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여사는 킬러
강지영 지음 / 씨네21북스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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쉰한 살의 과부 심은옥.  다니던 정육점이 문이 닫게 되자, 할 줄 아는 거라고 정육점에서 일하며 다져진 칼 쓰는 것 뿐인 그녀가, 생존을 위해 흥신소에 취직하여 킬러로서의 삶을 살게 된다.  아들 진섭과 딸 진아의 뒷바라지를 위해 고단한 삶을 살고 있는 그녀,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는 평범한 아줌마인 그녀가 화려한 칼솜씨를 갖춘 살인청부업자로서의 생활을 시작한다.

 

그녀의 등장으로 스마일 흥신소는 점점 큰 돈을 벌게 되고, 여기에 얽히고 설킨 주변 인물들이 저마다의 목소리로 한 章씩을 교차해가며 각자의 사연을 풀어놓는다.  심여사가 의뢰받은 사건의 주인공들, 스마일 흥신소의 사장이자 전설적인 킬러 박태상, 직장동료이자 아들같은 준기, 진짜 킬러를 알아내고자 잠입한 이성란, 경비원 김씨, 라이벌 해피 흥신소의 나한철, 그의 부인, 그리고 심여사의 아들과 딸 등등의 시점에서 다양한 인간군상들이 어우러져 살아가는 세상을 그려내고 있다.  살벌하기 이루 말할 수 없는 청부살인이라는 소재를,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소시민을 내세워 맛깔스럽게 요리하는 솜씨가 대단하다.  단순한 윤리의 문제가 아니라 절박한 생존의 문제를 경쾌하고 흥미진진하게 그려낸 수작이라 느껴진다.  각 인물들이 다 살아있고 내용의 전개가 억지스럽지 않은 점도 좋았다.  작가의 다른 작품도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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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긴 잠이여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50
하라 료 지음, 권일영 옮김 / 비채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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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밤은 되살아난다", "내가 죽인 소녀"에 이어 '탐정 사와자키' 시리즈 세번째 작품이다.  탐정 사와자키는, 내가 아즈마 나오미의 스스키노 탐정과 함께 제일 좋아하는 일본 하드보일드 탐정이다.  명석하고 치밀한 두뇌회전을 자랑하는 '낭만 마초'의 전형.  이번 작품을 읽으면서도, 역시 하라 료는 천재다, 하는 느낌이 들었다.

 

이번 작품에서는, 1년 간 도쿄를 떠나있던 사와자키가 돌아온 날, 자신의 사무실에 침입한 노숙자로부터 사건의뢰를 전달받는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후 의뢰자와 연락을 취하려 하나 쉽지 않았고, 마침내 의뢰자를 만나게는 되나, 의뢰를 취소하겠다는 의사를 통보받는다.  한때 고교야구의 혜성과 같았던 아키라는 십여 년 전 승부조작에 휘말렸다가 혐의가 벗겨지기는 했으나 야구 인생이 끝나게 되는 불행을 맛봤고, 그로 인해 누나 유키가 자살을 하고 가정이 풍지박산이 나는 아픔을 겪은 바 있다.  모두가 자살이라고 믿는 누나의 죽음을, 홀로 의심의 끈을 놓지 않고 괴로워하는 아키라.  결국 사와자키는, 십여 년 전 일어난 자살 사건이라는 어려운 문제를 맡아 진실을 파헤치기로 한다.  자살이 아니라는 반증이 하나도 없는 상태에서 사건의 진위를 재구성하고 추적해가는 동안, 사와자키는 피해자 주변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이 감춘 거짓을 간파해 나간다.  결국 사와자키가 오랜 여정 끝에 밝혀낸 진실은 전혀 예상 밖의 결말로 이어지고, 아플 수 밖에 진실이었다. 

 

정말 예상못한 진실을 꿰뚫어 보는 부분들마다 전율이 일고 가슴이 철렁하며, 아, 그랬던 거구나, 하면서 새삼 작가의 천재성에 놀라게 된다.  그런 추론이 전혀 억지스럽지도 않고 불공정하지도 않은 채, 그저 사와자키가 이끄는 대로 이야기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나를 발견하게 되는 건, 이 작품의 지극한 재미이다.  촘촘히 이어진 구성 속에서 발견하게 되는 인물들에 대한 탐구 역시 빼놓을 수 없는 묘미이다. 

 

어느덧 중년이 되어 버린, 그러나 여전히 멋있는 사와자키 탐정의 후속 활약이 너무나 기다려지는데, 우리 나라에는, 안 그래도 과작 작가인 하라 료의 작품 중 3권만 출간된 점이 너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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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30일생 소설NEW 1
김서진 지음 / 나무옆의자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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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시의 유지인 할아버지의 영향 아래 국회의원 공천을 받고자 하는 아버지를 돕기 위해 잠시 고향으로 내려온 방송국 PD 현재.  불륜관계에 있다가 얼마 전 헤어진 혜린은 우연히 마주치고, 자신에게서 떨어지라며 화를 내고 술에 취한 채 집으로 돌아간다.  그리고나서 발견된 혜린의 시체.  현재는 살인용의자로 체포되고, 사건발생 당일 기억이 끊긴 그는 자신의 결백에 자신없어 한다.  정계에 진출하려는 아버지와 할아버지의 힘으로 그는 용의선상에서 벗어나지만, 스스로 혜린의 죽음을 조사하기로 결심한다.  그런 그의 앞에 나타난 혜린의 언니 정희와 그녀를 돕는 최형사.  거기에 집안의 골칫거리인 동생 미래가 그를 돕는다.

 

혜린이 그를 쫓아 J시로 온 것이 아니라 누군가를 찾기 위해 내려왔다는 걸 알게 되고, 그녀의 마지막을 추적해 가던 중, 현재는 할아버지의 과거가 이 사건에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는 걸 깨닫게 된다.  계속해서 파헤치는 할아버지의 과거는 2월 30일이라는 존재할 수 없는 날짜에 태어난 혜린의 죽음과 어떻게 이어져 있는지, 자신이 몰랐었던, 그것이 자신의 잘못이라 느낀 현재는 속죄를 통해 사랑했던 혜린을 기억하고 자신을 구원하기로 결심한다.

 

가족 3대에 걸쳐 지난했던 우리 현대사를 배경으로 이어져 내려오는 죄의 고리를, 현재와 과거를 교차하며 현재와 박대길의 시점에서 교대로 드러낸다.  서사가 치밀하고 인물들에 대한 묘사가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 준다.  작가의 다른 작품도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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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슬 2 - 파탄 나루사와 료 시리즈 2
도바 슌이치 지음, 한성례 옮김 / 혼미디어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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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가타 현경의 형사를 사직하고, 도쿄의 한 경찰서에서 일하게 된 나루사와 료.  아버지의 도움으로 들어오게 됐다는 루머 때문에 왕따를 당하고, 제대로 된 사건을 맡지 못하는 그는 경찰서 내 자료실에서 과거 사건들을 들춰 읽으며 시간을 보낸다.  자신의 선택이 옳은 건지 아닌지에 대한 확신도 없이, 정체성에 대한 의문을 여전히 품고 살아가던 그에게, 서내 또다른 왕타 여형사와 함께 조를 이루어 노숙인 상해사건을 조사하게 된다.

 

처음부터 티격태격하던 두 사람은 사건 수사를 해 나가면서 닮은 서로에게 점차 끌리는 것을 느끼고, 결국 연인사이로 발전하나, 두 사람 다 자신 및 상대방, 더 나아가 이 관계에 대한 확신도 갖지 못한 채 불안한 관계를 이어나간다.

 

한편, 단순 노숙인 상해사건으로 알고 시작했던 수사는 피해자가 증발하는 바람에 수사는 처음부터 벽에 부딪히고, 자신들을 무시하는 경찰서 내 동료들에게 그들의 실력과 존재를 입증하고 싶은 마음에 실체가 없는 듯한 이 사건에 전념으로 매달린다.  결국 피해자가 과거 학생운동에 참가했던 일원임을 밝혀내고, 당시 같이 운동에 참가했던 다른 이들을 찾아다니며 이들 사이의 내분으로 인한 사건이 아닐까 조사하던 중, 또다른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끈질기게 료의 주변을 맴돌며 정보제공에 따른 돈을 요구하는 자칭 저널리스트와, 굳게 입을 다문 과거 학생운동 참가자들을 중심으로 수사망을 좁혀 가던 두 사람은 결국 사건의 전모를 깨닫게 된다.

 

사건 자체는 그다지 드라마틱 하지 않다.  오히려 전편 "설충" 보다도 더 평이한 느낌이다.  그보다는 오히려 남녀 관계, 더 나아가 인간 관계에 대한 고찰이 더 돋보이는 면이 있는 작품이다.  3편 "열욕"에서는 보다 사건의 흥미가 더해지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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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궁
나카무라 후미노리 지음, 양윤옥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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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자신의 음습하고 사악한 면을 가진 또다른 인격체 'R'을 갖고 있다고 여겼던 '신견'은 정신과 치료를 통해 'R'의 존재를 지웠다.  그러나 성인이 된 그에게 그 기억은 남아 있으며, 힘든 순간, 'R'에 대한 악몽을 꾸기도 한다.

 

우연히 '사나에'라는 여자를 만나 반동거의 상태로 들어간 그에게, 탐정이라는 남자가 나타나 그녀의 전 동거남의 행방을 묻는다.  아울러, 사나에가, 유명한 히오키 사건의 유일한 생존자임을 알려준다.  부부와 남매가 사는 4인 가족의 집에서 발생한 일가족 살인사건.  지나치게 아름다운 아내와 그런 아내에 대해 강박적인 불안감을 가지고 살았던 남편, 그리고 여동생만을 사랑했던 오빠와 이 불안하고 음울한 집안의 막내 사나에.  밀실 상태였던 이 집안에서 아버지, 어머니, 오빠가 참혹하게 살해당하고, 사나에만이 산 채로 경찰에 발견되었으나, 어린 사나에는 아무 것도 진술하지 못하고, 범인과 범행수법이 모두 미궁으로 빠졌던 사건이었다.  이 사건에 흥미를 느끼게 된 신견은 사건의 진상을 조사하기 시작하고, 어느 순간 무서운 진실을 깨닫게 되는데...

 

사건의 추리 자체는 그다지 대단한 것은 아니었다.  어느 정도 뻔하게 예상되는 바였고, 그 과정이 어렵지도 않다.  오히려 그보다는, 주인공 신견도 이 추리과정을 한 인간을 이해하게 되면서 파악하게 됐다는 점이 부각된다.  그가 마지막에 가졌던 한 조각의 의심도 유예한 것 역시 결국은 미궁에서 빠져 나올 수 있는 해결책이 아니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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