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전쟁 - 우리는 왜 이 전쟁에서 실패를 거듭하는가
요한 하리 지음, 이선주 옮김 / 어크로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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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으나 주관적인 감상을 적었습니다.

저자는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한 해리 앤슬링어가 마약 문제를 인종 차별과 결합하여 어떤 방식으로 강화했는지 설명하면서 마약 전쟁과 관련된 쟁점을 짚어나간다. 초반부터 중반에 이르기까지 저자는 불법화해도 사라지지 않는 마약, 단속을 강화하고 범죄자를 잡아들일수록 마약과 관련한 문제는 폭력적으로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을 담는다.

물론 정신적 외상이 중독에 빠져들게 만드는 원인이 될 수도 있다는 저자의 의견에는 동의한다. 그러나 환경적 요인이 중독을 만든다고만은 생각하지 않는다. 단순 쾌락을 목적으로 즐기는 부유층 중독 사례도 있기 때문에 환경이 좌지우지한다고 보긴 어려웠다. 마약을 합법화한다고 해서 마약 문제가 사그라든다고 생각하지도 않기 때문에 저자의 모든 의견에 동의할 순 없었다. 어떤 면에서는 옹호자의 입장에 더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져서 반감이 들기도 했다. (특히 책에 담긴 닉 길레스피의 주장은 중독자의 입에서 나오는 변명을 보는 것 같아 실소가 나오기도...)

저자의 주장은 포르투갈의 사례처럼 중독자를 범죄자로 낙인찍기보다는 치료가 필요한 사람으로 분류하고, 중독을 벗어날 수 있도록 돕자는 것이다. 필요하다면 마약 공급을 통해 스스로 벗어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인데 통계적인 수치로 보면 분명 긍정적인 면이 있었기 때문에 치료가 필요하다는 의견에는 동의한다. 그러나 마약 공급의 측면에서 보면 그게 옳은 방향인지 아직 확신하기 어렵다.

하지만, 중독을 치료하는 게 마약 전쟁의 핵심 문제임은 분명해 보인다. 마약 중독에 관한 연구가 알려진 사실과 다른 측면이 있다는 점은 새로운 사실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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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밤 해변의 무무 씨 - 그리고 소설가 조해진의 수요일 다소 시리즈 1
조해진 지음 / 다산책방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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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으나 주관적인 감상을 적었습니다.

항암 치료로 요양병원에 입원하게 된 은희와 그의 집에 임시 거주하게 된 수연의 이야기로 교차 서술되는 소설이다.

슬픔 속에서도 담담한 문체로 삶의 아픔을 담아내는 작가의 문장은 여전히 좋았다. 빨래방의 세탁기와 건조기의 소리를 파도 소리처럼 여기며, 작은 해변이라 부르던 소박한 사람들의 진심이 담긴 이야기였다. 삶은 소박하지만, 마음은 가난하지 않은 사람들이 지닌 마음의 온기가 글자를 통해 고스란히 독자에게 전달되는 기분이었다.

소설도 좋았지만, 소설가의 일기와 책상 사진까지도 완벽하게 좋았다. 타인과 연결되는 순간을 이토록 따스하게 빚어낼 수 있는 글을 만날 수 있어서 행복했다. ‘나로 인해 세상이 바뀌지는 않겠지만 바뀌리란 그 믿음(p.73)’으로 살아가는 이들의 단순한 진심이 더 많은 독자에게 가닿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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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 상사가 대장이면 좋겠다
데니스 뇌르마르크.크리스티안 그뢰스 지음, 손화수 옮김 / 자음과모음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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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으나 주관적인 감상을 적었습니다.

<가짜 노동>의 공저자 데니스 뇌르마르크와 인류학자 크리스티안 그뢰스가 제시하는 이상적인 리더십에 관해 논하는 책이다.

1장에서는 자기중심적이고, 억압하고, 자신의 위상을 높이기 바쁜 리더들의 사례를 짚어보고, 2장은 리더라는 권력의 명과 암을 3장에서는 족장의 리더십이 어떠한 형태인가를, 4장에서 구체적인 족장형 리더들을 소개한다. 5장은 혁명적인 탈리더 조직 문화를 다루고, 6장은 조직문화가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가를, 7장에서는 족장형 리더를 선별할 수 있도록 돕는 내용을 담아냈다.

1장을 읽으면서 그동안 만나왔던 강압적이고, 무능한 리더들의 사례를 접하는 것 같아 속이 답답했다. 4장의 사례에서 만난 리더들은 유니콘처럼 느껴졌달까. ‘이것이 진정 존재하는 직장인가. 직장의 유토피아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로 이들은 너무 이상적인 리더들이었다. 덴마크에 이런 훌륭한 민주적인 리더들이 많다면, 다수가 느낄 것이다. 꿈의 직장이 바로 이곳이라고.

특히 5장에서 소개된 ‘사우스웨스트 항공’의 사례는 놀랍다. ‘업계 평균보다 낮은 보수를 받는 사람들은 오직 경영진뿐(p.264)이라니. 이게 가능한 일인가. 내가 여태까지 다닌 직장에서 낮은 보수를 받는 사람은 오로지 사원밖에 없었는데 말이다.

이 책은 우리의 경영 방침은 ‘가좋’(속된 말을 순화했음) 같은 회사라고 내세우는 리더들이 필히 읽어야할 내용이다. 직원을 감시하고, 통제하고, 일일이 업무 수행 방식에 간섭하지 않아도 이들의 조직은 누구보다 원활하게 돌아가고 있었으니까.

‘과연 나는 어떠한 리더인가, 어떤 리더를 만나고 싶은가,’를 점검하고 싶다면 이 책을 꼭 읽으시기를 바란다. 다만, 4장의 직장들이 유토피아처럼 느껴질 수 있으니 주의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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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긴 매듭
배미주 외 지음 / 사계절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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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으나 주관적인 감상을 적었습니다.


‘모계 전승’이라는 주제의 앤솔러지이지만, 모계 전승에 더 가까운 이야기는 <엄마의 마음>, <행성의 한때>, <거짓말쟁이의 새벽>이었고, 여성의 연대에 더 가까운 이야기는 <이삭은 바람을 안고 걷는다>, <오랜 일>이었다.

정보라 작가의 <엄마의 마음>은 인터뷰 내용까지 완벽했다고 생각한다. 여전히 여성에게 ‘평범’한 삶이란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육아를 하는 삶을 일컬을 때가 많은데 그 평범한 삶을 거부하는 완의 이야기가 좋았다. <행성의 한때>는 역진화라는 발상이 새로웠고, 여성에게 일어나는 고통과 연대를 담은 <이삭은 바람을 안고 걷는다>와 <오랜 일>은 읽으면서 마음이 아프기도, 분노가 일기도 했다. 이러한 폭력과 위험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여성들의 이야기는 읽을 때마다 가슴이 꽉 막히는 느낌이다. 특히 <오랜 일>속 미지의 이야기는 소재부터 마음이 쓰렸다. 인과를 설명할 수 없는 성장환경과 그에게 벌어진 사건까지 안타까움이 배가 되었다. 그러나 내가 느끼는 이 안타까움이 미지가 말한 값싼 동정은 아닐까 싶어서 이내 마음이 복잡해졌다. 그래서 <오랜 일>의 이야기가 가장 마음에 오래 남았다.

한 편의 이야기가 끝날 때마다 작가의 인터뷰 내용이 담겨 있어서 좋았다. 앤솔러지에 담긴 어떤 매듭은 정보라 작가의 말처럼 끊어내고 싶은 것일 수도 있고, 오정연 작가의 말처럼 서로를 구하는 연결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때로는 차갑고, 때로는 아프고, 조금은 아름다운 다섯 편의 이야기를 여러분도 만나보시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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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 퇴마사, 경성의 사라진 아이들 오늘의 청소년 문학 46
한정영 지음 / 다른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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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으나 주관적인 감상을 적었습니다.

사라져 버린 엄마의 능력을 물려받은 채령이가 일본의 악귀를 물리치고 아이들을 구한다는 판타지 소설이다.

<케데헌>에 혼문이 있다면, <소녀 퇴사마, 경성의 사라진 아이들>에는 민족혼을 지키기 위한 귀문이 있다! 이 소설의 배경은 일제 강점기 시대의 경성이다. 일본의 심령사들이 조선으로 넘어와 악귀를 깨우면서 민족혼까지 지배하려 든다는 설정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경성의 사라진 아이들과 주변을 맴도는 악귀로부터 아이들을 구하기 위해 채령은 이모 희란, 다미앵 신부, 진 화백과 함께 악귀에 맞선다.

일제 강점기에 보호받지 못한 아이들의 이야기를 다루면서도 ‘퇴마사’라는 소재를 빌려 너무 무겁지 않게 이야기를 풀어냈다. 청소년 문학이라 술술 읽히는 내용이긴 하지만, 사라져 버린 엄마와의 이야기가 짧다는 점은 아쉽다. 후속으로 엄마와 채령의 재회를 다루면서 그들의 감춰진 사연을 풀어내도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아무래도 설정이 퇴마사이므로 무더운 여름에 읽기 좋은 책이다. 그렇다고 무서운 이야기는 아니니까 너무 겁먹지 마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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