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설백물어 - 항간에 떠도는 백 가지 기묘한 이야기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17
쿄고쿠 나츠히코 지음, 금정 옮김 / 비채 / 2009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한 스님이 깊은 산 속에서 쏟아지는 비를 피해 도착한 작은 오두막.  거기엔 이미 많은 사람들이 모여 비를 피하고 있었다.  생면부지의 사람들끼리 불을 쬐며 어색한 분위기를 파하고자 각자 재미난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한다.  기괴하고 초현실적인 이야기가 진행됨에 따라 안색이 변하는 승려.  결국 그는 소리를 지르고 자리를 박차는데...  소악당 마타이치, 인형사 오긴, 신탁자 지헤이에 글쟁이 모모타로가 합세한 이들 일행이 벌이는 드라마는 의뢰를 받은 곳이 무대이고 의뢰받은 사연의 주인공들이 등장인물들이다.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고 죄인을 벌하고자 교묘하게 이야기를 꾸미고 작전을 세우고 연기를 하는 그들.  의뢰받은 사건마다 심혈을 다해 각본을 짜고 실행한다.  얼핏 보기에는 신비롭고 요상한 일로만 보이지만 그 뒤에는 이들 일행의 뛰어난 실력과 지극한 정성이 숨어있다.  이들이 도대체 이번에는 어떤 트릭을 써서 이야기를 풀어나갈지를 기대하며 읽게 되는 군침도는 이야기집이었다.  "속 항설백물어" 또한 읽어봐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망량의 상자 - 상 백귀야행(교고쿠도) 시리즈
쿄고쿠 나츠히코 지음 / 손안의책 / 2015년 5월
평점 :
절판


전에 읽었던 작품인데, 내용이 잘 생각이 안나서 다시 읽게 되었다.  읽다보니 아, 맞다, 그랬지, 하며 생각이 나긴 하는데, 그래도 결말이 여전히 생각이 안났다는...;;

 

교고쿠 나쓰히코의 '백귀야행 시리즈' 두 번째 이야기다.  동시에 여러 사건이 발생한다.  무사시노 지역에서는 연쇄토막살인이 일어나고 경찰은 이를 수사한다.  사가미 호수를 비롯하여 사체의 일부분이 절단된 채 발견된다.  세키구치는 취재 나가는 도리구치를 따라 나섰다가 이 사건을 접한다.  가나코라는 소녀가 친구와 집을 나섰다가 전철에 치여 중상을 입는 사건도 발생한다.  우연히 같은 장소에 있던 기바는 가나코의 보호자로 온 은막의 스타 미나미 기누코를 보고 그녀에게 빠진다.  가나코의 치료를 한다는 거대한 상자같은 건물에서 기바는 세키구치를 만난다.  세키구치를 얼른 내치는 기바에게 쫓겨난 그는 추젠지를 찾아가서 얘기를 전하나, 불길한 건물이라며 상자 건물을 절대 가까이 하지 말라는 조언만 드는다.  한편, 불운을 봉한다는 온바코님의 상자라는 신흥종교가 사람들을 홀리고 있다며 취재에 나선 도리구치는 추젠지에게 이를 상담하고, 가나코의 친구 요리코를 찾아달라는 의뢰를 받은 에노키즈는 교고쿠도로 향한다.  이렇게 여러 사건이 동시에 일어나며 이들 일행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 교고쿠도에 모이게 된 등장인물들.  각각의 사건들이 조금씩 엮이며 교차하는 가운데, 세키구치의 동료 소설가인 구보 슌코의 환상소설은 상자 속에 담긴 소녀의 모습을 그려내며 기괴함을 더한다. 


각자가 모아온 정보를 토대로 사건의 진실을 알아차린 추젠지.  그러나 그는 선뜻 진실을 밝히지 않고 예의 장광설만을 늘어놓을 뿐이다.  결국 사태가 파국으로 치닫게 되자 나서는 추젠지는 각 사건의 해설과 더불어 모든 이에게 씌여있던 '망량'을 떼놓기 위한 의식을 치루고자 한다. 


소재나 서술이 꽤 엽기적으로 일본 소설 특유의 느낌이 있기는 하나 그래도 꽤 많은 분량의 이야기가 촘촘히 짜여져 있음은 분명하다.  교고쿠도 특유의 장광설이 의도적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으나, 어떨 땐 살짝 건너뛰기도 할 정도로 장황한 건 사실이다.  그리고 어떻게 그 혼자 이 모든 사건을 물어오는 정보만 가지고 다 파악할 수 있는지는 좀 이해가 안 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력적인 이야기 소설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너를 놓아줄게 미드나잇 스릴러
클레어 맥킨토시 지음, 서정아 옮김 / 나무의철학 / 2016년 3월
평점 :
절판


어느 비오는 날, 엄마와 함께 길을 건너던 어린 소년이 달려오는 차에 치여 죽는 비극적인 사고가 발생한다.  가해 차량은 그대로 뺑소니쳐버리고, 남은 엄마는 죽은 아들 옆에서 절규한다.  경찰은 이 사건의 목격자를 찾으며 뺑소니범을 추적하나 단서가 거의 없다.  지체되는 수사에 경찰 수뇌부는 미결 사건으로 종결을 명하고, 말단 경찰 케이시는 상관 레이 스티븐스를 설득해 남몰래 수사를 계속해 간다.

 

한편 인적 드문 해변가 마을로 이사 온 제나 그레이.  그녀는 자신의 신상에 관한 건 모두 비밀로 한 채 어둡고 외로운 삶을 이어가던 중, 수의사인 피터의 구애를 받나, 모든 것을 뿌리친 채 거의 자신을 학대하는 삶을 영위해 간다.  그녀가 숨기려 하는 과거는 무엇이고, 뺑소니 사건과는 어떤 관련이 있는지는 소설을 읽어나감에 따라 조금씩 점차 드러나는데...  중간중간 등장하는, 그녀의 남편 이안 피터슨의 시점에서도 障은 펼쳐지고, 그의 서술로 재구성되는 제나와의 불행한 결혼생활은 끔찍한 가정폭력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허구이나 사실일 수도 있는 이런 가정폭력의 모습은 너무나 가슴아프고 두렵고 분한 마음을 자아낸다.  실제로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디선가 벌어지고 있을, 인간의 인간에 대한 폭력, 사랑이라는 미명 하에 이루어지는 잔인한 폭력과 집착의 끔찍한 민낯을 그려내는 것만으로도 읽는 내내 불편하고 힘겨웠다.  사건의 진상은 쉽게 눈치챌 수 있었고, 제나 그레이의 행동이 다 이해되는 건 아니었지만 (어째서 그런 선택을 했을까가 좀 의아스럽긴 했지만), 어쨋든 그녀는 피해자였고, 미약하나마 스스로 사건의 종결자로서의 역할을 해냈다는 점에서 이 작품에 호의적인 감상평을 남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죽여 마땅한 사람들
피터 스완슨 지음, 노진선 옮김 / 푸른숲 / 2016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최근 들어 정형화된 영미권 장르소설이나 영화에 좀 식상하던 차라 이 작품도 조금 망설여졌으나, 재밌다는 서평이 있어 한번 읽기 시작해 보기로 했는데, 어느새 몰입해서 페이지를 술술 넘기고 있는 내 자신을 발견했다.  그간의 작품들과는 꽤 다른 느낌이라 신선하고 좋았다.  이야기의 전개가 가볍고 빠르고 상쾌하게 진행된다는 평에 완전 동감! 

 

각 등장인물들의 시점에서 障이 펼쳐지고, 그들의 시각으로 사건이 재구성되면서 각자의 속내와 과거를 토로하는 구성이다.  우선 먼저 부유한 사업가 테드.  그는 아내의 불륜을 목격하고 난 뒤 공항 라운지 바에서 우연히 만난 릴리에게 이 사실을 털어놓게 된다.  완전한 이방인으로 생각해서 자신의 고통을 쉽게 털어놓을 수 있게 된 것.  그러나 의외로 릴리는 진지하게 묻는다, 어떻게 하고 싶냐고.  아내와 불륜남을 죽이고 싶다는 테드의 고백에 도와주겠다고까지 나선다.  이후 두 사람은 은밀히 살인을 모의하고 릴리의 조언에 따라 정보를 수집한다.

 

릴리는 조용히 살고 싶은 자신의 바램에 반하는 환경 속에서 살인을 저지르게 된다.  단순히 살인을 즐기는 사이코패스가 아니라, 자신이 살기 위해 장애가 되는 것들을 치밀한 계획으로 제거해 가는 과정을 삶의 한 부분으로 여긴다.  이 작품의 마력은, 이러한 그녀를 매력적으로 보이게 하고, 그녀의 살인의 이유를 납득이 가게 하고, 그녀의 행동에 지지나 응원을 보내게 된다는 점이다.  그건 바로 피해자들이 '죽여 마땅한 사람들'이기 때문일까.

 

소설은 이후 테드의 아내나 경찰관의 시점으로도 이야기가 전개되고, 사건은 뻔하지 않은 반전을 거듭하며 결말을 향해 달려간다.  어찌 보면 평범하고 진부한 이야기 소재일 수 있고, 불륜을 저지르는 아내와 그의 애인에게 복수를 꾀하는 남편, 그 과정에서 만난 여인, 사건의 진상을 쫓는 경찰, 이런 흔한 등장인물들을 내세우며 아주 가독성있고 몰입도 높게 이야기를 끌고 가는 힘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간만에 재미있는 소설을 읽은 것 같아 즐거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부메의 여름 - 개정판 백귀야행(교고쿠도) 시리즈
쿄고쿠 나츠히코 지음 / 손안의책 / 2013년 11월
평점 :
절판


'교고쿠도 시리즈'의 첫 작품이자 작가의 데뷔작이다.  데뷔작으로 이런 작품을 썼다는 게 참 놀랍다.  이후의 '교고쿠' 신드롬의 시작을 알리는 작품이다.

 

소설가 세키구치는 풍문으로, 유서 깊은 산부인과 가문의 딸이 임신을 한 뒤 20개월째 출산을 하지 못하고 있고, 그 남편은 밀실에서 실종됐다는 기이한 풍문을 듣게 된다.  이를 고서점 주인이자 친구인 교고쿠도와 얘기하던 중 또다른 친구인 탐정 에노키즈에게 가서 의논하라는 말을 듣고 탐정사무소로 향한다.  거기서 마침 사건을 의뢰하러 온, 이 풍문의 주인공인 집안의 일원인 료코를 만나게 되고, 얼결에 사건을 맡게 된다.  사건 발생의 장소인 구온지 의원을 방문하게 되고, 남편이 사라진 밀실과 거기서 기거하며 잔뜩 부풀어오른 배를 안고 남편을 기다리는 교코를 마주치는 순간, 에노키즈는 얼른 경찰에 신고할 것을 종용하며 사라지고, 홀로 남은 세키구치는 료코에게 알 수 없는 감정을 느끼며 사건 해결을 도모한다.  경찰의 개입으로 참여하게 된 형사 기바슈 또한 이들의 친구로, 이렇게 이 시리즈의 주요인물들이 다 모이게 된다. 

 

기이하고 알 수 없는 사건을 두고, 세키구치는 묘한 기시감에 시달리는 한편 료코의 처지를 동정하고 적극적으로 사건에 개입하려고 하나 진상은 도저히 알 수 없고, 기바는 구온지 의원에서 벌어진 과거의 영아유괴 사건까지 들고 와 구온지 집안을 압박한다.  사건에서 손을 떼버린 에노키즈, 사건에 개입하려 하지 않는 교고쿠, 그리고 홀로 고군분투하는 세키구치...  과거로부터 이어진 사건의 진실은 눈을 뜬 자에게만 보일 뿐이다.  그리고 마침내 드러나는 진실은, 교고쿠도의 말대로, 있어야 할 만한 것만 존재하고, 일어나야 할 일만 일어나는 것 뿐, 기이한 일도 이상한 일도 없다는 것을 역설하며, 그 아프고 무서운 진상을 드러낸다. 

 

사실 과거를 보는 초능력(?)을 지닌 덕에 쉽게 진상을 꿰뚫어볼 수 밖에 없는 에노키즈, 그리고 남다른 지적능력으로 인해 별다른 탐문이나 조사 없이도 나홀로 사건의 진실을 파악하고 한차원 위에서 해결을 기획하는 교고쿠의 능력은 평범한 이들의 수준과는 너무나 동떨어져 있다.  그래선가, 뭔가 불공평하고 일방적인 느낌이 있는 것도 사실이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간중간 그리고 일관성있게 관통하는 교고쿠도의 메세지나, 참으로 기이하고 비현실적인 일들을 차분히 풀어나가는 교고쿠도의 해결과정을 접하는 것은 대단한 재미이기도 하다.  그러한 작가의 작풍에 매료되지 않을 수가 없고, 그래서 그의 작품에 계속해서 이끌릴 수 밖에 없음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