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 슬픔과 어리석음에 눌리어 - 열두 개의 달 시화집 二月 열두 개의 달 시화집
윤동주 외 지음, 에곤 실레 그림 / 저녁달고양이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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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저녁달고양이'에서 작년 3월부터 매달 해당 월의 이름이 붙은 시와 그림을 담은 책이 한 권씩 출간되기 시작해 올 2월을 끝으로 마침내 열 두개의 달 시화집 시리즈가 완결되었다.

각 시화집은 윤동주 시인을 비롯 다수의 시인들과 화가 한 명의 작품을 담았는데, 시의 경우는 해당 월의 날수 만큼만 실려서 총 366편이지만, 그림은 그보다 여유롭게 실려서 500여 점 쯤 된다. 열두 달이면 365일이건만 시가 1편 더 많은 이유는 2월의 시화집에는 29일분의 시가 실렸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열두 개의 달 시화집 중에서 2월 시화집이 가장 갖고 싶었다.

이유는 단순하다. 내 생일이 있는 달이라 과연 내 생일 시와 그림이 뭘지 궁금했다.

그래서 책을 받자마자 제일 먼저 내 생일 날짜에 해당하는 페이지를 제일 먼저 펼쳐 봤다.

(페이지에는 쪽수 대신 날짜가 적혀 있다.)

이처럼 이 시리즈는 자신의 생일 날짜에 어떤 시와 그림이 실려 있는지 알아보는 깨알같은 재미가 있다. 누군가에게 줄 생일 선물로도 아주 근사하겠다.

2월 시화집이 가장 끌렸던 또 다른 이유로는 '나는 내 슬픔과 어리석음에 눌리어'라는 제목과 '에곤 실레'의 그림이 절묘한 시너지 효과를 일으켜 강하게 나를 끌어당겼다. 그건 아마도 천성적인 내 우울적 기질 때문일 터.

하필 내 생일 달인 2월의 제목과 주인공인 화가 둘 다 인간의 내적 외로움과 우울함, 불안감, 자괴감 등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 우연이 아닌 것 같았다. 그렇게 나는 이 책에 운명처럼 끌렸다.

분명 안에도 어두운 느낌의 시와 그림들이 잔뜩 실려 있으리라, 특히 기괴하다 못해 불편한 감정이 드는 에곤실레의 그림이 어둠을 더욱 짙게 드리우리라 예상했다.

그러나 예상외로 감성적이고 예쁜 시와 그림들이 더러 있는 가운데 전반적으로 그렇게 어둡지 않았다.

2월 자체가 겨울의 끝자락과 다가오는 봄이 공존하는 달이라서 그와 관련한 계절시들도 있고, 어둡다기 보단 차분한 느낌이었다.

개인적으로 가장 공감하며 읽었던 시는 마지막에 실린 노천명 시인의 '고독'이다.

'나는 내 슬픔과 어리석음에 눌리어'란 책 제목은 백석 시인의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에서 따왔지만, 고독이란 시와 그 옆에 실린 '꽈리열매가 있는 자화상'이 내가 이 책에서 받았던 첫 느낌을 가장 잘 담고 있는 듯하다.

'꽈리열매가 있는 자화상'의 경우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실격' 표지에도 실력던 그림이라 그런지 인간실격의 주인공인 '요조'가 겹쳐져 더 진한 고독감을 불러일으켰다.

봄의 신호탄이 터지는 3월에는..

싱그러움이 흘러넘치는 5월에는..

가을의 길목으로 접어드는 10월에는..

남은 시화집들에는 어떤 시들이 담겨 있을지...

소장욕을 불러일으키는 열두 개의 달 시화집 시리즈.

매달 그 달의 시화집을 사보는 것도 좋겠지만, 그보다 고흐의 그림이 함께 하는 10월의 시집이 가장 갖고 싶다. 10월까지 기다리긴 너무 기니 조만간 손에 넣어야겠다.

* 네이버 카페 '책과 콩나무'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료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쓴 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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