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빙데이
조너선 스톤 지음, 김무겸 옮김 / 오퍼스프레스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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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살의 '노인' 스탠리 페케는 부유한 유태인 사업가로 여유로운 생활을 누리고 있다.  아내 로즈와 함께 40년을 살던 집을 팔고 산타바바라로 이사하려던 그에게, 사기꾼 닉 일당이 이삿짐 센터 직원을 가장하여 그의 집을 방문한다.  이삿짐을 포장하고 이송하려는 줄만 알고 그들의 절도 행각을 지켜보기만 했던 그는, 다음날 찾아온 진짜 이삿짐 센터 직원의 방문으로 자신의 소중한 짐들이 모두 도난당한 걸 깨닫게 된다.  노화를 느끼며 조용한 말년을 계획하던 스탠리는 이 일로 말미암아 자신 속에 숨어있던 과거의 '생존자'를 꺼내놓는다. 


홀로코스트 속에서 살아남았던 생존자 스탠리.  7살 나이로 나치를 피해 홀로 미국으로 건너와 성공을 이뤄냈던 그는, 누구보다도 자립적이고 심지어 자식과도 일정한 거리를 둔 채 철저히 독립적이고 고독한 내면을 지닌 채 살아왔다.  생물학적 나이로 노인에 속하게 된 그였지만, 타고난 체력과 정력, 그리고 과거로부터 배웠던 생존전략을 이용하여 젊은 악당을 응징하고 자신의 것을 찾고자 한다.  이제 스탠리의 복수가 시작되고, 거리의 소년으로 자라난 악당 닉 역시 스탠리가 만만치 않은 노인임을 알아채고 맞서게 된다. 

 

홀로코스트에서 생존한 스탠리와 타고난 영리함으로 사기의 세계를 살아온 닉의 대결은 나이 차이에도 불구하고 흥미진진하고, 누가 끝까지 살아남을 것일지 지켜보는 내내 긴장감을 이끌어낸다.  가독성이 높아서 책을 잡은 순간부터 쉼없이 읽어내려갔다.  단순한 사기, 반격, 추적, 복수 등을 그려내고 있는 것이 아니라, 피해자의 끔찍한 과거와 전 생애가 한 절도 사건으로 인해 촉발되어 현재로 소환된다는 발상과 배경이 이 작품을 차별화시키고 깊이를 더해주는 것 같다.  노인은 신체적, 정신적, 지적으로 약해진 존재라는 고정관념을 뒤집으며, 어두운 과거로부터 강건하게 살아남은 스탠리의 활약을 그려냄으로써 통쾌한 반전도 이끌어낸다.  아울러 후반부에 드러난 그의 어두운 내면, 절망, 왜곡된 욕망 등이 가미됨으로써 뒤틀어진 역사 속에서 굴절된 개인의 삶의 모습도 그려지는 것 또한 작품의 깊이를 더한다는 생각이다.  흥미롭고 재미있게 읽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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