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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 몸으로 신화를 그리다 - 신화와 어원으로 읽는 요가 이야기
클레망틴 에르피쿰 지음, 류은소라 옮김 / 미래의창 / 2020년 5월
평점 :
절판
운동 신경은 발달한 편은 아니나 유연성은 어느 정도 있고 조용하고 정적인 것을 선호하는 나는요가를 좋아할 수밖에없다. 아이들이 조금 크고 내 시간이 생기자 제일 먼저 요가 수업을 찾아갔다. 이모 뻘인 자상한 선생님 덕에 낯선 요가 용어에도 불구하고 재미있게 다녔다.그리고 장소 문제로 다른 운동 클럽에 가서 좀 더 젊은 요가 선생님과 일반 운동이라면 나누지 않을 이야기도 나누며 즐기며 다녔다. 언제부터 요가 수업을 지속할 수 없는 상황들이 생겼다.
코비드 시국에 집안 운동 열풍을 타서 혼자 호젓하게 하면 좋으련만 코브라와 고양이 자세만 침대 위에서 간간이하는 정도로 요가의 연을 끊지 않고 있다는 변명을 해 본다. 요가 수련자의 여러 책들도 많지만 - 최근에 얼핏 본 책은 요가 강사인 어머니처럼 자신의 본업에서 요가 강사로 전업한 경우를 본 것 같다. 요가 에세이 정도의 느낌의 책들로 분위기 전환하면 좋겠는데 아직 열의가 올라오지 않던 차에 [요가, 몸으로 신화를 그리다]가눈에 들어왔다. 신화와 어원으로 읽는 요가 이야기란 부제를 달고 있다.
수업 중 듣던 그 낯선 어휘들의 의미를 강사의 짧은 설명으론 만족해 하지 않았던 때가 떠올랐다. 무수히 수업 중 들었지만 귀 밖으로 겉돌던 요가 어휘 하나하나들은 우리에게 편한 식으로 바꿔 부르기도 하지만 왜 그런 이름이 붙여졌는지에 대한 해설을 수련 수업에서 익힐 순 없기에 그냥 아이들이 동물 자세 흉내내는 즐거움에 빠져 몸놀이 하는 느낌으로 각 자세를 배웠다. 정신 수양의 면이 강한 요가에서 깊이를 헤아리지 못하고 겉치레만 흉내내는 꼴 같아서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이 책이 그런 아쉬운 마음을 달래줄 수 있을 듯했다. 프랑스에 거주하는 미술사학자인 저자는 요가에 빠져 수련을 하고 수업도 진행한다고 한다. 저자의 이력을 보니 요가를 사랑하는 요기를 드러내듯 [요기 푸드],[요가의 비밀]이란 전작도 있다고 한다. 요가 동작과 신화를 교묘하게 조합해 낸 책 속 그림을 그린 카앗의 그림도 무언가 신비스런 느낌이 가득하다. 인도와 꽤 거리가 있는 프랑스인들이 해석하고 표현해 낸 요가의 세상은 이색적이다. 신화 자체가 주는 몽환적인 상상력과 요가가 만나 더 신비롭고 아름답게 보인다.반면 하나만으로 이해하기 힘든 신화, 요가, 산스크리트어가한 곳에 모여 있으니 쉬운 듯 어렵게 느껴진다. 낯선 인도 신화를 이해해야 해서 더 그리 느껴진 것일수도 있다.
인도인의 힌두교 세계관을 시작으로 라마야나와 마하바라타 신화 개개 혹은 혼합의 이야기(인물)과 요가의 자세를 결합하여 총 3부로 나눠서 총 45가지의 아사나를 소개하고 있다. 동물의 특징을 잘 잡아낸 아사나가 주로 보이지만 독특한 이름도 많이 보인다.사바아사나(시체 자세), 비슈바미트라아사나(현자 비슈바미트라 자세), 춤의 왕 자세 등을 신화 속에서 빚어진아사나는 어떤 의미가 있는지 궁금해진다.
45가지 아사나 중 원숭이 자세로 풀이되는 하누만아사나 (엄밀하게 원숭이는 아니고 원숭이 형상을 한 반신)로 책의 분위기를옮겨 보면 힌두교의 베다 경전에 이어 중요하게 간주되는 라마야나대서사시 속 하누만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라마를도와주던 하누만은 더 이상 그를 도와줄 수 없는 상황에서 자신의 잊고 있던 능력을 발휘한다. 라마를도와주기 위해 용기를 낸 하누만의 충성심이 드러난 자세가 하누만아사나라고 저자는 해설한다. 이 자세에서우리는 헌신과 겸손을 배울 수 있다. 경박스러운 원숭이 본능을 잘 잠 재우고 바람의 신의 아들로서 라마를도와주는 헌신이 이 자세에 녹아있다고 한다.

꼭 신화를 알고 요가 수행을 할 필요는 없지만 저자의 해설을 들은 후라면 수행의 의미와 깊이를 더 풍성하게 해주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