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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크바의 신사
에이모 토울스 지음, 서창렬 옮김 / 현대문학 / 2018년 6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으나 주관적인 감상을 적었습니다.
로스토프 백작이 메트로폴 호텔에서 종신 연금형을 선고받는 장면으로 시작되는 소설이다. 그가 호텔에서 인생의 절반 이상의 삶을 꾸려나가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
로스토프 백작이 호텔에 구금되어 있다는 사실을 전개 내내 잊게 할 정도로 이야기가 다채롭다. 그가 호텔에서 니나라는 소녀를 만나 함께 호텔 내부를 탐험하고, 레스토랑 직원들과 환상의 호흡을 이뤄내는 장면들이 흥미진진하다. 특히 에밀과 안드레이와 백작, 이 삼총사의 조합이 재밌었는데 부야베스를 만들기 위해 펼치는 작전이 폭소를 자아낸다.
그뿐만 아니라 백작은 배우인 안나와 사랑에 빠지기도 하고, 오시프와 뜻밖의 우정을 나누기도 한다. 이 모든 일이 이루어지는 곳이 ‘호텔’이라는 좁은 세계라는 사실이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백작이 누비는 세계는 비좁지 않다.
소피야와의 만남도 주목할 부분인데 처음엔 어색하던 두 사람의 호칭이 바뀌는 순간이 기억에 남는다. ‘아저씨’로 불리던 백작이 어느새 소피야의 ‘아빠’가 되는데, 부득이한 돌봄에서 진정한 가족이 되어가는 과정이 좋았다. 성인이 된 소피야에게 로스토프가 전하는 인생의 조언은 그가 비관적인 상황에서도 품위를 지키며 삶을 영위할 수 있었던 이유가 아니었을까.
이야기를 따라가는 내내 호텔이라는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로스토프의 삶은 풍부하고 다채롭다. 호텔이라는 좁은 공간이 단 한 번도 떠오르지 않았던 소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