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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주자 ㅣ 잭 리처 컬렉션
리 차일드 지음, 안재권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4월
평점 :
절판
"추적자"에 이은 잭 리처 시리즈 2편, "탈주자"
원제는 "Die Trying."
전직 군 수사관이었다가 스스로 고독한 방랑자가 되기로 결심한 잭 리처가 여행 중에
우연히 FBI 여자 수사관과 함께 납치되어 장소를 알 수 없는 머나먼 곳으로 끌려가게 된다.
처음에는 납치범들의 정체도, 납치 이유도, 그리고 납치범들의 목표인 여자의 정체도 몰랐으나,
점차 여자의 신분과 배경을 알게 되고, 납치이유와 장소도 어렴풋이 파악하게 되지만,
정세는 그에게 너무나 불리하게 흘러가고 갖은 고초를 겪게 된다.
물론 잭 리처는 이 모든 걸 다 이겨내고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초인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전편이 조지아주의 작은 마을 마그레이브 안에서 펼쳐졌다면,
이번 편에서는 시카고에서 시작하여 미 대륙을 횡단하여 몬태나 주의 개간지를 무대로,
백악관과 FBI 본부를 연결하며 스케일이 한층 더 커지고 스토리와 등장인물들이 확장되었다.
정치놀음에 빠져있는 정부와 그 체제를 유지시키는 요소인 정보기관과 군대,
현 체제를 부정하며 그에 맞서 자기네만의 나라를 세우려는 광기어린 일단의 사람들과의 싸움 속에서, 우리의 주인공 리처는 FBI 여자 수사관의 목숨을 구하고자
끊임없는 두뇌와 근육을 사용하며 종횡무진 활약을 한다.
그러나 이번에는 혼자가 아니라, FBI와 군대도 나서게 되고,
내부의 배신자도 이 싸움에 한 역할을 하며 이야기는 마치 거미줄처럼 촘촘히 이어져 가며
클라이맥스를 향해 숨가쁘게 달려가고, 페이지도 같이 숨가쁘게 넘어간다.
그러나 전편에서도 느꼈지만,
그 얽힌 복선과 장치들이 정교하고 촘촘하나
마치 고난이도의 직소퍼즐을 맞추는 느낌이다.
아주 잘 짜여진 기계 톱니바퀴가 돌면서 부품과 부속품들이 맞춰지고 맞물려 돌아가듯 느껴진다.
'여기 이 부분이 저기서 이렇게 맞춰지는 거야, 봤지?
또 이 부분은 한참 앞부분에서 깔아놓은 복선과 이렇게 맞물리는 거야.'는 식으로
그 촘촘함과 정교함을 '자랑하듯' 펼쳐지는 게 다소 피곤하고 질리는 부분이 없지 않다.
머리가 너무나 비상하고 모든 걸 다 꿰뚫어 보고 파악할 수 있는,
슈퍼맨에 버금갈 정도의 체력과 무공 실력을 갖춘
잭 리처는 그야말로 전형적인 아메리칸 히어로 그 자체인다.
(리 차일드가 영국인임을 생각하면 조금 의외이기도 하지만...)
그런 캐릭터를 강조하는 것도 좋지만,
'그들이 저지른 한순간의 실수, 그것은 방관자 리처를 적으로 돌려놓는 치명적인 실수였다.' 라는 식의 묘사는 몰입을 지나 캐릭터의 비현실성을 부각시키고,
너무나 오글거려 헛웃음이 나오기까지 한다.
조금은 땅으로 내려와 줘야 할 것 같아, 잭 리처...
두 발로 땅을 걸으면 그림자가 드리워지는 우리 같은 사람으로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