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 아더 와이프 스토리콜렉터 123
마이클 로보텀 지음, 최필원 옮김 / 북로드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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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 아더 와이프



📍 당신이 평생 믿어왔던 가족의 진실이, 전부 거짓이었다면? 📍


💡

- 마이클 로보텀의 <디 아더 와이프>는
위와 같은 강렬한 질문을 던지며 시작되는 심리 스릴러다.


심리학자 ‘조 올로클린’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이 시리즈는
세계적으로 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다고 하는데,
이번 소설을 통해 그 인기를 직접 체감할 수 있었다.


💡

- 이야기는 주인공 조가 아버지의 사고 소식을 듣고 병원을 찾으면서 시작된다.


그런데 병실에는 처음 보는 여성이 있었고,
그녀는 자신을 조의 아버지 ‘윌리엄’의 “또 다른 아내”라고 소개한다.


도입부터 도파민을 확 끌어 올리는 설정이라
단숨에 몰입해서 읽을 수 있었고,
소설은 이 첫 장면의 긴장감을 끝까지 놓지 않는다.


💡

- 이 소설의 가장 큰 강점 중 하나는 정교한 심리 묘사다.


조는 단순히 사건을 쫓는 인물이 아니라,
감정적으로 깊이 흔들리는 인간적인 모습으로 그려진다.


아버지에 대한 양가감정,
아내를 잃은 후 딸과의 관계에서 느끼는 불안,
그리고 진실을 마주한 혼란 속에서 갈등하는 조의 내면은
‘가족’이라는 주제를 다시 돌아보게 만든다.


가장 가까운 존재가,
때로는 가장 낯설고도 복잡한 미스터리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소설은 단순한 스릴러 이상의 무게를 갖는다.


💡

- 또 하나의 매력은 속도감 있는 전개다.


가독성이 매우 좋고, 예상치 못한 전개가 계속 이어져
책장을 넘기는 손이 멈추지 않는다.


5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이지만,
생각보다 빠르게 완독할 수 있었고,
중간에 늘어지는 구간 없이 긴장감을 유지한다.


💡

- 전체적으로 정말 재밌게 읽은 책이지만,
아주 살짝 아쉬운 지점도 있었다.


일부 여성 캐릭터에 대한 외적 묘사가 굳이 필요했을까 하는 부분에서는
다른 독자들의 리뷰에 공감했고,
초반에 등장하는 조의 딸 보모 ‘앤디’가 갑작스럽게 조를 유혹하는 장면도
개인적으로는 다소 낯설게 느껴졌다.


다만 이런 부분들이 이야기의 흐름을 방해하진 않았고,
이후 전개에 충분히 집중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큰 흠은 아니다.


💡

- <디 아더 와이프>는 ‘조 올로클린’ 시리즈의 아홉 번째 작품이지만,
전작을 읽지 않아도 충분히 따라갈 수 있었고,
오히려 전 시리즈를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만큼
작가의 필력과 감정선의 흐름이 인상 깊었다.


단순한 미스터리를 넘어
“우리가 정말로 알고 있다고 믿는 사람들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 걸까?”
라는 질문을 던지는 소설.


가족이라는 익숙하면서도 가장 복잡한 관계를
심리 스릴러라는 장르로 풀어낸 점이 참 인상 깊었다.
첫 로보텀 소설로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 감정과 진실 사이에서 흔들리는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 심리 묘사가 깊이 있는 스릴러를 찾는 사람에게 추천한다.



✔ 우리는 온전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취직을 위해, 평화를 지키기 위해, 이성에게 호감을 사기 위해, 또는 아이를 보호하기 위해 거짓말을 한다.

비밀이 없다면 자아도 없다.

사회 집단에서, 일터에서, 또는 결혼생활에서 길을 잃고 헤매게 된다면
어쩔 수 없이 거짓말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

뻔뻔하게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인 척할 수밖에. (p.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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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낯선 바다에서 가장 나다워졌다
허가윤 지음 / 부크럼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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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장 낯선 바다에서 가장 나다워졌다


🌴

- 솔직히 말하자면, 책을 읽기 전에는 나도 모르게 선입견이 있었던 것 같다.


포미닛의 메인 보컬. 화려한 외모의 연예인.
그래서 어쩐지 차갑고 도도할 것 같았고,
나와는 전혀 다른 세계의 사람일 거라고 막연히 생각했던 것 같다.


하지만 허가윤의 첫 에세이 <가장 낯선 바다에서 가장 나다워졌다>를 읽으면서 그런 생각은 차츰 흐려졌다.


페이지를 따라가다 보니, 나와 크게 다르지 않은 고민을 하고,
나처럼 불안에 휘청이며, 결국엔 행복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사람이 거기 있었다.


🌴

- 허가윤이 발리로 거처를 옮겨 생활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많이들 알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처음엔 단순히 ‘발리에서의 생활을 엮은 책일까?’라고 생각했는데,
그런 가벼운 이야기만 담긴 책은 아니었다.


무대에서 반짝이던 사람이,
왜 무대를 떠나 발리에서 살아가게 되었는지,
어떤 고민 끝에 그런 결정을 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깊고 개인적인 기록이다.


🌴

✔ 오빠의 일을 계기로 나는 한 가지를 절절히 깨달았다.
미루지 말자. 사소한 것이든, 큰 것이든, 별거 아닌 것들까지도,
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할 수 있을 때 바로 하자.
완벽한 타이밍과 적당한 시기라는 것은 없다.
그리고 그때의 내 시간과 건강은 절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p.31)


- 허가윤은 꿈을 이루기 위해, 그리고 꿈을 이룬 뒤로는
그걸 지켜내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몰아붙이며 살았다.


그러다 사랑하는 오빠를 갑작스레 떠나보낸 일을 계기로,
‘인생이란 거 부질없구나. 삶의 끝에 다다랐을 때 후회하는 삶은 살고 싶지 않다.’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 질문의 끝에서, 그녀는 발리라는 완전히 새로운 세계로 향한다.


🌴

✔ 마음 가는 대로 막살고 싶다.
먼 미래까지 정해진 계획 없이 ‘잘한다, 못한다’를
미리 판단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며 즐기듯 살아가고 싶다. (p.194)


- 빠르게 흘러가는 도시를 벗어나,
천천히 숨을 쉬고, 바다를 바라보며, 마음을 들여다본다.


자극적이지도 않고,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삶도 아니다.
온전히 오늘 하루, 허가윤으로서 편히 존재하는 그런 삶이
발리에 있었다.


🌴

✔ 행복은 경력이 아니다. 날짜순으로 쭉 나열하며 반드시 기억해야 할 이유도,
더 과장하거나 꾸며 낼 필요도, 굳이 누군가에게 잘 보여야 하는 것도 아니다. (p.206)


- 책에 나오는 공간인 ‘발리’도 충분히 매력적이지만,
내게 더 크게 다가온 건 ‘지금의 허가윤’이라는 사람이었다.


화려함을 내려놓은 자리에 여유와 단단함이 자리 잡았다.
그런 내면의 건강함이 문장 곳곳에서 드러났고,
그게 참 보기 좋고, 어쩐지 부럽기도 했다.


‘행복해 보이는 삶’이 아니라 ‘진짜 행복한 삶’이
어떤 것인지를 보여주는, 선명한 예시 같았다.


🌴

✔ 미래만 좇다 보면 불안해질 수밖에 없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미래는 우리에게 꿈과 희망을 주기도 하지만, 동시에 불안과 조급함을 주기도 한다. (p.266)


- 무언가를 이루어야만, 또는 가져야만 가치 있는 삶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 오롯이 나로서 후회 없이 살아가는
하루의 가치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 무언가를 내려놓고 새로운 삶을 고민하고 있는 분

📚 느리고 단단한, 진심 어린 에세이를 찾는 분에게 추천한다.



✔ “국화처럼 살아라. 씨가 바람에 날려 여기서 피고 저기서 피는 국화처럼. 어디에서 어떤 색으로 필지 모르는 생명력 강하고 향기로운 국화처럼 살아라.” (p.2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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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의 세계 - 김설과 난초살인사건
김혜량 지음 / 서삼독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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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의 세계 : 김설과 난초살인사건


🌙 <작가와 책 소개>



- <리의 세계>는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소설이지만,
단순한 사극이나 미스터리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김혜량 작가의 <리의 세계>는
복잡한 인간 심리와 철학적 질문을 함께 다룬,
독특한 결을 가진 소설이다.

동양철학을 전공한 작가답게
‘리(理)’라는 중심 개념을 통해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 과거에 급제했지만, 벼슬길은 멀기만 한 ‘김설’은
명문가의 사위 자리를 미끼로 ‘천란’이라는 난초의 행방을 찾아 떠난다.


그러나 그가 도착한 입기현 마을에는
난초 대신 차가운 시신이 기다리고 있었고,
이성이나 논리가 통하지 않는 듯한 현실 속에서
김설은 의심과 혼란에 빠진다.


🌙 <캐릭터>

- <리의 세계>가 특별한 이유 중 하나는
등장인물들이 결코 한눈에 파악되지 않는
복합적인 면모를 지니고 있다는 점이다.


고전 병서를 탐독하며 속을 알 수 없는 아름다운 여인 고채,
겉으로는 선하지만, 내면엔 어두움을 품은 정진허,
무당 을그미와 민하겸 등 다채로운 인물들이 등장한다.


이들은 선악으로 단순히 나뉘지 않고,
각자가 무엇을 숨기고 있는지가 더 중요하게 다가온다.
이런 인물들의 다층적인 매력이 미스터리 서사를 더욱 흥미롭게 만든다.


🌙 <리 理>

- 제목에서 알 수 있듯 ‘리(理)’는 이 작품의 중심 개념이다.
책을 읽으며 찾아본 결과,
‘리’는 사물과 인간, 세계의 이치를 뜻하는 동양철학의 핵심 개념이라고 한다.


주인공 김설은 유생답게 사건과 관계를
‘이성적’으로 이해하고 해결하려 한다.


하지만 입기현이라는 마을은
그런 이성적 개념이 통하지 않는 곳처럼 느껴진다.


🌙

- 시대극으로서의 고증도 꽤나 신경을 쓴 듯 보인다.
의복, 계급 구조, 말투 등이 작위적이지 않고,
시대적 분위기를 자연스럽게 드러낸다.


유교 질서 아래에서의 관계,
남녀 간의 거리감 등은 조선시대라는 배경을
설득력 있게 해준다.


문체는 딱딱하지 않고 고전적이면서도 몰입감 있게 이야기를 끌어간다.


🌙

- 이 소설은 단순히 논리로만 사건을 해결하지 않는다.
오히려 논리가 무력해지는 순간 속에서
철학적 질문과 감정의 충돌, 미스터리의 긴장감을 잘 녹여낸다.


무엇보다 사건보다 중요한 것은 인물들이 어떤 선택을 하는가이다.


그 선택들은 각자의 ‘리’, 즉 각자의 세계에서 비롯된다.
각자의 ‘리’를 붙잡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이 작품을 통해 인간의 복잡함이
단순한 옳고 그름으로 나눌 수 없는 것임을 새삼 깨닫게 된다.



✔ 악이란 건 그런 겁니다.
눈앞의 문제는 해결하지도 못하면서 자기들이 독점한 학문을
자기들만을 위한 도덕으로 둔갑시키는 이기심. (p.261)



📚 역사적 배경이 있는 미스터리를 찾는 독자,

📚 캐릭터 중심 서사의 소설을 선호하는 독자에게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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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름의 항해
앤 그리핀 지음, 허진 옮김 / 복복서가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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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여름의 항해


⚓️

- 작년에 앤 그리핀의 전작 『모리스 씨의 눈부신 일생』을 정말 인상 깊게 읽고,
주변 사람들에게 열심히 추천하고 다녔던 기억이 있다.


이런 기억이 있기에 이번 신작도 큰 기대를 하며 읽었는데,
역시나 그 이상이었다.


시작은 조용하지만, 읽는 내내 마음속에서 파도가 계속 일렁이는 소설이다.


⚓️

- 주인공 ‘로지’는 과거 고향에서 여객선 ‘이브니스’를 운행하는 일을 했었고,
결혼해 고향을 떠났다.


⚓️

- 결혼 후 얻은 로지의 첫째 딸 ‘시어셔’가 8년 전 실종됐고,
시간이 많이 흘렀지만, 로지는 여전히 깊은 죄책감과 괴로움 속에 살고 있다.


그리고 가족들도, 주변 사람들도 이미 시어셔의 죽음을 받아들인 듯 보이지만,
오직 엄마 ‘로지’만은 아직도 어딘가에 살아있을 거라 믿고 있다.


그런 로지의 마음이 절절하게 다가와서, 읽다 보면 저절로 눈물이 맺히기도 했다.


⚓️

- 딸을 잃은 슬픔 하나로도 벅찬 와중에 어머니까지 최근 떠나보낸 로지.


✔ 외로움이, 내 삶이 한 바퀴 빙 돈 끝에 이곳으로 돌아왔다는 절망감이 또다시 엄습했다. (p.56)


- 아내와 사별한 뒤 건강이 나빠진 아버지의 부름으로
로지는 마지못해 고향 섬으로 잠시 돌아온다.


처음에는 어쩔 수 없이 등 떠밀려 왔다는 마음이 컸지만,
다시 여객선 ‘이브니스’를 몰기 시작하면서
로지는 조금씩 일상의 리듬을 되찾아간다.


말없이 곁에 있어 주는 사람들,
조금은 무뚝뚝하지만 나름의 온기로 다가오는 사람들,
그게 로지를 다시 숨 쉴 수 있게 해준다.


✔ 항구로 들어가자마자 당장 다시 배를 돌려 출항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나는 절대 멈추지도, 포기하지도 않고 그렇게 계속 왕복하면서 육지에서의 삶을 회피한 채 이곳에서 키를 잡고 상상 속에 머물며 남은 평생을 보낼 수 있었다. (p.74)



- 완전한 회복은 아니어도, 그저 오늘 하루를 버틸 힘을 조금씩 찾아가는 모습.


회복이라는 건,
어느 날 갑자기 나아지는 게 아니라
무너지지 않고 매일을 살아가는 것이라는 걸
이 책은 깊이 있게 보여준다.


⚓️

- 이 책의 독특한 점 가운데 하나는
바로 소설의 구성 방식.


로지의 이야기를 따라가다가,
중간중간 짧게 삽입되는 시어셔의 실종 당일의 이야기.


짧지만 강렬하게 남는 그 장면들 덕분에
단순한 감성 서사에 그치지 않고
잔잔한 미스터리처럼 느껴지는 흐름도 있다.


⚓️

- 딸을 기다리는 엄마의 절박함,
죽음을 받아들이려는 가족들의 체념,
그 사이에서 벌어지는 갈등들이 너무나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슬픔과 상실을 대하는 방식은 각자 다를 수밖에 없고,
그 차이가 관계를 갈라놓기도 한다는 걸
조용히, 날카롭게 보여준다.


그리고 그 혼란과 상처를 지나며 받아들이고,
다시 사람들과 연결되고, 삶을 되찾아가는 로지의 모습은
지극히 조용하지만, 분명한 희망으로 보인다.


⚓️

- 잔잔하고도 오랜 여운이 남는 소설이다.


시간은 흘렀지만, 상실의 파도는 여전히 나에게 밀려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파도 속에서도 삶은 계속된다는 것.


상실과 그를 대하는 자세, 그 후의 갈등과
이를 뛰어넘는 회복의 여정을 독자에게 천천히 들려주는 소설이다.




📚 상실과 회복의 과정을 깊이 있게 그린 이야기 좋아하시는 분

📚 감정선을 따라가는 잔잔한 소설을 찾는 분

📚 단순한 위로가 아니라, 아픔과 공존하는 삶을 그린 이야기에 끌리는 분께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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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을 향하여
안톤 허 지음, 정보라 옮김 / 반타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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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원을 향하여


📍부커상 인터내셔널 후보작 번역가, 안톤 허의 첫 소설📍

📍낯설지만 깊이 스며드는 사랑과 존재에 대한 이야기📍


💡

솔직히 말하면 이 책은 읽기 쉽지 않았다.


주인공은 과학자, AI, 클론이고 배경은 핵전쟁 이후의 먼 미래다.
거기에 시와 음악, 철학적 질문들이 계속해서 등장한다.


특히 이 책은 영어로 쓰인 한국 작가의 소설을 다시 한국어로 옮긴 번역본이라,
일부 문장에서는 번역 투 특유의 느낌 때문에 잘 읽히지 않는 부분도 있었다.

(참고로 번역은 ‘저주토끼’의 정보라 작가가 했다.)


하지만 그런 낯섦과 생경함이 오히려 이 소설이 그려내는 미래 세계관과 잘 어울리기도 했다.
책을 읽어나갈수록 그 독특한 문체가 오히려 작품의 분위기를 살려준다는 생각이 들었다.


💡

<영원을 향하여>는 AI, 클론, 인간이라는 존재의 경계가
모호해진 시대를 배경으로 한다.
‘존재’란 무엇인지, 인간과 인공지능은 무엇이 다르고, 또 닮아있는지 묻는다.


책에는 ‘시를 읽는 인공지능’ 파닛이 등장한다.
왜 하필이면 시일까?


시는 단순한 문장이 아니다.
가장 함축적인 언어의 형태로 감정과 사유를 담아낸다.


인공지능인 파닛이 시를 읽는다는 것은, 단순히 데이터를 해석하는 것을 넘어,
미묘하고 복잡한 인간의 감성과 존재에 한 걸음 다가가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즉, ‘인간다움’에 조금씩 가까워지는 과정이며,
이 과정을 통해 이 책은 존재와 사랑, 그리고 소통의 의미를 깊이 탐구한다.



💡

이처럼 ‘시’와 ‘언어’가 이 책의 중요한 키워드라면,
또 다른 핵심 키워드는 바로 ‘사랑’이다.


이 책에서 다루는 ‘사랑’은 매우 다양하고 깊다.


단순한 남녀 간 감정을 넘어서, 음악에 대한 사랑, 시와 언어를 향한 애정,
아이와 가족에 대한 사랑, 자매애 같은 유대까지 다채로운 사랑의 모습이 담겨있다.


💡

특히 사랑에 관한 질문은 인공지능과 클론 같은 존재가 등장하면서
더욱 무게를 갖는다.


과연 그들도 사랑할 수 있을까?

만약 사랑이 인간만의 고유한 감정이라면,
‘사랑하는 능력’은 곧 존재를 증명하는 중요한 조건일까?


이 책은 그런 오래되고도 깊은 질문을
부드럽지만 단호하게 던지며 독자에게 사유의 시간을 선물한다.



💡

쉽지 않은 책인 것은 분명한 것 같다.


그러나 이 책을 읽는 가장 좋은 방법은
줄거리를 빠르게 따라가기보다는,
하루에 몇 쪽씩 천천히 음미하듯 읽으며
한 문장, 한 구절의 시에 집중하는 것이다.


완벽히 이해하지 못해도 괜찮다.
오히려 그 낯섦과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오히려 더 깊은 생각과 질문으로 이어지게 한다.


💡

우리가 평소 너무 익숙하게 생각했던 인간, 언어, 사랑, 기억, 존재 같은 개념을
새로운 시선으로 다시 바라보게 하는 책이다.


쉽게 읽히는 작품은 아니지만,
그만큼 우리 마음에 오래도록 울림을 남긴다.


느리지만 묵직하게 사랑과 존재에 대해 사유하고 싶은 독자에게
진심으로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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