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당거미의 이치 - 상 백귀야행(교고쿠도) 시리즈
교고쿠 나츠히코 지음, 김소연 옮김 / 손안의책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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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같은 소설이다.  내용도 방대하고 사건의 엮임과 등장인물들의 얽히고 설킨 관계도 대단하다.  이 모든 걸 다 아울러서 구성하고 풀어내는 작가의 능력에 압도되는 작품이다.
 
1950년대 일본을 배경으로, 다면적인 사건들이 발생한다.  한 곳에선 여자들이 눈이 찔린 채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하여 눈알 살인마라는 별칭을 얻은 범인의 연쇄살인으로 보고 기바 형사가 사건을 수사하고, 이와는 멀리 떨어진, 오리사쿠 家가 창립한 한 기독교 여학교에서는 교살 사건이 연속적으로 발생한다.  거기에 남편을 찾아달라는 여자의 의뢰를 받은 탐정 에노키즈와, 오리사쿠 가의 비극을 막아달라는 친구의 요청에 의해 나서게 된 추첸지 등이 결국은 다같이 모이게 된다.  서로 연관이 있어 보이지 않는 사건들과 여러 인물들의 개입 이 모든 게 무당 거미가 짜놓은 보이지 않는 실에 의한 것임을 간파한 에노키즈와 추젠지.  그래서 사건의 수사와 해결을 망설이나 어쩔 수 없이 사건에 발을 담그게 되고 사건은 파국을 향해 치달으며 많은 목숨을 앗아가는 비극이 발생한다.
 
작품 곳곳에서 나오는 여성인권문제, 프로이트식 심리해석, 일본 전통의 문화에 대한 깊은 고찰 등의 수준이 대단하다.  역시 교고쿠라는 생각이 든다.  그의 작품은 다소 무겁고 어려워서 다른 추리작가들 작품마냥 쉽게 손에 들기 쉽지 않은 게 사실이나, 이 방대하고 복잡한 사건은 대단한 재미까지 겸비했다.  이 작품 때문에 다음 번 읽게 되는 작품이 다소 시시해 느껴질까 하는 기우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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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면무도회 1 긴다이치 고스케 시리즈
요코미조 세이시 지음, 정명원 옮김 / 시공사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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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접할 수 있게 된 요코미조 세이시의 작품이다.  더군다나 그가 자신의 작품 중 최고라고 손꼽은 10편 중 하나라니 기대와 흥분으로 읽기 시작했다.

 

4번의 결혼과 이혼으로 유명한 여배우 오토리 지요코의 첫 번째 남편이 가루이자와에서 익사하고, 두 번째 남편도 교통사고로 죽은 가운데, 그녀의 현재 연인인 재계의 거물 다다히로에게 전 남편들의 사고를 조사해 달라는 의뢰를 받아 가루이자와에 오게 된 긴다이치 코스케.  여기에 우연히도 지요코와 세 번째 남편, 네 번째 남편, 그리고 지요코의 현재 연인인 재계의 거물 다다히로까지 모두가 가루이자와에 모이게 된다.  그리고 세 번째 남편 역시 타살로 의심되는 가운데 변사체로 발견되고, 네 번째 남편마저 자취를 감춘다.

 

주변 인물들의 얽히고 설킨 가운데, 지요코의 남자들에게 닥친 이 불행이 사고인지 아니면 명백한 의도를 가진 살인인지를 밝혀내야 하는 긴다이치.  점차 그녀를 둘러싼 온갖 인간 군상들의 가면이 벗겨지고 추악한 비밀이 하나둘씩 드러나는데...

 

사실 이 작품은 이전의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처럼 정교한 트릭에 집중하기 보다는, 변화하는 시대상과 그에 혼란스러워하는 사람들의 모습, 그리고 관계 속에 벌어지는 갈등 등에 초첨을 맞춘 작품인 듯 하다.  그래선가 개인적으로는 좀 아쉬움이 느껴지는 작품이었다.  요코미조에게, 그리고 긴다이치에게 기대했던 게 비교적 덜 충족된 느낌이다.  난 초기의 긴다이치 시리즈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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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동정원
최영미 지음 / 은행나무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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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작가 최영미의 소설, 청동정원.  우리 역사에서 뜨겁고 아팠던 80년대를 관통하는 소설이다.  작가 본인을 주인공으로 한 듯한 설정에, 그가 겪었을 역사를 생생히 그대로 드러내는 듯한 소설이다. 

 

그저 멋내기 좋아하고 소녀에서 숙녀로 변화하던 이애린이, 민주화 운동에 뛰어들어 80년대를 온몸으로 겪으며 지내온 인생을 반추하는 형식의 소설.  그녀는 경계인, 회색인간이라는 굴레에서 한동안 벗어나지 못하다가 그를 극복하는 과정을 겪는 것을 보여준다.

 

처음에는 그저 감수성 강한 '소녀'이기만 했던 이애린의 고교생활, 대학 초년생의 모습이 다소 장황하고 지루하게 느껴졌지만, 이후에 그녀가 민주화 의식화(?)에 눈을 뜨고 거기에 몸담게 되는 과정과 불행한 결혼생활 등은 10년쯤 후 세대인 내게도 그 아픔이 생생히 느껴졌다.  개인의 청춘의 아픔 뿐만 아니라 시대의 아픔까지 온 몸에 아로새겨야 했던 그 세대의 회고와 치유의 과정이 알알이 기록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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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랑탐정과 일곱 개의 살인
우타노 쇼고 지음, 정경진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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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타노 쇼고의 초기 단편집을 개정증보해서 낸 책이란다.  '집' 시리즈의 명탐정 '시나노 조지'가 등장하는 8편의 단편은 각각의 다양한 사건 및 추리와 함께, 시나노의 독특한 캐릭터를 극대화 하여 표현한 작품들이다.  늘 탱크톱에 비치샌들을 신고, 머리는 봉두산발을 한 채, 특정 소속이나 직업 없이 자신이 원하는 형태의 삶을 충만하게 살고 있는 듯한 시나노에게 어울리는 별명인 듯 하다 방랑탐정은.  이리저리 돌아다닌다기 보다는, 어디에 얽매이지 않고 그저 사건 현장이나 관계자 주변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그리고 그의 흥미를 끌어당기만 한 오리무중의 사건이 발생할 경우 그의 뇌세포는 여지없이 바쁘게 움직이고 누구보다 빨리 그리고 쉽게 사건의 핵심을 꿰뚫어본다.

 

8편의 단편 모두 재기발랄하며 논리정연하다.  어둡게 묘사되는 범인의 심리와 범행의 분위기와 대조적으로, 이를 추리하고 해결해가는 시마다 소지의 활약은 유쾌하고 경쾌하여 더 극명한 대비를 이루며 작품의 색채를 더한다.  작가의 초기 작품들이라는데, 정말 대단한 작가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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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관의 살인 - 제22회 아유카와 데쓰야 상 수상작 우라조메 덴마 시리즈
아오사키 유고 지음, 이연승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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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유카와 데쓰야 상 수상작.  젊은 나이에 수상의 영예를 얻은 작가는, 고등학생인 만화광 천재 탐정을 등장시켜 사건을 이끌어 간다.  만화풍의 일러스트 표지며,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고교생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점 등이, 혹시 가벼운 미스터리를 담은 학원물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갖게 했지만, 정작 작품을 읽어나감에 따라 무대와 등장인물들은 이와 같으나 구성이나 노선 만큼은 정통 미스터리임을 느낄 수 있었다.  그래도 독특한 만화광인 인물을 탐정으로 내세웠고, 주변 인물들이 다 고교생들이라는 구조는 어쩔 수 없이 가벼운 분위기를 자아내고, 약간 억지스럽고 허황된 듯한 느낌을 주는 건 사실이다.  만화적인 요소를 극대화하는 한편, 본격 추리의 요소를 충실히 따르고 있는 작품이라 그 느낌이 독특했다.
 
비 내리는 평일 오후 체육관에서 발견된 시체.  피해자는 이 학교 방송부 부장인 남학생으로, 칼에 찔려 죽었다.  사실상 무대는 밀실 상태이고, 당시 체육관에는 선생과 학생들이 있었는데, 아무도 살인현장을 목격한 사람은 없었다.  학교 최고의 천재이자 괴짜인 우라조메 덴마는 얼떨결에 사건해결을 의뢰받고, 천재적인 두뇌로 이를 파헤쳐나간다.  여기에 등장하는 경찰들은 덴마와 티격태격하면서도 결국은 그의 추리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 밖에 없고, 논리정연한 추론을 통해 용의자를 압축하고, 범인과 범행수법, 동기 등을 명쾌히 밝혀낸다. 
 
의도적인 과장된 분위기는 배경과 인물들과 함께 전체적인 분위기를 더 흥미롭게 만들고, 대조적으로 서늘한 범인의 악의와 악행, 그를 꿰뚫어보는 덴마의 추리를 빛나게 한다.  특히 작품을 다 읽고 난 후 프롤로그를 다시한번 읽게 만들고, 거기에 쓰인 내용을 뒤늦게 깨닫게 되는 반전도 지닌 작품이다.  작가의 후속작인 "수족관의 살인"의 출간도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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