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트 폴리스맨 - 자살자들의 도시
벤 H. 윈터스 지음, 곽성혜 옮김 / 지식의숲(넥서스) / 2013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6개월 후면 소행성 마이아가 지구와 충돌한다는 분석이 나오고, 사람들은 종말을 앞둔 공황상태에 빠지게 된다.  자살과 약탈, 일탈이 자행되어 가는 시점에서, 한 패스트푸드 가게 화장실에서 목매달아 죽은 남자, 피터 젤이 발견되고, 명백한 자살이라고 쉽게 단정내려진 가운데, 오직 한 사람, 헨리 팔라스 형사 만이 그의 죽음에 의심을 품고 타살 여부를 수사해 나간다.
 
사실 자살이든 타살이든 아무도 관심이 없는 상황이고, 하루가 다르게 일상이 파괴되어 가는 세기말적 상황에서, 팔라스 형사는 뚝심있게 홀로 그만의 수사를 묵묵히 해나간다.  그 과정에서 자살로 보여지던 사건에 의심스러운 점들이 드러나고 용의자가 몇명 생겨나긴 했으나, 여전히 피터 젤의 죽음에 얽힌 진실은 미로 속에서 좀처럼 드러나지 않는다.
 
허무와 패배가 팽배한 사회 분위기와 살인사건을 수사하고자 고군분투하는 형사의 고독한 모습이 교차하며 묘한 대조를 이룬다.  대부분의 수사와 추리가 형사의 나홀로 직감에 의존하는 경향이 짙어 다소 흥미가 떨어지기는 하나, 세기말적 배경을 통해 음울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점이 특이하고 독특한 발상임에는 분명하다.  그래서 좀 외면하고 싶은 느낌도 없지 않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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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소녀에 얽힌 살인 고백
사토 세이난 지음, 이하윤 옮김 / 데이즈엔터(주) / 2012년 2월
평점 :
절판


학대로 인해 한 소녀가 죽는 사건을 다룬 작품인가 보다,만 생각하고 읽기 시작했는데, 마치 인터뷰 하듯 여러 등장인물의 입을 통해 사건을 재구성하는 형식이 미나토 카나에의 '고백'이나 누쿠이 도쿠로의 '우행록'을 떠올리게 했다. 
 
그들의 작품이 워낙 참신하고 뛰어나서, 이들과 비교가 될 텐데 웬만큼 잘 쓰지 않으면 더 실망감이 들텐데 하는 생각을 하며 읽어 나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작품의 수준은 이들보다 못하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재미있게 읽었다.  처음에는 학대받는 소녀 아키가 당한 일 위주로 생각했다가 반전이랄까 그런 걸 중반 이후에 눈치채기 시작했고, 그래서 재미가 더해진 것도 있다.
 
줄거리는, 아동상담소 소장인 쿠마베가 우연한 계기로 아키라는 피학대 아동을 상담하게 되고, 엄마인 키미에와 함께 양부 스키모토에게 지속적인 학대를 받고 있음을 알게 된다.  아키를 돕기 위해 그녀를 가정으로부터 격리시켜 임시보호소에서 생활하게 하며, 키미에의 자립을 도와 스키모토로부터 벗어나게끔 도와주려고 하는데, 집요하고 잔인한 스키모토의 방해로 쉽게 성공하지 못한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쿠마베 뿐만 아니라 아키의 담임, 단짝친구, 보호소에서 만난 친구, 상담소 직원 등의 입을 통해 생생하게 또 각자의 시점에서 다채롭게 재현하고 재구성하며 사건을 전개해 나가는 품이 예사롭지 않았다.  결국 아키에게 일어난 일은, 우리 사회 전체의 비극이며 산물이고 그 결과이다.  모두의 책임이다.  이 순간에도 일어나고 있는 학대의 재순환을 생각하면 마음이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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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리거나 비 아니면 호우 1 - Novel Engine POP
반시연 지음, 김경환 그림 / 데이즈엔터(주)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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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큰 기대없이 접한 작품.  국내 작가의 추리소설이고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었고, "다모," "주몽"의 작가 정형수가 극찬한 작품이라는 선전 문구에 다소의 의구심을 가지며 읽기 시작했다.
 
뛰어난 관찰력과 추론 능력, 거기에 환상적인 몸싸움 실력까지 갖춘, 흥신소 업계의 넘버 원 '호우.'  귀신같은 추리력으로 남들이 보지 못하는 사건의 이면을 순식간에 파악하는 그에 대한 묘사는 정말 매혹적이었다.  스타일리쉬하다는 출판사의 홍보가 이해가 되었다.
 
비범한 실력으로 승승장구하던 그는 중요한 의뢰에 실패하고 삶의 의미와 열정을 잃어버린 채 인생의 낙오자로서의 삶을 살아가기 시작한다.  그러다 1년이 지난 후, 옛 여자친구인 사야와 그녀의 새 남자친구 고지, 그리고 우연한 사건으로 만난 적 있는 여자 비이와 조우하게 된다.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는 방식으로 전개되는 작품은, 그러나 중간에 호우의 방황과 절망 부분이 다소 지루하고 길게 느껴졌다.  거기에, 재벌급인 고지와 비이의 등장과 묘사는 갑자기 이 작품을 꽃남 같은 하이틴류 작품으로 전락시킨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그래도 막판에 몰아치는 호우의 빛나는 추리력으로 어느 정도 상쇄가 되긴 했지만, 차라리 좀 더 현실적인 주변인물들을 설정해 두었더라면 호우라는 주인공을 중심으로 훨씬 더 스타일리쉬한 작품이 나오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초반부는 영화화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는데, 뭔가 빵 터지는 큰 게 나오길 기대하며 읽다가 고지와 비이의 등장으로 인해 갑자기 이게 뭐야, 하는 허무함이 느껴졌으니...  일상 미스터리라는 홍보문구가 이제사 눈에 들어온다...  그래도 이 작가의 다른 작품이 무척 궁금하다. 
 
후반부의 설정을 통해서는, 헤브닝에서의 호우가 마치 '기타모리 고'의 '구도'를 연상케 하는 느낌도 가졌다.  구도를 좋아했듯 호우에도 열광하게 될 것 같다.  간만에 즐거운 국내 추리소설을 접했다,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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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자들의 방 뤼시 엔벨 형사 시리즈
프랑크 틸리에 지음, 이승재 옮김 / 노블마인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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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멜로디라는 시각장애 소녀가 납치되고, 딸아이의 몸값을 가지고 유괴범에게 가던 아버지는 질주하던 차량에 의해 교통사고로 즉사한다.  사고를 낸 두 남자는 200만 유로가 든 돈가방을 차지하고, 시신을 유기한다.  납치범이 이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모른 채.
 
결국 아이는 시체로 발견되고, 수사에 나선 경찰은 아이의 목에서 발견된 늑대의 털을 단서로 범인을 찾아 나서고, 죽은 아이가 환한 미소를 띄고 있었던 이유를 알아채고 경악한다.  주인공 여형사 뤼시 엔벨은 말단 경찰임에도 불구하고 평소 범죄심리학과 프로파일링에 관심이 많고 기괴한 범인의 머리 속으로 들어가는 방식을 통해 남다른 직감과 추리를 선보인다.
 
그녀가 끊임없는 추리를 통해 범인에게 다가가는 동안, 또다른 납치 및 살인사건들이 발생하고, 경찰은 범인이 박제 및 해부에 능숙한 인물이라는 단서를 잡고 유력한 용의자를 쫓기 시작한다.  그의 집에서 발견된 끔찍한 인형들을 통해 뤼시는 마침내 ‘죽은 자들의 방’의 문을 열게 되는데...
 
범죄 스릴러로서 전형적인 작품이었다.  작품 자체가 나쁘지는 않은데, 비슷비슷한 플롯과 예상되는 전개, 늘 뻔한 동기와 인물들을 너무 많이 접했나, 어느새 서양의 끔찍한 사이코 변태들의 범죄 행각에 좀 신물이 나기 시작했다.  누가 더 끔찍하고 더 엽기적인 범죄 행각을 창조해내고 묘사해낼 것이냐에 경쟁을 하듯 촛첨이 맞춰진 듯 하는 게 불편했다.  더 이상은 새롭지도 매혹적이지도 않은, 이런 작품들을 당분간은 좀 접하게 될 것 같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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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즈모 특급 살인
시마다 소지 지음, 한희선 옮김 / 시공사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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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시키 형사 시리즈' 중 하나, "침대특급 하야부사 1/60초의 벽," "북의 유즈루, 저녁 하늘을 나는 학"과 마찬가지로, 열차가 무대가 되는 추리소설이다. 
 
모처럼의 휴가를 기차여행으로 보내는 요시키 형사, 여행 도중에 역사에서 사건을 접하게 된다.  이즈모 지역을 달라는 열차 안에서 팔, 다리, 몸통 등의 시체 일부분이 든 가방들이 각각 발견된다.  머리가 없고 신원을 확인할 수 없게끔 처리된 시신 앞에서 경찰은 아연실색할 수 밖에 없는데, 뜻하지 않은 제보로 이 시신이 한 대학에서 연구하는 여성의 것일 거라는 제보를 접하고 수사에 나선다.  그녀의 과거 행적을 조사하던 중 의심가는 유력한 인물이 있으나 그는 당시 다른 열차에 타고 있었다는 확고한 알리바이가 있고, 요시키는 직감적으로 이것이 트릭임을 간파하고 이를 풀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일본의 고대 전설을 차용해 소재로 삼고, 정확하고 꼼꼼한 일본인 특성에 따른 열차시각표를 단서로 삼아 일견 불가능해 보이던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요시키 형사.  이 작품 또한 그의 단독 활약에 의지한다.  조직 보다는 요시키라는 개인의 추리와 고군분투가 두드러진다는 점에서 다른 경찰소설과는 좀 다르다.  개인적으로는 일본 경찰 소설의 묘미는 조직의 활약과 그 내분의 갈등이라고는 생각하는데...
 
여하튼, 이번에도 모든 것은 열차시각표 안에 있다.  빽빽한 열차시각표 안에서 마치 수학문제를 풀 듯 사건의 트릭을 풀어나가는 요시키 앞에 견고해 보이던 트릭은 무너지고 진실이 드러난다. 
 
개인적으로는, 요시키 형사 시리즈는 시마다 소지의 명성에 비추어 볼 때 좀 평면적이고 단순한 작품들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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