광활한 넓은 평야를 표현하기 위해 하늘을 화면의 2/3 으로 채워 넣는 등 이후에 너무도 당연한 공식처럼 사용되는 풍경화의 여러 기법들을 최초로 사용했다고 한다.


절규하는 하늘의 색

뭉크의 절규는 정말 유명한 작품이다. 그림과 전혀 관계없는 장르에서도 수많은 패러디가 있고 또 작품 자체도 많이 알려져잇지만, 독특한 배경과 함께, 무엇에 대한 절규인가?라는 궁금증을 일게 한다.

2017년 7월 오스트라아 비엔나에서 열린 유럽지구과학연맹 회의에서 노르웨이 기상학자 헬레네 무리 박사가 뭉크가 <절규>에서 자개구름을 그렸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자개구름은 진주조개처럼 아름다운 분홍색과 녹색으로 빛난다고 해서 진주구름이라고 불리기도 하는데, 일출 전이나 일몰 후 태양이 수평선보다 낮을 때 아름답게 빛난다.

자개구름이 발생하려면 몇 가지 조건이 충족해야 하는데, 무엇보다 높은 고도와 적절한 습도, 매우 낮은 기온이 유지되어야 한다. 고도 20~30킬로미터에 있는 겨울철 성층권이 여기에 해당된다.



실제로 뭉크는 <절규>를 그리기 전인 1892년 1월 어느날 일기장에 자개구름을 목도한 듯한 글을 남겼다.


해질녘에 친구 두 명과 길을 걷고 있었다. 갑자기 하늘이 핏빛으로 물들었다. 나는 멈춰서서 난간에 기대어 말할 수 없는 피곤을 느꼈다. 불의 혀와 피가 검푸른 피오르드 위 하늘을 찢는 듯 했다. 친구들은 계속 걸었고 나는 뒤로 쳐졌다. 오싹한 공포를 느꼈고 곧 엄청난 자연의 비명소리를 들었다

뭉크의 일기

뭉크의 '절규'는 정신착란적인 자신의 심리상태를 그린 게 아니라 실제로 그가 본 자개구름에 덮인 하늘을 그렸다는 이야기이다.


정신착란적인 심리상태를 그린 그림이라는 감상을 들어본 적이 있는 입장에서 이렇게 명확한 창작 스토리가 남아 있다는 것도 참 황당한 일이다.



뭉크의 일기는 '절규'의 기원?을 알 수 있는 단서가 되지만, 내가 정말 놀라웠던 부분은 '친구들은 계속 걸었고' 였다.


뭉크가 오싹한 공포를 느낄정도로 충격적인 자연의 비명소리를 듣는 순간 함께 그 자리에 있던 친구들은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다는 사실이 놀랍고, 조금 소름끼쳤다.



우리는 얼마나 많은 것들을 눈앞에서 놓치고 있을까? 그리고 내 곁에서 함께하는 사람들과 같은 것을 보고 있다고 '착각'하며 살고 있을까...?



Chapter2 물리학자의 미술관


신을 그리던 빛, 인류의 미래를 그리다.

'꿈의 디스플레이' 퀸텀닷 기술을 중세시대 성당에서 만나다.

성당하면 생각나는 익숙한 풍경중 스테인드글라스를 빼놓을 수 없다. 스테인드 글라스는 햇빛이나 조명에 따라 빛깔이 달라지며 신비롭게 빛난다.

스테인드글라스는 도안에 맞춰 색유리판을 잘라 납으로 붙여 완성한다. 투명한 유리에 철, 구리, 코발트 등 금속 산화물을 넣으면 다양한 빛깔의 색유리가 되는데, 고온에서 유리와 각종 금속을 녹이는 과정에서 화합물이 나노입자 크기로 변한다. 일종의 퀀텀닷이다.

퀀텀닷은 지름이 수 나노미터 정도의 반도체 결정물질로, 빛을 흡수하고 방출하는 효율이 매우 높은 입자다. 현대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가장 주목하고 있는 '퀀텀닷'이라는 기술이 사실은 아주 이전부터 사용된 것이다.

4세기 고대 로마시대 작품인 색이 변하는 '리쿠르고스의 컵'에서도 이 퀀텀닷 기술이 사용되었다고하니 새월이 흐를 수록 인류가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고 믿는 것이 우리의 오만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Chapter3 수학자의 미술관

수학자의 미술관에서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내용이 많이 나온다.

원근법을 이용한 그림, 착시를 일으키는 기하학적 도형, 황금비율로 그린 모나리자,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비트루비우스적인간 등이다.


Chapter4 의학자의 미술관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로워서 본편(?)을 따로 읽어볼까 싶었던 챕터인 만큼 기발해보이는 내용이 참 많았지만 그중에서도 바쿠스를 표현한 내용이 재미있었다.


간염에 걸린 바쿠스?




그림 속 바쿠스는 창백한 얼굴에 입술은 허옇게 떠 있다.

..

노란빛을 띠는 바쿠스의 흰자위다. 간염에 걸린 혼자에게서 볼 수 있는 황달 증상이다.

p539


그림 속 병든 바쿠스의 얼굴은 카라바조 자신의 얼굴이라고한다. 돈도, 후원자도 없던 시절 카라바조는 음식을 제대로 먹지 못하고 술로 끼니를 이어 가다가 한참 동안 병을 앓았다고 한다. 아마도 급성 알코올 중독으로 인한 간염이었을 것이라고.


글쎄 .. 병든 자신의 모습을 바쿠스에 투영시킨 화가의 명확한 의도는 알 수 없지만,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고 하던가 .. 그 그림에서 환자의 증상을 하나하나 진단하여 병명을 밝히는 감상자의 직업정신이 참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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