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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실수집가
오야마 세이이치로 지음, 윤시안 옮김 / 리드비 / 2025년 8월
평점 :
*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추리나 미스터리는 순수하게 흥미를 위한 장르라 그런지 한번 잡으면 손을 놓을 수 없을 정도로 재미난 작품들이 많은데, 일본은 이 장르의 저변이 넓어 우수한 작가도 많이 나오는 것 같다.
이번 작품의 저자는 이 책으로 처음 접하는데, 수상 이력도 화려하고 본격 추리를 지향하는 작가라는 소개도 마음이 끌려서 읽어보게 되었다.
제목 그대로 작품의 주연은 '밀실수집가'라고 할 수 있다.
작품 속 표현을 빌면 '밀실 정령'이라고 할 수 있는데, 밀실 사건에 숨겨진 진상을 술술 풀어내면서도 정작 그 정체는 아무도 모르는 그야말로 미스터리라 할 수 있는 인물이다.
작품은 옴니버스 형식으로 총 다섯 개의 사건이 일어난다.
모두 같은 형식인데 짧게 배경과 인물의 소개가 이루어진 후 누군가가 죽게 된다.
사건의 현장과 진술을 종합하다 보면 해결이 쉽지 않은 밀실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고, 인물들이 혼란에 빠져있을 때쯤 묘연히 나타난 밀실수집가가 턱하고 사건을 해결해버린다.
320여 페이지 정도로 그리 길지 않은 책에 다섯 개의 이야기가 담겨 있는 만큼 각각의 이야기는 꽤 짧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가 만들어 놓은 밀실 트릭의 수준은 가볍지 않다.
이런 작품들은 트릭 자체가 곧 스포일러이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밝힐 수는 없지만, 독자들에게 충분한 정보를 주면서도 등장인물들마저 속아 넘어가는 교묘한 심리 트릭까지 구사해 내고 있어서 본격 미스터리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도전 욕구를 샘솟게 할 만하다.
참고로 작품 내에서 밀실수집가가 등장하면 곧바로 사건이 해결돼버리기 때문에 진짜 추리에 도전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밀실수집가 등장 이후 잠시 멈춰서 자신만의 추리를 펼쳐보기 바란다.
스포일러가 되지 않는 선에서 살짝 힌트를 주자면, 각 사건들마다 연도가 표기되어 있는데 이 시대가 꽤 중요한 역할을 한다.
첫 사건과 마지막 사건의 시간차가 60년이 넘기 때문에 지금 시대에는 기술 때문에 불가능한 트릭이 그 시대에는 가능했을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한다면 즐거운 추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두 번째 사건의 전말이 살짝 억지스럽다는 느낌이 들었다는 점을 제외하면 굉장히 재미있게 읽었다.
특히 네 번째 사건인 '이유 있는 밀실'은 범인이 의도적으로 만든 밀실에 감춰진 비밀을 찾는 이야기로 이 책의 백미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상당한 재미를 주었다.
짧은 이야기 안에 수준 높은 밀실을 만들어 속도감 있는 전개를 보여주면서도 사건이 해결되었을 때 느껴지는 카타르시스도 충분히 즐길 수 있었다.
한 사건의 호흡이 그리 길지 않기 때문에 부담이 없으면서도 읽는 재미가 출중해서 앞으로도 밀실수집가가 더 활약할 수 있도록 시리즈로 나와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매력적인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