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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기억하니 세트 - 전2권
시바타 요시키 지음, 김혜영 옮김 / 콤마 / 2016년 7월
평점 :
절판
중학교 3학년 수학여행지에서 같은 조원들끼리 버스를 타고 이동 중에, 조원 후유하가 갑자기 사라지는 사고가 발생한다. 서둘러 그녀를
찾았지만 결국 그녀의 행방을 알아내지 못한 채 시간은 흘러 20년이 지났다. 그녀의 실종 당시, 같은 조원이었던 나머지 여섯 아이들은 은근한
비난과 질타 속에서 그 일을 가슴에 묻은 채, 각자 저마다의 삶을 살아내느라 바쁘게 세월을 보냈다. 이제 30대 중반이 되어 버린 그들에게,
어느날 문득, '나를 기억하니? 후유하.'라는 문자 메세지를 받게 되고, 놀란 이들은 이를 계기로 재회하게 된다.
세월의 무게만큼 각자 아픔과 변화의 시간을 겪어내고 있는 그들. 남편의 바람으로 이혼 소송 중인 편집자 게이코, 가수와 소설가로 스타의
자리에 올랐지만 마약과 스캔들로 나락에 빠진 미야, 정리해고의 위기에 놓인 대기업 사원 유키타, 아름다운 외모를 지녔지만 남편의 실직으로 생계를
위협받는 다카코, 경시청 형사로 고된 삶을 살고 있는 고지, 그리고 행방이 묘연한 유키까지. 제각각의 인생과 자잘한 사건들이 얽히고 설킨
가운데, 그들은 과연 이 의문의 메세지를 보낸 사람은 누구인지, 그 목적은 무엇인지, 그리고 무엇보다도 후유하가 아직 살아있는지를 궁금해하며
이를 조사해 나간다.
후유하의 메시지 매개체를 통해 20년 전 자신들의 학창 시절을 돌아보기도 하고, 현재 자신들 앞에 놓여진 현실이 그래서 더욱 극명하게
다가오는 과정을 방대한 분량으로 펼쳐 보인다. 큰 줄기로는 과거의 사건의 진상을 규명해 가는 과정이지만, 그 전반에 걸쳐 여러 등장인물들의
현재의 모습을 과거의 기억과 함께 교차하며 풀어내고, 또 다양한 사건들을 얼키설키 엮어놓기도 한다. 결국은 이들 모두가 한 방향을 가리키는 건
아니고, 부분적으로 독립된 사건임이 드러나면서 장르소설로서는 반전의 묘미나 임팩트가 약한 점은 분명하지만, 어쩌면 이게 더 현실성은 있겠다
싶었다. 오히려 추리소설로의 장르적 특성보다는, 각 등장인물의 드라마에 좀 더 치중한 작품 같다는 생각이 들긴 했다. 결국 이들에겐, 한반
친구였던 후유야를 기억하는 건, 자신들의 과거를 기억하는 것, 그리고 현재의 삶을 다시 들여다보고 이해하고 정돈하는 과정이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