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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현, 바람을 가르다 ㅣ 단비어린이 역사동화
박소명 지음, 한수언 그림 / 단비어린이 / 2021년 11월
평점 :
일제 강점기, 우리의 혼을 지키기 위해 가야금 장인의 길을 선택한 소년 오현 이야기
겉표지에 오현의 밝은 얼굴과 따뜻한 배경을 보며 이런 아픈 역사 동화가 본문에 펼쳐질지 짐작하지 못했습니다.
"총과 칼로만 독립운동을 하는 건 아니야. 어떤 사람은 돈으로, 어떤 사람은 따뜻한 밥 한 그릇으로 나라를 지키지. 넌 가야금 장인이 되어 네 몫을 해야 해. 네가 하는 일도 독립군만큼 소중한 일이란 걸 잊지 마라." 라는 뒷표지의 문장들을 보며 글의 내용이 짐작되었지요.
1940년대 일제의 침략시기 가족을 버린 아버지로 인해 생계를 위해 고생하던 엄마가 죽음에 이르고 이모는 오현에게 가야금 만드는 일을 배우라고 합니다.
"가야금을 만들라고요? 만들면 다 빼앗길 악기를 왜 만들어요?"
"빼앗기더라도 만들어야지. 우린 맥을 이어야 해."(p35)
일본은 가야금대신 고토를 연주하라고 하고, 창씨개명까지 종용하였습니다.
오현의 할아버지는 독립자금을 대다 들켜서 고문을 당하다 죽었고, 오현의 어머니도 일본인 경찰서장의 청을 거절하여 고문을 받고, 그런 엄마를 구하려다 아버지는 들켜 일본 순사를 때려 눕히고 도망을 간 것이었습니다.
갑작스레 찾아 온 아버지는 오현에게 가야금 장인이 되라는 할아버지의 유언을 전하고, 일본인에게 연주를 하지않으려고 손가락을 스스로 찧어버린 엄마의 의지가 오현을 지키기위해서 였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아버지가 다녀간 뒤로 오현의 스승님도 고문을 당하고, 이모도 모든 것을 잃게 됩니다.
"마음을 뺏기지 않았으니 아무것도 뺏긴게 없다."(p155)
"네 이모는 악기를 지키는 것으로 독립운동을 했지. 넌 가야금 장인이 되어 네 몫을 해야 해. 네가 하는 일도 독립군만큼 소중한 일이란 걸 잊지 마라."(p165)
오현은 세찬 바람을 견딘 오동나무처럼 자신도 세찬 바람을 견디어 내야겠다고 생각했다.(p167)
일제시대에 독립을 위해 애쓰신 분들이 얼마나 많았는지 '오현, 바람을 가르다'를 읽으며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독립은 한 사람의 힘만으로는 절대 될 수 없는 것이지요. 악기를 지키고, 그 악기를 빼앗겨도 또 만들고, 일본 악기를 연주하지 않으려고 손가락까지 찧고, 모진 고문을 받으며 죽음까지 두려워하지 않았던 선조들이 계셨기에 독립은 가능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제가 그 시대에 살았다면 그들처럼 애국하며 강하게 맞서서 독립을 위해 싸울 수 있었을지 모르겠습니다. 역사에 대해 잘 모르고 있는 어린이들이 이 책을 꼭 읽어보고 부모님과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역사는 사라지는 것이 아니고 반드시 전해져야 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