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 저택의 피에로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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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을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지만, 내가 좋아하는 본격 미스터리 장르이고 설정도 흥미로워 읽기 시작했다.

 

십자가 모양의 독특한 구조를 지닌 다케미야 가에서 비극이 발생한다.  다케미야 산업의 창업주인 고 다케미야 고이치로의 맏딸 요리코가 어느날 갑자기 2층 발코니에서 뛰어내려 자살하고, 그녀의 남편 무네히코와 다리를 못쓰는 딸 가오리는 이 사건을 목격한다. 

 

어느덧 요리코의 49재를 맞아, 십자 저택에 사는 고이치로의 아내인 시즈카, 충성스러운 가정부 스즈에, 가오리를 좋아하는 냉철한 이성의 소유자인 하숙생 아오에 외에, 고이치로의 둘째딸 와카코와 남편 가즈히로, 셋째딸 고토에의 딸 미즈코, 고이치로의 숨겨진 아들 나가시마, 그리고 고이치로의 조카 마사유키 등이 모두 십자 저택에 모인다.

 

이때 자신을 인형사라고 소개한 검은 옷차림의 낯선 남자가 방문을 하고, 이 집에 있는 피에로 인형은 자신의 아버지가 만든 것인데, 이 인형은 비극을 불러일으키는 힘이 있다고 얘기하며 인형을 되팔 것을 제안한다.  그날 밤, 무네히코와 그와 내연 관계이 있는 미타 리에코가 지하 오디오 룸에서 칼에 찔려 숨지는 사건이 발생하고, 경찰이 출동해 조사한 결과, 처음에는 외부인의 침입으로 보이는 증거들이 발견됐으나 결국은 내부인의 소행임이 간파된다.

 

가족들은 서로를 의심하고 불안한 기운에 잠기고, 저마다의 이유로 거짓과 위장이 난무한 가운데, 폐쇄된 공간과 제한된 인원 속에서 일어나는 연쇄살건은 점차 결말을 향해 치닫는다.  이 모든 것을 목격한 피에로 인형의 독백은 이 비극의 발생을 해명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비극의 피에로 인형이라는 다소 그로데스크하고 오컬트적인 소재를 차용해 오면서, 완벽한 논리의 전개를 펼친 작품이다.  물리적 트릭이라는, 내가 취약한 부분이 있는 점은 어쩔 수 없었지만, 이 모든 계획의 치밀함을 뒤늦게 깨달았을 때는 모든 것이 끝난 상태였다.  좋으니 싫으니 해도 히가시노 게이고의 영리함은 인정할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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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장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57
나가오카 히로키 지음, 김선영 옮김 / 비채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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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소설이 강세를 이루는 일본 소설계에서도 독특한 작품이었다.  사건이 벌어지고 이를 수사하고 추적해가는 과정의 경찰의 모습과 그 조직을 들여다보는 일반적인 작품이 아니라, 경찰학교라는 교장(敎場)을 무대로, 경찰관이 되려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소설이다.

 

각 장마다, 주인공인 학생들이 다르며, 이들 모두 백발의 교관 가자마와의 한판 승부(?)를 겨루게 된다.  저마다의 개성과 사연을 지닌 학생들이 혹독한 훈련과정 속에서 겪는 스트레스와 의지, 사건사고들을 밀도있게 그려내면서 제각각 성장하는 학생들, 그리고 속을 알 수 없는 가자마의 은밀한 카리스마가 빛난다.  등장인물들에게 일어난 사건들을 가자마가 꿰뚫어보고 해법을 제시하는 방식인데, 반복되는 구조에도 불구하고 전혀 지루하지 않고 술술 읽히는 가독성이 뛰어난 작품이다.

 

마성의 교관 가자마를 주인공으로 한 스핀오프 작품이 기획되고 있다니, 그 작품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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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더
나혁진 지음 / 북퀘스트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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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폭들과 화류계 여자들이 등장하여, 각자의  시선으로 각 장(章)을 구성하며 사건을 재구성한다.

 

처음엔 조폭 김성민.  끈기와 악착같음이 무기인 그에겐, 형을 따라 조폭이 된, 그러나 머리는 없고 몸만 비대한 동생 성기가 있다.  그의 라이벌 조폭, 송현수의 계략에 빠져 임무 실패의 댓가로 처참한 죽음을 맞이한 성기를 대신해 송현수와 보스 최창수 사장에게 복수할 계획을 꿈꾼다.  그 외, 최고급클럽 '시트린'의 에이스, 임여진, 성민의 후배이자 주먹 일인자인 이완기, 시트린의 새 에이스가 된 홍수정 등이 각각의 사연을 펼치며 이들의 얽히고 설킨 삶을 풀어놓는다.  마지막엔 다시 성민의 장으로 돌아가 그가 계획했던 복수전이 펼쳐지는데...

 

읽는 내내, 일반인들이 쉽게 접하지 않던 조폭과 화류계 여자들의 생활을 그저 자극적으로 늘어 놓는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뭐? 라는 생각, 김성민의 치밀한 복수극, 두뇌 플레이 등의 홍보 문구에는 배신감이 들며, 오히려 지금까지 펼쳐온 주도면밀한(?) 계획과는 달리 엉겁결에 이뤄지는 결말은 엉뚱하면서도 그게 더 사실적일 것 같기도 하다.

 

영화화까지 계획되고 있다는 출판사의 문구에 혹한 것도 있지만, 과연 이 작품을 영화화해서 뭘 보여주려고 그러나, 아무런 메시지도 없이 그저 자극적이고 잔혹한 그네들의 세계를 영상으로 보여주겠다는 것 뿐 아닐까 하는 우려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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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손 밀리언셀러 클럽 104
모치즈키 료코 지음, 김우진 옮김 / 황금가지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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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편집장인 미무라에게 어느날 걸려온 한 통의 전화.  히로세라는 의사는 자신의 환자인 다카오카 마키라는 여성이 소설을 써서 그걸 미무라에게 전달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고 용건을 말한다.  처음 들어보는 여자의 이름이었지만, 소설 제목, '녹색 원숭이'를 듣는 순간 미무라는 경악한다.  바로 자신이 담당이었던 기스기 교코의 작품이고, 그녀는 수년 째 실종상태인 것.  마키를 만난 미무라는, 생김새는 다르나 행동이나 말씨 등이 교코와 너무 흡사한 그녀를 보고 혼란에 빠진다.

 

한편, 한 아이의 유괴사건을 조사하던 르포라이터 미치코는, 과거 동료였던 마키로부터, 혼고라는 작가의 '꽃의 사람'이라는 소설이 도작이며, 이는 원래 기스기 교코라는 작가의 작품이라는 얘기를 듣게 된다.  우연찮게 이 사건을 조사하던 미치코는 미무라와 히로세와 만나게 되고, 기스기 교코의 실종 사건에 관여하게 되고, 점차 사건의 진실에 다가가면서, 그녀가 원래 조사하던 아이 유괴사건의 진실과도 조우하게 된다.

 

낯선 이로부터 자신이 아는 누군가의 모습을 보게 되는, 설명할 수 없는 기이한 현상이 펼쳐지는 초반부는 강렬하다.  빙의니 심령이니 하는 초자연적인 설명을 요구하는 초반부는 그렇게 강한 흡인력을 보여주다가, 중반서부터는 뭔가 심하게 꼬이는 듯 하면서 따라가기가 좀 버겁더니, 후반부는 살짝 황당할 정도로 맥이 풀려버리며 모든게 한꺼번에 해결되어 버리는 느낌이다.  개인적인 호불호가 강한 작품일 듯 싶은데, 추리소설적 측면은 차치하더라도, 작가를 다룬 작품답게 순문학적인 요소, 즉, 교코라는 인물의 묘사, 그녀가 사람들과 맺는 관계에 대한 설명, 그녀의 작품 부분 등이 아련하고 아름답고 무섭고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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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신
강희진 지음 / 비채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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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조반정과 병자호란을 배경으로, 권력 암투에만 눈이 먼 임금과 사대부와, 그 전쟁의 참혹한 결과를 고스란히 온 몸으로 받아내던 민초들의 삶을 그려낸 소설이다. 

 

전쟁통에 아내 선화와 딸 난이를 잃고 청나라에 끌려간 이신.  이씨 조선을 섬기라는 아버지가 지어준 이름과 달리, 그는 청나라 황제의 총애를 받아 칙사로 다시 조선으로 돌아오게 된다.  우연히 아내가 살아있다는 소식을 들은 이신은 은밀히 아내와 딸을 찾기 시작하는 한편, 자신의 가족을 비롯해 많은 백성들의 목숨을 앗아가고 끔찍한 전쟁의 아픔을 가져다준 환란의 책임을 묻고자 전쟁을 유발시킨 고작대관들에 대한 복수를 계획한다. 

 

그토록 아픈 전쟁의 상처를 겪고도, 아무것도 반성하지도 달라지지도 않은 채 여전히 권력 투쟁에만 힘쓰며 예의, 정절 등만 외치는 사대부들과, 백성들을 돌보기 보다는 사대부와의 권력 싸움에 매진하는 임금, 그들은 이 전쟁에 대한 책임도, 오롯이 전쟁의 피해를 겪고 있는 백성들의 눈물도 아랑곳 없다.  이런 상황에 다시금 절망한 이신.  그의 소박한 꿈은 재회한 아내를 만나는 순간 물거품이 되어 버리고, 수많은 아녀자들이 청에 끌려갔다가 돌아왔으나 죽음으로 정절을 지키라는 사대부의 요구에 허망하게 목숨을 버리는 사태가 벌어지고, 이신은 이 전쟁의 책임을 묻고자 칼을 든다.

 

이 소설을 읽으며, 흡사 오늘날의 우리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는 듯한 데쟈뷰에 우울한 기분이 들었다.  세월호 사건에서 보여진 모습들, 아둔한 백성들, 탐욕스러운 기득권자, 보신에만 애쓰는 관리 등, 모든 것이 지금 우리의 상황과 씽크로율 100%는 진정 우리가 4백여 년 전의 모습에도 한발자욱도 못 나간 게 아닌가 하는 자괴감이 들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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