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벨7 - 상 미야베 월드 (현대물)
미야베 미유키 지음, 한희선 옮김 / 북스피어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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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두 개의 사건을 축으로 전개된다.  처음에는 별개인 것 같던 두 건의 이야기는 'Level 7'이라는 하나의 접점을 거치며 한 줄기의 큰 이야기로 연결된다.

 

먼저, 기억을 잃은 두 남녀가 어느 맨션에서 눈을 뜬다.  모든 게 낯선 가운데, 자신들의 팔에 새겨진 ‘Level 7’이라는 문자를 발견한다.  또한 자신들이 눈 뜬 방에서 권총과 피 묻은 타월, 돈다발이 가득 들어 있는 슈트케이스가 발견하면서, 자신들의 과거가 범죄와 연결된 것을 아닐까 하는 의심에 경찰이나 병원도 가지 못하고 자체적으로 자신들의 과거를 추적하고자 한다. 

한편 청소년 카운슬러 신교지 에쓰코는 자신과 자주 상담하던 여고생 미사오가 갑자기 실종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부모의 무관심 속에 자신이 직접 그녀를 찾으려는 에쓰코는 미사오의 일기장에서‘Level 7까지 가 본다, 돌아올 수 없을까?’라는 수수께끼 같은 문장을 발견하고 이를 추적해 나간다.

 
각자의 추적 속에 드러나는 정신병원의 존재, 과거의 잔혹한 살인사건과 화재사건은 점차 복수극의 진상을 드러내는데, 결국 마지막에 반전에 반전을 거듭해 진실을 밝혀진다.
 
하나의 큰 추리 드리마나 영화를 보는 것 같았고, 비밀스러운 정신병원, 기억을 잃은 남녀, 팔뚝에 새겨진 암호같은 문구 등이 좀 상투적이면서도 흡인력을 갖는다.  거기다 두 사건이 도대체 어떻게 연결된 것인지가 궁금해서 계속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소설이다.  정교한 미스터리 보다는 드라마적인 성격이 강한 미미 여사의 특색이 이 작품에서도 느껴졌다.  그러나 굳이 두 권으로까지 늘릴 필요가 있었을까, 좀 더 압축적으로 이야기를 짜나갔으면 더욱 더 농밀하고 긴박함이 느껴지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기도 했다.  키워드 '레벨7'의 대략적인 의미를 대부분의 독자들이 초반에 파악했을 듯 싶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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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페어 잭 리처 컬렉션
리 차일드 지음, 정경호 옮김 / 오픈하우스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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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 리처 시리즈, 열여섯번째란다!  작품의 좋고 나쁨을 논하기 전에 이미 한 시리즈가 16번째나 나왔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하고 작품이 갖는 힘을 나타낸다고 믿어진다.

 

반신반인의 모습을 보여주는 비현실적인 캐릭터의 잭 리처.  이번에는 미시시피다. 

미시시피 북동쪽에 위치한 카터크로싱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을 은밀히 수사하라는 명령을 받고 그곳으로 향한다.  알아보니 이전에도 유사한 살인사건이 있었고, 피해자들은 모두 아름다운 여자라는 공통점과, 칼로 목이 베어진 채 처참히 살해당한 연쇄살인이었다.

기지촌의 특성과 피해자들의 과거에서 범인은 인근 기지 켈햄 소속의 군인일 거라는 의심이 나오고, 군 당국에서는 문로 소령을 기지로 보내 내부적으로 이를 수사하도록 하고, 리처에게는 민간인으로 위장하여 마을의 상황을 살피게끔 하는 양동작전을 펼친다. 

수사를 시작하자마자 마을의  여자보안관, 데버로에게 바로 정체를 들킨다.  그녀는 해병대 출신이었던 것.  그녀와 공조수사를 해나가면서 리처는 처음 명령받은 것과는 달리, 알 수 없는 거대 권력의 사건은폐 움직임을 느끼고 자체적인 수사를 펼쳐간다.

피해자가 모두 켈햄기지의 한 군인과 연인관계였다는 점, 그가 유력상원의원의 아들이라는 점은 그를 범인으로 지목하기에 충분한 듯 하였으나, 사건을 파고 들 수록 예상치 못한 사실들이 튀어나오고, 리처는 자신의 가까운 곳에 있는 사람을 의심하기 시작한다.

결국 그가 진실을 꿰뚫어보고, 자신만의 방법으로 이를 응징하는데...

 

늘 그렇듯이 이번 시리즈에서도 잭 리처는 믿을 수 없는 힘과 지략을 내보인다.  이제 그런 다소 황당한 캐릭터는 웃으면서 그러려니 한다.  그런 점에서 내가 사랑하는 캐릭터, 해리 보슈와는 대조된다.  보슈가 마치 실재하는 인물처럼 여겨지며 나의 오랜 지인같은 느낌에 그에게 감정몰입되는 반면, 리처는 그야말로 가상의 인물, 우리들의 환상이 투영된 허구의 인물이라는 전제가 깔아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환상을 깨고 싶지는 않은 마음에 이 시리즈를 계속 찾게 되는 것도 사실이다.

 

거기에, 촘촘한 그물 같은 서사 구조와 치밀한 복선, 이야기를 끌고 가는 힘도 대단한다.  리처가 의심할 때는 나도 의심하고, 그가 사실을 밝혀낼 때는 아, 그렇구나 하고 수긍하게 되고, 그가 자신의 방법으로 범죄자를 처단할 때는 그를 지지하고 있음을 느끼며, 역시나 이 시리즈에 빠져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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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는 검 미야베 월드 2막
미야베 미유키 지음, 최고은 옮김 / 북스피어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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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베 미유키가 데뷔하기 전에 썼던 시대물 단편 네 작품이 실린 책이다.

"길 잃은 비둘기," "섣달의 손님," "가마이타치," 그리고 "말하는 검"까지.

 

영험한 능력을 가진 오하쓰가 처음 그 능력을 느끼게 되는 과정도 나오고, 아직 자신의 힘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를 몰랐던 그녀가 처음으로 그 힘을 이용해 사건을 해결해 가는 내용도 나온다.  마치 영험한 소녀 오하쓰의 탄생을 보는 듯해서 반갑고 흐뭇하다.  데뷔 전 작품이라 해도 그녀의 필력은 대단하고, 이후 작품에서 계속되는 그녀의 철학이 이 작품들 속에서도 굳건히 흐르는 걸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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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 파크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3-12 RHK 형사 해리 보슈 시리즈 12
마이클 코넬리 지음, 이창식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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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읽은 마이클 코넬리의 "해리 보슈" 시리즈,  제12권.

이제 해리 보슈는 가공의 인물이 아니라 살아서 숨쉬는, 실재하는 나의 지인 같은 기분이 든다!

 

늘 보슈의 마음 속에 앙금 같이 남아 있는 미제 사건 중 하나인 '마리 게스토' 실종사건.  그는 13년 전 발생한 이 사건의 확실한 용의자로, 재벌가의 아들 '앤서니 갈란드'를 의심하여 그를 수사하려고 하나, 외부의 압력으로 용이치 않은 상태이다. 

 

어느날 갑자기, 연속 살인범으로 수감 중인 '레이너드 웨이츠'라는 사내가, 자신이 '마리 게스토'를 포함하여 9건의 미제 살인사건의 주범임을 밝히며 은밀히 형량 거래를 해온다.  야심가인 릭 오웬 검사는 그와의 거래를 수락하고, 여기에 담당 형사였던 보슈를 끌어들이고, 그는 파트너인 키즈 라이더와 함께 수사에 동참한다.  그러나 여전히 마음 속의 의문을 풀지 못한 채 레이너드 웨이츠의 진술을 조사하는 보슈는 FBI 요원 '레이철 월링'의 도움으로, 이 의심쩍은 사건의 진실을 밝히고자 동분서주한다.

 

웨이츠가 이끄는 대로 마리 게스토의 유해가 묻힌 장소로 현장조사를 나가고 거기서 사건은 갑자기 예상치 못한 비극으로 빠져드는데...  이 뒤엉킨 실타래를 풀고, 간교하고 사악한 음모에서 진실을 밝혀내는 과정에서 보슈는 생각지도 못했던 추악한 사실을 마주친다.

 

코넬리의 작품이 늘 그렇듯이, 정교한 플롯과 생생한 인물들의 묘사가 감탄스러운 작품이다.  자신이 범인이라고 주장하는 남자가 처음부터 미심쩍었던 건 사실이나, 이후 전개되는 내용과 반전은 예상 밖이었다.  그러나... 이제 시리즈가 12편에 이르러서일까...  조금씩 그 패턴이 반복된다는 느낌과 그래서 익숙하나 그래서 또 약간은 식상한 극의 전개가 약간 아쉽기는 했다.  그렇지만 여전히 매력적인 보슈의 캐릭터와 활약은 살아있다는~

 

작품 속에, 보슈와 웨이츠가 비슷한 시기에 같은 보호시설에 있었다는 내용이 나온다.  인상깊었던 웨이츠의 말 (엄밀히는 보호시설 사람들의 말), 누군가는 마음 속에 나쁜 개를 키우고, 누군가는 착한 개를 키우고, 결국 남은 개가 자신이 선택한 개이며 자신을 지배하는 개라는 말...  같은 환경에서 보슈는 악당을 잡고 무고한 사람들을 지키는 삶을 선택했고, 웨이츠는 자신의 운명을 저주하며 끝없는 악행으로 공허한 삶을 살다가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고...  얼마 전 읽은, 미미 여사의 "흔들리는 바위"가 오버랩 되기도 했다.  충직한 무사는 자신의 맘 속에 착한 개를 키웠던 거고, 원한의 망집에 사로잡힌 무사는 나쁜 개를 키웠던 셈인 거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시대고금을 막론하고, 이게 인생의 진실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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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조 후카가와의 기이한 이야기 미야베 월드 2막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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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해서 미미여사의 에도시대물 추리소설을 읽고 있다. 

그녀의 상상력의 한계는 어디까지일까...?  암튼 대~단하다는 생각에 경외감이 들 정도다.

 

‘에코인의 모시치’ 대장이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후카가와 마을에서 벌어지는 일곱 가지 불가사의한 일들을 다룬 연작소설집이다.

 

한쪽으로밖에 잎이 나지 않는 외잎갈대, 한밤중 소녀의 뒤를 쫓아오는 등롱, 낚시꾼을 홀리는 해자 속 알 수 없는 정체, 낙엽이 지지 않는다는 나무, 깊은 밤 알 수 없는 곳에서 소란스레 들려오는 음악 소리, 천장을 부수며 내려오는 거대한 발, 꺼지는 법 없는 사방등 등... 

결국은 이 모두가 사람의 마음 속에 자리한 어둠의 이야기란다, 동시에 그 마음의 어둠을 밝히는 등불의 이야기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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