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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에서 안아주는 남자 - 르누아르에서 클림트까지, 명화로 읽는 위로의 미술
최예림 지음 / 더블북 / 2025년 10월
평점 :
:: 이 리뷰는 출판사 더블북에서 제공해준 도서를 직접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르누아르에서 클림트까지,
명화로 읽는 위로의 미술
표지 색감과 대표 그림 매칭부터 제목과 너무도 안성맞춤이다. 사실 나는 과학, 역사, 문화가 담긴 학술적 자료인 유산보다 그저 예술, 미술품을 보는 걸 더 좋아한다. 그것도 각자의 개인적인 사연이나 가치를 담은 미술품 관람을 지향하는 편인데 이 책은 그야말로 나를 위해 있는 것처럼 너무도 내가 좋아하는 주제를 엮여있다. 아홉 명의 안아주고 싶은 남성 화가들의 그림을 관람하며 도슨트 최예림의 안내를 따라가는 책이다. 읽다 보면 정말 눈물을 머금지 않을 수 없거나 황홀하게 웃으며 그들의 매력에 푹 빠진 채 책을 덮은 뒤엔 그 책을 꼭 안아주게 된다.
개인적으로 좋아하거나 궁금했던 화가들이 있어 더 좋았다. 구성이 너무도 좋은 게, 누구나 한 번쯤 봤을 법한 혹은 아는 화가들로 나열돼있다. 해돋이, 수련으로 유명한 클로드 모네. 이 책의 표지에 걸린 부기발의 춤을 그린 르누아르. 사과와 오렌지, 세 명의 욕녀를 그린 폴 세잔. 해바라기, 귀에 붕대를 감은 자화상으로 유명한 고흐. 레미제라블, 언제 결혼하니를 그린 고갱. 모자 쓴 여인, 키스로 유명한 클림트. 전기 요정, 앙파스 드 게르마 작업실을 그린 라울 뒤피. 기억의 지속, 황혼의 격세유전을 그린 살바도르 달리. 광대, 유언장 정물화를 그린 베르나르 뷔페까지. 총 아홉 명의 화가가 그린 그림에 얽힌 이야기와 최예림 도슨트가 해석한 그림 속 사건, 그리고 아름다움, 인상들의 서술을 읽으면 정말 미술관에서 그녀의 설명을 직접 듣는 기분이 들을 만큼 생생하다.
가장 인상깊었던 그림은, 살바도르 달리의 ‘기억의 지속’이었다. 최예림 도슨트가 설명하길, 달리는 ‘내가 본 꿈과 무의식 속 장면을 가능한 한 정확하게 그려내자’라는 초현실주의에서 세운 목표라고 한다. 꿈은 깨어남과 동시에 잊히기 때문에 침대 바로 옆에 이젤을 놓아 꿈에서 깨자마자 스케치를 한다는 것을 듣고 그의 무서운 열정에 소름이 돋았다. 이래서 안아주고 싶다는 뜻이었을까? 그림에는 각자의 터치 속에서 스며드는 열정과 목표를 달성하고자 하는 의지, 사랑, 애정 따위가 녹아들어 나까지 맛보고 싶을 지경이 돋는다. 이 책은 마치 한 송이의 꽃 같다. 가장 아름답게 피어날 때 우리를 만끽하게 하고, 덮자마자 져버리는 꽃을 보며 눈물겨워 안아주게 만든다. 정말 사랑스러운 책이다……,
미술품에 관심 있고, 내가 나열한 화가 중에 좋아하거나 관심 있는 화가가 있는 사람에게 적극 추천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