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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부메의 여름 - 개정판 ㅣ 백귀야행(교고쿠도) 시리즈
쿄고쿠 나츠히코 지음 / 손안의책 / 2013년 11월
평점 :
절판
'교고쿠도 시리즈'의 첫 작품이자 작가의 데뷔작이다. 데뷔작으로 이런 작품을 썼다는 게 참 놀랍다. 이후의 '교고쿠' 신드롬의 시작을
알리는 작품이다.
소설가 세키구치는 풍문으로, 유서 깊은 산부인과 가문의 딸이 임신을 한 뒤 20개월째 출산을 하지 못하고 있고, 그 남편은 밀실에서
실종됐다는 기이한 풍문을 듣게 된다. 이를 고서점 주인이자 친구인 교고쿠도와 얘기하던 중 또다른 친구인 탐정 에노키즈에게 가서 의논하라는 말을
듣고 탐정사무소로 향한다. 거기서 마침 사건을 의뢰하러 온, 이 풍문의 주인공인 집안의 일원인 료코를 만나게 되고, 얼결에 사건을 맡게
된다. 사건 발생의 장소인 구온지 의원을 방문하게 되고, 남편이 사라진 밀실과 거기서 기거하며 잔뜩 부풀어오른 배를 안고 남편을 기다리는
교코를 마주치는 순간, 에노키즈는 얼른 경찰에 신고할 것을 종용하며 사라지고, 홀로 남은 세키구치는 료코에게 알 수 없는 감정을 느끼며 사건
해결을 도모한다. 경찰의 개입으로 참여하게 된 형사 기바슈 또한 이들의 친구로, 이렇게 이 시리즈의 주요인물들이 다 모이게 된다.
기이하고 알 수 없는 사건을 두고, 세키구치는 묘한 기시감에 시달리는 한편 료코의 처지를 동정하고 적극적으로 사건에 개입하려고 하나 진상은
도저히 알 수 없고, 기바는 구온지 의원에서 벌어진 과거의 영아유괴 사건까지 들고 와 구온지 집안을 압박한다. 사건에서 손을 떼버린 에노키즈,
사건에 개입하려 하지 않는 교고쿠, 그리고 홀로 고군분투하는 세키구치... 과거로부터 이어진 사건의 진실은 눈을 뜬 자에게만 보일 뿐이다.
그리고 마침내 드러나는 진실은, 교고쿠도의 말대로, 있어야 할 만한 것만 존재하고, 일어나야 할 일만 일어나는 것 뿐, 기이한 일도 이상한 일도
없다는 것을 역설하며, 그 아프고 무서운 진상을 드러낸다.
사실 과거를 보는 초능력(?)을 지닌 덕에 쉽게 진상을 꿰뚫어볼 수 밖에 없는 에노키즈, 그리고 남다른 지적능력으로 인해 별다른 탐문이나
조사 없이도 나홀로 사건의 진실을 파악하고 한차원 위에서 해결을 기획하는 교고쿠의 능력은 평범한 이들의 수준과는 너무나 동떨어져 있다.
그래선가, 뭔가 불공평하고 일방적인 느낌이 있는 것도 사실이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간중간 그리고 일관성있게 관통하는 교고쿠도의 메세지나,
참으로 기이하고 비현실적인 일들을 차분히 풀어나가는 교고쿠도의 해결과정을 접하는 것은 대단한 재미이기도 하다. 그러한 작가의 작풍에 매료되지
않을 수가 없고, 그래서 그의 작품에 계속해서 이끌릴 수 밖에 없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