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드펠 수사의 참회 캐드펠 수사 시리즈 20
엘리스 피터스 지음, 김훈 옮김 / 북하우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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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드펠 수사의 참회 - 엘리스 피터스

(캐드펠 수사 시리즈 20)


-늦가을의 빛깔은 해 질 녘의 하늘빛을 닮았다. 지난 한 해에 보내는 작별 인사이자 하루에 보내는 인사. 어쩌면 한 사람의 인생에 보내는 인사일 수도 있지 않을까? 한 사람의 생애가 무르익은 황금빛으로 끝난다면, 종말치고는 그리 나쁘지 않을 것이다. (p.23)


-공식적으로 파문을 당한 것은 아니나, 그 자신이 스스로를 심판하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을 것 같았다. 내면에서 소용돌이치는 자가당착의 역설과 납덩이처럼 묵직하게 짓누르는 공허함이 그를 내내 괴롭히고 있었다. (p.151)


-“내 목숨을 가지시오.” 캐드펠이 단호하게 맞받았다. (p.195)


-

캐드펠 수사 시리즈의 20권. 총 21권으로 한 권이 더 남아 있지만, 다음 권은 프리퀄 격의 단편 소설집이므로 사실상 캐드펠의 마지막 장편 소설이다. 10권까지 읽고 20권을 읽은 터라 아직 중간에 못 읽은 이야기가 많은 데도 왠지 조금 찡한 기분이었다. 노년의 수사가 인생을 회고하는 듯한 문장을 볼 때면 시리즈의 끝이 느껴져 아쉽기도 했다. 이전 시리즈를 읽을 때는 느끼지 못했는데, 문득 캐드펠에게서 작가 엘리스 피터스가 보이는 느낌도 들었다.


「캐드펠 수사의 참회」를 무척 재밌게 읽었다. 시리즈의 대미를 장식한다고 말해도 될 만큼 훌륭했다. 이전 시리즈를 읽지 않아도 하나의 사건이 한 권에서 마무리되는 캐드펠 수사지만, 이번에는 전작과 관련 있는 인물들이 많이 등장한다. 6권 「얼음 속의 여인」에 등장했던 이브와 올리비에가 주요인물로 나와서 반가웠다. 당시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될까 봐 적지 않았는데, 이미 20권 뒷면에도 적혀 있으니까 편하게 쓰자면 올리비에는 캐드펠의 아들이다. 이번 책은 아들을 구하기 위한 캐드펠 수사의 눈물겨운 여정이자 참회의 기록이라고 볼 수 있다.


캐드펠 수사 시리즈를 읽기 전에, 배경이 스티븐 왕과 모드 황후 간의 내전이 이어지는 1140년대인 것을 알면 더 재미있다. 모드 황후 측에 있던 올리비에가 포로로 붙잡혀 사라진다. 캐드펠 수사는 함부로 수도원 밖을 나갈 수 없는 사제지만, 아들을 위해 수도원을 이탈하게 된다. 마침 캐드펠이 가는 곳에서 살인 사건이 일어나게 되고 사건은 더 복잡하게 변모해 간다.


20권을 아우르는 소재는 제목에 적힌 대로 참회다. 캐드펠의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그가 지닌 인간적인 면모와 수사로서의 고뇌에 빠져들게 된다. 이번 시리즈가 특히 더 좋았던 것은 캐드펠이 죄인의 길로 가는 것을 알면서도 아들을 구하려고 노력한다는 점이다. 그 과정에서 헌신적인 장면이 많았고, 마침내 부자가 상봉했을 때는 진짜 감동이었다. 그리고 필립,, 입체적이고 매력적인 캐릭터였다. 


전쟁 속에서 인물 간의 대의와 우정이 휘몰아치는 편이었다. 각자의 입장에서 신의를 다하는 모습들이 인상적이다. 후반의 내전 묘사는 흥미진진하고 긴박감이 넘친다. 추리소설로서도 재밌지만 여름에 읽기 좋은 오락소설이기도 하다. 결말은 역시나 따뜻하게 마무리되는데, 그게 내가 캐드펠 수사 시리즈를 특히 더 좋아하는 이유다.


-이 게시물은 캐드펠 서포터즈 3기 활동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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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계단
다카노 가즈아키 지음 / 황금가지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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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계단 - 다카노 가즈아키


-이 나라에서는 흉악 범죄의 피해자가 된 순간, 사회 전체가 가해자로 돌변합니다. 그리고 아무리 피해자를 괴롭힌들 사죄하는 사람도 없고, 책임지는 사람도 없어요. (p.109)


-범죄는 눈에 보이는 형태로 무언가를 파괴하는 것이 아니다. 사람들 마음속에 침투하여 그 토대를 들어내는 것이다. (p.143)


-사형 제도를 유지시키는 것은 국민도 국가도 아닌 남을 마구 죽이고 다니는 범죄자 본인이야. (p.213)


-육체의 상처에만 상해죄가 적용되고, 망가진 사람의 마음은 방치되는 것입니다. (p.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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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카노 가즈아키의 <13계단>은 전부터 읽어보고 싶었던 책이었는데, 마침 한국어판 20주년 기념 리커버가 새로 나왔다. 작가의 데뷔작이자 에도가와 란포상을 받은 작품이기도 하다. 남은 시간은 3개월, 기억을 잃은 사형수의 무죄를 밝힌다는 내용이 흥미롭다. 


교도관 난고와 상해치사 전과자인 준이치는 고액의 보수를 약속받고 사형수 기하라 료의 원죄를 밝혀내려 한다. 사건 당시의 기억이 없는 기하라의 유일한 기억은 어딘가로 오르던 계단뿐이다. 두 사람은 사건이 벌어진 장소로 가서 계단이 있을 법한 곳을 샅샅이 찾지만, 그 어디에도 계단은 없다. 그런데 그곳은 준이치가 상해치사로 살해한 피해자의 고향이자 피해자의 아버지가 사는 마을이었다. 10년 전, 준이치가 여자친구 유리와 함께 가출했던 곳이기도 하다. 어딘지 준이치의 괴로운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장소에서, 기하라 사건과 관련된 사람들을 만나며 두 사람은 점점 진실에 가까워진다. 


읽으면서 범인을 추리했지만 빗나갔다. 범인은 항상 이미 등장한 사람이기에 그 사람일 줄 알았는데 저 사람이었을 줄이야. 후반부에서 소설은 반전이 거듭되고 사건의 긴박함도 커진다. 마지막에 밝혀진 사건의 내막은 내 생각보다 너무 끔찍한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준이치의 생각에 동의한다.


하지만 이 소설은 누가 옳고 그르다의 정의를 내리기가 쉽지 않다. <13계단>은 일본 사형 제도의 구조적 모순과 국가의 범죄 관리 시스템을 비판한 작품이라 당시에도 큰 반향을 일으켰다고 한다. 소설에서는 사형수가 느끼는 공포감과 사형을 집행해야 하는 교도관의 고통스러운 심리가 자세히 묘사되어 있다. 기하라 료처럼 누명을 쓰고 사형을 당할 위기에 놓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의 입장보다는 난고 같은 교도관, 준이치처럼 상대방의 시비로 벌어진 정당방위에 대한 안타까움이 더 컸던 소설이다. 아무래도 책에서 거듭 언급되는 ‘개전의 정’, 즉 갱생이란 것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는데 정말 그건 아무도 알 수 없는 것 같다. 누군가가 판단할 수도 없는 일이라는 것을 마지막 준이치의 편지에서도 알 수 있었다. 


결말까지 잘 짜인 추리소설이고, 여러 방면에서 생각해 볼 문제도 많은 책이다. 사건의 단서를 찾아가는 것도 재밌고 복선 회수가 완벽한 만큼 한 번쯤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이 게시물은 황금가지에서 서평단 활동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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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한 베네딕토회 : 캐드펠 수사의 등장 캐드펠 수사 시리즈 21
엘리스 피터스 지음, 박슬라 옮김 / 북하우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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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한 베네딕토회 : 캐드펠 수사의 등장

엘리스 피터스 (캐드펠 수사 시리즈 21)



-이상하리만치 평온하면서도 잘 어울리는 광경이었다. 생각해보면 칼과 칼자루 또한 십자가의 형태 아닌가. (p.50)


-밤은 완연했고 범인이 미끼를 물었다면 머지않아 끝을 볼 수 있을 터였다. (p.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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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드펠 수사 시리즈가 21권으로 완간되었다. 작년 캐드펠 서포터즈 2기에 이어 3기가 되면서 받은 미션 도서는 19, 20, 21권으로 총 세 권이다. 그중 21권인 「특이한 베네딕토회 : 캐드펠 수사의 등장」은 국내 초역이자 세 편의 단편 소설이 실렸다. 무엇보다 캐드펠 수사의 프리퀄이라는 말에 이 책을 가장 먼저 집어 들게 됐다. 나이 지극한 캐드펠 수사이지만, 누구에게나 처음이 있듯이 그의 시작도 궁금하기 마련이었다.


<우드스톡으로 가는 길에 만난 빛>은 캐드펠 수사가 아직 가톨릭 수사가 되기 전의 일이라 정말 프리퀄다웠다. 당시 슈루즈베리 수도원과 로제 모뒤 사이의 땅 분쟁 소송이 진행되고 있었다. 십자군 전쟁에 참여한 직업군인이었던 캐드펠은 위기와 음모 속에서 해리버트 부수도원장을 구해낸다. 그 과정에서 그는 인생의 전환점을 맞아 자신이 가야 할 길을 깨닫게 된다. 그간 시리즈에서 틈틈이 나왔던 캐드펠의 과거는 익숙했지만, 그가 수도사가 되는 과정을 담은 이야기라 더 좋았다. 


<빛의 가치>는 캐드펠이 수도사가 된 이후의 일을 그린다. 욕심 많은 하모 피츠하몬이 수도원에 은촛대를 바치기로 한다. 그러나 하모와 부인, 마부와 하녀 등의 일행이 도착하고 난 후 은촛대를 도둑맞고 만다. 캐드펠 수사는 절도 사건의 범인을 찾는 것과 동시에 범인에게 자비를 베푼다. 그리고 그 자비는 더 빈곤한 사람들을 위해 쓰이는 것으로 돌아오게 된다. 내가 캐드펠 수사 시리즈를 좋아하는 점이 이 짧은 단편에 다 담겨 있는데, 중세를 배경으로 한 고전 미스터리만의 따뜻함이 있어서다. 빛의 진정한 가치가 무엇인지 드러날 때 오는 감동이 크다.


<목격자>는 수도원의 임대료를 징수하게 된 윌리엄 집사의 살인 미수 사건을 다루고 있다. 말 안 듣는 아들 에디, 성실한 조수 제이컵, 어딘지 위태로운 유트로피우스 수사 등 여러 수상한 인물들이 등장한다. 캐드펠 수사는 한 가지 꾀를 내는데, 그건 바로 함정을 만들어 범인을 잡는 일이었다. 마지막에 깜짝 놀랄 만한 반전까지 나와서 더 재밌다.


상대적으로 젊은 날의 캐드펠 수사도 좋았고, 단편이지만 장편 못지않게 꽉 찬 이야기라는 점이 너무 좋았다. 엘리스 피터스 작가님 이렇게 단편도 잘 쓰시면서 왜 단편을 더 써주시지 않았나요... 물론 장편도 재밌지만 비교적 짧고 가볍게 풀리는 느낌이라 이 단편집을 더욱 사랑하게 된다.


전에 10권까지 읽고 다음 권이 열심히 나오기를 기다렸는데, 프리퀄로 다시 캐드펠 수사를 만나게 되어 즐거웠다. 이전 시리즈를 읽었다면 익히 알만한 인물들이 종종 등장해서 반갑다. 캐드펠 수사 시리즈는 각 권이 독립된 이야기이기 때문에 뭐든 먼저 읽어도 괜찮지만, 21권은 캐드펠의 출발점이기에 더욱 의미가 깊다. 프리퀄이자 단편집인 만큼 캐드펠 수사 시리즈 입문으로도 추천하고 싶다.


-이 게시물은 캐드펠 서포터즈 3기 활동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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궤도 - 2024 부커상 수상작
서맨사 하비 지음, 송예슬 옮김 / 서해문집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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궤도 - 서맨사 하비


-외계 문명이 본다면 아마도 의아할 것이다. 저것들이 여기서 뭘 하는 거지? 어디로 가지도 않고, 왜 맴돌기만 하는 거야? 모든 질문의 답은 지구다. (p.10)


-이 대단한 궤도를 돌고 있는 한 당신은 무사하며 무엇도 당신을 건드리지 못한다. 지구가 우주를 질주하고, 시간에 취한 당신이 빛과 어둠을 뚫고 전속력으로 그 행성을 뒤쫓는 한, 끝은 없다. 끝은 있을 수 없다. 오직 돌고 돌 뿐이다. (p.27)


-태양계들과 은하계들이 마구 흩어진 세계. 시공간의 왜곡이 거의 눈에 보일 정도로 시야가 깊고 다차원적인 세계. 이것 봐, 어떤 아름다운 힘이 아무런 의도 없이 내던져 놓은 게 아니면 이런 게 어떻게 만들어지는데? (p.81)


-그때도 존재할 우주력에서 인간이 무엇을 했고 존재했는가는 1년 중 딱 하루, 찰나에 깜박였다 사라지는 빛이어서 누구도 기억하지 않을 것이다. (p.201)


-모든 곳에 생명이 있다. 모든 곳에. (p.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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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우주에서 바라보는 지구는 ‘창백한 푸른 점’일 뿐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충격을 받은 적이 있다. 2024년 부커상을 수상한 서맨사 하비의 「궤도」 역시 ‘작고 푸른 점’을 바라보는 우주 비행사 여섯 명의 이야기를 담았다. 그들은 스물네 시간 동안 열여섯 번의 일출과 일몰을 반복하며 우주의 궤도를 공전한다. 책을 읽는 동안 나도 그들과 함께 똑같은 하루를 체험하는 기분이었다. 그만큼 우주에서의 하루가 섬세하고 다정한 언어로 서술되어 있다.


여섯 명의 우주비행사 안톤, 로만, 넬, 치에, 숀, 피에트로는 국적도 성별도 다르지만 우주정거장에서 지구를 관찰하는 임무는 같다. 그들의 눈으로 바라보는 지구는 너무나 아름답다. 서맨사 하비의 유려한 묘사가 더욱더 그 광경을 감동적으로 만든다. 


사실 그들의 하루는 매일 똑같을 것이다. 영화에서 봤던 것처럼 우주복을 입고 팩에 든 음식을 먹으며 늘 반복된 일을 한다. 그러나 지구는 단 하루도 같지 않기 때문에 매일 보는 풍경도 경이롭다. 하루에 지구를 열여섯 번 돌지만 그들은 매일 기록하며 ‘새날의 아침’을 확인한다. 가끔은 지구에 두고 온 소중한 사람을 떠올리기도 한다. 태풍이 발생하고 어떤 지점을 향해 가는 것을 관찰하지만 어쩔 수는 없다. 지구의 여러 많은 문제를 우주에서 바라보는 기분이 이상했다. 광활한 우주에 비하면 우리 존재가 아주 작을 뿐이라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어서 그런가. 쓸쓸한 느낌도 들었지만, 한편으로는 우리에게 일어나는 많은 일들도 별것 아니라는 위로가 됐다. 이처럼 서맨사 하비의 「궤도」는 인간을 향한 따뜻한 시선을 잃지 않는다.


나는 인류가 우주를 연구하고 탐사하는 이야기를 너무 좋아하지만, 간혹 그들의 목적이 무엇일까 생각해 볼 때가 있었다. 지구를 떠나 새로운 행성을 찾아 이주하는 것은 과연 인류의 소망일까? 「궤도」에서도 우주여행의 새 시대에 우리는 인류의 미래를 어떻게 써 내려가고 있는 것인지 질문한다. 하지만 인류의 미래를 쓰는 건 우리가 아니라 우리는 써 내려지고 있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은 역사가 되고 다가올 미래가 된다는 부분을 읽으며, 어떤 일이든 이 우주에서 의미 없는 일은 없다는 것을 배운다.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던 건 1969년 최초로 달 임무에 성공했을 때 찍은 콜린스의 사진에 관한 부분이다. 달 착륙선과 지구를 찍은 사진에 빠진 사람은 사진을 찍은 콜린스다. 하지만 안톤은 사진을 촬영하는 순간 그 안에 유일하게 존재하는 인간이 콜린스라고 했다. 우주 속 유일한 인간이라는 새로운 시각이 좋았다. 그 밖에도 우주 비행사들이 삶과 죽음에 대해 성찰하는 부분도 좋았다.


무엇보다 이 책에서 바라보는 지구와 인간, 우주에 관한 시선이 마음에 든다. 반복되는 우주정거장의 삶이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는 이유다. 인류의 미래 같은 거창한 질문도 있지만, 계속해서 느껴지는 유대감이 훨씬 더 이 책을 풍요롭게 했다. 결국 인간이기에 지구와 이어져 있다는 게 뭉클하다. 「궤도」를 읽으며 때론 새카만 우주 속 우주인이 된 기분이 들곤 했다. 우주에서 바라보는 지구의 서정적인 여정을 이 책과 함께하시길 추천합니다. (인문, 역사, 사회과학 책을 내는 서해문집의 첫 외국 소설인 만큼 정말 좋은 책입니다)


-이 게시물은 서해문집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궤도 #서맨사하비 #서해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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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널 걸 서포트 그룹
그래디 헨드릭스 지음, 류기일 옮김 / 문학동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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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널 걸 서포트 그룹 - 그래디 헨드릭스


-파이널 걸들이 무슨 일을 겪는지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경찰이 그들을 용의선상에서 제외하고 난 뒤에 어떻게 되는지 말이다. (p.16)


-남자들은 우리처럼 주변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없다. 남자들은 자기들 실수로 죽는다. 그럼 여자는? 우리는 여자라서 죽는다. (p.43)


-“넌 죽지 않아.” 그건 스테퍼니에게, 그리고 나 자신에게 하는 말이었다. “그 누구도 죽지 않아. 내가 약속할게.” (p.297)


-시스터들은 수년간 서로 연락을 유지하고, 서로 더 가까워지기 위해 이사하고, 서로의 삶에 머무른다. 서로를 구원하는 것이다. (p.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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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널 걸(Final Girl)은 공포영화에서 마지막으로 유일하게 살아남은 생존자를 일컫는 말이다. 공포영화가 끝난 후 살아남은 주인공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결말 이후의 삶은 흔히 상상하지 않지만, 이 소설은 거기서부터 출발한다. 


주인공 리넷은 끔찍한 사건에서 살아남은 파이널 걸이다. 캐럴 박사가 운영하는 파이널 걸 서포트 그룹의 참가자이기도 하다. 리넷은 사건 이후로 항상 불안 속에서 살아왔다. 집에 돌아갈 때도 누군가 쫓아올까 봐 빙빙 돌아서 가고, 집 현관에는 철창을 설치해 놓고 커튼도 열지 않는다. 총을 휴대하는 건 필수고 언제나 도망칠 준비를 한 채 살아가고 있다. 어느날 이 그룹의 멤버이자 파이널 걸인 에이드리엔이 살해당한 후, 리넷은 파이널 걸들을 노리는 살인마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생존하기 위해 도망치기 시작한 리넷의 이야기가 숨 가쁘게 펼쳐진다. 리넷은 마침내, 저 자신과 친구들을 지키기 위해 맞서 싸우는 ‘파이널 걸’이 된다.


나는 언젠가부터 지나치게 잔인한 영화는 보지 않게 되었다. 영상에서 그리는 피해자가 거의 여성인 데다, 잔인하고 적나라한 장면을 자세히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런 영화는 사실을 묘사하기 위해서라기보다 오락을 위한 폭력적인 판타지로 보인다. 이 소설에서 그래디 헨드릭스는 매체의 상당수가 여성을 죽이는 내용이라는 것에 대해 다시 한번 돌아보게 해준다. 소설 챕터의 사이사이에 넣은 기사나 책 내용이 이런 점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어서 좋았다. 또한 캐럴 박사의 아들들이 가진 문제점이나 남자에게 빠진(속은) 여성이 어떻게 하는지도 보여준다는 점에서 잘 짜인 소설이라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이 소설이 좋았던 점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명확했기 때문이다. ‘자매를 지켜줘야지.’ 리넷의 어머니가 한 말로부터 시작된 이 문구는 소설이 끝날 때까지 계속된다. 리넷이 최근 파이널 걸이 된 소녀 스테퍼니를 구하고자 했던 마음도, 그리고 범인이 밝혀진 이후에도 자매들과 계속해서 싸운다는 점이 결국 연대의 힘을 가장 잘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결코 약하지 않은 연대의 힘이 여성들을 살게 한다. 그래서 나는 언제나 ‘시스터’들이 서로를 구원하고 구원해 줄 수 있다고 믿는다. 


여성 입장에서 느낄 수 있는 공포, 그리고 사건 피해자에 대한 성찰과 또 다른 관점이 돋보이는 소설이었다. 이야기적으로도 스릴 있고 흥미진진한 소설인 만큼 올여름 독서 책으로 추천합니다.



-이 게시물은 문학동네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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