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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역사
이소영 지음 / 래빗홀 / 2025년 10월
평점 :
:: 이 리뷰는 출판사 래빗홀에서 제공해준 도서를 직접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난 여신이었어요. 내가 미쳤을까요?”
1억을 받는 조건으로 시작된 법정 허위 통역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거래의 대가
왜 이렇게 재밌나 했더니, 작가가 영화 시나리오 작가였다. 난 이 작가를 안다. 이 책을 읽기 전에 이미 이소영 작품을 접해봤다는 뜻이다. 특히 여고괴담3, 아파트, 미확인 동영상을 본 사람으로서 이 작가의 소설이라면 안 볼 수가 없다. 리스트 봐도 알겠지만, 이 소설은 표지만 보고 속으면 안 된다. 신비롭고 동화적이고 어떤 감동을 줄 것만 같지만, 절대 아니다. 이 소설은 추리이자 오컬트며, 함부로 넘볼 수 없이 압도적인 존재에 대한 공포가 깃들어있다. 또한 누구보다 끔찍한 진실까지 안은 소설이다. 네팔의 문화 중 실제 살아있는 신, 쿠마리를 매개하여 그 전통에 얽히는 유리천장과 민족정신, 한국에서 소수 타 인종에 대한 차별과 무관심이 뼈저리게 서술된다.
말했지만, 절대 표지에 속지 말 것.
표지만 보고 선입견을 두지 말 것.
펼치는 순간 첫 내용부터 충격에 빠지며 빠르게 다음 장을 넘기고 있을 것이다.
이게 출간도 전에 영상화 확정이라고? 안 보면 죽어도 후회하겠구나.
살인 사건 용의자로 잡힌 이가 외국인이고, 그 외국인의 법정 통역사가 이 추리를 푼다는 내용인 건 알고 있었기에 사실 첫인상은 별 기대가 없었다. 부끄럽지만 표지부터 재미가 없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작가에 대한 정보도 없는 문외한 그 상태였으므로 그저 키트가 갖고 싶어서 서평단 신청을 한 거였고, 그저 기대한 점이라면 한국 작가가 푸는 외국인이 연루된 살인 사건이 새롭겠다는 거였다. 그런데, 읽고 나서는 정말, 서평단 신청 안 했으면 토할 정도로 후회했을지 모르겠단 생각이 들었다. 얼마나 이 선입견이 무섭고 창피한 것인지 깨닫게 된다.
‘누군가는 이런 우연을 두고 심오한 인과를 연결하겠지만, 도화에겐 그런 유의 믿음도 없었다.’ - 44p
처음부터 뭔가 이상했던 사건. 정말 용의자가 차미바트는 맞는지 알 수 없는 상태에서, 재만은 살인자의 말을 들은 그대로 전할 가치가 있느냐는 뼈 깊은 말에 도화는 돈도 궁했고 순순히 순응해 허위 통역 제안을 받아들인다. 이미 네팔 사람도 아닌 제삼자들이 그녀를 살인자로 보고 있었고, 오직 차미바트 그녀만이 도화에게 똑똑히 결백했다. 자신이 미친 것 같냐고. 특유 영화같이 생생하게 묘사된 배경들, 각 인물 성격을 엿볼 수 있는 대사들, 마법 같으면서도 저주 같은 오컬트적 부분, 지루함도 없이 긴박한 속도감, 친절한 전개, 만족스러운 엔딩까지 너무 재밌게 읽었다. 이런 대작을 공짜로 읽어도 되는가…… 많은 생각이 들었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건 시원시원한 도화의 행동이다. 거리낌 없이 저돌적이고도 즉흥적인 그녀의 행동양식 때문에 속도감이 느껴진다고 생각했을지 모르겠다. 도화 같은 주인공이 없었다면 이 책이 그렇게까지 재미를 이끌 수 없었을 것이다. 어느 누가 불타서 남겨진 집 변기에 오줌마렵다고 소변 누는 짓을 해……. 진짜 겁이 없어도 너무 없는 거 아니냐?
가상 캐스팅
도화 – 김고은
재만 – 변요한
많은 인물이 나오는데 이게 스포일지 모르겠어서 소개에 나온 한국 인물만 해보았다.
차미바트가 눈을 떴을 때 모든 건 불타고 있었다. - P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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