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그녀의 것
김혜진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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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으나 주관적인 감상을 적었습니다.

스무 살의 홍석주가 쉰여덟 살의 노련한 편집자가 되기까지의 여정이 담긴 소설이다. 한 사람이 문득 책이라는 세계에 빠져 출판사에 들어간 이야기가 이 소설의 전부이기 때문에 스토리만 보면 굉장히 간결하다고 볼 수 있다.

‘출판사’라는 세계를 굉장히 집약적으로 보여준 소설이 아닐까. 책이라는 물성을 갖기까지 가려진 노동이 참 많다는 것을 이 소설 덕분에 알게 됐다. 편집자의 일이라는 것이 생각했던 것보다 감춰진 부분이 많다는 사실도.

‘책을 좋아해요?’라는 단순한 물음에 속수무책으로 뛰어들었던 새내기 출판인은 그저 좋은 책을 만들기 위해 매 순간 최선을 다한다. 석주는 그 과정을 한 번도 쉽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묵묵히 자신의 전심전력을 담아낼 뿐이다. 무언가를 사랑하는 마음을 정의하라고 한다면, 석주의 삶을 꺼내 보여야 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소설을 다 읽고 나는 ‘숭고하다’라는 말이 떠올랐다. 다른 말로는 석주의 삶을 표현할 수 없을 것 같다. 소설의 마지막 장을 덮으며 짙은 여운이 남았다. 지금도 자신의 모든 것을 담아 원고를 쳐다보고 있을 그림자 같은 이들을 떠올리게 만들어서, 책을 향한 그들의 열정이 오롯하게 느껴져서 이 책을 나는 더 오래 기억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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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지금 소설 모드 - 제2회 현대문학*미래엔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하유지 지음 / 현대문학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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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으나 주관적인 감상을 적었습니다.

미리내가 집에 들어가자마자 반기는 것은 엄마가 체험단으로 받아 온 집안일 로봇 아이쿠3.1. 집안일 로봇이지만, 집안일에는 영 재능이 없는 도통 쓸모없어 보이던 아미쿠가 미리내의 필명을 알고 있다?! 게다가 그 소설에 대한 조언까지 서슴지 않는다. 아미쿠의 조언대로 소설의 제목을 수정하고, 새 회차를 연재했더니 조회 수가 상승하기 시작했다!

내용이 흥미진진해서 결말까지 단숨에 읽었다. 저자는 시대의 흐름에 따른 질문을 던지면서 ‘소설가’라는 정체성으로 성장해 가는 한 아이의 이야기를 그려냈다.
인공 지능이 발달함에 따라 창작물에 관한 논쟁도 끊이질 않는다. 저자는 ‘내가 쓴 소설이지만, 인공 지능의 조언대로 수정한 결과물이라면 창작자를 나라고 단언할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을 독자에게 넌지시 건넨다. 그런 점에서 생각할 여지를 남기는 시의적절한 소재였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 책은 인공 지능의 창작 논쟁에 관한 답을 제시하지 않는다. 그저 ‘뭘 어떻게 쓰든 소설은 결국 자기 이야기(p.215)라는 것을 깨닫고 소설가의 꿈을 펼치고자 하는 한 아이의 성장 과정을 그려낼 뿐이다. ‘조금씩 더 괜찮아지고 싶(p.216)’고,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마음으로 소설 모드를 장착해 가는 조금 더 단단해진 한 아이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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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생각만 하고 그대로일까 - 실패의 굴레에서 벗어나 실행을 만드는 무의식 사용법
코트니 트레이시 지음, 문희경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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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으나 주관적인 감상을 적었습니다.

<무의식은 어떻게 나를 설계하는가>를 통해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무의식이 우리를 어떻게 지배하고 있는지 새삼 알게 되었는데 <나는 왜 생각만 하고 그대로일까>를 읽으며 우리가 무의식을 통제한다면 의식적 선택을 통해 변화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책의 1부에서는 신체적 무의식, 인지적 무의식, 정신 분석적 무의식을 다루고 있고, 2부에서는 의식의 12단계를 통해 무의식을 인식하고, 의식적으로 변화할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책을 읽으면서 흥미로웠던 점은 가족 안에서 대물림되면서 우리의 세계관부터 대인관계 방식까지 삶의 모든 영역에 영향을 미치는 사고 기반의 신념과 편견, 행동(p.213)을 일컫는 ‘세대 인지적 무의식’이라는 개념이었다. 우리를 형성하고 이루고 있는 삶의 영역 대부분이 은연중에 보고 들은 학습된 관념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는 사실이 흥미로웠다.
성장 과정에서 양육자가 무의식중에 드러내는 비언어적 신호를 보고 타인의 감정을 해석하는 법을 배운다는 사실도 양육자가 아이에게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절대적인가를 느끼게 되는 대목이었다. 양육 태도의 중요성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달까.

자신을 통제할 수 없어 통제권을 되찾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이 책을 한 번쯤 읽어보는 것도 도움이 될 듯하다. ‘당신의 의식은 당신의 것이고, 통제력도 당신의 것(p.204)이니까. 우리는 얼마든지 변화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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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의 미래 - 편혜영 짧은소설
편혜영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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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으나 주관적인 감상을 적었습니다.

인간 본성에 자리한 어두운 면을 그려내는 저자의 글은 여전히 서늘하다. 잔인한 묘사 하나 없이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게 하는 소설집이었다.

이들의 일상은 평범한 듯 흘러가지만, 일상의 고요를 흔드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삶의 균열이 발생한다. 가해자 부모로부터 스토킹을 당하는 남자 ‘기명’의 이야기 <어른의 호의>, 한밤에 걸려 온 의문의 전화를 받고 과거의 삶을 복기하게 되는 장이수의 이야기 <이윽고 밤이 다시>가 대표적이었다.

가장 섬뜩했던 이야기는 금니를 파는 남자의 이야기가 담긴 <깊고 검은 구멍>, 도어락을 설치하는 유신의 이야기 <앨리스 옆집에 살았다>, 세입자와의 갈등을 담은 <모든 고요>였다. 편혜영 작가만의 서스펜스를 가장 강렬하게 담은 글이 아니었나 싶다.

이 서늘한 소설 속에서도 온기를 느낄 수 있었던 작품이라면, 사회 초년생이었던 엄마의 과거를 담은 <신발이 마를 동안>, 전학을 다니느라 어딘가에 정착하지 못했던 승주와 유미의 만남을 그린 <아는 사람>이다.

어른의 미래는 우리가 꿈꿔왔던 대로 흘러가지 않고, 예상 밖의 사건을 마주하는 순간이 반복된다. 저자는 그러한 어른의 삶을 가장 서늘한 모습으로 비춘다. ‘인생의 저울은 계속 행운 쪽으로만 기울지 않(p.64)는 법이며, ‘어떤 관계든 힘든 순간이 있기 마련(p.84)이라는 것을 긴장감 넘치는 이야기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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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스름 청소부 래빗홀 YA
김혜진 지음 / 래빗홀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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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으나 주관적인 감상을 적었습니다.

남들이 보지 못하는 ‘어스름’을 보는 어스름 청소부 소요와 어느 날 나타난 어스름이 없는 신비로운 전학생 예나의 이야기가 담긴 소설이다.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본다는 건, 누군가에겐 무용한 일과 다름없다. 어스름을 보지 못하는 사람들이 보기에 어스름을 청소한다는 건 ‘안 해도 되는 일을 하는 것’처럼 보일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소요는 외롭다. 친구라고는 어스름을 볼 수 있는 같은 처지의 제하밖에 없었으니까. 그렇기 때문에 소요에게 예나는 특별하다. 남들이 보기에 이상한 두 사람은 서로의 상황을 이해할 수 있으니까. ‘예나를 발견해 낸 건 족쇄 같았던 내 능력 덕분(p.74)’이었다고 생각하는 소요는 자신을 조금은 좋아할 수 있게 된다.

소설 속에서 틈은 누구에게나 있는 약점, 혹은 빈틈을 상징하는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했다. 그 약점을 어두운 마음으로 뒤덮어 타인을 이용하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빈틈을 환한 빛으로 채워 나가는 사람이 있다고 이야기하고 싶었던 게 아닐는지.
그렇게 소요는 예나를 만나 점차 어둠에서 빛으로 나아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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