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세 사망법안, 가결
가키야 미우 지음, 김난주 옮김 / 왼쪽주머니 / 2018년 10월
평점 :
절판


2020년의 일본, 모 신문에 실린 한 기사의 전문을 소개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내용인 즉, 저출산 고령화의 장기·가속화로 연금제도가 붕괴하고 의료보험마저 머잖아 바닥을 드러내기에 이르자 그런 국가 재정 파탄에 대한 해결책으로 앞으로 2년 후 70세가 되면 생일로부터 30일 이내에 반드시 죽어야 한다는 '70세 사망법안'이 가결되었다는 것!

이 만우절 장난 같은 사실에 국가 고도 경제성장의 주역인 노년층은 반대를, 자신들은 미래에 받지도 못할 것을 알면서 노년층의 연금과 의료보험비를 떠안아야 하는 젊은층은 찬성의 목소리를 높이는 가운데 70세 사망법안이 가결되도록 한 현 사회의 문제점들을 다카라다 집안을 통해 면밀히 보여준다.


55세인 가정주부 도요코는 거동이 불편한 시어머니의 병 수발에 점차 지쳐간다. 시어머니는 낮이나 밤이나 시도 때도 없이 방 안의 벨을 울려 며느리를 불러 자신의 수발을 들게 하는 것을 당연히 여기고, 남편은 가정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다는 핑계로 어머니는 조금도 신경을 쓰지 않더니 자신의 남은 생을 즐기겠다며 조기 퇴직을 하고 혼자서 해외여행을 떠나버린다. 큰 딸은 엄마가 일을 그만 두고 할머니 간호를 도와달라고 하자 집을 나가버리고 일류대를 나와 유명 은행에 취직했으나 사내 인간관계 때문에 힘들어 하던 아들은 회사를 그만두고 자신의 방에만 틀어박혀 얼굴 보기도 힘들다. 출가한 두 시누이 또한 어머니의 간호에 대한 책임은 조금도 지려하지 않으면서 유산에만 관심을 보일 뿐이다.

앞으로 도요코에게 남은 인생은 고작 15년.
거기서 2년이 병 수발로 사라질 것을 생각하면 하루도 아깝다.
평생을 전업주부로 살아와 사회로 나가는 것이 두렵지만 자신의 남은 인생을 위해 도요코는 가출을 감행하는데...

 

70세 사망법안이라..
비록 가상의 설정으로 비윤리적이고 실현 가능성이 없는 법안이지만 거부감이 들지 않았다.
직장과 백수를 반복하는 불안정한 경제 생활과 비결혼주의로 인해 노후에 대한 불안을 안고 있으며 더구나 삶의 의지가 턱없이 약한 내게 있어 합법적으로 죽을 수 있다는 사실은 오히려 솔깃했다.
하지만.. 내 부모님에게도 그 법안이 적용된다는 것은 두렵다.
내가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은 내 탓일까? 사회탓일까?

책에서는 젊은층이 법안에 찬성하는 이유를 미래에 대한 희망이 없기 때문이며 이를 곧 사회적인 문제로 보고 있다.
저출산고령화, 의료발달로 인한 수명과 건강 수명의 격차, 젊은층의 취직난과 악덕 기업 문제, 노인 요양보호사들의 열약한 직업 환경 등.
책에서는 이 모든 문제점들을 다카라다 집안 사람과 그 주변 인물들을 통해 이야기하고 있다.

처음에는 가혹한 병 수발의 짐을 혼자 짊어진 도요코만이 안쓰럽고 이해 가능한 인물이라고 생각되었지만 읽다보면 직장생활의 부적응으로 자신의 방에 틀어박히게 된 마사키와 직장을 그만 두고 할머니 간호를 도와달란 말에 집을 나가버린 모모카의 경우엔 같은 세대로서 일면 이해되는 면이 있었다. 하지만 다른 사람도 아니고 자신들의 어머니건만 병 간호를 도요코에게 전적으로 떠맡기고 나몰라라 하는 남편과 두 시누이, 그리고 며느리가 자신의 병 수발 드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시어머니는 끝까지 혐오스러웠다.

이제 가출한 엄마를 대신해 집안 살림과 할머니의 간호를 떠맡게 된 다카라다 집안 사람들...
과연 그들은 자신들에게 직면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그리고 70세 사망법안은 앞으로 어떻게 되는 걸까?

설정 자체는 자극적이고 비현실적이지만 펼쳐지는 이야기는 지극히 현실적인, 자유를 찾아 떠난 도요코의 결말은 직접 확인하시기를..^^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료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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