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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콜 드 파리 살인사건 ㅣ 예술 탐정 시리즈 1
후카미 레이치로 지음, 박춘상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4년 1월
평점 :
절판
도쿄의 유명 화랑을 운영하던 아카츠키 히로유키가 가슴에 칼이 찔린 채 서재 안에서 숨져 있음을 집사가 발견한다. 발견 당시 서재는 창문과 문이 모두 안에서 잠겨 있던 밀실 상태였고.
그의 아름다운 부인과 어린 딸, 집사, 가정부, 잡역부 등 함께 살던 사람들 뿐 아니라, 그와 재산상속을 다투던 동생, 라이벌화랑의 사장 등을 대상으로 수사를 진행하나 사건의 동기나 살해 방법 등을 파악하지 못한 채 시간이 흘러간다.
이때 담당 형사 운노의 조카인 슌이치로가, 피해자가 생전에 쓴 "저주받은 예술가들"이라는 제목의 책을 경찰들에게 들고 나온다. 1, 2차 세계대전 당시에 파리를 중심으로 한 국제적 미술의 일파를 일컫는 '에콜 드 파리'에 속하는 화가들에 대한 저서이다. 각각의 특색과 개성이 너무 강해 사실 작풍으로는 1인 1파에 속한다고 할 수 있는 이 에콜 드 파리에는 모딜리아니, 수틴, 샤갈, 파스킨, 키슬링, 후지타 쓰구하루 등이 이에 속하며, 대부분 가난하고 비극적인 생애를 보낸 공통점이 있다.
이 책이 사실은 사건의 해결을 가져다줄 실마리가 되는데, 경찰 관계자들은 끝내 이를 파악하지 못하고, 결국 자유롭고 자립적인 삶을 살아가던 슌이치로가 사건을 해결한다.
이 작품의 뭣보다 강렬한 특징은, 바로 예술사적인, 특히 미술사와 특정 화파에 대한 소개와 조명이다. '에콜 드 파리'라는 (내게는) 다소 생소했던 일파에 대한 소개를 통해 그에 속한 화가들을 흥미롭게 접할 수 있었고, 읽어 나가는 내내 즐거웠다. 사실 추리 그 자체는 조금 시시하고 개연성이 크지 않다고 느껴졌고, 사건의 전말은 초반부터 어렴풋이 눈치챌 수 있었다. 동기 부분은 명탐정으로 나오는 주인공 조차 알 수 없게끔 피해자와 가해자만이 알 수 있는 그들의 과거에 관한 부분이었던 점도 그렇고. 그저 무심해 보이고, 기성 세대의 눈으로 보자면 한심해 보일 수 있기 까지 한 생활을 하는 슌이치로가, 아무도 몰랐던 진실을 진작에 꿰뚫어보고 혼자 알고 있었다는 점도 좀 그렇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섕 수틴, 후지타 쓰구하루 등을 알게 해 준 이 작품에 감사드리고, 프랑스에서 유학했던 전공을 살려 예술과 관련된 추리소설을 쓴다는 작가의 다른 작품들이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