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의 신
리즈 무어 지음, 소슬기 옮김 / 은행나무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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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으나 주관적인 감상을 적었습니다.

반라 가족이 운영하는 ‘에머슨 캠프’에서 한 아이가 실종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소설이다.

사라진 소녀를 둘러싼 이야기가 펼쳐지면서 다양한 인물의 관점에서 이야기가 서술되며, 점차 진실에 가까워진다. 생각보다 등장인물이 많아서 관계도를 그려가면서 읽었다. 점차 밝혀지는 집안의 비밀과 그들 사이의 관계를 보는 과정이 흥미로웠다.

소설을 읽으면서 자꾸 시점을 망각하다가 여성 관점의 이야기가 펼쳐질 때마다 1975년이 배경이라는 점을 상기하게 됐다. 여성 최초로 주 경찰관이 되었다는 럽택을 향한 ‘아가씨’라는 호칭, T.J 휴잇을 향한 사회의 시선, 루이즈와 존의 관계를 보면서 여성에 대한 억압을 가장 크게 느낄 수 있었다. 그저 집안의 마네킹처럼 휘둘리는 반라가의 여성들 위치 또한 그랬고.

소설을 읽으면서 든 생각은 ‘유전무죄 무전유죄’였달까. 돈이 있는 사람은 있던 죄도 없앨 수 있고, 돈이 없는 사람은 없던 죄도 생길 수 있다는 것을 볼 수 있어서 씁쓸하다. 권력을 가진 자가 가문을 지키기 위해 무슨 짓까지 할 수 있는지를 보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보시라. 결말이 궁금해서 한순간도 책을 놓을 수 없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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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디츠 - 나치 포로수용소를 뒤흔든 집요한 탈출과 생존의 기록
벤 매킨타이어 지음, 김승욱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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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으나 주관적인 감상을 적었습니다.

1940년부터 1945년까지 장교급 포로들의 수용소로 사용된 콜디츠성의 역사를 재구성한 책이다.

세계 대전 당시에 유대인 포로수용소와 콜디츠의 상황은 너무 달랐다. 콜디츠는 제네바 협약을 준수하여 운영되었다는 사실이 너무 아이러니하게 느껴졌다. 콜디츠 외곽의 수용소에서 헝가리 유대인들이 노예 노동을 하고 있었다는 것과 콜디츠의 포로들이 신사적인 대우를 받았다는 것이 극명한 대비를 이뤄서 더 충격적으로 느껴졌달까.

이들은 포로여도 장교인 덕분에 봉급을 받을 권리가 있었고, 적십자사의 구호품을 받았으며, 신체 활동을 보장받을 수 있었다. 콜디츠의 극장에서 연극, 콘서트, 합창단 활동 등의 문화생활을 누리기도 했다. 그러니 이들은 최소한의 복지는 누릴 수 있었던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탈출 시도는 꾸준히 이어진다. 성공적으로 스위스 국경까지 도착하는 포로가 있는가 하면, 중간에 발각되어 다시 콜디츠로 이송되는 경우도 많았다. 포로들의 탈출 방법이 진화할수록 독일군의 감시 체계도 강화되는데 그것이 마치 창과 방패의 대결처럼 보여서 흥미로웠다.

가장 인상 깊었던 포로는 인도인 장교 마줌다르였다. 그는 백인 포로들에게 인종차별을 당하고, 형편없는 대우를 받았음에도 자신의 기개를 굽히지 않았다. 대영제국에 반대하면서도 전쟁이 선포되었을 때 영국을 지키기 위해 전쟁에 나섰던 자신의 신념을 끝까지 저버리지 않았다. 그에게 여러 차례 정치적 제안이 들어왔지만, 그는 영국 왕에게 충성을 맹세했다는 자신의 신념을 끝까지 지켜낸다. 그의 꼿꼿한 기개가 대단하게 느껴졌다.

이 책이 아니었다면, 콜디츠의 존재를 알 수 없었을 것이다. 유대인 포로수용소는 익히 알고 있어도 콜디츠의 존재는 생경했으니까. 실존 인물들의 이야기라 처음부터 끝까지 생생하게 느껴졌고, 책 후면에 담긴 이들의 사진을 보니 인물의 입체감이 더 뚜렷해졌다.

탈출하려는 자와 감시하는 자, 이 팽팽한 창과 방패의 대결을 여러분도 만나보시길. 다른 전쟁 서사와는 또다른 매력이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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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그녀의 것
김혜진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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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으나 주관적인 감상을 적었습니다.

스무 살의 홍석주가 쉰여덟 살의 노련한 편집자가 되기까지의 여정이 담긴 소설이다. 한 사람이 문득 책이라는 세계에 빠져 출판사에 들어간 이야기가 이 소설의 전부이기 때문에 스토리만 보면 굉장히 간결하다고 볼 수 있다.

‘출판사’라는 세계를 굉장히 집약적으로 보여준 소설이 아닐까. 책이라는 물성을 갖기까지 가려진 노동이 참 많다는 것을 이 소설 덕분에 알게 됐다. 편집자의 일이라는 것이 생각했던 것보다 감춰진 부분이 많다는 사실도.

‘책을 좋아해요?’라는 단순한 물음에 속수무책으로 뛰어들었던 새내기 출판인은 그저 좋은 책을 만들기 위해 매 순간 최선을 다한다. 석주는 그 과정을 한 번도 쉽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묵묵히 자신의 전심전력을 담아낼 뿐이다. 무언가를 사랑하는 마음을 정의하라고 한다면, 석주의 삶을 꺼내 보여야 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소설을 다 읽고 나는 ‘숭고하다’라는 말이 떠올랐다. 다른 말로는 석주의 삶을 표현할 수 없을 것 같다. 소설의 마지막 장을 덮으며 짙은 여운이 남았다. 지금도 자신의 모든 것을 담아 원고를 쳐다보고 있을 그림자 같은 이들을 떠올리게 만들어서, 책을 향한 그들의 열정이 오롯하게 느껴져서 이 책을 나는 더 오래 기억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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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지금 소설 모드 - 제2회 현대문학*미래엔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하유지 지음 / 현대문학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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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으나 주관적인 감상을 적었습니다.

미리내가 집에 들어가자마자 반기는 것은 엄마가 체험단으로 받아 온 집안일 로봇 아이쿠3.1. 집안일 로봇이지만, 집안일에는 영 재능이 없는 도통 쓸모없어 보이던 아미쿠가 미리내의 필명을 알고 있다?! 게다가 그 소설에 대한 조언까지 서슴지 않는다. 아미쿠의 조언대로 소설의 제목을 수정하고, 새 회차를 연재했더니 조회 수가 상승하기 시작했다!

내용이 흥미진진해서 결말까지 단숨에 읽었다. 저자는 시대의 흐름에 따른 질문을 던지면서 ‘소설가’라는 정체성으로 성장해 가는 한 아이의 이야기를 그려냈다.
인공 지능이 발달함에 따라 창작물에 관한 논쟁도 끊이질 않는다. 저자는 ‘내가 쓴 소설이지만, 인공 지능의 조언대로 수정한 결과물이라면 창작자를 나라고 단언할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을 독자에게 넌지시 건넨다. 그런 점에서 생각할 여지를 남기는 시의적절한 소재였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 책은 인공 지능의 창작 논쟁에 관한 답을 제시하지 않는다. 그저 ‘뭘 어떻게 쓰든 소설은 결국 자기 이야기(p.215)라는 것을 깨닫고 소설가의 꿈을 펼치고자 하는 한 아이의 성장 과정을 그려낼 뿐이다. ‘조금씩 더 괜찮아지고 싶(p.216)’고,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마음으로 소설 모드를 장착해 가는 조금 더 단단해진 한 아이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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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생각만 하고 그대로일까 - 실패의 굴레에서 벗어나 실행을 만드는 무의식 사용법
코트니 트레이시 지음, 문희경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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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으나 주관적인 감상을 적었습니다.

<무의식은 어떻게 나를 설계하는가>를 통해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무의식이 우리를 어떻게 지배하고 있는지 새삼 알게 되었는데 <나는 왜 생각만 하고 그대로일까>를 읽으며 우리가 무의식을 통제한다면 의식적 선택을 통해 변화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책의 1부에서는 신체적 무의식, 인지적 무의식, 정신 분석적 무의식을 다루고 있고, 2부에서는 의식의 12단계를 통해 무의식을 인식하고, 의식적으로 변화할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책을 읽으면서 흥미로웠던 점은 가족 안에서 대물림되면서 우리의 세계관부터 대인관계 방식까지 삶의 모든 영역에 영향을 미치는 사고 기반의 신념과 편견, 행동(p.213)을 일컫는 ‘세대 인지적 무의식’이라는 개념이었다. 우리를 형성하고 이루고 있는 삶의 영역 대부분이 은연중에 보고 들은 학습된 관념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는 사실이 흥미로웠다.
성장 과정에서 양육자가 무의식중에 드러내는 비언어적 신호를 보고 타인의 감정을 해석하는 법을 배운다는 사실도 양육자가 아이에게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절대적인가를 느끼게 되는 대목이었다. 양육 태도의 중요성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달까.

자신을 통제할 수 없어 통제권을 되찾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이 책을 한 번쯤 읽어보는 것도 도움이 될 듯하다. ‘당신의 의식은 당신의 것이고, 통제력도 당신의 것(p.204)이니까. 우리는 얼마든지 변화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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