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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은 잠들다
미야베 미유키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6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어쩌다 보니 미야베 미유키의 소설을 연달아 읽게 되는데, 난 의외로 그녀의 현대물보다는 시대물에 더 매력을 느끼게 된다, 그녀의 결코 만만치 않은 내공과 철학을 더 직접적으로 느끼게 되는 것 같아서.
여튼, 이번에는 현대물에 초능력자가 나오는 작품이다. 에도시대물의 오하쓰 마냥, 일종의 '사이킥'이다. 물건이나 사람, 장소 등에서 과거의 기억을 읽어내는, 현대판 오하쓰, 남자 버전의 오하쓰라고나 할까.
태풍이 몰아치던 밤, 우연히 이나무라 신지라는 소년을 차에 태우게 된 잡지사 기자 고사카. 폭풍우 속에서 실종된 한 초등학생의 실족사가 누군가에 의해 열려진 맨홀 뚜껑 때문이라는 걸 신지를 자신의 초능력을 통해서 알게 되고 이를 저지른 사람을 뒤쫓는다.
신지의 능력을 의심하며 믿지 못하는 고사카에게 신지는 자신의 능력을 보이며 자신 또한 이 능력 때문에 괴로워한다는 것을 말한다. 신지의 초능력을 믿으려는 순간 고사카 앞에 나타난 오다 나오야라는 젊은이는 이 모든 것이 거짓이라고 주장하고 고사카는 어느 쪽을 믿어야 할 지 갈팡질팡 하게 된다. 결국 오다 나오야 역시 초능력자임이 밝혀지고, 이 와중에 고사카 앞으로 배달되는 일련의 의문스러운 협박 편지들로 인해 과거의 연인과 불편한 재회를 하게 되고, 자신이 협박받는 이유도 모른 채 두려움을 느끼게 된다.
결국 협박은 실제 사건으로 발전하고, 범인이 누군지 무엇 때문에 이런 지도 모른 채 신지의 도움조차 받을 수 없게 되는 등 어려운 상황에서 고사카가 깨닫게 되는 진실은...
얼마전 열광하며 봤던 드라마, "너의 목소리가 들려"가 연상되는 작품이다. 남의 마음 속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초능력을 지닌 소년, 마냥 부러운 능력만이 아니라 그로 인해 괴로워하고 고통받는 소년의 모습이 이 작품에서도 보인다. 헐리웃 영화에서처럼 마냥 즐겁고 좋은 것 만은 아닌 초능력자의 고통이 느껴진다. 다만 추리 면에서는 좀 못하다. 하긴 미미여사를 본격추리의 대가로 생각한 적은 없지만, 이 작품 역시 초능력으로 인해 괴로워하는 인간의 모습을 그리는 데 중점이 두어지고, 사건 자체의 추리적 요소는 그다지 돋보이지는 않는다. 범인과 범행의 구도가 좀 뻔히 보인다는 점에서, 너무 사건을 꼬고 오리무중에 놓인 것처럼 전개되는 면이 아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