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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이머즈 하이
요코야마 히데오 지음, 박정임 옮김 / 북폴리오 / 2013년 7월
평점 :
절판
실제로 일어난 비행기 추락사고를 소재로 했다는 소설이다.
실제 기자 생활을 했던 작가의 경력에 맞게, 신문사에서 벌어지는 각가지 사건들과 사건을 보도하는 기자들의 생태를 박진감 있고 현실감 있게 그려내고 있다.
승객 520여명을 실은 여객기가 군마 현에 추락한다. 일본 유수의 언론 뿐 아니라, 이 지역신문사 긴타칸토 역시 이 최악 최대의 사고를 보도하기 위한 전쟁에 돌입한다. 이때 이 사건의 총괄 데스트가 된 유키 가즈마사와 수많은 기자들 뿐만 아니라 광고, 편집, 영업부 등의 신문사 각 부서별로 인물들간의 갈등과 대립, 조직 내 암투, 위계질서, 그리고 진정한 저널리즘에 대한 묘사가 사실적으로 그려진다.
이와는 다른 한줄기는, 유키와 함께 악명높은 '쓰이타테이와'라는 산에 등정하기로 동료 안자이의 사고를 둘러싼 미스터리이다. 비행기 추락사고가 일어난 당일, 두 사람은 산에 오르기로 약속했으나, 유키는 추락사고 보도로 인해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되고, 안자이는 약속장소와 다른 곳에서 쓰러져 식물인간 상태가 된다. 사건 당일 그의 행적을 쫓다가 안자이가 했던 말, "내려가기 위해 오른다"라는 말의 의미를 깨달으며 그의 결심이 뭔지를 알게 되는 유키. 그는 그 후 17년만에 안자이의 아들 린타로와 함께 쓰이타테이와 산 등정에 오른다.
어느 순간, 고도감을 잃고 흥분상태에 빠지게 되는 '클라이머즈 하이'라는 심리상태를 통해, 정신없이 돌아가는 긴박한 일상 속의 신문기자들의 모습 뿐 아니라 우리 모두의 삶을 투영해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클라이머즈 하이가 풀리는 순간, 마음 속에 모여있던 일체의 공포가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는 위험성이 우리 삶에는 항상 잠재하고 있는게 아닐까 싶다. 마치 '러닝 하이'마냥 흥분되는 감각상태에 빠져 위험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는 마약같은 중독성 처럼.
지나치게 완고하고 정직하고 정의롭고 감동을 강요하는 듯한, 다소 오글거리는 일본 소설의 특징이 이 작품에서도 느껴지기는 한다. 그게 또 일본 소설의 매력이기도 하고.
뭔가 초월한 듯 하고 호연지기로 가득찬 듯한 산악인들의 삶과 하루하루 전쟁을 치르듯 누구보다도 일상과 현실에 충실하고 바쁘게 살아가는 기자들의 삶이라는, 서로 어울리지 않을 듯 한 삶의 두 모습을 의외의 조합으로 잘 만들어낸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