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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기댄 모든 것 - 술 못 끊는 문학 연구자와 담배 못 끊는 정신과 의사가 나눈 의존증 이야기
마쓰모토 도시히코.요코미치 마코토 지음, 송태욱 옮김 / 김영사 / 2025년 9월
평점 :
:: 이 리뷰는 출판사 김영사에서 제공해준 도서를 직접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술 못 끊는 문학 연구자와
담배 못 끊는 정신과 의사가 나눈 의존증 이야기
우리의 인생에서 ‘숨구멍’이 없으면 어떻게 살아? 그저 그 숨구멍이 지극히 작아 몸을 욱여넣다 망가진 거잖아.
이 책은 간단명료하게, ‘의존증’이란 주제를 다루며 이야기를 진행한다. 서로 다른 구역에서 발을 딛고 있는 두 사람이 각자 가진 의존증이란 공통분모로 상대와 편지를 써 심도 있게 이에 대한 의견을 주고받는 형식으로 집필돼있다. 사실 담배나 술, 마약, 도박과 같은 범죄와 아주 밀접해지는 중독만 사회에서 치료 정책을 내놓을 정도로 심각한 사안으로 보지, 사실 중독의 종류는 우리가 모르는 영역까지 더해 더 다양할 수 있다. 중독이란 단어가 지나치게 부정적으로 들린다면 의존은 어떨까? 의존이라고 붙이면 조금이라도 자신이 처한 사태가 덜 무섭게 되나? 그렇게 합리화해도 되는가? 나는 막론하고 모든 중독과 의존증을 심각하게 보고 있지만, 이 책에서는 그것을 막연히 나쁜 것으로 보고 있지 않았다. 정확히는, 그것들을 방치 해둬서도 안 되지만 지나치게 통제해서도 치유가 되지 않고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일으킨다고 비판한다. 그것에 동의하며 나는 이 책을 읽고 많은 생각에 꼬집히고 부끄러움을 느끼며 반성했다.
나 또한, 지금은 덜하지만, 이십 대 초에는 니코틴 중독이었다. 연초를 줄이고자 전자담배로 갈아탔지만, 그냥 연초도 피우고 전자담배도 피운 인간이 되어 있었다. 주변에도 나 같은 사람이 정말 많더라. 어느 순간 대학교를 졸업하고 나니 자연스레 하루에 한 갑 피우던 게 현재는 전자담배 한두 모금으로 끝이다. 어느 날은 아예 안 피우기도 했다. 대학교 생활이 힘들었나? 딱히 그런 것 같지도 않았다. 담배가 유일한 도피처로 생각하며 피운 것도 아니었고, 시작은 호기심이었으며, 단지 입이 심심해서 사탕 대신 구름과자를 문 것뿐이었다. 아마 대학교 생활하는 동안은 자취로 인해 집에 아무도 나를 통제하는 이가 없었으니 더 많이 피운 게 아니었을까, 그런 생각이 든다. 이 책에서도 같은 맥락으로 파친코와 같은 도박장에서 도박 중독이 많이 일어나는 이유도, 그 공간에선 자신을 감시하거나 통제하고 압박하는 이가 없기에 그 자유에 매료되어 중독을 느끼는 것도 있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나도 한 게임에서 캐릭터 뽑기로 한 번에 백만 원을 꼬라박은 적이 있다. 지금은 그 게임 접었다. 아직도 돈 아까워 죽을 지경이다. 결국 남는 건 허무함밖에 없는데 말이야.
아마 분명 누구나 하나쯤은 중독이 있을 것이다. 담배, 술을 안 하면, 과연 스마트폰은 얼마나 보는지. 특히 릴스, 숏츠 따위의 짧고 강렬하게 끝나는 영상은 하루에 몇 개 보는지. 요즘은 젠지 스테어라고, Z 세대의 빤히 쳐다보는 태도를 부르는 단어가 있다. 스크린을 많이 보다 보니 대면하여 이루는 대화의 인지도가 약해지고 능력 형성이 어려운 상태란 것이다. 나도 요즘 이런 걸 많이 느낀다. 내가 당해본 적도 있고, 내가 하고 있던 적도 있다. 릴스, 숏츠 같이 짧은 영상을 보고 하트를 찍으며 소통을 종료하니 예상하지 못한 질문이 튀어나왔을 때 마음의 준비가 안 된 상태로 뇌정지가 와 대답을 제대로 못 한다. 이것 또한 스마트폰 중독의 폐해일 것이다.
하지만 고치고 싶다고 해서 고치게 될까? 일단 이에 대한 심각성을 본인이 깨닫는 게 먼저인데, 보통 사람은 그걸 인지하기 힘들다. 이 책에서도 같은 말을 하고 있다. 가족이 피해를 받아 치료를 위해 병원에 데려가려고 해도 본인이 피해를 받는다고 생각을 안 하는데 입원이 되겠냐고. 중독 치료는 항상 중독자 본인이 자발적으로 치료할 의지가 있어야만 시행할 수 있다고.
책에는 단순 의존증에 대한 정의, 피해 사례, 치료 사례 등을 다루지 않는다. 이 의존증이 나타나기 위한 개개인의 환경, 처한 상황, 가치관 등도 함께 고민하며 다룰뿐더러, 특히 자조모임의 효과성을 자주 언급한다. 결국 중독, 의존증도 사람의 심리로 발병한 일이니, 그 심리를 알아주고 들어주는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을 꽤 강조한다. 우리도 금연 캠프 같은 치료 시스템이 있는 걸 보면, 우리나라도 이 중독 치료에 대해선 누구보다 심리 상담을 중요시하는 모양이다. 그리고 나 또한 이 치료 방법을 전적으로 동의한다.
우리 아빠도 술과 담배에 미쳐 살던 아저씨였는데, 배에 복수가 차고부터 하루아침에 둘 다 끊어버렸다. 그렇게나 겉으로 몸에 이상까지 나타나야 사람들은 이것을 끊는다는 게 안타깝다. 심각성을 깨닫고 그제야 고치려 든다. 이미 몸은 죽어가고 있는데.
사회에서도 이 문제점들을 중요시해 많은 정책과 방안을 내주면 좋겠다. 무엇보다 이러한 중독을 달고 살 수밖에 없는 사회 환경이 가장 문제일 것이다. 이 책은 많은 사람이 읽어주길 바란다. 어릴 때부터 손에 스마트폰을 붙들고 살아 온 청소년들까지도.

지금 이 책을 손에 든 당신은 어떤 사람인가요? 의존증 치료와 지원 분야의 전문가? 연구자? 의존증 당사자 또는 그 가족인가요? 아니면 그 어느 쪽도 아니고 그저 의존증에 관심이 있는 일반인인가요? 아니, 어쩌면 의존증 같은 것에는 털끝만치도 관심이 없으나 이상한 표지 디자인과 별나게 긴 책 제목이 눈에 들어와 무심코 이 책을 집었을 뿐인 지나가는 사람일지도 모르겠네요. - P5
간단히 말하자면, 의존증이란 ‘그만둘 수 없고, 멈출 수 없는‘ 것을 자신이 어찌할 도리가 없게 된 상태를 의미합니다. - P6
생각건대, 그들을 약물로 몰아넣는 것은 쾌감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쾌감이라면 금방 싫증이 날 테니까요. 아마도 그것은 쾌감이 아니라 고통의 완화가 아닐까요? - P37
생각건대, 중독과 죽음은 표리일체의 관계에 있습니다. 왜냐하면 중독 자체가 ‘죽고 싶을 정도로 괴로운 현재‘를 살아남기 위해 ‘죽어서 해방되는‘ 것을 일시적으로 연기하고 우회하는 수단이기 때문입니다. - P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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