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인간 한스 올라브 랄룸 범죄 스릴러 시리즈 2
한스 올라브 랄룸 지음, 손화수 옮김 / 책에이름 / 2014년 5월
평점 :
절판


전작인 '파리인간'에 이은, 콜비외른 경감과 천재소녀 파트리시아 콤비 시리즈 2편이다.

 

거만한 억만장자  막달론 셸데룹은 자신이 살해 위험에 놓였다가 이를 상담하고 싶다고 콜비외른 크리스티안센 경감에게 전화를 걸어 약속 날짜를 잡는다.  그러나 약속일 며칠 전, 가족들과 친구들이 모이는 정기 식사모임 자리에서 죽음을 맞게 된다.  땅콩알레르기가 있는 그의 음식에 땅콩가루가 뿌려졌던 것.  용의자는 함께 식사를 하던 그의 누이, 전처, 현재의 처, 아들 둘과 외동딸, 경영대리인, 비서, 그리고 친구부부 이렇게 총 열명이다.

 

콜비외른 경감은 수사에 착수하여 범인을 찾고자 하나, 뒤이어 용의자들 조차도 한명씩 죽기 시작한다.  더해서, 경찰을 비웃으며 다음 살인을 예고하는 편지까지 경찰서로 보내지고, 결국 경감은 파트리시아의 집을 방문하여 그녀의 두뇌를 빌리며 조언을 구한다.  전형적인 안락의자탐정인 파트리시아는 하반신 마비에도 불구하고, 명석한 두뇌를 이용하여 경감에게 조사에 대한 지시(?)도 내리고 그가 가져온 사실들을 근거로 그녀만의 추리를 세우기 시작한다.  뒤이어 이어지는 몇차례의 희생 끝에 그녀와 경감이 밝혀낸 진실 속에는, 부와 권력을 쌓으며 적도 많이 만든 막다론 셸데룹의 현재 뿐 아니라, 젊었던 시절, 2차 세계대전 당시 그의 과거로까지 이어지는데...

 

권력과 부를 가진 피해자와 그의 주변을 위성처럼 떠도는 주변인물들 간의 관계에서 추리적 요소를 가미하여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구조이다.  읽지는 않았지만, 얼핏 언급되는 전작의 '파리인간'은, 권력에 기생하는 인간을 정의한 개념인 모양인데, 이번 작품에서는, 권력층의 주변을 일정하게 맴도는 인간이라는 개념의 '위성인간'을 다룬 작품인 모양이다.  그런 사회학적인 시도와 접근방법은 신선하나, 그것이 너무 직설적이고 직접적이라는 느낌이 있고 (창작의 요소를 지닌 소설임을 감안할 때), 그래도 추리소설인데, 범인을 추리하기도 어렵지 않았다.  여러차례에 걸친 범행에 숨은 트릭도 어느 정도 파악된 것이었고, 반전을 의도한 듯 하나 결말은 예상대로 이어지고...  오히려 뻔하게 드러나보이는 걸 어렵게 꼬고 추리하는 파트리시아와, 그녀의 발이 되어 부지런히 현장을 누비는 경감의 아둔함이 다소 웃기기까지 했다.  뭣보다 번역의 문제인지, 원작가의 문체가 원래 그런 건지, 다소 아동용 추리소설책을 읽는 듯한 느낌이 들어 당황스러웠다.  이건 국내 출판사의 문제겠지만, 표지 디자인까지 아동서 느낌이...  이래저래 파리인간을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슬며시 사라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열게 되어 영광입니다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31
미나가와 히로코 지음, 김선영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4월
평점 :
절판


해부학에 대한 지식과 인식이 충분치 못한 시절, 18세기 런던에서, 누구보다도 해부학에 대한 열정을 불태우던 외과의 대니얼 버턴은 모자란 시신을 구하기 위해 도굴꾼들에게 돈을 주고 시신을 사서 해부실습을 하는 처지다.  여기에 그의 제자들, 수제자 에드워드와 약하지만 천재적인 세밀화가 나이절, 앨, 벤, 클래런스 이 다섯 제자가 함께 한다.  우연히 대니얼의 손에 들어온 귀족 영애의 시신, 그리고 정체를 알 수 없는 시체 두 구도 함께 그의 연구실에서 발견되는데, 사지가 잘린 소년의 시신과 얼굴이 짓뭉개진 중년 남자의 시신이 그것이다. 

 

불법적인 시신 확보에 대한 밀고장을 접수한 맹인 치안판사 존 필딩과 그의 조카이자 그의 눈이 되어 주고 있는 강단있는 앤과 조수 애벗은 귀족 영애의 시신을 회수하러 나섰다 정체 모를 두 구의 시신의 존재를 알게 되고, 이 사건을 풀기 위해 나선다. 

 

이윽고 곧 사지가 잘린 소년의 정체가, 시인이 되고자 시골에서 런던으로 올라온 네이선이라는 사실이 밝혀지고, 생전에 그와 친분이 있었던 에드워드와 나이젤은 용의선상에 오른다.  왜 소년의 사지는 잘렸으며 어떻게 대니얼의 연구실에 그 시신이 숨겨져 있었는지, 도대체 누가 이런 범행을 저지른 건지 오리무중의 상태에서, 눈은 안 보이지만 발달된 청각과 촉각, 그리고 예리한 판단력을 가진 필딩 판사는 조카딸의 도움을 받아 사건을 추리해내고, 뭔가를 숨기는 듯한 에드워드와 나이젤과의 밀고 당기는 한판 승부를 벌이게 된다.  사건은 계속해서 반전을 이루고, 마침내 놀라운 결말이 벌어지고 이 대소동을 마감시킨다.

 

18세기 런던을 무대로 한 추리소설을 일본의 작가가 썼다는 점이, 더군다나 그 당시 시대상과 근대 유럽의 분위기를 사실적으로 묘사했다는 사실이 아주 특이한 작품이다.  작가의 이력을 보니, 미스터리 뿐만 아니라 역사소설의 장르에서도 활약을 했다는, 일본 미스터리계의 대모란다.  뭣보다 이 작품을 나이 80세에 출간했다는 것이 정말 대단하다.  역사미스터리의 좋은 작품 하나를 만난 듯 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벚꽃 흩날리는 밤 가나리야 마스터 시리즈
기타모리 고 지음, 김미림 옮김 / 피니스아프리카에 / 2014년 3월
평점 :
절판


기타모리 고의 '가나리야' 마스터 시리즈 두 번째 단편집 - 십오주년, 벚꽃 흩날리는 밤, 개의 통보, 나그네의 진실, 약속, 이 다섯편이 실려있다.

 

맥주바 '가나리야'를 운영하는 마스터 구도.  이 자그마한 바를 찾는 이들에게 따뜻함이 느껴지는 분위기와 함께 멋진 요리를 대접하는 그는, 동시에 안락의자 명탐정이기도 하다.  늘, 이건 제 억측에 불과하지 않습니다만,,, 이라고 말하는 그이지만, 카운터 너머로 몰려든 손님들이 가져온 이야기를 그저 듣는 것 만으로도 사건의 진실을 무섭게 깨닫는 출중한 능력의 소유자인 것이다.  거기에 그때그때마다의 분위기나 손님의 심리상태까지 어우르는 적절한 메뉴를 선정해 최고의 맛으로 무장한 요리를 내놓기까지 하는 명요리사이기도 하다.

 

이 작품은, 그런 구도가 운영하는 가나리야에 온 손님들이 들려주고 구도가 경위를 밝혀주는 다섯편의 이야기를 담은 단편집이다.  같은 형식으로 반복되기 쉬운 구도인 듯 하나, 실제로는 각각의 작품이 다 다른 구조로 저마다의 특색을 지녀, 연작으로 쉽게 느껴지지 않게 잘 짜여진 단편집이다.   

 

안락의자탐정소설의 특색상, 대단한 반전이나 추리과정, 또는 생생한 조사과정 속 활약이 보여지지는 않지만, 그저 이야기만으로 사건의 진실을 파악하는 구도의 능력이 그의 요리실력과 함께 맛있고 멋드러지게 펼쳐진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작가의 이력이 궁금했고, 알고보니 역시 요리사 경력이 있었다.  그래서 좀 더 특색있고 군침도는 이야기가 만들어진 것 같다.  또다른 단편집, "꽃 아래 봄에 죽기를"도 바로 읽어봐야겠다.  (제목의 센스도 어찌나 서정적인지...ㅎㅎ)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리는 언제나 성에 살았다 엘릭시르 미스터리 책장
셜리 잭슨 지음, 성문영 옮김 / 엘릭시르 / 2014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고딕 호러의 대가라는 셜리 잭슨의 유작이다.  나로서는 처음 읽어보는 그녀의 작품이고. 

 

마을로부터 고립된 성에 사는 블랙우드가의 두 자매, 콘스턴스와 메리캣, 그리고 치매를 앓고 있는 그녀들의 삼촌은 6년 전 끔찍한 사건이 일어난 후부터 그들만의 은둔생활을 하며 살아가고 있었다.  절대 성 밖으로 나오지 않고 그저 치매와 노환을 앓고 있는 삼촌을 돌보며 동생 메리켓에게 정성스런 요리를 해주는 낙으로만 사는 언니 콘스턴스.  그리고 언니와 삼촌을 끔찍히 아끼며, 자신의 보물들을 성 여기저기에 묻고 고양이를 벗삼아 성안의 생활을 만끽하는 동생 메리캣.  그렇게, 일주일에 한번씩 메리캣이 마을로 생필품을 사러 가는 것 이외엔 마을사람들과의 왕래도 없이 그렇게 살아가던 어느날, 마을 사람들 중 유일하게 이들과 교류를 트려는 헬렌의 방문이 있게 되고, 이제 그만 고립된 생활에서 벗어나 성 밖으로 나와 마을사람들과 어울리라는 헬렌의 강요에 메리켓은 불안을 느낀다.  거기에, 어느날 갑자기 나타난 사촌 찰스의 등장으로 메리캣은 극도의 불안과 위협을 느끼게 되는데, 찰스는 아빠의 방과 물건들을 차지하게 되고, 노골적으로 메리캣과 삼촌을 싫어하며, 콘스턴스의 환심을 사는데만 열중한다.  언니 콘스턴스도 찰스에게 다소 순종적이고 호의적인 태도를 보이고, 가지고 있는 재산을 성안에 두기만 해서는 안된다는 찰스의 반협박적인 권유에도 흔들리는 모습을 보인다.  이에 메리캣은 이전까지의 생활을 지키기 위해 행동에 나서고, 이들만의 불안한 듯 평온한 일상은 갑작스런 외부인의 침입(?)으로 인해 파국으로 향하는데...  그 와중에 지금껏 봉인되다시피 했던 6년 전 가족의 몰살에 숨은 끔찍한 진실이 드러나기도 한다. 

 

우스갯소리로 개인이 다수를 왕따시킨다는 말처럼, 이들 자매는 마을로부터 고립이 아니라, 마을 사람들 전체를 자신들로부터 격리시키고, 그들만의 성에 숨어 외부로부터의 어떤 영향도 받지 않은 채 살아가려는 강력한 의지가 있다.  이런 자매를 마을사람들은 두려워하고 비난하며 멀리하게 되고, 여기에는 6년 전 일어났던 비극적인 사건이 있다.  이 사건의 진실은 사실 처음부터 알아챌 수 있는 내용이긴 하나, 그러한 비극으로부터 동태된 그네들의 생활을 깨려는 외부인과 그로부터 자신들의 생활을 지키려는 자매 (특히 동생 메리캣)의 자발적인 선택이 대립각을 이루는 구도 안에서, 무심한 듯 드러나는 악의 광기를 여지없이 표출하는 작품이다.  아주 일상적인 모습 속에서 무시무시한 악과 광기가 느껴지는 건 작가의 역량일 것이다.  이 작품을 읽으면서 박찬욱 감독의 영화 '스토커'가 떠올랐다.  줄거리는 다르나 이야기를 관통하는 메세지나 분위기 등이 너무나 닮았다.  60년대의 작품이라는 걸 생각하면 더욱 대단한 힘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교과서에 빠짐없이 실린다는 작가의 단편 "제비뽑기 (The Lottery)"가 사뭇 궁금해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리가 밤에 본 것들
재클린 미처드 지음, 이유진 옮김 / 푸른숲 / 2014년 1월
평점 :
절판


일종의 성장소설이면서 추리소설인 작품이다.  색소성 건피증 (XP) 이라는 희귀병을 앓는 10대의 줄리엣, 앨리, 로브 세 친구들의 성장통을 다루면서, 그 속에 살인사건 목격이라는 요소를 넣어 추리소설적인 성격도 띄게 한다.

 

평소 자유와 모험을 갈망하며 살아있음을 매 순간 느끼고 싶어하는 줄리엣은, 절친인 앨리와 로브에게 익스트림 스포츠인 파쿠르를 함께 할 것을 제의하고, 어느덧 세 친구는 파쿠르에 빠져드는 자신들을 발견하고 거기서 희열과 자유를 맛본다.  XP 질환으로 소위 '주간형 인간'들과는 달리, 밤에만 활동해야 하고, 낮에는 극소량의 햇빛도 차단해야만 하는 이들에게 한밤의 파쿠르는 진정 갇혀있는 자신들을 해방시켜주는 도구이자 세상으로 향하는 통로이기도 하다.

 

이런 그들에게, 어느날 밤, 앨리가 우연히 목격한 살인사건은 큰 충격으로 다가오고, 이를 무시하고 회피하려는 줄리엣과 로브로부터 앨리는 거리감을 느끼고 이들 사이에 미묘한 균열이 일어난다.  늘 셋이 뭉쳐다니던 삼총사였는데, 뭔가를 숨기는 듯한 줄리엣과, 앨리를 믿지 못하고 갈등하는 로브, 그리고 친구들로부터 독립해 자기 자신의 삶을 나아가야 한다는 걸 깨닫기 시작한 앨리, 이들 셋은 바야흐로 막 어른이 되려는 시점에 도달은 것이다.  여기에, 자신이 목격한 살인사건을 파헤치고자 하는 앨리의 시도는 이 세 친구들 사이의 균형을 깨뜨리고, 점차 위험한 세계로 발을 들여놓게 되는데...

 

막 어른이 되기 직전의 10대 청소년들의 사랑과 우정, 진로, 인생고민, 거기에 XP라는 희귀질환은 안그래도 불안정하고 답답한 청소년의 상태를 상징하듯 그들을 옭아매고, 여기에 대비되는 파쿠르 스포츠는 그들의 해방구의 역할을 하는 걸 느낄 수 있다.  이러한 구도로 충분한 성장소설에, 추리적 요소와 스릴러를 가미한 작품이다.  그러나 추리소설적 관점에서 본다면, 황당하게 열린 결말, 뭔가 한참 진행되다가 뚝 끊긴, 이제 2권으로 넘어가려나 하는 순간에 소설이 끝나버리는 허무함이 느껴진다.  차라리 추리소설적 관점을 포기하고, 매혹적이면서도 불완전한 10대의 아픈 성장통을 다룬 소설로 읽는 게 나을 듯 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