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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라딘 신간평가단을 하면서 언제나 봄은 내게 신간평가단 첫 추천 페이퍼를 쓰는 것으로 시작되곤 했다. 그렇게 남들에겐 3월일지 몰라도 내게 봄은 4월이다. 오늘 그렇지 않아도 정독도서관에 다녀왔는데 벚꽃이 활짝 피어 있었다. 도서관은 바야흐로 벚꽃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연인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는데 다들 얼마나 생기있어 보이던지 정말 봄이 오긴 왔구나 하는 것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그런 날 밤에 난 또 이렇게 신간 추천 페이퍼를 쓴다. 뭔가 피할 수 없는 운명 같다. 아무튼 다섯 권의 인문 시간을 이렇게 추천해 본다.

 

 

 1. 정념의 기호학 - 알지르다시 쥘리엥 그레마스와 자크 퐁타뉴 공저/ 강

 

  알지르다스 쥘리엥 그레마스..

 얼마만에 다시 들어보는 이름인지. 한 때는 언어학이나 기호학 책만 펴들면 보게 되는 이름이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잘 보이지 않았다. 그러니 이 책을 선택하게 된 것의 팔할은 반가움 때문이다. '정념의 기호학'은 그의 제자인 자크 퐁타뉴와 함께 쓴 책이다. 그레마스가 죽기 1년 전에 발표된 책으로 주로 '담화'에 대한 분석을 보여주는 듯 하다. 개인적으로는 특히나 3장에서 전개될 '질투'가 흥미롭다.

 들뢰즈에 따르면 질투는 대표적인 타자에 대한 경험이라고 한다. 다시 말해 질투란 어디까지나 그 대상에 대해 자신이 아무 것도 할 수 없음, 즉 절대적 무기력을 나타내는 감정인데 때문에 타자의 윤리학을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이것이 통사론적으로는 어떻게 분석될까 궁금하지 않을 수 없는데, 이 책의 마지막엔 질투를 상호주체적 관점에서도 분석하고 있는 것 같아서 더욱 관심이 간다.

 

 

 2. 살아있는 한국 신화 - 신동흔 /한겨례

 

 

 예전 우리나라의 무속 신화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다.

거기서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우리나라 무속인들이 주문 외우듯 하는 말들이 그냥 평범한 주문인 것이 아니라 알고보니 우리나라의 창세 신화를 말하는 것이었다는 사실이다. 원래 '오디세이아'나 '일리아드'도 호메로스가 말로 사람들에게 들려주었던 것들이다. 즉 호메로스 생전에는 문자로 쓰여지지 못하고 기억력에 의존하여 구전되다가 어느 시점에 문자로 정착되었다고 알고 있다. 무속인들이 말하는 창세 신화가 그와 같았다. 문자화되지 못했던 우리나라 고유의 창세 신화가 이 사회의 가장 밑바닥에 있는 자들의 기억 속에서 그렇게 대대로 구전되고 있었던 것이었다. 지금 나온 책은 개정판이다. 서점에서 실물을 보았는데 외관이 참으로 근사하다. 그동안 살면서 잊어버린 것도 많은데 다시금 옛 기억을 떠올리며 읽어보고 싶다.

 

 

 3. 키치, 달콤한 독약 - 조중걸 / 지혜정원

 

 

  키치는 확실히 밀란 쿤데라의 말대로 순응주의의 산물이다. 이 책의 부제가 달콤한 독약인 것은 바로 그 때문일 것이다. 이를테면 막장 드라마도 키치라고 할 수 있다. 멜로 드라마를 정착시킨 더글라스 서크의 영화들은 연인들이 끝내 계층적 차이로 맺어지지 못하게 하거나 설령 맺어지더라도 그것이 현실에서는 전혀 일어날 수 없는 일인 것처럼 묘사하여 현실에서는 그러한 계급적 화해가 절대 불가능한 것으로 관객들이 여길 수 있도록 했다. 영화는 그렇게 관객들에게 자신의 처지를 사유하게 만들었고 현실에 분명하게 가로놓인 계급적 장벽들을 바라보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 멜로 드라마로부터 파생된 막장 드라마에겐 그런 것들이 없다. 있는 것은 다만 현실에서 느낀 좌절과 분노를 쏟아낼 수 있는 변기 뿐이다. 악인은 언제나 처벌받고 갈등은 성공적으로 봉합되어 보는 이들은 속편하게 자신의 일상으로 다시 돌아간다. 그들은 남들도 다 저렇게 지지리 궁상으로 사는구나 여기면서 정작 모두의 삶을 그렇게 만드는 이유에 대해서는 생각해보려 하지 않는다. 키치는 그렇게 사유의 사각지대를 만들어낸다. 그런데 그 사각지대야말로 사실은 진짜 우리가 바라보아야 할 공간이다. 키치를 사유함은 분명 우리를 둘러싼 오늘의 현실이 어떤 것인지 제대로 볼 수 있게 만드는 필터가 될 수 있다. 이 책은 키치의 모든 것을 분석하고 있다고 한다. 하여, 읽어보고 싶다.

 

 4. 세계문제와 자본주의 문화 - 리처드 로빈스 / 돌베개

 

 

  현대는 일찌기 장 보드리야르가 이야기했듯이 '소비의 시대'다. 무엇을 살 수 있는가가 자신의 존재 가치를 증명하는 시대인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명품을 욕망하고 되도록 남에게 과시할 수 있는 무언가를 구입하고 싶어한다. '브랜드'가 실제 상품보다 더 중요하게 취급되는 것도 그래서다. 그 브랜드가 정말로 이탈리아 장인이 한 땀 한 땀 하는 식으로 디자인이나 실제 상품의 만듦새가 다른 것들보다 월등히 뛰어나서 사람들이 찾는 게 아니다. 단지 그 브랜드이기 때문이다. 그 브랜드를 남들이 알아주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프로이트가 말했듯 소비의 시대란 '도착증의 시대'다. 나의 필요가 아닌 남이 욕망하는 게 무엇인가가 전부인 시대. 한 발 물러서서 바라보면 이렇게 어리석은 세상은 또 없을 것 같은 시대.

 

 리처드 로빈스의 이 책은 그러한 시대가 어떻게 해서 우리에게 도래했는지 임마누엘 윌러스타인의 세계체제론을 가져와 분석한다. 거기에 가장 많은 역할을 바로 '국민국가'가 했다고 그는 보고 있고 그것을 중심으로 살펴보고 있는데 그 점에서 국민국가를 '네이선'이라 부르며 로빈스와 비슷하게 바라보았던 가라타니 고진이 떠오르기도 한다. 812쪽의 방대한 분량이지만 바로 오늘을 낱낱이 훑어주는 책이므로 기꺼이 뛰어들고 싶다.

 

 5. 반란의 도시 - 데이비드 하비 / 에이도스

 

 

    데이비드 하비라는 이름은 '포스트 모더니티의 조건'으로 처음 우리나라에 널리 알려졌지만 그의 주 종목은 어디까지나 공간의 정치경제학이다. 누구나 마르크스의 한계를 말하고 있을 때 그는 그래도 마르크스를 버리지 않았으며 다시금 새롭게 바라봄으로 그 한계를 돌파해 나갔다. 대표작 '자본의 한계'가 그랬다. 신자유주의가 창궐하던 당시에는 '맑스 자본 강의'를 펴내기도 했다. 늘 자신의 이론에 가장 충실한 밑바탕이 되어주었던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다시금 읽고 해석한 책이었다. '반란의 도시'는 그 이후의 하비를 보여주는 책이다.  포스트모더니즘이 아닌 신자유주의에 지배되어버린 도시의 의미를 탐색하고 월가의 점령 운동을 통해 그 공간을 탈환하기 위한 방법들들을 사유한다는 게 이채롭게 느껴진다. 모더니티의 공간으로서 파리가 프랑스 대혁명을 일으켰던 대중의 저항을 전략적으로 배제하기 위해 만들어졌듯이 신자유주의의 대표적 공간인 런던과 뉴욕은 또 어떤 기획을 통해 만들어졌을지 자못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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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14-04-07 0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제는 다른 쪽 책을 보게 되셨군요 마음에 드는 책, 보고 싶은 책 보실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아직 읽어보지 못한 책에 대해 말하기 쉽지 않을 텐데 그런 것도 잘하시는군요 이것은 전부터 알고 있던 거군요 어떤 책을 보다가 그리스 로마 신화뿐 아니라 우리나라 신화도 알아야 할 텐데 했습니다 하지만 보고 싶은 것을 보다보면 그렇게 생각한 것은 다 잊어버리고 맙니다 실제 경험하면서 알지 못해도 책을 보고라도 알면 좋을 텐데, '몰라도 사는 데 문제없잖아' 하는군요^^


희선

ICE-9 2014-04-07 00:26   좋아요 0 | URL
책은 아직 읽어보지 못했지만 저 중에 그레마스와 하비는 좀 알고 있는 학자들이라서 주저리 늘어놓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 사실 이 글은 원래 썼던 것에서 한참 줄인 것이라서 좀 문맥이 다소 맞지 않는 것도 있을 것 같네요(그래서 다시 읽어보지 못하겠어요ㅠ ㅠ)아무튼 이번 신간평가단은 좀 새롭게 해보려는 마음으로 과감히 파트도 바꿔봤습니다. 잘 될지 지켜봐주세요^ ^
만일 우리나라 신화가 선정된다면 희선님이 별도로 책을 읽지 않아도 되도록 아주 자세히 리뷰하겠습니다.^ ^
몰라도 사는 데 문제는 없지만 알아서 우리 삶이 더욱 풍요로워질 수는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어차피 공수레공수거가 인생이라면 얼마나 진정으로 가치 있고 좋은 덤을 많이 가져가는가가 삶의 가치를 나타내는 척도가 아닐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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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멋 모르고 있는 사이 훌쩍 2013년이 가버리더니 어느새 신간 평가단도 마지막 신간 추천 시간이 도래했군요. 늘 느끼는 것이지만 6개월이란 시간, 참 빨리 흐르는 것 같습니다. 누군가 '하루 보내는 건 길어도 1년 보내는 건 순식간이다.'라고 말하는 걸 들었는데 정말 그런 것 같네요.  특히나 이번 신간평가단은 너무 부진했던 것 같아서 바로 코 앞에 마지막을 앞 둔 지금 그저 아쉬움만 그득합니다. 그러한 미련의 긴 그림자를 달고서 신간평가단 마지막 신간 추천을 해 봅니다.




 12월의 추천이라면 단연 이 책을 빼놓을 수 없겠지요.

 이 책의 출간으로 이 땅에 볼라뇨의 팬이 제 생각 이상으로 많다는 걸 분명히 느꼈습니다. 갑자기 여기저기서 볼라뇨의 팬을 자처하시는 분들을 뜻하지 않게 많이 만나게 되었으니까요. 아무튼 볼라뇨의 유작이자 결정판이 드디어 나왔습니다. 그것도 아주 근사한 외관으로!


 볼라뇨가 아니고서는 누구도 이렇게 쓸 수 없다는 이 소설을 이 겨울이 다가기 전에 꼭 읽어두고 싶네요.







  소네 케이스케는 '코'로 처음 만났던 것 같습니다.

  참으로 섬뜩하면서도 호러 작품으로의 완결성도 똑 부러지게 보여주어 깔끔한 맛을 더했던 단편이었는데 그 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은 그와는 또 전혀 다른 하드보일드 풍이어서 '어, 이 작가 은근 변신의 귀재로군.'하는 생각을 했더랬습니다.


 이번에 나온 '침저어'는 이전과 또 다르게 첩보물이로군요. 호오, 또 어떤 새로운 변신된 모습을 보여줄 지 기대되는데 에도가와 란포상까지 수상했다고 하니 그 기대감이 더욱 부채질하게 됩니다.







 데이비드 미첼의 소설을 꾸준히 발간하고 있는 문학동네에서 그의 소설을 또 한 편 발간했네요. 늘 정체성의 문제에 천착해왔던 그가 이번엔 아예 자전적인 소설로 돌아왔습니다. 별다른 기교도 없이 자전적 경험이 한껏 우러난 한 소년의 내면을 숨김없이 드러낸다고 하는데 어쩌면 데이비드 미첼이 가진 정체성의 심장부를 여행할 수 있는 기회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평소 도대체 이 작가의 머리 속엔 무엇이 있을까 궁금했었기에 저로서는 금방 탑승해버릴 것 같네요.  








 디어 라이프를 읽고 팬이 될 수 밖에 없었던 앨리스 먼로의 책이 또 한 권 나왔군요.엘리스 먼로가 지었다면 다 읽어보고 싶은 저에게는 역시나 놓쳐서는 안되는 단편집입니다.











   나서서 대놓고 깃발을 흔들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마음으로는 꾸준히 응원하고 있는 '피니스 아프리카에'서 '87분서 시리즈'가 또 한 권 나왔네요. 87분서 시리즈 두번째 작품이라서 더욱 관심이 갑니다.


 살인의 쐐기, 킹의 몸값 등. 저를 87분서 시리즈에 환호작약하게 만들었던 작품들이 모두 시리즈 초기 작품들이었으므로 당연히 노상강도도 엄청 기대됩니다. 개인적으로 순서대로 읽으면 그 맛이 더 좋을 것 같다고 느끼기에 처음 읽으시는 분들은 '경관혐오자'부터 시작해서 '노상강도' '살인의 쐐기' '킹의 몸값' 이렇게 나가는 것도 좋겠네요. 이런 순서로 '87분서 시리즈'를 처음 만나시는 분들이 카뮈가 장 그르니에의 '섬' 서문에서 말했듯 너무 부럽습니다. 



 이것으로 마지막 신간 추천도 끝이로군요. 후반기에 이런저런 일들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더욱 잘 활동할 수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만 크게 드네요. 아무튼 이제 또 하나의 좋은 추억으로 간직해야겠죠. 신간평가단 소설 파트 여러분들도 그동안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파트장으로 너무 미진한 활동 보여드린 것 같아 미안한 마음 뿐입니다. 끝까지 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고 부디 2014년엔 참아야 하는 일보단 하고 싶은 일들을 더 많이 할 수 있고 또 바라는만큼 이루시게 되기를 간절히 기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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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1-06 08: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헤르메스님, 수고 많으셨습니다. 여러가지로 감사드려요. 올해는 더 좋은 한해가 되시길 바랍니다.

ICE-9 2014-01-19 03:33   좋아요 0 | URL
단팥빵님, 이런 제 댓글이 너무 늦었네요.
말씀 정말 감사합니다.^ ^ 단팥빵님도 그동안 수고 많으셨습니다. 리뷰 읽으면서 새로 깨닫는 것도 많았어요^ ^ 저 역시 여러가지로 감사드리고 단팥빵님의 2014년도 달콤한 앙꼬가 가득 든 한 해이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

희선 2014-01-12 0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루하루는 길지만 한달 한해는 짧죠 한해의 반도 그렇게 길지는 않겠습니다 그래도 달마다(지난달이라 해도) 새로 나온 책을 보셔서 좋았겠습니다 읽고 싶지 않은 게 됐을 때도 있었을지 모르겠지만...
저는 소네 케이스케 '침저어'가 벌써 나온 줄 알았습니다 왜 나왔다고 생각했는지...
어떤 책이 되든 즐겁게 보시기 바랍니다^^


희선

ICE-9 2014-01-19 03:36   좋아요 0 | URL
신간평가단을 하면 그 중심으로 시간이 재편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체감되는 세월의 속도가 더욱 빠르게 느껴지네요^ ^ 진짜 매력은 읽게 되는 신간 보다 새로나온 신간들을 검색할 때가 아닌가 싶어요. 사실 신간평가단이 아니면 신간 검색하는 일이 없었던 저인지라 자주 놓치는 책들이 많았는데 신간평가단 하면서는 그런 책이 없어서 좋았어요. 희선님도 한 번 경험해보시길 진심으로 추천드립니다^ ^ 그리고 댓글이 너무 늦어서 미안해요 ㅠ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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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도 달랑 한 달 밖에 남지 않았는데

 시간은 참 무정하게도 빨리 흐른다.

 어느새 11월이 다 가고 다시 신간 추천 시간이 돌아왔다니 믿기지 않는다.

 어딘가 나도 모르는 곳에 구멍이 나있어 거기로 시간이 술술 새고 있는 것만 같은 기분이다.


  그래도 이번 신간엔 반가운 얼굴들이 많아 조금 위안이 된다.

 어떻게 보면 알라딘 서재에서 이만큼 있을 수 있게 한 헤닝 만켈, 이제 영영 안 나올 줄 알았던 역시나 나의 로망, 요코미조 세이지, 거기다 꼭 한 번 우리나라 말로 볼 수 있기를 바랐던 제임스 블리시의 '양심의 문제'까지...

 마치 , 최후의 만찬을 미리 치루는 듯한 기분이다.


 아무튼, 11월의 신간 추천, 시작해본다.



 첫 타석은 물론 해닝 만켈이다.

 이번에 나온 책은 작가의 이름은 핸닝 만켈이고

 발란더는 발란데르라고 되어있어 좀 혼란스럽다.

 작가 이름은 잘 모르겠지만,

 스웨덴에서 만든 발란더 Rolf Lassgård가 발란더로 분한 영화 보니(스웨덴에선 발란더 시리즈가 Rolf Lassgård를 계속 주연으로 하여 모두 9편이나 영화로 만들어졌다.) '쿠르트 발란더'라고 부르던데 어째서 발란데르가 된 것일까? 


             

                                                                     Rolf Lassgård


 아무튼 '불안한 남자'는 2009년에 발간된 '발란더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이다. 만켈이 2005년부터 스웨덴에서 방영되고 있는 드라마 '발란더'에서 그의 딸 린다로 분했던 배우, Johanna Sällström(1974 ~ 2007)가 2007년 2월 13일의 금요일 집에서 자살한 뒤 더이상 발란더 시리즈를 집필하지 않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발란더 시리즈를 좋아하는 이로서는 좀 당황스런 이유이긴 하지만, 만켈 나름의 이유는 또 그대로 존중되어야 하니 아쉽지만 이렇게 보내줄 수 밖에 없을 듯 하다. 아무튼 2013년 현재도 발란더는 방영되고 있는데 '불안한 남자'는 올해 초에 방영되기도 했다. 물론 린다 역은 전혀 다른 사람이 맡았다.



 여기서 '불안한 남자'(영어판 제목은 'THE TROUBLED MAN'으로 되어 있다.) 혹은 곤경에 빠진 남자는 중의적이다. 이는 1982년에 알 수 없는 이유로 임무 중에 사망한 다이버를 말하는 것일 수도 있고 그의 상관이자 같은 작전을 수행했던 잠수함 함장이자 현재는 발란더의 사돈이기도 한 엔케일 수도 있으며 이제 노년이 되어 술에 취해 권총까지 잃어버릴 정도로 한심해진데다 점점 더 뼛속 깊이 무기력과 고독을 느껴만가는 발라더 자신을 뜻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렇게 제목은 도처에 존재하는 곤경에 빠지거나 안주할 수 없는 존재들을 가리킨다. 재밌게도 작품은 아내와 잘난 자식 그리고 권위등 모든 것을 다 가진 엔케와 남은 것이라고는 남의 아내가 되어버린 딸자식과 옛 명성이 무색해질만큼 다소의 천대와 몸뚱아리 밖에는 없는 발란더를 비교해서 보여주는데, 그래서 우리는 발란더가 자신과 정반대인 엠케 때문에 더욱 무기력과 고독을 느낄 뿐만 아니라 아예 엔케를 은근히 질투까지 하고 있음을 보게된다. 마지막이라서 그럴지도 모르지만 그러니까 우리는 여기서 아마도 시리즈 사상 가장 약하고 인간적인 약점이 도드라지는 발란더와 만나게 되는 것이다. 냉전 시대에 얽힌 미스터리와 노년의 불안과 피로가 중첩된 이 작품에서 과연 만켈이 마지막으로 찍어 놓고 가는 인장의 모습은 어떤 것일까 궁금하다.(물론 드라마로는 봤지만 그래도 글로 읽는 것과 똑같을 수는 없으니...) 




 '백일홍 나무 아래'는 요코미조 세이시의 초기 단편집이다.

 물론 긴다이치 코스케가 등장한다. 혼진살인사건과 옥문도 사이에 발표한 단편들이다. 여기엔 모두 '네 편'의 단편이 실려 있는데 개인적으로 가장 보고 싶은 작품은 물론 가장 마지막에 나오는 '백일홍 나무 아래'다. 초기 긴다이치 코스케의 수작 가운데 하나로 독살 미스터리도 미스터리지만 마지막 장면이 굉장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기 때문이다.

  아마도 작품은 백일홍에 얽힌 전설을 가져와 쓰고 있는 것 같은데 과연 백일홍 전설이 어떤 모습의 미스터리로 성형되었는지 정말 궁금하다.






   '양심의 문제'는 웬만한 SF 팬이라면 그 이름을 다 아는 SF의 걸작이다. 지은이 제임스 블리시는 1921년 생으로 미국의 뉴저지에서 태어났다. 그는 의무병으로 세계 제2차 대전에도 참전했는데 '양심의 문제'처럼 그의 작품이 유독 종교적 성향을 강하게 띠는 건 그 경험 때문이기도 하다. 그는 이 작품으로 59년 휴고상을 수상했다. 이와 비슷하게 종교적 색채가 강했던 역시나 휴고 수상작인 월터 M 밀스의 리보워츠를 위한 찬송과 자주 비교되기도 한다. 아무튼 진중한 맛이 가득한 SF의 필독서다. 나왔으면 그저 감사하고 읽어야만 하는 것이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신간은 왠지 안 읽고 그냥 지나가면 좀 허전해서,

 '그녀가 죽은 밤'은 니시자와 야스히코의 작품인데, 이것을 포함하여 올해 두 작품이나 소개된 작가이기에 뇌리에 새겨둔 작가이다. 이 책을 발간한 한즈미디어는 이 작가의 작품들 예전의 우타노 쇼고때처럼 많이 소개할 예정이라고 하는데, 도대체 어떤 작가이길래 그러나 싶어 읽어보고 싶다.

 '혀 끝의 남자'는 요즘 하도 여기저기서 작가의 이름을 많이 보게 되는 터라 도대체 어떤 작가이길래 그런 전설 같은 말들이 따라다니나 싶어 역시나 궁금증에 읽어보고 싶은 작품이다.
















 대니얼 트루소니라는 생소한 작가의 작품이다. 그것이 당연하게도 이게 처녀작이다. 실물을 보니 표지가 꽤나 근사했다. 천사와 인간의 혼혈종이라는 네피림을 파헤치는 이야기라고 하는데 그러고보니 얼마전에 나왔던 '섀도우 헌터스'도 네피림이 나왔었다. 원래 이 작가가 논픽션에 강했다고 하는데 그런 작가가 네피림에 대해서는 어떻게 쓸지 궁금하다. 어쩌면 흥미로운 세미-다큐멘터리 스타일의 작품을 만나게 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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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13-12-07 0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코미조 세이시가 쓴 긴다이치 코스케 이야기가 다 나온 게 아니었군요 그렇다 해도 저는 하나만 제대로 봤군요 다른 것도 봐야지 하면서 그러지 못하고 있습니다

히가시노 게이고 이 책이 이제야 나오는군요 언젠가 이 책 본 적 있어요 제목만... 그러고 보니 그때는 앞에는 잘 모르고 '~알은 누구의 것인가' 로만 읽었습니다 뻐꾸기는 다른 새집에 알을 놓고 가는데 그런 게 나올까요 갈리레오 시리즈도 나왔던데 아직 그것은 안 나오는군요

니시자와 야스히코의 그녀가 죽은 밤은 닷쿠 & 다카치 시리즈라고 하더군요 그냥 그것만 알고 있습니다 처음에 나온 일곱 번 죽은 남자도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사실은 벌써 보고 잘은 아니지만 쓰기도 했습니다, 블로그에 올리는 것은 아주 나중이 되겠지만요 재미있습니다)

천사학은 소설이죠

남들과는 다른 생각을 하고 그것을 글로 나타내는 사람들 대단합니다 꼭 다른 생각을 하지 않아도 우리 둘레에서 일어나는 일을 잘 들여다보면 이야기가 될 수도 있겠죠 그것을 잘 잡아내야 하겠군요


희선

ICE-9 2013-12-11 00:24   좋아요 0 | URL
요코미조 세이시는 제가 워낙에 좋아하니까 모든 신간이 다 관심작이지만 히가시노 게이고는 어쩐지 좀 계륵 같은 느낌이 있어요^ ^ 굳이 다 찾아서 읽을 것까진 없는 것 같은데 빼놓으면 뭔가 또 허전해지는^ ^; 일곱 번 죽은 남자가 의외로 유명하더군요. 도대체 어떤 매력이 있는 작가이기에 한스미디어에서 그렇게 내려고 하는지 궁금해서 한 번 읽어보고 싶습니다. 정말 작가들 중에는 남다른 관찰력을 가진 이들이 많더군요. 저도 그런 매의 눈을 가져보고 싶습니다. 하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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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신간 추천을 하려는데 '뚜르르~' 전화가 왔다.

 받아보니 집주인이다. 내년 2월이 전세 기간 만료일이니 그렇지 않아도 전화 올 때가 되었지 싶었다. 그래도 좀 빨리 연락을 해 줄 것이지, 너무 늦게 한 감이 없지는 않다. 불만을 목소리로 내지는 못하고 어떻게 할 거냐고만 물었다. 월세로 했으면 좋겠다고 한다. 요즘 월세 광풍이라더니 드디어 내게도 불어 닥쳐오는구나 싶었다. 다주택 소유자만 어여삐 여기는 정부 덕택에 힘없는 세입자는 오늘도 새우등처럼 휜다. 얼마를 생각하시냐고 물었다. 듣고 생각했다. '어이 없군.'

 

 일단 알았다고만 대답했다. 그리고 나서 '띠리리~' 아는 부동산 아저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집주인이 말하는 월세를 들려주고 과연 이 가격이 적당하냐고 물었다. '과하다'고 한다. 그보다 더 아래 금액으로도 잘 나오지 않는다고. 그럼 그렇지. 늦게 전화한 것도 나를 좀 급박하게 만들어 결국 수용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만드려고 한 것은 아닐까 슬쩍 그런 음모론마저 고개를 들었다. 아무튼 집주인이 보증금을 올려주겠다고 해도 전세는 안된다고 하니 일단 보험 차원에서 전세를 좀 알아봐달라고 했다. '아, 또 이사를 해야 하나?' 한숨이 절로 나온다. 무엇보다 집안 곳곳에 담쟁이 덩쿨처럼 뻗어간 책들이 문제다.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다시는 책을 안 사야지 굳게 마음먹지만 '휴~ 그게 마음 대로 되나?' 그러니 중독이 무서운거지...

 

 하여튼 지금 이 순간만은 지긋지긋하게 여겨지는 것이 책이지만 이렇게 신간 추천 페이퍼를 쓴다. 그런데 참 나도 알 수 없는 것이 또 새로 나온 책들을 보고 있으면 '호~ 이런 것도 나왔단 말야?'하면서 눈이 반짝인다는 것이다. 그러니 정말 무서운거다. 중독이란 건...

 

 내 중독 증상을 일깨운 신간들을 여기에 좌악 열거해 본다.

 이 못되고 사랑스러운 유주얼 서스펙트들...

 

 

 

 

 

 

 

 

 

 

 

 

 

 

 

 

 

 

 일종의 머그샷을 찍는 것처럼 죽 늘어 놓아본다.

 왼쪽으로 부터 용의자들은 다음과 같다.

 

 1. 베르나르 베르베르 '제3인류'

 

    '카산드라의 거울' 이후로 현재 베르베르는 꽤나 미래라는 것에 관심이 있는 듯 하다. 이번엔 좀 더 스케일을 키워 미래의 인류 진화 모습을 다룬다. 흥미로운 것은 이 책의 주인공이다. '개미'의 주인공 증손자가 바로 이 소설의 주인공이라고 한다. 마침, 이 소설이 추구하고 있는 인류 진화의 모습도 '소형화'인지라 언뜻 혹시 이 소설 '개미'와 일종의 순환 고리를 이루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책을 읽지도 않고 하는 말이라 이루 말할 수 없이 성급하긴 하지만 어쩌면 베르베르는 인류 진화의 최종 버전이 '개미'이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설마 그럴리야 없겠지만 어쨌든 진실은 책을 읽어봐야 알 일이다. 그러고 보니 예전 SF 중에 Paul.F. Ernst의 'The Microscopic Giant'가 생각난다.

 

 

 1차 대전이 한창인 미국의 한 거대한 구리 광산에서 지하에 살고 있는 소형 인간들을 발견하게 되는 이야긴데 1938년에 나온 이 단편은 웰즈의 '우주전쟁'이 그랬듯이 인류 보다 더 뛰어난 제3의 지성인 존재를 통해 인류 사이의 전쟁이 얼마나 무가치한 것을 드러내는 작품이다. 인류보다 훨씬 더 발달한 문명을 가지고 있는 이 '소형 인간'들이 어쩌면 베르베르에게 영향을 준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하다. 무엇보다 '제3 인류'에서 주인공들이 창조하고자 하는 제3인류의 이름이 '에마슈'인데 그 이름의 M이 바로 'Micro-Humains'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이다. 뭐, 작다는 것이라면 어디든 다 쓰이는 Micro이긴 하지만 왠지 오마쥬는 아닐까 싶기도 하다. 괜한 생각인 걸까?

 

 2. 야만적인 앨리스씨, 황정은

 

 데뷔 후 지금까지 8년간 단 한 편의 장편소설과 단 두권의 단편집 밖에는 내지 않았다는 황정은이 드디어 두 번째 장편소설을 냈다. 이제 두번째의 장편 소설인데도 그동안 팬들이 많았는지 신간 추천 집계를 해보니 단연 1위를 달리고 있다. 나는 아직 접해보지 못했던 작가라 과연 어떤 작가이기에 이토록 많은 분들이 기대하는 것인지 궁금하여 이번 기회에 한 번 읽어보고 싶다. 소재가 특이하다. 아무래도 제목의 앨리스씨는 여장 노숙인인 모양이다. 그는 어린 동생과 함께 어머니로 부터 구타를 당하며 살아간다고 하는데 아무래도 앨리스씨의 여장은 그 폭력의 여파인 듯 하다. 그렇다면 이 여장이란 앨리스씨에게 이중의 기호인 셈이다. 하나는 가해지는 폭력으로 부터 달아나고 싶다는 열망으로써의 기호, 또 하나는 자신에게 폭력을 가해오는 어머니만큼 강한 존재가 되고 싶다는 욕망으로써의 기호. 하나는 자신을 버리고 싶어하고 반면에 다른 하나는 자신을 지키고 싶어하는데 과연 이 모순된 두 기호가 어떻게 하나의 신체 안에서 통합되어 갈지 궁금하다.

 

 3. 10만 분의 1의 우연, 마쓰모토 세이초

 

 팬이니까 세이초의 소설이라면 무조건 추천이다. 그런데 내용 소개글을 읽다가 강한 기시감이 들었다. 소설에서 6종 추돌 사진을 찍어 유명해진 야마가는 왜 사진 찍느라 불타는 차량 안의 사람은 구하지 않느냐는 비난에 시달린다. 이런 일이 미국에서 실제로 있었다. 바로 한 굶주린 소녀가 죽기를 기다리는 독수리의 사진이다. 결국 이 사진을 찍은 기자는 이 사진으로 풀리처 상까지 탔지만 비인간적이라는 거센 비난 때문에 자살하고 말았다. 이 사진은 예술은 현실에 어디까지 개입해야 하는가? 혹은 어느만큼의 자리에 위치해야 하느냐? 하는 중대한 의문을 낳았다. 세이초의 소설이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아무튼 실제로 일어난 일인만큼 세이초는 이것을 어떻게 문학적으로 형상화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4. 재앙은 피할 수 없다, 위화

 

  '제7일'을 읽어 본 나로서는 이제 위화의 신작이란 그냥 지나치기 어려운 방앗간이다.

 '재앙은 피할 수 없다'는 중국 민중과 지식인들로서는 문화대혁명 이후 가장 암울했던 시기인(아시다시피 천안문 사태는 1989년에 일어났다.)  80년대 후반에 위화가 쓴 소설 중에서 한국 독자들을 위해 특별히 직접 그가 선정한 작품들로 이루어졌다고 하니 더욱 읽어보고 싶다.

 지금까지의 위화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고 하는데,

 나름대로는 문학이 오로지 정치적 선동의 도구로만 의미있었던 문화대혁명 이후 그로부터 오염된 문학을 구원하고자 발버둥 끝에 나온 소설들이기도 해서 더욱 읽어보고 싶게 만든다.

 

 제목이 지금 이 순간 참 와 닿는다.

 재앙은 피할 수 없다.

 정말이다. '이사'라는 재앙도 피할 수 없다.

 그래도 부디 피해 갔으면 좋겠다. 너무 피곤하다ㅠ ㅠ

 

 5. 향, 백가흠

 

 황정은 8년간 장편소설을 단 한 권 내었지만 2001년에 데뷔한 백가흠은 13년간 단 한 권이다. 참, 장편소설은 출산하기가 힘든 것인가 보다. '향'은 백가흠의 세번째 소설집이다. 역시 난 아직 읽어보지 못했던 작가다. 신간평가단 하면서 정말로 새록새록 느끼게 되는 것 중 하나는 내게 한국문학 경험이 너무 일천하다는 것이다. 그래도 어느정도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신간 추천할 때마다 이렇게 여전히 새로 알게되는 작가가 튀어나오는 걸 보면 아직 모자라도 한참 모자란 모양이다. 이 쪽으로도 부지런히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하는데 쌓여있는 책들을 보면 또 이사가 걸리고 그렇게 또 내 바람과 현실 사이에서 번민하게 된다. 중독된 자에게는 어차피 반복될 수 밖에 없는, 그리고 벗어날 수도 없는 시지프스적 형벌인지도 모르겠다.

 

 그러고보니, 백가흠은 이 책에서 이런 말을 하고 있다고 한다.

 '영원의 맨 처음이 천천히 흐르고 있다.

  어디에도 끝은 없다.

  죽음을 향한, 죽음의 의식만이 있을 뿐...'

 

  이 상식을 넘어, 이성을 넘어 광기라고 밖에는 할 수 없는 현재 부동산 시장에서는

  어디에도 이사의 끝은 없다.

  또 언젠가의 이사를 향한, 이사의 준비만이 있을 뿐...

 

 크헉!

 앞으로 이렇게 저렇게 해야 할 것들을 생각하니 꿀꿀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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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E-9 2013-11-05 2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웃! 이와중에 '알렉스'와 '그 남자의 웨딩드레스'의 작가 피에르 르메트르가 공쿠르상을 수상했다고 한다. 과연 장르 소설이었지만 범상치 않은 깊이를 보여주더니 받을만한 상을 받았다고 보여진다. 수상작은 Au revoir la-haut(번역하면 천국이여 안녕 쯤 되려나). 1차대전이 끝난뒤 전쟁에서 돌아온 두 프랑스 청년들이 새로이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 애쓰는 이야기로 장르 소설은 아니라고 한다. 어쨌든 좋아하는 작가가 상을 받아서 기쁘고 수상작도 빨리 읽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마녀고양이 2013-11-05 2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헤르메스님, 신간들이군요... 저는
어느 순간부터 신간 읽기는 포기해버렸답니다. ^^

책 때문에 이사가 너무 두려워요, 헤르메스님도 그러시지요?
월세라... ㅠㅠㅠㅠ, 발표된 부동산 정책을 보니, 다시 한숨을.
잘 해결되셨으면 좋겠어요.

베르베르는, '신'의 결말에 지나치게 실망한 나머지 손도 안 대고 있답니다.
매번 망설이게 되네요, '개미' '타나토노트'에 얼마나 열광했던지! 그 추억이 안타깝습니다. ㅠ

희선 2013-11-07 0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이 재미있네요
2월인데 빨리 전화했다고 생각했는데 그것도 아니군요 이사를 가게 된다면 집을 알아보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릴 테니까요 책이 많아서 이사 다니기 조금 어렵겠습니다 집 문제 잘 해결되면 좋겠습니다

사람이 자리를 많이 차지하기는 하지요 지금보다 작아진다면 지구에 사람이 더 많이 살 수 있겠지만 그것은 그것대로 답답할 것 같기도 합니다 현실은 어떻게 될지...
10만분의 1 보고 저도 그 사진에 대한 거 생각났어요 잘 아는 것은 아니었는데, 저는 그것을 어디에서 본 것일까요

이 글을 쓰기 위해 어떤 책이 새로 나왔나를 보게 되어서 좋을 것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다 볼 수 없어서 아쉽기도 하겠습니다 좋은 것만 보는 게 더 좋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희선
 
소설 주목 신간 작성 후 본 글에 먼댓글 남겨 주세요.

 

 벌써, 10월의 신간 추천 시간이 도래했다.

 정말 시간이 빨리 흐른다. 9월이 어떻게 지나갔는지조차 기억이 희미하다.

 그러고보니 9월엔 남긴 리뷰도 별로 없네.

 과연 어떻게 살고 있는 것인지 한번 헤아려봐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9월의 신간들을 추천해보려 한다.

 

 

 유감스럽게도

 아직 히라노 게이치로의 소설은

 읽어보지 못했다.

 비록 작품은 접해보지 못했지만

 그래도 이름은 알고 있다.

 의외로 이 작가를 좋아하는 이들이

 많이 있어서 꼭 일본 소설을 이야기 할 때는 그 작가의 '일식' 좋더라며 한 번 읽어보라는 추천을 받았기 때문이다.

 

 더러 서점의 매대 위에서 그의 책을 보노라면 '이 작가가 그토록 유명한 작가였나' 생각하며 한 번 만져보기는 했지만 그게 실제 읽기로는 잘 연결되지 않았는데 그 때는 아무래도 유명세엔 어느정도 허세가 끼어 있겠거니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리고 당시엔 일련의 추천 받은 작가들에 대한 실망의 경험들이 쌓여있기도 했고...

 그러다 문득 이번에 이 작품을 봤다.

 '결괴'라는 제목도 제목이려니와 인간의 악의와 심연을 명징하게 그려낸 소설이라고 하니 요즘 '악'만큼 내 관심을 끌고 있는 것도 또 없어서 이제라도 한 번 만나볼까 싶어진다. 듣기에 히라노 게이치로는 꽤나 현학적인 작가라는데 그런 작가가 그려내는 악의와 심판의 모습은 어떨지 궁금하기도 하다. 무라카미 하루키도 고백한 바 있지만 일본 지식인들의 태도를 한 순간에 바꿔버린, 소위 코페르니쿠스적 전회를 가져온 사건이 있는데, 그게 바로 옴 진리교 사건이다. 저번에 읽었던 온다 리쿠의 'Q&A'도 바로 그 옴진리교를 새로운 소설적 상상력으로 다뤘던 작품이었다.

 히라노 게이치로의 '결괴'도 바로 그 사건의 자장 안에 있다고 한다. 2008년에 나온 히라노 게이치로는 그것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지 궁금해진다. 온다 리쿠와 비교해 읽어보면 더욱 재밌을 것 같다.

 

 

  김대현 작가의 '홍도'는 제3회 혼불문학상 수상작이라고 한다.

  시놉을 읽어보니 아무래도 '홍도야 우지마라'의 그 홍도인 듯 하다. 그런데 그 홍도가 소설에서는 불사(不死)의 몸이다. 현재 그녀의 나이 무려 433살이다. 누구에게나 익숙한 이름이자 노래인 홍도이 사연을 가지고 이렇게 불사의 존재가 헤쳐온 이야기로 만들다니. 기발한 아이디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 마디로 홍도 그녀의 몸엔 조선과 일본제국강점기 그리고 한국의 현대사가 그대로 체화되어 있는 셈이다. 그 역사가 체화된 몸이 여인으로서 살아온 수백 년에 걸친 절망과 이별 그리고 아픔을 이야기 한다. 어떻게 보면 이 소설은 여인 잔혹사라고 할 수도 있지 않을까?

 

 노래의 익숙함 속에 쉽게 가리워져 버렸던 그녀의 아픔, 눈물, 목소리... 그렇게 지금도 얼마나 많은 아픔과 눈물 그리고 목소리들이 지워지고 있을까?

 그런 것을 생각하면서 읽어보고 싶다.

 

 

 

 증오만큼 지속되기 어려운 것도 없다.

 분노만큼 오래  간직하기가 힘든 것도 없다.

 '와신상담'이라는 말이 괜히 있겠나?

 분노도, 증오도 오래 가지고 가자면 그만큼 품이 든다.

 그냥 사는 데 들어가는 에너지보다 더 큰 에너지가 필요한 것이다.

  아궁이가 활활 타오르게 하려면 끊임없이 마른 장작을

  넣어줘야 하듯이...

 

 힘들 것이라 생각했다.

 내내 시퍼렇게 날이 선 칼로 산다는 것은...

 언젠가는 그 예리한 칼을 접을 때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 때가 온 것일까?

 이 책의 소개글은 과연 사과의 소설이 맞을까 싶을 정도로

 생경한 풍경을 전해주고 있다.

  도약인가? 전향인가? 그 뚜겅을 열어 직접 확인해보고 싶다.

 

 

  이렇게 한 책의 소개글을 쓸 때마다

  정말 내가 가장 많이 하고 있는 것은

  내 머리를 사정없이 벅벅 긁는 일이다.

  내가 긴다이치 코스케도 아닌데 말이다.

 

 그렇지 않아도 부쩍 건망증이 심해졌다고 느끼는 요즘이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이 소설의 자매편인 '요리코를

 위해'가 하나도 생각이 안나는 것일까?

 정말 아무리 해도 도통 생각이 안 난다.

 완전 백지다.

 

 분명히 읽었고 으음, 괜찮네 까지 했던 것 같은데...

 

 아무튼 이 1의 비극은 그 '요리코를 위해'의

 안티태제와도 같은 소설이라고 한다.

 그러니 읽어보고 싶다.

 내 팔랑귀는 이런 말에 혹하기 마련이다.

 그건 그렇고 기억하는 책보다 잊어버리는 책이 더 많은 것 같다.

 꾸준히 리뷰를 써야 할 또 하나의 이유가 생겼다.

 

 

 

 '여름의 맛'은 오랜만에 다시 돌아온 하성란 작가의 소설이다.

 표지의 복숭아가 참 맛나게 보인다. 작가의 이름과 표지에 이끌려

 소개글을 찾아 들어갔는데,

  헉!

  아무런 정보가 없다.

  대신 이런 말만 덩그마니 놓여있다.

 

  출판사에서 제공하는 정보가 부족하여 표시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1:1 상담을 이용해 주십시오.

 

  행여 문지의 직원도 나처럼 연일 술판이라 쓰러지신 건 아닌지 상상하면서 '그렇다면 직접 찾아보지 뭐' 하면서 검색 신공에 들어갔다.

 

 

  언론 보도가 하나 나왔다. 설정이 재밌다. 주인공이 일본의 금각사로 관광을 갔다가 일본인이라면 누구나 다 알고 있는 발음상의 차이를 인지하지 못해 은각사를 금각사로 오해하고 찾아간다. 그리고 거기서 우연히 한 남자를 만나 반쯤 껍질이 벗겨진 복숭아를 받게 되고 그 때 먹은 복숭아의 맛과 당신은 복숭아를 정말 좋아하게 됩니다라는 남자의 저주의 말 때문에 계속 그 맛을 찾아다닌다는 이야기다. 그러니까 이 책에 실린 총 10개의 단편은 바로 그 남자의 여정을 하나씩 담고 있는 셈이다.(여기엔 올해 황순원 문학상을 수상한 단편인 '카레 온 더 보더'도 실려 있다.)

 

 이 정도의 설명만으로도 이 소설이 감각으로 충만해 있음은 상상할 수 있는 듯 하다. 과연 그 감각들이 어떤 소설적 세계를 만들어갈 지 궁금하다.

 

 얼마전에 읽은 구병모 작가의 '파과'도 과일이라면 과일일 수 있는데 이렇게 과일을 소재로 한 또 하나의 작품을 만나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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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13-10-11 0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히라노 게이치로 소설 예전에 <일식> 읽어봤는데, 생각이 안 나는군요 잘 썼다는 말은 들었는데... 자료 조사를 아주 잘해서 썼다고 하더군요 그러고 보니 달도 읽어봤군요 이번에 나오는 <결괴>는 조금은 알기 쉬우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성란 소설 설정이 재미있군요 한번 맛본 복숭아를 찾아다니는 이야기라니, 그러면서 이런저런 사람을 만나겠군요

책을 읽고 써도 시간이 지나면 잊어버려요 그래도 글을 남겨두고 나중에 보면 어렴풋이라도 떠올릴 수 있겠지요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