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월담
누쿠이 도쿠로 지음, 한성례 옮김 / 씨엘북스 / 2013년 6월
평점 :
품절


사회파 미스터리의 작가로 유명한 누쿠이 도쿠로.  그의 또다른 미스터리 작품인가 하고 읽기 시작한 이 책은, 띠지에 걸린 출판사 홍보문구처럼, 연애소설이었다...!

 

한 여자의 집요하고 지독한 사랑 이야기를 그려낸 작품, 신월담.  문학상을 수차례 수상한 아름다운 미모의 베스트셀러 작가 사쿠라 레이카가 돌연 절필을 선언한다.  그 뒤 긴 세월이 흘러 신참내기 편집자가 그녀를 방문해서 그녀의 인생 이야기, 그리고 그녀의 전 인생에 걸친 기나길고 처절한 사랑 이야기를 듣게 된다.  그동안 긴 침묵으로만 일관하던 사쿠라 레이카가 갑자기 이 풋내기 편집자에게 자신의 긴 이야기를 털어놓게 된 데는 편집자가 보여준 열정과 '사소한 이유' 때문이라는데...

 

자신의 외모에 대해 늘 열등감을 느끼고 소극적인 성격의 고토 가즈코.  우연히 입사하게 된 자그마한 무역회사의 사장 기노우치 도루에게 반하게 된다.  잘생기고 능력있고 뭣보다 대단한 바람둥이인 기노우치.  그는 매사에 자신감이 결여된 가즈코의 잠재된 능력을 알아보고, 그런 점에 매력을 느껴 애인으로 삼는다.  여지껏 자신을 한심하고 무능력하게만 생각해오던 가즈코는 이런 그에게 단순한 애정을 넘어, 그에게서 자신의 존재가치를 찾으려 한다.  때문에 가즈코와 사귀게 된 이후로도 계속해서 아무렇지도 않게 다른 여자들과 양다리를 걸치는 기노우치에게서 헤어나지 못하고 그와의 인연을 계속 이어간다.  계속되는 그의 여성편력에 자신이 버림받을까봐 두려워 얼굴 전체를 성형하게 되고, 그를 잊고자 하는 마음에 소설이라는 창작에 몰두하게 된다.  그러나 자신의 소설이 각광을 받게 되자 기노우치로부터 다시 연락이 오고, 기노우치가 만들어준 '사쿠라 레이카'라는 필명으로 작품활동을 해나간다.  아름다운 얼굴의 사쿠라 레이카에게 환홍하는 다른 사람들을 비웃으며 가면 속의 진짜 자신의 모습, 못생겼으나 재능있던 고토 가즈코의 진면목과 과거를 아는 사람은 기노우치 뿐이라는 생각에 더욱 더 그에게 집착하는 그녀.  그러나 세월이 흘러가면서 두 사람 사이에도 파국이 다가오게 되고, 더이상 창작을 할 이유도, 의욕도 상실하게 된 사쿠라 레이카는 오랜 세월 칩거생활에 들어간다.  그녀가 신출내기 편집자에게 들려준 이야기는 바로 반평생에 걸친 이 지독하고도 처절한 그녀의 사랑과 정념의 이야기이다.

 

때로는 가즈코가 답답하고 안타깝고 이해가 안되기도 했지만, 계속 읽어가며 그녀의 감정선을 따라가다 보니 문득, 가즈코는 자신도 몰랐던 자신의 재능을 알아봐주고 믿어주고 사랑해주었던 기노우치에게 그야말로 '각인'이 되고 만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처음 눈을 떠서 마주하게 된 상대에게 각인되어 버리는 오리새끼 마냥, 그저 미운오리새끼였던 가즈코가 자신을 알아봐 준 기노우치에 의해 사쿠라 레이카라는 백조로 새롭게 태어나듯이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박종호의 황홀한 여행
박종호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8년 6월
평점 :
품절


이태리 여행을 생각하고 있던 참에, 우연히 눈에 들어온 책이다.  정신과의사이면서 클래식음악 애호가로 풍월당 대표이기도 한 박종호님이 이태리 여러 도시를 여행하며 느낀 감상을 담은 책이다.  자신의 취미대로 음악과 예술의 관점에서 이탈리아를 느끼고 그 감상을 서술한 책이라 일반적인 여행기와는 조금 다르다.  여행안내서의 역할보다는, 예술과 접목된 이태리 여행기를 가볍게 읽어보자는 생각으로 접한 책이었고, 그만의 개성이 묻어난 여행 에세이였다.

 

죽은 뒤, 유골을 베네치아 앞 바다 아드리아 해에 뿌려달라는 소망을 지닌 그답게, 곳곳에 이태리에 대한 그의 애정을 담뿍 느낄 수 있었다.  어느정도 세속적 성공도 이루고, 자신이 좋아하는 취미생활을 깊숙히 즐기고 음미하며 살 수 있는 그의 인생에 부러움도 느끼면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지우 1 - 경시청 특수범수사계(SIT)
혼다 테쓰야 지음, 한성례 옮김 / 씨엘북스 / 2013년 10월
평점 :
품절


긴 소설이다, 방대한 스케일의.  총 3부작으로 구성되어, 각각 '경시청 특수범수사계(SIT)', '경시청 특수급습부대(SAT)', '신세계 질서(NWO)'가 부제로 붙어 있다.

 

‘히메카와 레이코 형사’ 시리즈로 유명한 혼다 테쓰야가 이번엔 다른 경찰 주인공들을 내세워 긴 호흡의 소설을 냈다.  길이의 방대함에도 불구하고 경찰들의 심리와 실상을 묘사하는 그의 장기는 오히려 더 빛을 발한다.

 

아동유괴사건이 발생하고 범인을 놓친 채 고심하던 경찰들이, 엉뚱하게도 인질극을 벌이던 범인이 예전 유괴사건의 범인 중 하나임을 밝혀내면서 이 사건은 연결고리를 갖는다.  연이어 이어지는 아동유괴사건과 테러, 경찰살해 사건 등이 정교하게 맞물리며 누가 적인지 아군인지 모르는 상태로 사건은 점차 방대한 스케일로 커져간다.

 

여기에 경시청서 활약하는 여러 형사들이 등장하고, 각각의 인물들의 심리와 성격이 아주 박진감있고 사실적으로 묘사되어 소설의 흡인력을 높힌다.  이들 중, 눈물많고 범인을 이해하려는 가도쿠라 미사키와, 남자 이상의 무술실력과 알수 없는 살의와 전투력을 지닌 이자키 모토코라는 정반대의 성격을 지닌 두 형사는 수많은 등장인물 가운데서도 중추적으로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인물들이다.  그들의 극명한 대비는 사건 내내 질긴 인연으로 이어지는 두 사람의 관계를 더더욱 선명하게 드러내며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한편, 경찰들과의 반대 축에, '신세계 질서'라는 새로운 이념과 사상을 지닌 무리가 있고, 그들 중심에 '미야지'라는 인물과 '지우'라는 소년이 있다.  이들의 과거를 그린 부분은 너무나 충격적이고 엽기적이라 읽기가 힘든 점도 있었으나, 지우라는 표제의 주인공이기도 한 소년이 지닌 아픔이 드러나는 순간은 가슴이 저려왔다.  중국인 부부의 아이로 태어나 버려지고 아는 사람 하나 없는 일본 땅에서 철저히 이방인으로 존재감 없이 살아온 소년의 외로운 절규, '워 짜이 쩌 리'...  자신이 저지른 범죄의 근원적 이유이며 존재를 설명하는 이 말이 너무나 아프게 와 닿았다. '나 여기 있어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악의 사슬 잭 리처 컬렉션
리 차일드 지음, 정경호 옮김 / 오픈하우스 / 2013년 1월
평점 :
절판


개인적으로 지금까지 읽은 잭 리처 시리즈 중에서 가장 수작인 것 같다, 이 작품이.

 

사실 지금껏 읽은 잭 리처 시리즈는 흥미롭기도 했지만 다소 어이가 없을 정도의 슈퍼파워를 지닌 만화적 캐릭터라는 느낌이 강해서 약간 경시하는 점이 없지 않았다.

 

이번 작품에서도 그의 초인적인 지능과 힘은 여전하나, 어느새 캐릭터에 동화되고 이야기속으로 빨려들어가는 것은 이전보다는 조금 더 현실적이면서도 탄탄한 서술적 구조의 덕이 아닐까 싶다.

 

미국 내에서도 인구 밀도가 낮은 깊숙한 지역인 네브래스카 주의 한 시골 마을을 지나가게 된 잭 리처.  여느 때의 그의 모험마냥 우연히 그 마을의 사건을 접하고 이에 관여하게 된다.  그 마을의 유지를 넘어 거의 군림자로서 생활하는 던컨 가의 심기를 거스리게 된 것.  던컨 가의 아들인 세스 던컨에게 맞은 그의 아내 일리노어를 대신해 세스를 한방 먹여주는 것으로 끝내려던 리처는, 던컨 일가가 마을에서 얼마큼 두려운 존재인지를 알게 되고, 자신들의 위세를 보여주고자 복수를 해오는 던컨 일가에 맞서게 된다.  그냥 자신의 갈 길을 가려던 리처는, 특유의 의협심으로 연약한 마을 사람들이 그 드센 던컨 일가에게 당하는 것을 지나치지 못하고 그들과 맞서기 시작한 것이다.  또한 자신에게 덤벼오는 사람을 그대로 두지 않는 그의 성향에 비추어 봤을 때도 역시 그냥 참을 리처는 아니다.

 

이 과정에서, 25년 전 이 마을에서 한 소녀가 실종된 사건이 있었고, 이게 던컨 일가의 소행으로 의심하는 마을 사람들을 만나게 되면서, 리처는 그를 내쫓으려는 던컨 일가에 홀로 맞서며 과거의 사건까지 파헤치고자 한다.  뭔가 비밀스럽고 불법적인 사업을 벌이는 던컨 일가는 세스의 과욕으로 인해 여러 갱단에게 위협을 받게 되고, 이 모든 탓을 리처에게 돌리는 바람에 이를 해결하고자 세 갱단의 똘마니들이 이 작은 시골 마을로 모이게 된다.

 

늘 겁을 내며 주저하는 마을 사람들 몇의 도움을 받아 홀로 고군분투하는 리처와, 자신들의 체면을 구기고 과거의 비밀까지 캐려는 리처를 응징하려는 던컨 일가, 사업을 위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세 갱단까지 모여든 이 작은 마을에서 온갖 사건들이 씨줄과 날줄이 얽히고 설키듯 촘촘히 짜여져 전개해 나가는 모습이 압권이다.  웬일로 사건에 등장하는 여인과의 로맨스가 배제된 점도 좋다, 온전히 리처의 싸움에만 몰입할 수 있게 해줌으로.  단순히 마을에 군림하는 던컨 일가를 혼내주는 걸로 그치지 않고, 그들의 더러운 비밀을 파헤치게 된 리처는 그만의 방식으로 이들을 응징한다.  그가 밝혀낸 비밀은 너무나 추악하며 잔인하고 슬프다...  이게 소설 속 허구만은 아닐 거라는 생각에 더더욱... 

 

리처의 믿을 수 없는 지략과 힘은 여전하나, 이 편에서는 그래도 나름 고생도 하고 부상도 입고, 그러면서도 여전히 정의의 편에서 악당을 물리치는 매력적인 캐릭터를 유지하느라 동분서주하는 리처의 모습은 읽는 이의 마음을 후련하게 해 준다.  원제"worth dying for"가 뜻하듯 목숨을 걸만 한 가치가 있는 일의 여정을 계속하는 리처의 행보를 지지하고 응원하게 되는 것처럼...  모처럼 쉬지 않고 단숨에 내리읽게 된 소설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프릭스
아야츠지 유키토 지음, 정경진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3년 8월
평점 :
절판


장르상 본격 추리는 아니고 사이코호러 미스터리라고 하는데, 원래 이런 분야는 그다지 많이 좋아하지는 않는데, 그래도 아야츠지 유키토의 작품이라고 해서(그의 작품에 목말라 하는데 본격추리는 더 나오지 않고 해서), 읽게 되었다.

 

종합병원 정신과 병동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다룬 3개의 중편으로 이루어진 작품.  장소와 소재가 그렇다보니 호러적인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지배하지만, 결국은 그래도 논리적인 추리로 결말을 내는 점이 그래도 좋았다.

 

1년 전 끔찍한 사건을 일으키고 정신병원에 감금되어 있는 엄마를 찾아가는 아들의 시점에서 기술된 이야기, 교통사고를 당해 기억을 잃고 자신이 누군지를 찾아내려는 환자의 이야기, 미치광이 과학자와 그에 의해 창조된 '괴물'들과의 한판 승부 등, 엽기적으로 기형적인 존재들의 섬뜩한 이야기가 이어진다.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 몰라도 우리는 모두 어차피 기형(freak)"이라는 작가의 메세지와 함께.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