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의 감옥
우라가 가즈히로 지음, 이연승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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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이름을 딴 '우라가'라는 신진 추리작가.  그에게는 5년 전 연인 아야코가 자신의 집 계단에서 굴러떨어져 의식불명 상태로 빠진 아픈 과거가 있다.  당시 함께 아야코의 집에서 술을 마셨던 친구 기타자와와 요시노와 함께, 아야코의 오빠의 연락을 받고 그녀의 물건을 정리하러 5년 만에 그 집에 다시 들르게 되고, 오빠의 계략에 빠져 지하실 방공호에 갇히게 된다.  세 명 중 누가 아야코를 밀었는지를 고백하면 풀어주겠다는 아야코 오빠의 말과 함께.

 

한편, 남자친구 히로시에게 잔인하게 차인 사에코는 온라인으로 그 분한 심경을 주고 받다가 사에코라는 메일 친구로부터 교환 살인을 제안받는다.  자신을 성폭행한 고교 동창 신도 다이치에게 복수를 하고 싶다는 사라코와 함께 서로 복수의 대상을 죽여주기로 한 사에코.  두 사람의 계획은 착착 진행되는데...

 

중반까지는 두 사건이 어떻게 연결되고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 지는 예측할 수 있었으나, 그 다음부터는 정신없이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 마냥 반전이 이어지고, 이야기는 톡톡 튀며 모든 등장인물들이 엮이게 됨을, 아니 처음부터 엮여 있었음을 알게 되는 과정이 재미이었다.  특히나 마지막에 깨닫는 서술트릭은 자못 신선했다 (모든 서술트릭은 마지막에나 깨닫게 되는 듯...).  결말이 다소 정신없고 왔다 갔다 하는 감은 있지만, 신예 특유의 재기발랄함이 느껴지는, 작은 소품같은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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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러드 온 스노우 Oslo 1970 Series 1
요 네스뵈 지음, 노진선 옮김 / 비채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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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네스뵈의 작품이라 하기엔 책이 얇았다.  이번에는 해리 홀레가 아니다.  '올라브 요한센'라는 이름을 가진 킬러의 짧은 사랑 이야기라고도 할 수 있다.  여느 때처럼 보스로부터 사건을 의뢰받은 올라브.  그러나 이번엔 표적이 보스의 아내다.  바람을 피고 있다고 확신하며 자신의 아내를 죽여달라고 의뢰한 것.  내키지는 않았지만 결국 의뢰를 수락하고, 대상을 관찰하고자 건너편 아파트를 빌려 그 부부의 일상을 지켜보던 그는 한눈에 보스의 아내 코리나에게 빠져들고 만다.  셈이 복잡해진 올라브.  그러나 그는 선천적으로 셈에 약하다.  단순한 계산도 어렵고 난독증도 있는 올라브.  결국 그는 선택을 하고 실행에 옮긴다.  일생일대의 운명을 건 선택을. 

 

짧은 분량 속에서 소설은 몇차례 모습을 바꾼다, 느와르로 시작해서 하드보일드, 로맨스, 거기에 동화 같은 몽환적 분위기까지...  술술 쉽게 읽히는 건 비단 분량이 짧아서만은 아닐테다.  그저 올라브의 의식의 흐름을 따라 가다 보면 (그걸 다 이해했다고는 할 수 없지만) 어느새 결말에 이르는, 그런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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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는 법정에 서지 않는다 변호사 고진 시리즈 5
도진기 지음 / 황금가지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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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이면서 작가인 도진기의 고진 시리즈 신작.  또다른 시리즈의 주인공 캐릭터인 '진구' 못지 않게, 비주류이며 합법과 불법 사이를 위태롭게 오가며 적당히 세속적이고 꽤나 날카로운 논리를 갖춘 인물 '고진' 변호사가, 이번엔 '김명진'이라는 피고인의 변호사로서 처음으로 법정에 나와 변론을 펼친다.  그동안은 '어둠의 변호사'라는 별명에 걸맞게, 법정 밖에서 활약하며 사건을 해결해나가던 그가, 돌연 법정 변호사로 그의 재능을 펼치게 되는데, 역시나 '변호사'의 고정적 이미지와는 달리, 그의 변론은 엉뚱하기만 하고, 일견 의욕이나 의지조차 엿보이지 않는다. 

 

사건의 내용은, 남편 신창순을 따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로 건너간 김명진은, 출중한 미모와 타고난 여성성에 젊은 시절부터 많은 남자들의 구애를 받는다.  그 중 특히 4명의 남자로부터 청혼은 받은 대학 시절, 어처구니 없게 달리기 시합으로 남편감을 고르게 되고, 결국 신창순과 결혼한 그녀는 이후 평탄치 못한 결혼생활을 하게 되고, 다른 남자 3명은 제각각 자신의 길을 가며 어느덧 20년의 세월이 흘러 다시 재회하게 된다.  그러나 남편 신창순이 참혹하게 살해당하고, 김명진이 그의 살해범으로 피고인석에 오르게 되자, 동창들의 요청으로 고진이 그녀를 변호하는 변호사로 그녀의 무죄를 입증하고자 한다.  그러나 점점 검찰의 파죽공세에 판은 점점 뒤집히고 김명진을 향한 유죄판결의 압박이 조여오는 가운데, 고진은 그녀의 대학 동기들을 중심으로 20년 전부터 그녀 삶을 재구성하기 시작하면서 진범을 밝혀낸다.

 

몇 되지 않게 읽는 국내 추리소설 중 하나인 도진기의 작품들.  이번 편은, 뒷골목에서 활약하는 고진이 법정 안에서 어떤 활약을 보여줄 지가 궁금했고, 검찰과 변호사, 판사 등이 등장하는 우리나라 법정의 실태를, 현직 판사의 눈과 손으로 그려지는 모습이 궁금했다.  물론 작품은 법정 밖의 모습에도 많은 분량을 할애하고, 이제는 중년이 되어 버린 등장인물들의 지난 삶의 궤적을 훑으며 그들의 과거와 현재 모습을 그려낸다.  아름답기는 하나, 너무 수동적이고,, 그래서 그것이 그녀의 발목을 잡고 삶에 어두운 불행의 그림자를 드리우게 한 여자, 김명진.  그리고 그녀를 둘러싼 네 남자의 부침을 그려내고 있는데, 다소 통속적이긴 하나 나름 꽤 흥미로운 부분도 있다.  추리소설적 측면에서는, 진범과 그의 트릭이 밝혀지는데, 생각지 못했던 부분이라 이 또한 신선했다.  사건이 화려(?)하고 스케일이 크고, 이런 건 아니었지만, 일견 평범해 보이는 사람들의 젊은 날부터 중년이 되어버린 현재의 모습도 재조망하고, 거기서 빚어진 증오과 애증의 관계를 살피면서, 아울러 국제적 무대를 배경으로 한 살인사건의 트릭까지 아우르는, 비교적 재미있게 읽은 작품이다.

 

제목대로, 진짜 악마는 법정에 서지도 않은 점이 분하고, 그런 현실에 놓인 피해자가 안타깝기도 했지만, 진정 그렇게 수동적이고 무기력한 모습은 정말 소설 속 캐릭터라고는 하지만 진짜 싫다.  결국 남에게까지 피해를 입히는 결과가 되고 말았으니...  개인적으로는, 훨씬 자립적이고 능동적인 캐릭터에 끌리는 건 어쩔 수 없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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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의 기원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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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정 작가의 모처럼의 신작이라고, 출판사에서도 독자들 사이에서도 홍보와 기대가 낭낭한 작품이었다.  그간 작가가 보여줬던 '압도적 서시와 폭발적 이야기'라 일컬어지는 저력에 비추어 이번 작품도 한껏 기대치를 높여놨고 흥분된 기대감을 갖고 작품을 읽어나가게 됐다.  이전 작품에서 그녀가 생생하게 그려냈던 '악(惡)'의 존재를, 이번에는 사이코패스 중에서 소위 '프레데터, 포식자' 등으로 불리는 최상급단계의 주인공을 내세워 끔찍한 범행의 나열로 드러낸다.

 

그러나... 기대가 너무 컸던 것일까?  나 혼자 키워놓은 기대가 나를 배신하고 그 기대치 만큼의 낙폭으로 실망감을 높여놓은 건인가 싶기도 하다.  일단 문체가 좀 지나치게 묘사적이고 길다는 느낌이다.  벌어진 사건을 설명하는 데 있어서도 불필요하게 여겨지는 비유와 묘사가 좀 질리는 느낌이고, 그래서 비교적 스피디하게 전개되는 내용에 비해 문장들이 꽤 쳐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뭣보다, 악의 탄생을 지켜보는 게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하는 회의가 들었다.  악에 대한 통찰을 넓힌다고?  그래서?  그저 악이 탄생하고 발화하고 진화하는 그 과정을 읽다보면, 악인은 그저 그렇게 타고 났을 뿐이고, 그저 자연발생적으로 태어난 거고, 우린 그걸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건가?  있는 그대로 악을, 악인을, 인정하고 순응하고 당해야 한다는 건가?

 

이 질문에 대한 논의와 대답을 차치한다고 하더라도, 이 소설이 악에 대한 통찰과 이, 그리고 제대로 된 대처를 논하고 있다고는 전혀 여겨지지 않는다.  그저, 이해할 수 없는 범죄가, 범죄자가 난무하는 요즘의 현실에 대한 그저 또다른 하나의 범죄 '기사'로만 느껴질 뿐이다.  그래서 답답하고 절망스럽고 허무하다... 

 

왜 '악은 어떻게 존재하고 점화되는가'를 주제로 잡았을까...?  정신의학과 학술지나 사회적 이슈에 대한 리포트가 아니라, 그저 픽션일 뿐인데, 마치 그 문제를 파헤쳐보고 논의를 해보자는 식의 접근에 비해 그저 한 개인의 악의 본능에 대한 시간적 기록인 전개, 그리고 결말을 그려내는 건, 마치 읽는 '우리'를 그 악한 존재에 대해 이해시키고 그저 무기력하게 지켜보게끔만 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기분이 좋지 않았다. 

 

사실, 작품이 재미없는 건 아닌데, 그리고 소설에서 무슨 사회적 논제에 대한 합의, 철학적 문제에 대한 해답이 주어져야 되는 건 아닌데, 작품 자체가 '악의 탄생'을 들여다보며 이에 대한 이해와 대처를 다룬다며 홍보한 까닭에, 평가가 너무 박해진 것 같기는 하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악'이라는 동일한 주제를 다루면서도, 읽기 불편하지만 외면할 수 없는 전작들에 비해, 이번 작품은 별로 공감도 대단한 흥미도 느낄 수 없는 것은 분명하고, 그만큼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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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혹의 죽음과 용도 S & M (사이카와 & 모에) 시리즈 6
모리 히로시 지음, 박춘상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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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 좀 이상하다 싶은 제목의 모리 히로시의 'S & M 시리즈' 6편이다.  일본어를 그대로 번역한 거라 그런 걸까...  아무튼, 마술을 소재로 삼은, 이른바 '일루젼 미스테리'란다. 

 

탈출의 마술을 수십여년 간 선보여왔던 천재 마술사 아리사토 쇼겐은, 또다시 대규모의 탈출쇼를 기획하면서 이것이 자신의 마지막 쇼임을 직감한다.  실제로 수많은 관중이 지켜보는 마술쇼 가운데 살해당한 채 발견되는 쇼겐.  더구나 장례식 장에서 그의 유해마저 사라지고 만다.  이번 작품에서도 역시 모에는 좌충우돌하며 자신의 추리를 세워나가고, 늘 그렇듯 사람 죽고사는 문제보다는 자신의 공학적 가설과 논리의 세계 속에 빠져사는 사이카와는 진작에 이 트릭을 눈치챘으나 사건 해결에는 외면한다.  이전보다 훨씬 발전된 모에의 추리능력은 이번 편에서 꽃을 피우고, 사건의 진상을 거의 파악하게 되는데...  많은 사람들 앞에서 두 번씩이나 사라진 이 사건은 '마술'이라는 일루젼과 더해져 더더욱 신비로움을 자아내지만 결국 이 두 사제 콤비에 의해 환혹의 일루젼이 걷혀지고 진상이 드러난다.

 

진실은 분명한데 거기에 환상과 현혹이 가미되어 사람들의 눈을 가린다는 점에서 마술은 추리소설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마술의 트릭 자체는 지극히 물리적, 시공적이지만, 거기에 사람들의 눈과 이성을 현혹시키는 일루젼을 덧씌움으로써 마치 마법으로 여기게끔 만든다는 점이 그렇다.  특히나, 인간의 본질이나 동기, 심리 등에 중안점을 두는 작품들이 있는가 하면, 모리 히로시의 작품들은, 지극히 '이공계'적인 작가에 의해 창조된 '이공계'적 사고를 하는 탐정들이 '이공계'적인 트릭을 간파하며 사건을 해결하는 '이공계'적인 추리소설이 그 특징이라 할 수 있다.  거기에 사이카와를 통해 '이공계'적 시각으로 세계를 바라보며 던지는 작가의 메세지가 있다는 점도 알겠는데, 지극히 '문과적' 사람인 나는 그걸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  그래선가 나로선 차라리 인간의 본질이나 동기, 심리 등을 강조한 작품들이 훨씬 더 재미있게 다가오고, 모리 히로시의 작품들은 그저 너무 물리적이고 구조적인 트릭 파헤치기로만 느껴져서 내 취향은 좀 아니란 결론을 내렸다.  물론 서로의 패러다임이 좀 달라서 내가 그의 세계를 잘 몰라서 그런 것이긴 하겠지만...  사실 사건 전반에 걸친 트릭은 나중에 설명을 듣고서야 알 수 있었고, 그것도 사실 건성으로 읽기도 했지만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했다.  그렇지만 범인만은 처음부터 의심했던대로였고, 그 부분은 물리적 트릭으로 이해될 게 아니라 뭔가 좀 더 인간의 심리나 본질 등에 기인해서 가능한 추리였다.

 

여하튼 모리 히로시의 작품들이 독특한 작풍과 분위기로 추리소설계의 한 부분을 분명히 차지하고 있는 점만은 분명하다.  또 이쪽 분야 사람들에게는 그의 과학적 세계관과 논리, 추리 등이 더욱 와닿는 면도 있을테고 말이다. 

 

p.s. 초반에 사라진, 모에의 친구 '도모에'의 행방은 어떻게 된 거야...? 하고 의아해 했는데 (끝내 작품의 결말에 이르기까지 언급되질 않았으니), 알고 보니, 바로 다음 작품인 시리즈 7편, "여름의 레플리카"편에서 이 사건이 펼쳐진다고 한다.  이걸 또 읽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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