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영화화가 돼서 기본적인 줄거리는 익숙할 것이다.
모종의 사고로 홀로 남겨진 식물학자 겸 엔지니어가 홀로 사투를 벌이며 살아남고, 지구의 모든 사람들과 먼저 떠난 동료들이 그를 구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는 내용이다.
(우주에 보낼 때에는 서로가 서로를 백업할 수 있도록 두 가지 역할을 부여한다는 설정은 여기에서도 동일하다.)
저자의 작품을 두 번째 읽다 보니 이제는 대충 스타일을 알 수 있을 것 같다.
상당한 위기에 빠지게 되지만, 곧 무언가 해결책을 찾는다.
하지만 그 해결책이 예상치 못한 또 다른 문제로 이어지고, 또다시 답을 찾으려 궁리한다.
이 과정이 계속 반복되다 결말로 이어지게 된다.
그래서 후반부쯤 가다 보면 아무리 큰 위기가 닥쳐도 '곧 어떻게든 해결하겠지'라는 비정상적인 기대를 갖게 되는 부작용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읽는 과정이 상당히 재미있었다.
특히 이 작품은 저자의 초기작이기도 하고, 시작이 인터넷에 연재하던 글이어서 그런지 쓰는 어휘가 다소 강해서 원초적으로 웃긴 부분도 많았다.
그러면서도 과학적인 고증은 세심하게 잘 챙기고 있는 점이 돋보였다.
아무리 극적인 상황이더라도 그의 비명 소리가 흐를 매질이 없는 환경에서는 아무런 소리가 나지 않았다고 묘사를 하는 등 매우 사소한 부분에서도 과학적으로 말이 되게 만들어 놓았다.
물론 '진짜' 과학자들이 보기에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일반적인 독자 수준에서는 화성에 직접 가볼 수는 없어도 간다면 어떤 어려움에 봉착하게 될지 충분히 맛볼 수 있는 수준이라 생각한다.
꽤 오랫동안 베스트셀러였고 국내에는 새로운 판본도 나온 작품인데 저자의 인사 한 마디도 없다는 것이 살짝 아쉽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저자의 팬이 되는 것을 거부할 수는 없을 것 같다.
500페이지 중반으로 꽤 두꺼운 책이지만 너무 재미있어서 굉장히 빨리 읽었다.
이 느낌 그대로 다시 영화를 보면 처음에 봤을 때와는 또 다른 재미가 있을 것 같아서 이번 주말에는 맥주 한 잔과 함께 이 영화를 다시 보는 시간을 만들어야 할 것 같다.