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과 서커스 베루프 시리즈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김선영 옮김 / 엘릭시르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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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네팔에서 일어났던 왕실 살인 사건을 모티프로 하여 쓰여진 작품이란다. 

 

출판사에 소속되었던 기자 다치아라이 마치가 프리랜서로 전향한 뒤 잠시의 휴식 및 새로운 업무의 사전 준비 차원으로 방문한 네팔.  작품의 초반부는 그런 여행자로서의 시각에서 네팔의 모습과 현지인들의 삶, 그리고 또다른 다양한 여행자들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마치 가벼운 여행기를 읽는 기분이었다.

 

그러다 사건이 발생한다.  만찬의 밤, 황태자가 자신의 부모인 왕과 왕비를 포함해 형제 및 친척들을 살해했다는 뉴스가 나오고, 마치는 기자로서의 본능과 감각을 동원해 사건을 취재하고 이에 대한 기사를 쓰기로 한다.  여기서는 어지러운 네팔의 정국과 동요하는 민심, 이를 통제하려는 공권력 등이 그려지며 마치 한편의 르포를 읽는 것 같았다. 

 

현지 안내원인 가난하지만 영악한 소년 사가르의 안내로 취재를 하던 중, 등에 '밀고자'라는 글씨를 새겨진 시체를 발견하게 되고, 그의 신원이 취재 과정에서 만났던 왕실 군인임을 알게 된 순간, 마치는 이 살인사건이 왕실 살인사건과, 더 나아가 자신과 연관이 있는 것이 아닐까 의혹을 품게 된다.  이후 현지 경찰에도 불려가고, 그들과의 협조도 이끌어내면서 자신만의 추리를 통해 군인 살인사건의 진실을 풀어나가는 한편, 왕실 살인사건에 대한 취재와 기사작성에 열을 올리는 마치. 

 

그녀가 마침내 찾아낸 사건의 진실은, 그녀로 하여금 기자로서, 언론인으로 가야할 길, 사명감, 소명 등을 비추어 보게 되는 무서운 거울이 된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이 작품이 추구하는 바이다.  장르소설로서의 의미나 재미 보다는, 여기에 나온 살인사건은 오히려 저널리즘에 대한 가치관, 저널리스트들이 지녀야 할 사명과 소신 등을 이끌어내는데 차용된 도구일 뿐이다.  사람들의 눈을 속이는 한편의 서커스에서 광대로 전락되기 쉬운 언론인의 정도가 무엇인지에 방점이 찍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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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들의 탐정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69
하라 료 지음, 권일영 옮김 / 비채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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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작가 하라 료의, 내가 좋아하는 캐릭터 '사와자키 탐정'이 나오는 단편집이다.  낭만적이고 고독한 분위기의 마초적 탐정, 사와자키.  매력적인 분위기의 하드 보일드를 그려내던 이 캐릭터의 시리즈가, 이번엔 10대의 방황하는 청춘들을 만나면서 벌어지는 다소 소소한 사건들을 그려내고 있다. 

 

6편의 단편을 통해 그려내고 있는 사건들은, 사실 우리 주위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이란 거창하고 치밀하고 조직적인 거대한 음모 보다는, 사소하고 좀 엉성한 그런 사건들일 터, 그래서 사건의 전모나 해결도 이전의 장편들 보다는 좀 허무하고 덜 대단해 보일 수는 있지만, 여기서 작가가 그리려고 했던 건 그런 스펙타클함이 아니라, 허무적인 태도의 사와자키도 어린 청춘들에 대해서는 따스한 어른의 시각으로 그들을 바라보고 대한다는, 진정한 '어른'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는 듯 하다.  그래선가 더욱 더 사와자키가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비정한 세계에서 살아가며 무미건조한 삶의 태도를 지닌 사와자키, 그는 진정 천사들의 탐정인 것이다.  동양의 필립 말로를 연상시키는 그도 이젠 나이도 꽤 들었을텐데, ㅎ, 어서 빨리 그의 이야기가 펼쳐진 다음 장편이 너무나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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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관의 조건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70
사사키 조 지음, 김선영 옮김 / 비채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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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경찰소설의 대가 중 한 사람인 사사키 조의 신작이 나와서 얼른 읽었다.  꽉 짜여진 조직 내에서의 일본 경찰의 모습을 누구보다도 생생하게 묘사해내는 사사키 조의 작품답게 이번에도 어김없이 경찰이라는 조직의 모습을 생동감있게 그려내고 있다. 

 

조직폭력배를 상대하는 부서의 특성 상 해당 형사들은 조폭을 단속하는 한편으로는 그들과의 협조를 통해 사건을 해결하는 양면성을 가질 수 밖에 없다.  조직 내 자신의 정보원을 두기도 하고 잠입수사나 은폐수사를 하기도 하고, 그들과의 위험한 커넥션을 통해 정보를 빼내고 때로는 협력하기도 하는 것이다.  그 중, 가가야 히토시는 조폭들과의 남다른 교류를 가지며 정보의 귀재이자 경시청 최고의 조폭 수사 성과를 이루는 인물이다.  하지만 그들로부터 제공받는 향응과 물질적 제공으로 누구보다도 풍족한 생활을 하는 그를 경찰 조직에서는 안조 가즈야를 통해 감찰을 하고, 마침내 가즈야의 내부고발에 따라 가가야를 부패한 경찰로 몰아 조직에서 내쫓는다.  이 과정에서 끝끝내 경찰 윗선이나 조폭들과의 관계를 전혀 발설하지 않은 그에게 양쪽 조직으로부터 내심의 찬사를 받게 된 가가야는 이후 낚시배나 몰며 은둔한 채 생활한다.

 

한편, 가가야의 퇴직 후 어둠의 세계와의 접점이 약해지게 되고, 조직 범죄를 담당하는 부서들 간에는 과도한 경쟁심리로 인해 정보교환마저 어려워진 판에, 마약 시장에 변화가 일어나나 그에 대한 진상도 쉽지 않다.  결국 이 상황을 타개하고자, 가가야의 복직을 추진하고, 자신의 상관을 내부고발했다는 주변의 따가운 논초리를 받던 가즈야는 이 상황에서 더더욱 난감해 하면서도 자신이 믿는 길을 묵묵히 걸어간다. 

 

서로 많이 달라 보이는 두 사람.  그러나 각자 자신의 소신대로 경관의 길을 걸어가는 두 사람은 자신의 방법으로, 기존의 마약시장의 판세를 뒤집고자 하는 인물의 정체를 잡아내고자 한다. 

 

일본 경찰조직내의 모습을 생생히 그려내면서 동시에 전혀 다른 길을 걸어가는 두 사람의 경관을 통해 진정한 경관의 조건이 무엇인지를 이끌어내고자 했던 사사키 조의 다소 긴 장편소설이었다.  그러나, 첩보전을 다루는 소설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나로서는, 이 작품도 복잡하게 얽힌 조폭들의 구조와 경찰과의 다툼을 다루는 것이 좀 낯설기도 하고 다소 산만하고 흐트러지는 느낌이라,개인적으로는 그다지 즐기며 읽지는 못했다.  소설의 결말도 어느 정도 예상했기에 다소 맥 빠지는 점도 있었고...  그래도 이렇게 자신의 특화된 부분을, 전문가 수준으로 이끌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일본 소설계의 힘이 있다고 느껴지는 부분은 부럽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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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왕국의 성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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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교 입학을 확정짓고 수험생의 신분에서 자유로와진 오가키 신.  우연히 은행에서 한 고성이 그려진 스케치를 줏은 후 그 그림 속으로 들어갈 수 있음을 알게 된다.  자신의 모습을 그림 속에 그려넣으면 바로 그림 속 세계로 빠져들어갈 수 있는데, 그림 솜씨가 없는 신은, 학교의 왕따 여학생에게 시로타에게 이를 부탁하고, 망설이던 시로타와 함께 둘은 그림 속 세계로 들어가게 된다.  그리고 거기서 한 어린 소녀가 탑에 갇힌 모습을 스치듯 보게 되는데, 이 소녀가 10년 전 현실세계에서 실종된 이온이라는 소녀임을 알게 된다.  위험한 그림 속 세계로 들어가 그녀를 구하게 되면 과거가 바뀌어 미래까지 바뀔 수 있다.  이 위험한 선택 앞에 놓인 그들의 결정은 과연 어떻게 될까...

 

미스터리인 줄 알고 읽기 시작했는데, 환상 소설이었다.  異세계가 있고 평행우주이론이 나오고 그림 속 죽음의 세계라는 시공간에 빠져버린 주인공들의 이야기다.  불행한 현실을 바꿔보고자 과거를 뒤집으려는 사람과, 현재에 만족하며 이를 유지하려는 사람 간의 이야기기도 하고.  미미 여사의 작품이 언제나 그렇듯이, 불행에 빠진 사람들의 상처를 잔잔히 치유하고 따뜻하게 보듬는 그런 소설이기도 했다.  그 와중에 성장을 이루고 한층 깊어진 모습을 드러내는 등장인물들을 통해 세상을 밝고 긍정적으로 바라보려는 작가의 시선이 느껴지는 게, 미미 여사의 트레이드 마크이듯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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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나잇 선 Oslo 1970 Series 2
요 네스뵈 지음, 노진선 옮김 / 비채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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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러드 온 스노우"의 거울 같은 작품이다, 마치 쌍둥이 같은.  처음엔 "블러드 온 스노우"의 주인공, 올라브의 이야기가 이어지나 했는데, 읽다보니 같은 주인공은 아니고, 그와 닮은 듯 다른 또 하나의 배신자 '울프'의 이야기였다.  

 

오슬로의 마약시장을 완전히 차지하게 된 '뱃사람'에게 살인청부를 의뢰받은 울프는, 그러나 사람을 쏘지 못하는 킬러이다.  늘 모든 것으로부터 도망을 치던 그는, 이번에도 역시 뱃사람을 배신한 댓가로 그가 보낸 킬러에 의해 죽을 위기에 처하자 극적으로 탈출하여 백야의 땅 핀마르크로 향한다.  그곳에서 만난 소년 '크누트'와 그의 엄마 '레아.'  극단적 교리주의 종교를 신봉하는 마을 사람들 속에서 몸을 숨기고자 했던 울프와 이 두 모자는 점차 마음을 나누게 되고 그들의 도움으로 오두막에 몸을 숨기나 결국 킬러가 이곳까지 찾아오는 사태가 발생한다...

 

개인적으로는 "블러드 온 스노우"보다는 좀 더 이야기가 구체적이고 재미있었다.  블러드는 넘 몽환적이고 동화적 느낌이 강했다면, 미드나잇 선은 그보다는 좀 더 서사적인 면이 강했던 것 같다.  평생을 도망치기만 했던 울프가 이제 그 앞에 주어진 운명을 쥐어 잡고 나서려는 모습이 다소 환상적이긴 하지만, 나름 판타지도 있고 로맨스도 있고 스릴러도 있고, 마치 놀이공원에 와서 한참을 즐기고 가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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