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파리를 불태운다
브루노 야시엔스키 지음, 정보라 옮김 / 김영사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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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으나 주관적인 감상을 적었습니다.


피에르가 쏘아 올린 공(흑사병)에서 시작되는 이야기다. 전염병으로 파리가 봉쇄되고, 파리 안의 서로 다른 구역에서 다른 인종이 소공화국을 이루어 살게 된다. 과연 그 끝은 어떻게 될까?


이 소설을 번역한 정보라 작가의 말에 의하면 이 소설은 선명하게 ‘새빨간’(P403) 소설이다. 이념만 생각한다면 그렇게 바라볼 수밖에 없고, 그 지점이 누군가에겐 거부감을 일으킬 수밖에 없을지 모른다. 그러나 저자가 제시하는 유토피아의 모습은 의외로 단순하다. 그들은 성별의 구분 없이, 곡식을 수확하며 새로운 도시를 만들었다. 그가 제시하는 이상은 초기 농경 사회의 모습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단조롭고 평화로운 사회처럼 묘사된다.


그러나 인간이 생각하는 최선의 상태를 갖춘 완전한 사회라는 게 존재할 수 있을까?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유토피아라고 불리는 게 아닐까. 모든 사람의 평등과 행복을 지향하는 사회라는 게 애초에 가능한지 잘 모르겠다. 다만, 서로 협력하는 사회 정도는 꿈꿔볼 수 있지 않을까. 함께 잘 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면, 조금은 더 행복한 사회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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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모두 죽어야 하는가
심너울 지음 / 나무옆의자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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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으나 주관적인 감상을 적었습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소속 5급 사무관인 서효원은 보건복지부 장관 성명훈의 명령으로 블루워터리서치라는 회사로 잠입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사건에 휘말리는 내용이 그려지는 소설이다.
저자는 인간의 영생에 대한 탐욕을 그려낸다. 소설에 등장하는 최민은 이런 인간의 욕심으로 부를 축적하는 인물이다. 돈을 낼 수 있는 부자들에게만 약을 제공하고자 하며, 이를 진화론의 적자생존에 빗댄다.

결말이 궁금해서 앉은 자리에서 다 읽을 정도로 술술 읽히는 편이다. 다만, 결말이 부자연스러운 면이 있어서 억지로 만든 해피엔딩처럼 느껴지긴 했다.

효원은 자신의 선택이 옳은 일인지 확신할 순 없지만, 적어도 그것이 나은 선택이기만을 바라며 나아갈 뿐이다. 어쩌면 저자는 삶이란 그런 것임을 말하고자 한 것이 아닐까. 혼란스러운 삶 속에서 어떤 결정을 내리든, 자신의 결정을 믿고 나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말이다.

영원불멸의 삶이 과연 매혹적인 일일까. 생각해 볼만한 주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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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를 지키다
장바티스트 앙드레아 지음, 정혜용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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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으나 주관적인 감상을 적었습니다.

연골 형성 저하증을 가지고 태어난 뛰어난 조각가 미켈란젤로 비탈리아니(미모)와 그의 뛰어난 친구 비올라의 이야기가 담긴 소설이다.

그의 조각상에 담긴 비밀을 따라가 보면, 그 이야기 끝에는 비올라가 있다. 누구보다 똑똑했고 한 수 앞을 내다볼 수 있는 현명한 여성 비올라. 사회가 규정한 정상의 기준에서 벗어난 이 둘의 이야기는 그래서 더 특별하다. ‘절대 고치지 못할 비정상성이 있어. 그건 내가 여자이기 때문이고 그 점에 관한 한 내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지(P.595)'라는 문장은 비올라만을 대변하는 문장이 아니다. 연골 형성 저하증을 가지고 태어난 미모 역시 그 점에 관한 한 자신이 할 수 있는 건 없었기 때문이니까. 둘은 그래서 서로 연결되어 있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그러나 미모는 조각가의 면모로 사회적 시선을 일부 극복하지만, 당시의 여성인 비올라에겐 쉽지 않은 일이었다. 하지만 비올라의 노력이 헛된 일이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녀는 분명 날아올랐으니까.

미모가 원석을 깨뜨리고 훼손하면서 작품을 완성하는 조각가라면, 원래의 세계에 균열을 내면서 자신의 자리를 만들어간 비올라는 세상을 조각한 조각가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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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왕
마자 멩기스테 지음, 민은영 옮김 / 문학동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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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으나 주관적인 감상을 적었습니다.


이탈리아가 에티오피아를 침략한 시대를 배경으로 한 소설로, 부모를 잃고 키다네의 집 하인으로 사는 히루트가 주인공인 소설이다.

소설의 주인공이라고 볼 수 있는 히루트의 활약은 사실 굉장히 미미하다. 소설 초반 아버지가 물려준 소총(우지그라)을 키다네에게서 되찾기 위해 노력한 것치고 전쟁터에서 활약은 미미하다. 엑스트라와도 같은 이름 없는 이탈리아 병사 한 명 처리한 게 다니까. 총을 제대로 쏜 적이 있기나 한가 싶다. 오히려 소설 초반 이해하기 어려운 태도를 보이던 아스테르가 전사의 임무를 수행한다.


소설에서 가장 분노했던 지점은 이탈리아의 침략 이후 국민은 나 몰라라 내팽개치고, 영국으로 도망간 황제의 모습을 보았을 때다. 그런데도 나라를 되찾기 위해 목숨을 불사하는 국민의 모습을 보는 게 안타까웠다. 더욱더 화가 나는 것은 전쟁의 승리 이후 아무 일 없다는 듯이 복귀하는 황제의 모습을 봐야 했을 때가 아니었을까. 고단한 민족사를 보는 것만 같아서 정말 괴로웠다. (이래서 훌륭한 지도자를 만나야 해. 안 그럼 정말 국민만 개고생)


추천사를 쓴 살만 루슈디는 이 소설을 서정적인 신화라고 표현했으나, 좋게 포장해서 서정적인 내용인 것이고, 전쟁 이야기를 다룬 소설치고 긴장감이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 박진감 넘치는 전쟁 이야기가 아니라 전반적으로 느슨하게 느껴진 부분이 있던 건 사실이다. 여성들의 활약은 기대보다 떨어지고, 전면으로 나서는 모습이 그리 많지 않아서 대체로 아쉬움이 남았다. 오히려 제목이 ‘그림자 왕’인 만큼 그림자 왕의 임무를 맡은 ‘미님’의 이야기에 비중을 두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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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라고 불러도 될까요 - 앤드 엔솔러지
이서수 외 지음 / &(앤드)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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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으나 주관적인 감상을 적었습니다.


가까이 지내는 언니, 혹은 자매와의 관계를 그려낸 앤솔러지 소설집이다. 제목에서부터 여성의 연대를 그렸을 것 같아 호기심을 자아냈고, 관심 있는 작가의 라인업이라 궁금했다.

<어느 한 시절>의 마지막 문장을 읽고 잠시 코끝이 시큰해졌다. 나는 현시대의 문제를 포착하여 이야기를 풀어내는 이서수 작가의 글을 좋아하는데, 이번 작품에도 내가 고민했던 지점이 동일하게 들어있어서 더 공감하며 읽었다. <그 언니, 사랑과 야망>은 시대성과 함께 여성 연대를 그려낸 점이 좋았고, 언급된 작품 <러브 누아르>의 이야기까지 읽어보고 싶어졌다. <나를 다문화라 불렀다>는 다문화 가정 아이들이 성장 과정에서 겪는 현실적인 문제를 언니와 동생의 관계로 풀어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순영, 일월 육일 어때>는 앤솔러지 제목의 내용이 언급되는 단편이다. 언니라고 부르고 싶었던 순영과 화자의 이야기는 소중했던 존재의 상실과 애틋한 순간을 가만히 풀어내는데, 묘사된 마지막 장면이 아련해서 마음에 더 오래 머물렀다. 나에게도 그런 언니가 있었다. 자매가 아니더라도 ‘언니’라고 부르며 더 가까이 지내고 싶었던 사람들. 나에게는 ‘언니’라는 단어가 주는 포근함, 동경 같은 것이 있었으니까.

여성이라면 누군가에게 한 번쯤은 해봤을 것 같은 말, ‘언니라고 불러도 될까요.’를 읽으며 한 시절을 함께 보낸 ‘언니’를 추억해 보시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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