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소년 스스키노 탐정 시리즈 3
아즈마 나오미 지음, 현정수 옮김 / 포레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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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마이클 코넬리의 '해리 보슈"가 내가 제일 좋아하는 주인공이라면, 아즈마 나오미의 '스스키노 탐정'은 그에 비견할 만한 캐릭터로 역시 무척이나 좋아하는 주인공이다.  처음에는 그냥 흔한 탐정 중 하나로만 읽다가 어느새 그의 매력에 푹 빠져버렸다.  싸움 잘하고 의리 있고 적당히 법의 경계 밖에서 놀 줄도 알면서도 무모하리만큼 정의감이 강하고 인정많은, 때로는 맞고 다치고 아파하는 인간적인 캐릭터.  동양판 해리 보슈의 느낌이 든다. 

 

 

삿포로 최대의 번화가로서 밤에 빛나는 스스키노 거리.  여기에는 이 곳 토박이 탐정 '나'가 있다.  미모의 중학교 교사 '하루코'의 의뢰로, 불량학생인 '쇼이치'를 술집에서 구해준 걸 계기로 그는 쇼이치와 영화라는 매개를 통해 잠시나마 마음을 터놓고 친구로서 하루를 보내게 된다.  이후 쇼이치의 단짝친구가 참혹하게 살해되고 쇼이치마저 행방불명되자, '나'는 쇼이치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끈질긴 추적 끝에 쇼이치와 단짝친구가, 장애인복지시설에 반대하는 무리들에 대항할 계획을 세웠음을 알게 되고, 여기에 일부 중학교 교사를도 가담해 있음을 알게 된다.  자신의 반 학생을 걱정하는 하루코에 대한 애틋한 마음과 함께 쇼이치를 좋아하게 된 감정을 품고 동분서주 소년의 행방을 쫓는 탐정은, 평소 알고 지내던 조폭에게도 도움을 청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쇼이치를 찾는 게 자신들 뿐 만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된다.  그러던 중 장애인복지시설에 반대하는 집회에 참가해서 관련 인물들을 살펴보던 중 우연히 쇼이치를 발견하나 소년은 다시 사라지고, 소년이 도망치려는 이유, 그를 쫓는 인물들이 누구인지 오리무중에 빠져 헤매던 그에게 점차 사건의 진실이 드러난다.  그것은 쇼이치와 그의 친구가 보지 말았어야 할 것을 봐버린 것.  추악한 행태를 목격한 두 소년을 없애려는 이들의 추격과 쇼이치를 먼저 찾아내서 알 수 없는 인물들로부터 소년을 보호하려는 탐정 일행의 활약이 긴박하게 펼쳐진다.

 

그 과정에서 각 캐릭터의 섬세한 묘사와 심각한 상황에서 벌어지는 블랙유머, 개연성있는 전개와 현실감있는 장면 묘사 등이 아우러져 매력적인 하드보일드 한 편이 탄생했다.  스스키노 탐정 시리즈 중 일부만이 국내에 번역 소개되었는데,  어서 빨리 다른 작품들도 다 들어와 그의 활약을 더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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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카토르는 이렇게 말했다
마야 유타카 지음, 김은모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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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야 유타카가 창조해낸 자뻑 명탐정 메르카토르의 활약(?)을 담은 단편집.

 

단편이긴 하나 날카롭게 빛나는 추리를 유머러스한 분위기 속에서 펼쳐줄 걸로 기대하고 읽었는데...

이건 뭐 장난하나, 싶을 정도로 어이없는 결말을 네 편 다에서 보이는 허무개그의 끝판왕 같은 작품이었다...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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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콜 드 파리 살인사건 예술 탐정 시리즈 1
후카미 레이치로 지음, 박춘상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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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의 유명 화랑을 운영하던 아카츠키 히로유키가 가슴에 칼이 찔린 채 서재 안에서 숨져 있음을 집사가 발견한다.  발견 당시 서재는 창문과 문이 모두 안에서 잠겨 있던 밀실 상태였고.

 

그의 아름다운 부인과 어린 딸, 집사, 가정부, 잡역부 등 함께 살던 사람들 뿐 아니라, 그와 재산상속을 다투던 동생, 라이벌화랑의 사장 등을 대상으로 수사를 진행하나 사건의 동기나 살해 방법 등을 파악하지 못한 채 시간이 흘러간다. 

 

이때 담당 형사 운노의 조카인 슌이치로가, 피해자가 생전에 쓴 "저주받은 예술가들"이라는 제목의 책을 경찰들에게 들고 나온다.   1, 2차 세계대전 당시에 파리를 중심으로 한 국제적 미술의 일파를 일컫는 '에콜 드 파리'에 속하는 화가들에 대한 저서이다.  각각의 특색과 개성이 너무 강해 사실 작풍으로는 1인 1파에 속한다고 할 수 있는 이 에콜 드 파리에는 모딜리아니, 수틴, 샤갈, 파스킨, 키슬링, 후지타 쓰구하루 등이 이에 속하며, 대부분 가난하고 비극적인 생애를 보낸 공통점이 있다.

 

이 책이 사실은 사건의 해결을 가져다줄 실마리가 되는데, 경찰 관계자들은 끝내 이를 파악하지 못하고, 결국 자유롭고 자립적인 삶을 살아가던 슌이치로가 사건을 해결한다.

 

이 작품의 뭣보다 강렬한 특징은, 바로 예술사적인, 특히 미술사와 특정 화파에 대한 소개와 조명이다.  '에콜 드 파리'라는 (내게는) 다소 생소했던 일파에 대한 소개를 통해 그에 속한 화가들을 흥미롭게 접할 수 있었고, 읽어 나가는 내내 즐거웠다.  사실 추리 그 자체는 조금 시시하고 개연성이 크지 않다고 느껴졌고, 사건의 전말은 초반부터 어렴풋이 눈치챌 수 있었다.  동기 부분은 명탐정으로 나오는 주인공 조차 알 수 없게끔 피해자와 가해자만이 알 수 있는 그들의 과거에 관한 부분이었던 점도 그렇고.  그저 무심해 보이고, 기성 세대의 눈으로 보자면 한심해 보일 수 있기 까지 한 생활을 하는 슌이치로가, 아무도 몰랐던 진실을 진작에 꿰뚫어보고 혼자 알고 있었다는 점도 좀 그렇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섕 수틴, 후지타 쓰구하루 등을 알게 해 준 이 작품에 감사드리고, 프랑스에서 유학했던 전공을 살려 예술과 관련된 추리소설을 쓴다는 작가의 다른 작품들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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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솔린 생활
이사카 고타로 지음, 오유리 옮김 / 현대문학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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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하게 자동차가 화자가 되어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형식이다.  여기서 이미 이야기의 분위기가 비교적 가벼울 거라는 예상을 쉽게 할 수 있다.

 

엄마 이쿠코와 장남 요시오, 아직 십대인 장년 마도카와 열 살의 차남 도루로 이루어진 모치즈키 가족의 자동차, 녹색 데미오가 이들 가족에게 일어났던 사건을 서술하며 이야기를 이끌어 나간다.  물론 중간중간 인간에 대한 평가, 사건에 대한 의논 등을 다른 차들과 함께 그들만의 대화로 나누면서~

 

요시오와 도루가 차를 타고 가던 어느 날, 불현듯 한 여성이 차에 올라타고, 이내 그녀가 유명인사인 여배우 아라키 미도리라는 걸 알게 된다.  파파라치에 쫓겨 도망치던 그녀가 이들 차에 불쑥 타게 된 것.  잠깐의 동승 끝에 그녀를 내려주고 잠시 후 그녀가 터널 안에서 교통사고로 사망했다는 뉴스가 나와 이들 형제는 충격에 빠진다.  이후 파파라치 중 한 명인 기자 다마다 겐고와 접촉하게 되면서 점차 사건 속으로 빠져들고...  한편 장녀 마도카는 남자친구 에구치와 함께 악당들에게 협박을 받게 되고, 이 두 사건이 서로 교차하며 어떤 접점을 갖게 되는데...

 

이 작품에서 화자는 어디까지나 자동차 데미오로, 다른 차들을 통해 알게된 정보나 견해를 인간들과는 나누지 못하고 철저히 객관적으로 사건을 전달만 할 뿐이다.  실제적인 명탐정은 바로 열 살 막내 도루.  도저히 열 살이라고 믿기지 않은 (진짜 너무 비현실적이다 싶을 정도다, 조금만 나이를 올리지...) 천재적이고 논리적인 꼬마다.  도루의 활약과 주변 사람들의 도움으로 점차 밝혀지는 사건의 진실은, 영국의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안타까운 사건과도 오버랩 되며 그 모습을 드러내는데...

 

사건에 대한 추리 자체보다는, 기발한 소재로 시종일관 경쾌하게 풀어가는 이야기의 맛이, 그리고 자동차들의 속내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는 점이 참신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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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랑은 왜 김영하 컬렉션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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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울하게 죽은 아랑이 새로 부임한 사또에게 자신의 원혼을 풀어 줄 것을 요청하는 아랑 전설을 소재로 한 작품이라 해서 기존의 전설을 새롭게 해석하여 풀어낸 작품인가 하면서 읽었다.

 

그러나 예상과는 달리, 아랑 전설을 해부하고 재해석하는데 그치지 않고, 현재를 배경으로 하여 소설가 박과 미용사 영주의 이야기도 함께 풀어내고 있다.  아랑 전설에는 과연 우리가 알고 있는 아랑 전설이 사실 그대로일 지, 혹시 각색되고 윤색되어 실제와는 다른 이야기가 아닐지를, 김억균과 조윤, 이상사 등의 인물을 내세워 재구성하고 있고, 한편으로는 박과 영주의 얘기도 진행된다.

중간중간 작가 자신의 목소리로 서술하거나 독자와 대화하거나 질문하는 등의 독특한 형식도 취하며.

 

그래서인가, 도대체 이 소설은 아랑의 얘기인지, 박과 영주의 얘기인지, 아니면 작가 자신이 갖는 소설이라는, 소설가라는 존재에 대한 생각을 담아내는 것인지 (이 모든 것이 결합된 것인가...?) 알 수 없으며 혼란스러웠다.  김영하는 탁월한 이야기꾼임은 분명하나, 이번 작품은 내가 이해하기에는 좀 난해하고 취향에는 맞지 않은 듯 했다.  어쩌면 처음에 가졌던 작품에 대한 섣부른 선입견과 달라서 그랬을 수도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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