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긴 매듭
배미주 외 지음 / 사계절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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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으나 주관적인 감상을 적었습니다.


‘모계 전승’이라는 주제의 앤솔러지이지만, 모계 전승에 더 가까운 이야기는 <엄마의 마음>, <행성의 한때>, <거짓말쟁이의 새벽>이었고, 여성의 연대에 더 가까운 이야기는 <이삭은 바람을 안고 걷는다>, <오랜 일>이었다.

정보라 작가의 <엄마의 마음>은 인터뷰 내용까지 완벽했다고 생각한다. 여전히 여성에게 ‘평범’한 삶이란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육아를 하는 삶을 일컬을 때가 많은데 그 평범한 삶을 거부하는 완의 이야기가 좋았다. <행성의 한때>는 역진화라는 발상이 새로웠고, 여성에게 일어나는 고통과 연대를 담은 <이삭은 바람을 안고 걷는다>와 <오랜 일>은 읽으면서 마음이 아프기도, 분노가 일기도 했다. 이러한 폭력과 위험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여성들의 이야기는 읽을 때마다 가슴이 꽉 막히는 느낌이다. 특히 <오랜 일>속 미지의 이야기는 소재부터 마음이 쓰렸다. 인과를 설명할 수 없는 성장환경과 그에게 벌어진 사건까지 안타까움이 배가 되었다. 그러나 내가 느끼는 이 안타까움이 미지가 말한 값싼 동정은 아닐까 싶어서 이내 마음이 복잡해졌다. 그래서 <오랜 일>의 이야기가 가장 마음에 오래 남았다.

한 편의 이야기가 끝날 때마다 작가의 인터뷰 내용이 담겨 있어서 좋았다. 앤솔러지에 담긴 어떤 매듭은 정보라 작가의 말처럼 끊어내고 싶은 것일 수도 있고, 오정연 작가의 말처럼 서로를 구하는 연결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때로는 차갑고, 때로는 아프고, 조금은 아름다운 다섯 편의 이야기를 여러분도 만나보시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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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 퇴마사, 경성의 사라진 아이들 오늘의 청소년 문학 46
한정영 지음 / 다른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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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으나 주관적인 감상을 적었습니다.

사라져 버린 엄마의 능력을 물려받은 채령이가 일본의 악귀를 물리치고 아이들을 구한다는 판타지 소설이다.

<케데헌>에 혼문이 있다면, <소녀 퇴사마, 경성의 사라진 아이들>에는 민족혼을 지키기 위한 귀문이 있다! 이 소설의 배경은 일제 강점기 시대의 경성이다. 일본의 심령사들이 조선으로 넘어와 악귀를 깨우면서 민족혼까지 지배하려 든다는 설정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경성의 사라진 아이들과 주변을 맴도는 악귀로부터 아이들을 구하기 위해 채령은 이모 희란, 다미앵 신부, 진 화백과 함께 악귀에 맞선다.

일제 강점기에 보호받지 못한 아이들의 이야기를 다루면서도 ‘퇴마사’라는 소재를 빌려 너무 무겁지 않게 이야기를 풀어냈다. 청소년 문학이라 술술 읽히는 내용이긴 하지만, 사라져 버린 엄마와의 이야기가 짧다는 점은 아쉽다. 후속으로 엄마와 채령의 재회를 다루면서 그들의 감춰진 사연을 풀어내도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아무래도 설정이 퇴마사이므로 무더운 여름에 읽기 좋은 책이다. 그렇다고 무서운 이야기는 아니니까 너무 겁먹지 마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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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마음은 설명되지 않는다 - 우울증 걸린 런던 정신과 의사의 마음 소생 일지
벤지 워터하우스 지음, 김희정 옮김 / 어크로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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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으나 주관적인 감상을 적었습니다.

어떤 마음은 설명되지 않는다 [벤지 워터하우스]

영국 NHS 정신과 의사 벤지의 수련 과정부터 전문의 자격을 얻기 전까지의 과정을 담은 회고록이다. 벤지는 환자를 돌보며 자신의 내면과도 마주할 수 있게 된다.

그의 정신과 근무일지를 보고 있으면, 그의 심경과 불안을 이해할 수 있다. 그는 ‘정신의학에서는 어떤 것에도 100퍼센트 확신을 할 수 없다는 사실(P176)'이 자신을 불안하게 한다고 고백한다. 우울증이라는 진단을 내리기에 충분한 증상만 수천 가지 조합이 존재한다니 초보 의사에게는 너무 막연한 일이지 않을까 싶다.

게다가 늘 병상이 부족해 당장 자살 위험이 없어 보이는 환자와 자살 가능성이 높은 환자를 선별해서 받아야 했고, 정신적 고통의 순위를 매겨서 덜 위험해 보이는 환자를 집으로 돌려보내야 하는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만 했다. 그래서 강제 입원 대기 중인 환자가 가족 살해 혐의로 수배 중이라는 메일을 받았을 때 자신의 담당 환자일까 봐 불안해하는 그의 심경을 이해할 수 있었다.

이러한 과정들이 쌓여 잠시 길을 잃은 것 같은 순간이 그에게 찾아오지만, 코로나 팬데믹을 계기로 환자를 돌보며 그는 한 뼘 성장한 의사로 거듭난다. 나는 이 회고록을 진단명에 가려진 이들의 아픔을 헤아릴 수 있는 의사의 성장기로 보았다.

현실에서 외면받는 풍경 속의 이야기이자 편견으로 가려진 이들의 이야기. 그래서 더 주목해야 할 이야기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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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기부 고전 필독서 30 한국문학 편 - 명문대 입학을 위해 반드시 읽어야 할 생기부 고전 필독서 1
배혜림 지음 / 데이스타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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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으나 주관적인 감상을 적었습니다.

자녀가 있는 것도 아니고, 대학을 입학할 나이도 아니지만, 선뜻 내가 이 책을 받은 이유는 단 한 가지. 요즘 국어 교과 한국 문학 흐름을 알고 싶었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내 최애 과목이 국어였으니까. 새로 추가된 작품은 뭐가 있는지, 어떤 작품을 지문으로 쓰는지, 권장하는 필독서는 무엇인지 궁금했다.

책의 아쉬운 점이라면, 시대의 흐름대로 작품을 배열했으면 더 좋았을 것 같고 요약이 더 잘 되어 있었다면 좋을 것 같았다. 줄거리가 뚝뚝 잘려 나간 느낌이라 작품을 아예 안 읽은 사람이 보면 흥미를 유발할 요소가 부족해 보였다.

책의 내용을 토대로 생기부 진로 활동 및 과세특 활용 예시를 보여주는 내용을 보면서 적잖이 놀랐다. 대학교 리포트 과제처럼 심층 분석이 필요한 지점들이 있어서 ‘요즘 고등학생들 입시 준비를 이 정도로 한다고?’라는 생각에 너무 충격이었다. 독서 후속 활동으로 제시된 내용들이 오히려 학생들에게 적절해 보였다. 입시 방향이 왜 이렇게 된 건지 모를 일이더라. (라떼는 이렇지 않았는데...)

작품별로 함께 읽으면 좋은 책을 제시해 두었으므로 연계 독서가 어려운 학생들에게 좋은 지침이 될 것 같다. 생기부 진로 활동의 방향을 잡는 데 어려움이 있다면 이 책을 한 번쯤 읽어보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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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어 올리버
올리버 색스.수전 배리 지음, 김하현 옮김 / 부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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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으나 주관적인 감상을 적었습니다.

마흔여덟 살까지 사시에 입체맹이었던 수가 시력 훈련을 통해 입체시를 보게 되고, 3차원 감각을 획득한 과정을 올리버에게 편지로 전하면서 두 사람이 편지로 교류한 과정을 담은 책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입체맹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수가 묘사하는 (입체시를 가지고 있던 사람은 경험할 수 없는) 납작한 세상을 미약하게나마 그려볼 수 있었다. 그의 묘사가 아니라면 납작한 세상은 내가 상상할 수 없는 영역의 일이기에 놀라웠다. 특히나 수가 눈송이 사이사이 공간을 볼 수 있게 된 부분을 묘사한 내용은 너무나 섬세하고 정교했달까.

그러나 수가 점차 입체시에 적응하고, 점점 입체시를 다양하게 느끼게 되었을 무렵, 올리버에게 안구 흑색종이 생기면서 올리버는 입체시를 점차 잃게 된다. 한 사람은 더 정확하게 볼 수 있게 되고, 한 사람은 점점 기능을 잃어가는 아이러니한 상황이지만, 두 사람은 이러한 과정을 편지로 나누며 서로의 사례를 연구하는 일에 몰두한다.

올리버의 시력이 약화해 갈 무렵 그가 좋아하는 두족류 인형을 선물하는 수의 배려가 세심하게 느껴졌고, 그런 배려에 감동하는 올리버의 모습을 보는 게 훈훈했다. 그러나 이 서간문에는 두 신경과학자가 나눈 아름다운 우정만 담겨 있는 게 아니다. 감각에 관한 다양한 사례와 연구, 그들의 지식도 담겨 있다. 이들의 연구 사례를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독서였다고 생각한다. (특히 조흐라의 청력에 관한 이야기는 매우 상세해서 놀랍다!)

이들이 주고받는 편지 덕분에 우리가 일상에 누리는 감각들이 절대 당연한 것이 아님을,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깨닫게 되었다.

인생에는 그런 순간들이 있다. 드물긴 하지만 내 우주에 있는 모든 별과 행성이 나란히 정렬하는 것 같은 때. 이날도 그런 순간이었다. (P.2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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