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오지 않는 곳에서
천선란 지음 / 허블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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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죽음, 기억과 망각이 뒤섞인 폐허 속에서

익숙한 공포의 상징을 벗어나

끝내 사랑을 붙드는 존재로 다시 태어난 천선란의 좀비들

 

제공되어 읽은 책임에도 절대 만만하게 넘길 수가 없던 책. 한 장 넘길 때마다 울적했다가 뭉클해졌다가 녹녹해졌다. 이래서 천선란 천선란 하는 모양이다. 단순히 좀비가 나오는 이야기가 아니다. 이 책은 누구보다 가깝게 썩어가는 생애 속 썩지 않는, 썩을 수 없는 마음을 일컬어준다.

 

좀비가 생겨나 버려지고 만 지구. 그것을 두고 여러 사람의 이야기가 연작으로 진행된다. 감염됐고, 좀비로 봐도 무방한 사람. 그러면서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 그러나 어째선지 이 판에 돌아다니는 좀비와는 뭔가 특별하다. 내가 사랑해서 그렇게 보이는 걸까? 아니면 정말 어떤 희망으로 변이된 걸까?

 

올해 읽은 것 중 가장 내 마음을 울린 책인데, 서평을 어찌 남겨야 할지 모르겠다. 남들에게 알리기 싫고 나만 알고 싶으면서도 모든 사람이 다 읽어줬으면 하는 마음이 균형적으로 잡혀 나를 옭아맸다. 잔잔한 소용돌이에 갇혀 온 마음이 쉼 없이 훌훌 날아갔다. 떨어지는 꽃잎들을 보며 나도 모르게 눈물을 흘리는 이야기들이었다. 전혀 이 세상과 다르게 흘러가는데도 어떤 누구보다도 이 이야기를 잘 아는 사람처럼 마음 깊이 공감하며 함께 유영하는 감각이 또렷했다.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르고 푹 빠져선 책을 덮을 때까지도 한없이 울었다. 천선란 작가는 이런 맛으로 유명하구나. 나에게 SF 그리고 좀비물에서 또 하나의 시야를 넓혀준다. 천선란 작가는 사랑을 생존으로 가르쳐주었다.

내 목소리 들려? - P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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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에서 안아주는 남자 - 르누아르에서 클림트까지, 명화로 읽는 위로의 미술
최예림 지음 / 더블북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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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리뷰는 출판사 더블북에서 제공해준 도서를 직접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르누아르에서 클림트까지,

명화로 읽는 위로의 미술

 

표지 색감과 대표 그림 매칭부터 제목과 너무도 안성맞춤이다. 사실 나는 과학, 역사, 문화가 담긴 학술적 자료인 유산보다 그저 예술, 미술품을 보는 걸 더 좋아한다. 그것도 각자의 개인적인 사연이나 가치를 담은 미술품 관람을 지향하는 편인데 이 책은 그야말로 나를 위해 있는 것처럼 너무도 내가 좋아하는 주제를 엮여있다. 아홉 명의 안아주고 싶은 남성 화가들의 그림을 관람하며 도슨트 최예림의 안내를 따라가는 책이다. 읽다 보면 정말 눈물을 머금지 않을 수 없거나 황홀하게 웃으며 그들의 매력에 푹 빠진 채 책을 덮은 뒤엔 그 책을 꼭 안아주게 된다.

 

개인적으로 좋아하거나 궁금했던 화가들이 있어 더 좋았다. 구성이 너무도 좋은 게, 누구나 한 번쯤 봤을 법한 혹은 아는 화가들로 나열돼있다. 해돋이, 수련으로 유명한 클로드 모네. 이 책의 표지에 걸린 부기발의 춤을 그린 르누아르. 사과와 오렌지, 세 명의 욕녀를 그린 폴 세잔. 해바라기, 귀에 붕대를 감은 자화상으로 유명한 고흐. 레미제라블, 언제 결혼하니를 그린 고갱. 모자 쓴 여인, 키스로 유명한 클림트. 전기 요정, 앙파스 드 게르마 작업실을 그린 라울 뒤피. 기억의 지속, 황혼의 격세유전을 그린 살바도르 달리. 광대, 유언장 정물화를 그린 베르나르 뷔페까지. 총 아홉 명의 화가가 그린 그림에 얽힌 이야기와 최예림 도슨트가 해석한 그림 속 사건, 그리고 아름다움, 인상들의 서술을 읽으면 정말 미술관에서 그녀의 설명을 직접 듣는 기분이 들을 만큼 생생하다.

 

가장 인상깊었던 그림은, 살바도르 달리의 기억의 지속이었다. 최예림 도슨트가 설명하길, 달리는 내가 본 꿈과 무의식 속 장면을 가능한 한 정확하게 그려내자라는 초현실주의에서 세운 목표라고 한다. 꿈은 깨어남과 동시에 잊히기 때문에 침대 바로 옆에 이젤을 놓아 꿈에서 깨자마자 스케치를 한다는 것을 듣고 그의 무서운 열정에 소름이 돋았다. 이래서 안아주고 싶다는 뜻이었을까? 그림에는 각자의 터치 속에서 스며드는 열정과 목표를 달성하고자 하는 의지, 사랑, 애정 따위가 녹아들어 나까지 맛보고 싶을 지경이 돋는다. 이 책은 마치 한 송이의 꽃 같다. 가장 아름답게 피어날 때 우리를 만끽하게 하고, 덮자마자 져버리는 꽃을 보며 눈물겨워 안아주게 만든다. 정말 사랑스러운 책이다……,

 

미술품에 관심 있고, 내가 나열한 화가 중에 좋아하거나 관심 있는 화가가 있는 사람에게 적극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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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세우스 패러독스 안전가옥 오리지널 46
이경희 지음 / 안전가옥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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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작으로 SF어워드 장편소설 부문 대상 수상!

스펙터클함과 사유의 깊이가 공존하는 강렬한 첫 작품

책을 내려놓는 순간까지도 방심할 수 없는 소설

사이버펑크를 좋아한다면 결코 실망하지 않을 작품

 

알려지지 않은 미지를 파고드는 듯한 짜릿한 설렘, 터지는 주파수, 맹렬히 울리는 번민과 박동. 이 모든 형용이 들어가도 손색이 없는 소설이다. 목차에서 보이는 컨티넘’, ‘보디’, ‘메모리이 단어들에서 강렬히 숨기고 있던 의미를 읽던 중에 찾아내 느꼈던 찌르르한 쾌감까지, 정말, 이게 정말 첫 장편이란 말인가?

 

이 책은 트라이플래닛 그룹이라는 대기업 회장 석진환이 어떠한 트럭 사고로 인해 겨우 건져낸 목숨으로 깨어났을 땐 제 몸이 시술로 기계처럼 변해 있었고, 이러한 육신에서 주인을 잃은 것처럼 정체성에 대한 혼돈이 찾아오며 스펙터클한 액션과 약간의 불꽃처럼 타오르는 로맨스, 끊임없이 찾아오는 반전의 삼박자인 SF 소설이다. 한 장을 넘기고 또 한 장을 넘기면 와우! 미친!’ 소리가 절로 나온다. 더 이상 심장의 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석진환의 가슴이 꼭 내가 대신 심장을 이식받은 것처럼 가파르게 뛰어대 헐떡이며 애독했다. 한 편의 영화, 아니 게임처럼 순식간에 사람을 그 세계에 빠뜨려 몰입하게 만든다. 정신 차렸을 땐 게임 패드를 만지듯이 책을 양쪽으로 만지고 있었다. 석진환이 고뇌하는 선택지를 내가 고르고 있는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그의 정체성을 향하며 또한 나도 정말 깊이 고민하게 됐다. ‘의 정의란 무엇인가? ‘는 누구인가? ‘인가?

 

죽음에 대한 공포를 또 새로 개척하게 만드는 낯선 미궁. 석진환의 동생 석미진의 발표로 덕분에 새 의미를 느꼈다. 더 이상 죽음을 두려워할 수 없게 만드는 부활과 같은 기술을 발표하였음에도, 석진환은 이렇게 생각했다. ‘죽어도 되살리면 그만이라고 사람들이 믿기 시작하면, 대체 얼마나 많은 이들이 손쉽게 목숨을 던지게 될까.’ (34p) 이 문장을 읽었을 때 육성으로 아! 하고 감탄을 내뱉게 된다. 부활에 대한 새로운 고찰이지 않은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것은, 자신의 목숨을 소중히 하지도 않는다는 뜻. 나는 죽음을 둔 작가의 이견이 이토록 명쾌할 수 있는지 어떻게 그렇게 생각할 수 없었는지 스스로 묻고 싶었다. 작가는 생에 대한 중력이 정말 크겠구나. 나는 그에 비해 하잘것없이 가벼웠구나.

 

정말로 추천한다. 끊임없이 터지는 도파민의 향연과 미친놈들의 주파수를 감당할 수만 있다면! 에필로그까지 절대 한눈팔지 말고 한시름 놓지도 마라. 끝까지 긴장할 것. 이 숨 막히는 피비린내 속 자아를 찾아가는 그의 혈투와 함께 손잡아 볼 것.

탕. 고막을 찢는 총성에 놀란 그는 황급히 눈을 떴다. - P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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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스트 테스트
황인규 지음 / 산지니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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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세기 미지의 항로 개척과

근미래의 우주 비행,

가상 세계와 임진왜란에 이르기까지

시공간을 넘나들며

펼쳐지는 황인규의 상상력

 

이 책에서 보이는 네 가지의 이야기엔 인물이 각자의 꿈이 있다. 그것이 단지 아름다운 단어로만은 들릴 수 없다. 개척하고자, 연구하고자, 살고자, 살리고자. 그러한 교집합을 이룰 수 없는 사유들을 꿈이란 단어로 내가 함부로 함축한 것이다. 소개 글도 읽지 않고 오직 제목과 표지로 의존해 파악했을 땐, SF와 호러를 섞은 이야기임이 틀림없다고 생각했지만, 그건 내 정말 오만이었다.

 

어떠한 것을 향해 새로운 길을 가려면, 누군가와의 갈등을 불가피할 수 없고, 수많은 장애까지 극복해야만 한다. 이 책은 그 조건을 들고 과연 꿈을 이룰 수 있는지를 물으며 이야기를 진행한다. 읽으면서 가장 크게 자리한 생각은, ‘작가가 정말 소설을 단순히 상상하며 쓰지 않았구나라는 것이었다. 이야기마다 세계도 달랐고, 인물의 심리도 다양했다. 많은 문헌을 참고한 게 느껴졌다. 실제로 참고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야기 속 특히 인류 비행에 관한 몇 개의 보고서는 아무 근거 없이 단순 상상력으로 시작해 비행에서 우주 진출까지 나아갔다. 나는 이 이야기에서 어쩌면 작가의 꿈이 들어간 게 아니었을까 싶다. 그저 상상력 하나로 아무런 거리낌 없이 시작해 나를 끊임없이 연구로 밀어 넣는 길을. 그렇기에 나는 작가가 고스트 테스트의 모비딕처럼 그저 자신을 믿고 자신을 기대하는 사람들을 믿고 앞으로 나아가길 바란다. ‘미지의 항해만남에서 많은 갈등을 무릅쓰고, 자신의 꿈을 신뢰하며.

 

내가 가장 재밌게 읽은 이야기는 미지의 항해였다. 첫 번째 이야기이기도 하고, 바다의 도시에 태어난 사람이라 그런가. 항상 바다 이야기는 흥미롭게 읽게 되더라. 목적이 다른 두 인물(선장과 감독관)의 갈등과 결국 선장직을 박탈된 선장, 그리고 항해 중에 일어난 사건까지 지루함 없이 술술 읽혔다. 한 편의 영화처럼 그 갈등과 함께 쏜살같이 쏟아지는 폭풍을 맞서는 이야기. 과연 이 어려움을 선장은 어떻게 돌파하는지, 관찰자 한스의 시점에서 풀어지기에 완벽히 그의 심리까지 알 수 없고, 오히려 그 점이 매우 마음에 들었다.

 

모험이자 개척에 가까운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추천한다. 한국 작가가 쓴 거라곤 할 수 없이 넓은 세계의 이야기를 한다. 특히 인류 비행에 관한 몇 개의 보고서는 비행을 목표로 한 각국의 인물 서편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첫 비행에 대하여 도전하고, 벌어진 사건을 초점화하여 전혀 다른 지구 반대편 어떤 나라의 이야기로 이어가는 점이 좋았다. 정말 재밌었다!

담락 항구는 환영 인파로 북적였다. - P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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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NIGHT 50일 영어 필사 - 더 완벽한 하루를 만드는
퍼포먼스 코치 제이.퍼포먼스 코치 리아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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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리뷰는 출판사 웅진지식하우스에서 제공해준 도서를 직접 써보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매일 아침저녁,

나를 응원하는 문장들을 쓰는 것만으로도

나의 하루가 완벽해졌다

 

조용히 나를 바꿔준다는 게 무슨 말이지? 언제나 나의 변화는 늘 시끄러웠는데. 그러한 불신으로 이 책을 마주했었다. 항상 분산적이고 좀처럼 남을 믿지 못하던 그런 내 삐딱한 시선을 이 책은 어째선지 그런 나를 아무렇지 않게 기다려주는 기분을 느꼈다. 요즘 부쩍 필사의 매력에 빠지게 되었는데, 단순히 문장을 수집하고 싶어서라기보다는 그냥 심심한 시간 때에 할 게 없으니까, 꾸미는 게 재밌으니까, 일기 쓰는 것보다 덜 생각하게 되니까. 따위의 그런저런 이유였다.

 

그러나 이 책은 달랐다. 나를 생각하게 해준다. 성찰하는 힘을 준다.

 

항상 어떤 에세이도 믿음직스럽지 못하다고 느꼈는데, 이 책은 뭐랄까. 짧고 간결하게 내 뇌를 햇살처럼 눈부시게 달군다고 해야 할까. 어느덧 아침에 일어나면 이 책부터 찾아 펜을 들고 문장을 따라 쓰고 있었다. 어떠한 스티커도 붙이지 않고, 꾸미려는 욕심도 던 채 그저 나를 맡기고 펜을 맡겼다. 글씨체가 엉성하지만 그럼에도 부끄럽지 않다. 이 책은 내 하나의 일기장으로써 또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침에는 시작에 좋은 긍정을, 밤에는 지친 나를 위한 다정의 문장을 주며 하루에 이 책에 있는 문장을 되새기게 해준다. 영어라 어려울 거라 생각했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앞장에는 영문장과 그 뜻을, 뒷장에는 따라 쓸 수 있는 공간과 아래 문장에 대한 자세한 설명까지 친절히 나와 있다. 이 책이 좋은 건 단지 이런 서평하는 장만 있는 게 아니라 중간중간에 나를 질문할 시간을 갖게도 해준다.

 

부끄러워 마주하기 싫던 내 진심도 이 책에서 담담히 보게 되고, 또 나를 반성하게 해주었다. 처음 받아본 필사책이라 그런가. 모두에게 추천하고 싶다. 입문으로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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