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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버린 도시, 서울
방서현 지음 / 문이당 / 2025년 11월
평점 :


내가 버린 도시, 서울 / 방서현
내가 버린 도시, 서울은 한 도시를 미워하고, 떠나고, 그럼에도 다시 응시하게 되는 마음의 궤적을 섬세하게 담아낸 책입니다. 저자는 서울이라는 공간을 단순한 지리적 배경이 아닌, 관계와 기억, 피로와 열망이 켜켜이 얽힌 정서적 장소로 바라봅니다.
책을 읽는 동안 독자는 도시가 누군가의 삶을 얼마나 깊게 흔들 수 있는지, 그리고 그 흔들림 속에서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하며 살아가는지를 따라가게 됩니다.
서늘한 새벽 공기, 번쩍이는 네온사인, 사람에 치이듯 걷는 거리의 질감까지 저자의 문장은 서울을 살아본 이들에게는 익숙함이, 떠나온 이들에게는 묘한 쓸쓸함을 불러일으킵니다. 도시를 버렸다는 선언은 곧 자신을 조금씩 깨뜨리던 환경으로부터의 탈출이자, 다시 자신을 회복하려는 시도로 읽힙니다. 하지만 그 거리감 속에서도 완전한 단절은 없다. 버리려 해도 쉽게 지워지지 않는 기억처럼, 서울은 여전히 마음 한편에 남아 있습니다.
이 책은 그렇게 말합니다. 때때로 떠남이 도망이 아니라 숨이 트이기 위한 방식이며, 미움이 곧 애정의 뒤집힌 얼굴일 수 있다고. 도시를 품고 버리고 다시 떠올리는 마음의 온도가 오래도록 가슴에 남는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