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스 코드: 더 비기닝
빌 게이츠 지음, 안진환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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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으나 주관적인 감상을 적었습니다.

빌 게이츠가 처음으로 펴낸 회고록이라 관심이 갔다. 이 책에는 그의 어린 시절 성장 과정부터 마이크로소프트를 창업하기까지의 과정이 담겨 있다.

오늘날이었으면 자폐 스펙트럼 진단을 받았을 것이라는 그의 예상에 동의하는 게 그는 상대의 감정을 읽는 게 서툴러 보였고, 다소 독특한 면모를 보이곤 했다. 일일이 열거할 수 없지만, 다소 독특한 일화들이 많다. (소의 허파를 학교에 가져간 일 등등)
무엇보다 혀를 내두르게 만든 것은 미국의 주를 하나 골라 보고서를 작성하는 과제를 받은 일화였다. 그는 델라웨어주에 관한 모든 정보를 수집하다 못해 그 지역에 있는 듀폰이라는 회사를 분석하기까지 하며 177페이지의 보고서를 작성해서 제출했다. 초등학생이 말이다. 나는 이 부분에서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물론 그의 똑똑한 면도 여러 차례 부각된다. 사립학교인 레이크사이드에 입학하고 싶지 않아서 고의로 시험을 망칠까 고민했지만, 문제를 풀다 보니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아서 합격할 수밖에 없었다는 점. 연극을 했던 경험을 토대로 다른 자아를 장착한 채 프린스턴, 예일, 하버드에 지원했고, 그는 세 군데 다 합격했다는 점이 그렇다. (이 부분에서 조금 얄미울 정도였음...)

그의 회고록을 읽다 보면, 온 우주의 기운이 그를 프로그래밍의 길로 인도한 것만 같다. 카풀 등교를 통해 알게 된 모니크 로나 부인부터 시작해서 청소년 시기에 ISI와 계약을 하게 된 일까지. 프로그래밍에 관해 그가 예측한 전망대로 자연스레 나아갔던 것 같다.

그리하여 열아홉 살에 마이크로소프트의 본격 행보가 시작되고, 워즈니악과 잡스의 이야기가 살짝 등장할 때 흥미진진했다. 그도 인정하는 바지만, 그가 누린 성장 환경은 '불로 소득 같은 특권'(P.481)과도 같았다. 그를 프로그래밍의 길로 이끈 배경도 행운이 따른 일이라고 여겨진다. 물론 그의 천재성과 노력도 있지만, 모든 박자가 맞아떨어진 결과물이었다고 생각한다.

이 회고록은 더 깊게 마이크로소프트의 행보를 다루지 않고, 창업을 막 시작한 단계의 이야기까지만 다룬다. 그 점이 조금 감질나지만, 그 뒤의 이야기는 차후에 펴낼 회고록에 담길 예정이라고 하니 조금 기다려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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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윈 - 제3회 위즈덤하우스 판타지문학상 대상 수상작 텍스트T 16
유진서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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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으나 주관적인 감상을 적었습니다.

유주는 언니가 스스로 고립을 택하면서 부모의 관심으로부터 멀어진 아이다. 유주는 학교에서도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겉돌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초록색 캡슐형 알약을 먹고 잠이 든 유주는 꿈속에서 전혀 다른 세계를 만나게 된다. 친구도 없고, 기피 대상인 양유주가 아니라 외모도 예쁘고, 친구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많은 양유주로. 이게 꿈이라면 깨어나고 싶지 않다!

이미 무리가 이뤄진 그룹에 끼지 못하는 아이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소설을 읽을 때마다 마음이 짠해진다. 이 소설에도 그런 아이가 등장한다. 어디에도 어울리지 못해 겉도는 유주라는 아이가. 그런데 꿈에서는 전혀 다른 상황이 펼쳐진다면 깨고 싶지 않을 수밖에 없지 않을까.

그러나 치명적인 부작용을 겪으며 유주는 용기를 낸다. 자신을 살게 하는 건 똑같은 오늘이 아닌 달라진 ‘내일’이라는 것을 깨우치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유주는 자신이 만든 한계를 부수고 나온다. 마치 알을 깨뜨리고 나오는 새처럼.

무엇보다 유주에게 필요했던 건 가족들의 따듯한 관심과 사랑이 아니었을까. 아무도 자신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지 않는 세계를 붙들고 싶지 않은 건 청소년만이 아닐 테니까.

이 소설을 읽는 청소년 독자들이 보다 자기 자신을 사랑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자신의 한계를 설정하는 것도, 그걸 깰 수 있는 것도 자신이라는 것을 많은 아이들이 깨닫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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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 광선 꿈꾸는돌 43
강석희 지음 / 돌베개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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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으나 주관적인 감상을 적었습니다.

섭식 장애를 앓고 있는 연주는 자신을 문제 그 자체라 여기고 살아간다. 불현듯 3년째 연락하지 않던 이모가 생각난 연주는 이모를 만나기로 결심한다. 여러 가지 이유로 학교생활에 발붙이지 못하는 연주와 장애가 있는 이모 윤재의 이야기가 담긴 소설이다.

윤재는 타인에 의해서 1인분을 할 수 없는 삶으로 비친다. 온전히 1인분을 하지 못할 것이라는 어림짐작으로 말이다. 그러한 시선은 용순 씨의 태도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그러나 정작 장애인을 도움이 필요한 사람으로 머물게 만드는 것은 우리 사회가 아닐까. 그들의 이동권조차 보장하지 않고 있으니까. 그래서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자 투쟁하는 윤재의 모습이 값지게 느껴진다.

연주는 자기가 1인분의 인간이라고 생각하지 못하는 삶을 살고 있다. 그러나 엄마의 보살핌을 벗어나 이모와 함께 살면서 자신의 삶을 지키는 법을 배우고, 이모의 삶도 지지할 수 있게 변화한다.

연주가 ‘검은 돌’을 갖고 싶었던 이유를 이제는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단단한 돌처럼 단단한 마음을 갖고 싶었던 것일 수도 있겠고, 쉽게 부서지지 않는 마음으로 회복하고 싶었던 것일 수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그대로 두어도 쉽게 변하거나 죽어 사라지지 않는 무언가가 필요했던 것이리라. 연주의 검은 돌에 온기를 불어넣어 다시 손에 쥐여주는 생활 트래핑 친구들의 모습이 그래서 더 귀하게 다가온다.

연주처럼 힘든 시기를 지나고 있을 누군가의 마음이 이 책을 만나 더 단단해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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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전쟁 - 우리는 왜 이 전쟁에서 실패를 거듭하는가
요한 하리 지음, 이선주 옮김 / 어크로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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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으나 주관적인 감상을 적었습니다.

저자는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한 해리 앤슬링어가 마약 문제를 인종 차별과 결합하여 어떤 방식으로 강화했는지 설명하면서 마약 전쟁과 관련된 쟁점을 짚어나간다. 초반부터 중반에 이르기까지 저자는 불법화해도 사라지지 않는 마약, 단속을 강화하고 범죄자를 잡아들일수록 마약과 관련한 문제는 폭력적으로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을 담는다.

물론 정신적 외상이 중독에 빠져들게 만드는 원인이 될 수도 있다는 저자의 의견에는 동의한다. 그러나 환경적 요인이 중독을 만든다고만은 생각하지 않는다. 단순 쾌락을 목적으로 즐기는 부유층 중독 사례도 있기 때문에 환경이 좌지우지한다고 보긴 어려웠다. 마약을 합법화한다고 해서 마약 문제가 사그라든다고 생각하지도 않기 때문에 저자의 모든 의견에 동의할 순 없었다. 어떤 면에서는 옹호자의 입장에 더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져서 반감이 들기도 했다. (특히 책에 담긴 닉 길레스피의 주장은 중독자의 입에서 나오는 변명을 보는 것 같아 실소가 나오기도...)

저자의 주장은 포르투갈의 사례처럼 중독자를 범죄자로 낙인찍기보다는 치료가 필요한 사람으로 분류하고, 중독을 벗어날 수 있도록 돕자는 것이다. 필요하다면 마약 공급을 통해 스스로 벗어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인데 통계적인 수치로 보면 분명 긍정적인 면이 있었기 때문에 치료가 필요하다는 의견에는 동의한다. 그러나 마약 공급의 측면에서 보면 그게 옳은 방향인지 아직 확신하기 어렵다.

하지만, 중독을 치료하는 게 마약 전쟁의 핵심 문제임은 분명해 보인다. 마약 중독에 관한 연구가 알려진 사실과 다른 측면이 있다는 점은 새로운 사실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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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밤 해변의 무무 씨 - 그리고 소설가 조해진의 수요일 다소 시리즈 1
조해진 지음 / 다산책방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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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으나 주관적인 감상을 적었습니다.

항암 치료로 요양병원에 입원하게 된 은희와 그의 집에 임시 거주하게 된 수연의 이야기로 교차 서술되는 소설이다.

슬픔 속에서도 담담한 문체로 삶의 아픔을 담아내는 작가의 문장은 여전히 좋았다. 빨래방의 세탁기와 건조기의 소리를 파도 소리처럼 여기며, 작은 해변이라 부르던 소박한 사람들의 진심이 담긴 이야기였다. 삶은 소박하지만, 마음은 가난하지 않은 사람들이 지닌 마음의 온기가 글자를 통해 고스란히 독자에게 전달되는 기분이었다.

소설도 좋았지만, 소설가의 일기와 책상 사진까지도 완벽하게 좋았다. 타인과 연결되는 순간을 이토록 따스하게 빚어낼 수 있는 글을 만날 수 있어서 행복했다. ‘나로 인해 세상이 바뀌지는 않겠지만 바뀌리란 그 믿음(p.73)’으로 살아가는 이들의 단순한 진심이 더 많은 독자에게 가닿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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