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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긴 매듭
배미주 외 지음 / 사계절 / 2025년 9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으나 주관적인 감상을 적었습니다.
‘모계 전승’이라는 주제의 앤솔러지이지만, 모계 전승에 더 가까운 이야기는 <엄마의 마음>, <행성의 한때>, <거짓말쟁이의 새벽>이었고, 여성의 연대에 더 가까운 이야기는 <이삭은 바람을 안고 걷는다>, <오랜 일>이었다.
정보라 작가의 <엄마의 마음>은 인터뷰 내용까지 완벽했다고 생각한다. 여전히 여성에게 ‘평범’한 삶이란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육아를 하는 삶을 일컬을 때가 많은데 그 평범한 삶을 거부하는 완의 이야기가 좋았다. <행성의 한때>는 역진화라는 발상이 새로웠고, 여성에게 일어나는 고통과 연대를 담은 <이삭은 바람을 안고 걷는다>와 <오랜 일>은 읽으면서 마음이 아프기도, 분노가 일기도 했다. 이러한 폭력과 위험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여성들의 이야기는 읽을 때마다 가슴이 꽉 막히는 느낌이다. 특히 <오랜 일>속 미지의 이야기는 소재부터 마음이 쓰렸다. 인과를 설명할 수 없는 성장환경과 그에게 벌어진 사건까지 안타까움이 배가 되었다. 그러나 내가 느끼는 이 안타까움이 미지가 말한 값싼 동정은 아닐까 싶어서 이내 마음이 복잡해졌다. 그래서 <오랜 일>의 이야기가 가장 마음에 오래 남았다.
한 편의 이야기가 끝날 때마다 작가의 인터뷰 내용이 담겨 있어서 좋았다. 앤솔러지에 담긴 어떤 매듭은 정보라 작가의 말처럼 끊어내고 싶은 것일 수도 있고, 오정연 작가의 말처럼 서로를 구하는 연결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때로는 차갑고, 때로는 아프고, 조금은 아름다운 다섯 편의 이야기를 여러분도 만나보시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